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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M 르포] 제주 블록체인 특구 ‘신세계’가 될 수 있을까

중앙정부는 ICO 절대금지 ‘으름장’ 좌초 위기…“블록체인 교육부터 차근차근”

2019-03-15김태환 기자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3월7일 오후3시 제주 상공.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제주인만큼 공기마저도 깨끗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가 특별법을 활용해 블록체인 특구를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블록체인 업계 간 온도차로 인해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블록체인 업체가 가장 크게 기대하는 건 암호화폐공개(ICO) 전면 허용이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ICO를 원천봉쇄하고 있어, 제주도는 블록체인 특구 유치에 난처한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제주는 지역 일자리와 부동산 문제 같은 사회 현안 해결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블록체인 업체 유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주도에서는 자체적으로 특구 지원 펀드를 조성하고, 민간 분야에서 사단법인 협회가 출범하며, ICO 외에 다른 혜택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어수선한 제주…일자리‧집값 문제로 갈등 심화

“제주도지사를 우리가 두 번이나 밀어줬는데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오히려 힘들어졌어요.”

제주 애월읍에서 탑승한 택시에서 기사가 열변을 토했다. 택시기사는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관광객 셔틀버스 정책으로 손님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실제 수입도 줄었다고 주장했다. 기사는 너무 갑갑한 나머지 도지사실에 직접 전화해 하소연도 했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만난 지역주민은 아들 일자리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2년째 아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제가 나가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어요. 제 가게에서 일하니까 말이 알바지, 사실상 백수죠. 일자리가 없어도 너무 없어요. 차라리 육지에 있는 대학에 보낼 걸 그랬나 하며 후회하고 있어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제주도 취업률은 46.9%p로 전년 동기 대비 -28.4%p 하락했다. 특히 제주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지난 2017년 기준 제주지역 평균 월급은 264만9000원으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제주 월급 평균은 전국 평균(352만1000원)의 75.2% 수준이며, 87만2000원이 적었다. 임금이 가장 많은 울산(424만1000원)과는 159만2000원 격차가 나타났다. 비정규직 비율은 39.7%로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이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더불어 최근 집값 문제가 제주 지역을 강타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인 토지 매입이 이슈가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도 공시지가 변동률은 2015년부터 급등했다. 2009년에는 -1.13%를 기록했지만 2014년 2.98%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15년 19.35%, 2017년 18.66%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6.45% 올랐으며, 이는 전국 평균(6.02%)을 월등히 앞선 상승률이다.

아울러 ‘육지 사람’ 유입으로 인해 주택이 부족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효리네 민박’ 방송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효과를 냈다. 제주도민 기준에서는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를 살펴보면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2015년 말 기준 전국 272만원, 제주 227만원이었다. 하지만 2017년에는 전국 311만원, 제주는 358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한 제주도민은 “이효리 씨가 제주 서쪽(애월읍)에서 살다가 동쪽으로 이사가면서, 제주 서쪽 집값을 올리고 동쪽마저도 올린다고 소문이 자자하다”면서 “외지인들이 제주도 집값을 상승시키고 돈놀이를 하는데 정작 원주민들은 이익 보는 것 하나 없이 피해만 입는다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 터진 예맨 난민 문제는 이렇게 쌓인 제주 도민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는 효과를 냈다. 예멘 출신 난민 500여명이 제주도에 입국해 대한민국 정부에 난민 지위 인정을 요청하면서 격렬한 찬반 대립이 나타났다. 반대 측 주요 주장은 이슬람 지역 난민 유입으로 인한 범죄율 증가였다. 제주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난민까지 받아들이면 우린 어떡하나’라는 여론이 형성된 셈이다.

 

 

업체 “제주에 ICO 허용” vs 중앙정부 “안 된다”

이런 지역 갈등을 해결하려고 제주도는 일자리 대책으로 고부가가치 산업 유치, 즉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업을 부르는 전략을 채택했다. 블록체인 특구 조성 역시 이런 맥락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 중 하나다.

제주도는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블록체인과 전기차, 화장품 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규제자유특구는 지난해 10월 중소기업벤처부에서 공포한 지역특구법 기반으로 추진한다.

규제자유특구는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거나 모호한 경우, 일정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한다.

특히 규제자유특구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만 지정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규제 완화를 조건으로 블록체인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명분이 서는 효과가 있다.

제주도 미래전략본부는 실제 지난 2월 27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블록체인 업체와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며, 적극적인 유치에 돌입했다.

문제는 블록체인 기업과 중앙정부 간 온도차가 크다는데 있다.

기업들이 제주도에 기대하는 것은 ICO 허용이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법 적용을 받는다. 덕분에 중앙정부 권한을 이임 받아 독자적으로 정책을 펼칠 수 있다. ICO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제주가 중앙정부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금융위원회 단계에서 금지시킨 ICO를 독불장군식으로 밀고 나가기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월말 관계부처 차관회의 논의를 거쳐 ‘ICO 실태조사 결과와 향후 대응방향’에서 ICO 전면금지 조치를 당분간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측면에서는 서울이 모든 면에서 월등한데, 제주로 이전해야 할 정도의 동인이 나타나려면 결국 ICO 허용과 같은 큰 결정이 나타나야 한다”면서 “ICO가 아니면 제주도로 이전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제주도는 우회할 방법이 분명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ICO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확답은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영수 제주도 미래전략본부 블록체인담당 과장은 “제주는 ICO와 관련해 중앙정부와 얘기했고,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합리적으로 규제가 된 ICO 허용을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서 “현재 샌드박스 활용으로는 ICO가 안 되니 지자체 내부조례로 ICO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당장 확답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3월6일 제주시 칼호텔에서 열린 제주블록체인 스마트시티 구성협회 창립총회에서 김명만 신임회장이 협회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풀뿌리 민심 교육해 블록체인 명분 얻기 시도

지난 3월 6일 제주에서는 사단법인 블록체인협회인 ‘제주블록체인 스마트시티 구성협회’가 출범했다. 협회는 크게 교육사업과 제주도 자체 암호화폐 거래소, 글로벌 협력 등 세 가지 과제를 우선 추진한다고 밝혔다.

협회 창립총회에서는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제주 도민의 높은 관심이 반영됐다.

화환을 보낸 사람들은 전UN사무총장인 반기문처럼 거물도 있지만 지역 동창회나 동호회에서도 보냈다. 실제 창립총회 자리에는 제주도재항군인회, 제주일중 26회 동창회 일동, 제주4·3희생자유족회, 도남동마을회 등에서도 화환을 보내며 협회 창립을 축하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솔직히 블록체인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고 어렴풋하게 알고 있다”면서 “제주도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알고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만 제주블록체인 스마트시티 구성협회장은 “제주 블록체인 인프라는 상당히 뒤쳐진 상태다. 지자체에서는 열심히 블록체인을 부르짖고 있지만 도민은 체감을 못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전문 인력 양성 차원에서 열심히 블록체인 기술과 인력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협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교육 사업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정확히 알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협회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1:1맞춤형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고, 전문 자격증 개발, 검정시험 등을 만들어 교육의 틀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4월 중에는 블록체인 입문자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글로벌 진출을 염두해 두고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 크립토밸리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명만 협회장은 “제주도에는 제2공항과 더불어 비축토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특구 조성에서 잠재성이 높다”면서 “특히 제주는 중국과 일본인 입국시 비자가 필요 없어 블록체인 특구가 조성되면 싱가포르와 홍콩, 중국 지역에서 제주도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테크M=김태환 기자(kimthi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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