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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인수전 완주한 넷마블·카카오...'업셋' 가능성 높아진 이유

넷마블·카카오 등 5개 주체 본입찰 응모...김정주 회장의 선택은?

2019-06-03서정근 기자

넷마블과 카카오가 지난달 31일 종료한 넥슨 인수전 본입찰에 MBK파트너스, KKR, 베인캐피탈 등과 함께 참여, 김정주 넥슨 회장의 '최후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인수 후보 '0순위'로 꼽혔던 텐센트, 김정주 회장과 넥슨 임직원들이 내심 가장 선호할 후보군인 디즈니, 아마존 등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했던 만큼 경쟁이 후끈하게 달아오르지 않은 양상인데, 이는 세계 게임시장 성장세가 멈춘 상황, 중국 정부와 텐센트의 역학,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넷마블과 카카오는 기업규모와 이익 면에서 넥슨보다 한 체급 아래인 기업들로, 다른 인수 희망자들에 비해 '언더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넥슨 인수가 필요한 '절박한' 상황이 이들이 레이스를 완주하게끔 했고, 인수전 참여 주체들간의 역학과 대내외 환경이 두 회사의 승리 확률을 '꽤' 높여 놓은 양상이다.

◆ 냉각된 게임 시장과 국제역학...큰 손들의 발길 묶다

김정주 회장이 매각을 결심하고 행동에 옮긴 시점은 지난해 연말 경으로 알려져 있다. 반 년 가까이 매각 작업이 공개적으로 추진되면서 텐센트, 디즈니, 아마존, EA 등 유력기업들에게 의중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력 기업들이 불참한 것은 게임 시장 기류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작비는 날로 늘어나나 게임시장 성장세는 멈췄고, 게임 수익금의 상당부분을 애플, 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할애해야 하는 모바일게임의 비중이 높아져, 게임사들의 기대수익을 낮췄다.

넥슨과 넷마블, 엔씨 모두 국내 시장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북미의 게임 투톱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EA도 연일 '매출 목표치 미달', '예상 수익규모 하향조정', '구조조정' 등 부정적인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게임사업에서 손을 뗀 디즈니, 게임사업에 발을 들여놓았으나 큰 성과를 못내 관련한 확장을 멈춘 아마존이 10조원 이상을 출혈하며 넥슨 인수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도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넥슨그룹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중국 시장에서 나고 있는데 중국 정부 당국의 돌발 규제 가능성과 미-중간의 긴장감이 북미 기반 기업들이 넥슨에 베팅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텐센트는 자금여력이 충분하나 '굳이' 10조원을 넘는 돈을 쓰지 않아도 '던전앤파이터' 중국 사업 지속에 어려움이 없는 점, 게임사업 확장을 중국 정부가 바라지 않는 기류 등을 고려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절박한 넷마블과 카카오, 넥슨 인수에 사활을 걸다

넷마블은 성장정체 국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상황에서 엔씨와의 IP(지식재산권) 제휴도 종결됐다. 앞날이 캄캄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동반자였던 엔씨가 경쟁자로 돌아서자,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넥슨 인수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땡빚'을 내서라도 넥슨을 인수하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이 보장되고, '던전앤파이터 레볼루션', '마비노기 레볼루션', '다함께 카드라이더' 등 넥슨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게임 개발이 가능해진다. 곳간도 채우고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동력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게임업종 2위 기업 넷마블이 1위 넥슨을 인수할 경우 개발과 사업 인프라, 보유 IP, 시장점유율, 해외 네트워크(특히 중국) 등에서 경쟁할 적수를 찾기 어려워진다. 경쟁자 엔씨를 내수시장에 고립시키는 것도 가능해진다.

카카오는 독보적인 인지도와 이용자 풀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수익으로 연계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메신저와 게임, 음원, 콘텐츠 사업에서 선전하고 있으나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카카오 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는 기존 산업과의 경쟁, 규제장벽 앞에서 고전하며 수익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게임으로 출발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게임 부문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카카오톡과 넥슨을 품은 카카오는 네이버 포털과 한게임이 공존할 당시의 NHN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익성과 파워를 가진다.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나, 승부해볼 만한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 장기화된 레이스....업셋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

넥슨 매각 과정이 이토록 장기화한 것은 매각 주체가 원하는 수준의 '숫자'를 보장하는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정주 회장이 디즈니와 아마존에게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입찰 마감을 지연시켰던 것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던 텐센트를 자극하기 위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은 당초 김정주 회장의 눈에 차지 않았을 넷마블 등 국내 인수 희망자들의 운신의 폭을 넓혔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로 마감예정이었던 본입찰 마감시한을 5일 연장했던 것은 자금조달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넷마블과 MBK파트너스에게 보다 더 시간을 주기 위한 배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과정이 장기화하자 일각에서 "유찰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것 아니냐"라는 관측도 나왔는데, 이와 반대되는 전망을 내어놓은 곳들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예비입찰 거치고 본입찰 준비하는 과정에서 매수 희망자들이 베팅할 수 있는 금액과 자금조달 방법, 향후 계획 등 윤곽은 이미 나왔을 것"이라며 "김정주 회장이 유찰시킬 생각이었으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수차례 입찰을 연기하고 마감 시한을 연장해주는 번거로움을 겪지 않고 진작 셧다운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섣불리 진단하긴 어려우나, 이만큼 먼 길을 돌아온 것은 결국 이번에는 회사를 팔겠다는 의자가 강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대세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아닐지라도,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WHO의 논의와 국내 양상도 매각 결심을 굳히는 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중립지킨 텐센트...넷마블·카카오 업셋 가능성 높아지는 이유

텐센트가 표면적으로 '중립'을 지킨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자든, 재무적 투자자든 모두 텐센트와 합종연횡을 희망했을 테고 모든 희망자들이 이 과정에서 텐센트에게 베팅금액 총액과 자금조달 계획, 향후 넥슨 운영방안 등 자신들이 가진 패를 공개했을 것"이라며 "텐센트가 모든 상황을 살펴보고 '안심하고' 2선으로 물러났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텐센트 입장에선 아마존이나 디즈니처럼 평소 텐센트와 교류가 없고 자금력에서 텐센트의 도움이 필요없는 기업들이 텐센트의 손을 빌리지 않고 넥슨을 인수하는 그림을 가장 꺼리기 마련이다. 더욱이 이들은 중국 정부와 각을 세우는 미국의 기업들이기도 하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넥슨을 인수하는 것은 크게 개의치 않을 그림이다. 가장 최선은 넷마블이나 카카오처럼 텐센트와 '혈연' 관계인 전략적 투자자들이 텐센트의 지원을 받아서 넥슨을 인수하는 것이다. 이들이 텐센트의 이해에 반하는 행위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텐센트는 자신들이 긴장할 만한 상황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본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 중 '이기는 쪽한테 돈 보태줄께'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뒤로 물러나 여유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 텐센트는 자신들과 혈연인 전략적 투자자 군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물러났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정주 회장 최후의 선택은?

김정주 회장이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베팅으로 조기에 승부를 보곤 했다. 회사의 중역들 상당수가 반대했던 네오플을 인수할 때, 넷마블과 제휴 지속이 유력했던 게임하이를 인수할 때 특히 그 '전격성'이 빛을 발했다.

김정주 회장과 오래 교분을 이어온 한 인사는 "반년 가까이 끌어온 일이고 최종 원서까지 받은 만큼 시간을 길게 끌지 않을 것 같다"며 "김회장의 성격과 지금 상황상 매각과 관련한 부대 조건보단 보장금액 '총액'이 더 중요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다만, 최다 금액을 보장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간의 격차가 크지 않을 경우 관련한 정보를 2,3위 그룹에 인지시켜 '막판 분발'을 유도하거나 최종 입찰자들간의 추가 컨소시엄 형성을 유도해 금액을 더 끌어올리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시간이 좀 더 지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넥슨 측 인사들은 입찰 종료를 앞두고 "아무래도 넷마블의 가능성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카카오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긴 어려운 양상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아왔다.

넥슨 임직원들은 기업문화가 상반된다는 점에서 넷마블로의 피인수를 꺼리는 기류가 뚜렷하다. "넷마블-카카오 2파전으로 귀결되고, 양측의 보장금액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카카오가 선택받을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양상이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