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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테크M 단독]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 농협·신한·기업은행 공정위 제소 추진

김앤장 변호사 출신 대표가 주관…“일부 업체만 개설 허용은 불공정 행위”

2019-04-24김태환 기자

암호화폐 투자자가 한 암호화폐 거래소 지점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출처=뉴스1)

 중소 암호화폐거래소들이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개설해주지 않는 농협과 신한은행, 기업은행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 거래 행위 제소를 추진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 같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일부 거래소에만 계좌를 개설하고, 중소 거래소는 열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불공정 행위라는 생각이다.

특히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던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가 공정위 제소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법률공방이 예상된다.

중소형 암호화폐거래소 10개 연합 추진

24일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는 머니투데이방송 테크M과 만난 자리에서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개설해주지 않는 은행들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도현수 대표는 “현재 10여개 업체와 공동으로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5월 중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명확인 가상계좌는 실명이 확인된 사람을 대상으로 입금확인 번호를 부여하고, 돈을 송금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A거래소에 B라는 사람이 암호화폐를 구매하려고 원화를 입금할 때, A거래소는 B에게 특정 은행 계좌번호로 입금하라고 알려준다. B는 자기 계좌에 있던 돈을 특정 은행 계좌로 입금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거래소는 시중은행에서 이미 실명이 확인된 계좌로 돈을 이동시켜 누가 입금했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반면 현재 중소형 암호화폐거래소는 벌집계좌를 이용해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벌집계좌란 거래소 법인계좌에 거래소 고객 개인계좌를 두는 형태를 말한다. 벌통에 꿀벌이 직접 꿀을 넣듯, 법인계좌에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넣는 구조라 벌집계좌란 이름이 붙었다.

벌집계좌는 실명확인 가상계좌와 달리 투자자가 익명으로 금액을 넣을 경우 추적하기 어렵다.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용도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또 벌집계좌에서 투자금은 법인계좌에 들어가 회사 소유로 변환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만일 투자자가 출금을 요구해도 거래소가 악의를 품고 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법적인 규정이 없다. 회사 내부자가 횡령과 배임을 할 우려도 크다.

현재 은행들이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개설해 준 거래소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단 4곳 뿐이다.

중소형 거래소에는 실명확인을 제대로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는 “상대적으로 큰 거래소만 계좌를 개설해주고, 중소 거래소에는 제한을 두는 것을 불공정 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 “금융위 방침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공정위 제재나 과징금 처분은 별개 문제”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세종 사옥(출처=뉴시스)

금융당국 밖에서 압박 전략

은행들이 중소 암호화폐거래소에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개설해주지 않는 이유는 금융당국 압력 때문이다.

지난해 1월 금융당국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일정을 발표하면서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지만, 신규 계좌 개설 시 당국의 집중 점검대상이 된다’고 으름장을 놨다.

은행에서는 새로운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내줬다가 자칫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 써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중소형 거래소들 역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벌집계좌를 사실상 금지시키는 법안이 시행될 우려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와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지난해 3월 대표 발의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제윤경 의원의 특금법 개정안을 올해 주요 입법과제로 선정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암호화폐거래소에 금융회사와 동일한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FIU에 대한 신고 의무, 추가적인 내부통제 의무 등을 부과 ▲금융회사가 암호화폐거래소와 금융거래를 의무 또는 재량으로 거절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금융위에서 강제로 벌집계좌를 중단시킬 수 있다.

중소형 암호화폐거래소들이 공정위 제소를 선택한 것은 금융당국의 장악력을 벗어난 외부에서 압박을 주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 같은 금융회사가 법률적으로 금융위와 다툼이 발생했을 때, 절대로 금융위를 이길 수 없다”면서 “금융위 실권이 너무 강력해 모든 금융사가 눈치 보기에 급급할 뿐, 감히 맞서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설사 금융회사가 정말 억울한 사건이 있더라도 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반면 공정위는 금융당국 외부 기관이다.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는 금융위에서 결정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 2012년 공정위는 시중은행 6곳이 CD금리를 담합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은행과 금융위가 무려 6년을 다툰 전례가 있다. 끝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제소만으로도 충분히 금융당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반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는 머니투데이방송 테크M에게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에게 실명확인 거래계좌를 개설해주지 않는 농협, 신한은행, 기업은행을 대상으로 공정위 제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공정위 제소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도현수 대표는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15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업계에서는 도 대표가 금융당국 영향력과 판례를 모르지 않을 것이며, 상당히 치열하게 법률 공방을 벌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도현수 대표는 당장 제소부터 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도 대표는 “우선 은행에 공문을 보내 다시 가상계좌 개설 요건을 공식적으로 물을 것”이라며 “만일 은행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다 갖췄는데도 개설이 안 되거나 공문을 무시할 경우 공정위 제소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M=김태환 기자(kimthi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