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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수소 이야기] ‘가벼움→폭발→전기’…수소 활용의 변천사

연료전지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의 심장 자리 노려

2019-02-01권순우 기자

[편집자주] MTN은 연중 기획으로 <수소시대를 여는 기업들>을 연재 보도한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발전과 수소전기차는 새로운 산업으로 태동하고 있다. 한국은 수소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 아직은 낯선 수소와 수소 산업에 대한 기본 개념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보는 수소 이야기>를 마련했다.


수소는 주기율표 가장 윗줄에 위치한 원자번호 1번입니다. 수소라는 이름의 한자는 물 수(水), 본디 소(素)로 물을 구성하는 물질이라는 의미입니다. 독일어로 바서슈토프(Wasserstoff), 영어로 하이드로젠(Hydrogen) 모두 물의 재료라는 뜻이지요.

수소는 우주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했고,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물질입니다. 하지만 수소는 인간에 의해 ‘발견’이 된 물질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홀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인류는 물의 근원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수소를 발견하게 됐고, 그 이름을 물의 재료라고 붙이게 된 겁니다.

수소를 처음 발견한 것은 15세기 말 유럽의 화학자들입니다. 하지만 그저 공기가 나온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 수소의 특성을 발견하고 이름을 붙인 것은 이로부터 200년이 흐른 뒤입니다.

 

라부아지에 수소 실험. 사진제공 LG사이언스랜드.

라부아지에 수소 실험/출처. LG사이언스랜드

수소에게 이름을 붙여 준 것은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의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입니다. 라부아지에는 1700년대 후반 여러 과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산소와 수소를 결합해 45그램의 물을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생명유지 공기라 불리던 물질에 산소, 가연성 공기라 불리던 물질에 수소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공직에 있었던 라부아지에는 프랑스 혁명이 휩쓸고 간 뒤 단두대에서 처형이 됐습니다. 라부아지에의 제자 엘테일은 프랑스 혁명의 후폭풍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세계적인 소재업체 듀폰을 창립했습니다.

 

- 수소의 가벼움을 이용해 만든 수소 비행선

수소가 인간에 의해 사용된 것은 ‘가벼움’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발명가 쟈크 샤를은 1783년 천에 고무를 발라 수소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가둔 수소 기구, 샤를리에를 만들었습니다. 샤를이 띄운 수소 기구가 처음 하늘에 올랐다가 내려오자 마을의 농민들은 악마가 내려왔다고 생각하고 칼과 곡괭이로 갈기 갈기 찢어 버렸습니다. 샤를은 이후 직접 수소 기구를 타고 3000미터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기압 때문에 귀에 통증을 느끼고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수소 기구 샤를리에를 찢는 사람들. 사진제공 위키피디아

수소의 가벼움을 활용해 비행선도 만들어졌습니다. 1930년대 독일의 항공사 제플린은 수소를 부력으로 하는 비행선을 만들어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노선을 만들었습니다. 수소 비행선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가는데 19시간 51분이 걸렸습니다. 그러다가 수소를 더 이상 비행선으로 활용하지 않게 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독일 제플린의 수소 비행선 ‘힌데부르크’는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해 미국 뉴저지주의 레이크 허스트 국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착륙을 시도하던 힌데부르크호에서 갑자기 불이 났고 이 사고로 승객 36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촬영돼 전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힌데부르크 참사 이후 수소는 위험한 물질로 인식이 됐고, 수소의 ‘가벼움’을 이용한 비행 수단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힌덴부르크호의 비극. 사진제공 위키피디아

 

- 수소의 폭발력을 이용해 만든 수소 엔진

이후 수소가 다시 사용된 것은 ‘폭발력’ 때문입니다. 1930년대 독일의 사업가 루돌프 에렌은 압축한 수소를 엔진에서 연소시키는 ‘에렌 엔진’을 발명했습니다. 에렌은 영국으로 넘어가 3천대가 넘는 디젤 차량의 엔진을 수소 엔진으로 개조했고 디젤 기차도 수소 엔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또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영국 정부를 위해 잠수함과 어뢰를 발명하기도 했습니다. 에렌이 만든 어뢰는 궤적을 남기지 않아 적에게 노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비결은 물입니다.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하고 남는 부산물은 물 밖에 없습니다. 그 물은 발생하자 마자 바닷물과 섞이기때문에 궤적을 남기지 않았던 거지요. 에렌은 2차 대전이 끝나고 독일로 돌아갔지만 나치 정부는 이미 에렌의 재산을 모두 몰수한 상태였습니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BMW는 그나마 가장 최근까지 수소를 엔진에서 폭발시키는 수소 엔진 방식의 자동차를 개발했습니다. 수소계의 발명왕 에렌이 남겨놓은 유산이 아닐까 합니다.

수소를 폭발시키는 방식은 지나치게 연료를 많이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BMW가 2007년 선보인 수소-가솔린 하이브리드 자동차 하이드로겐7은 수소 모드로 200km, 가솔린 모드로 500km 총 700km를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런데 수소 모드로 100km를 가려면 무려 50리터의 수소를 사용했습니다. 가솔린 자동차 13.9리터에 비해 훨씬 많고 거의 트럭이 사용하는 수준의 연료를 사용했습니다. 또 수소 밀도를 높이기 위해 액화를 시키려면 -253℃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은 기술입니다. BMW의 하이드로겐7을 마지막으로 수소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소는 한단계 진화하는 세대교체를 맞습니다.

 

-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

연료전지 안에서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은 1839년 영국 런던로열대학의 윌리엄 로버트 그로브 교수가 발명했습니다. 그로브 교수는 물에 전기를 넣으면(전기분해를 하면) 산소와 수소가 나오듯, 산소와 수소를 결합하면 전기가 나올 것이라고 추론했습니다. 이 추론을 바탕으로 최초의 연료전지, 그로브 전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로브 전지. 사진제공 위키피디아

 

현대적 의미의 연료전지의 시작은 프랜스시 베이컨으로 보고 있습니다. 케임브릿지 대학 교수였던 베이컨은 알칼리성 전해질과 니켈 전극을 가진 산화수소 전지를 1939년 처음 개발했습니다. 베이컨이 개발한 연료전지는 무게가 2톤 정도 나가는 지게차에 탑재돼 시운전도 했습니다. 다임러 벤츠는 자사 홈페이지에 수소 전기차의 역사를 소개하며 “그로브의 발명품이 부활하기 까지 120년이 걸렸다”며 “겉보기에는 너무 무겁고 비싸고 아무 쓸모 없는 것이었지만 다임러 벤츠의 연료전지 기술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수소 에너지는 연료전지를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수소의 가벼움, 폭발력을 이용하는 방식은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언급한 수소 에너지 역시 연료전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에 기반한 계획입니다.

수소는 발견 된 지 200년 가까이 되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익숙한 에너지는 아닙니다. 사람들은 수소하면 ‘수소폭탄’을 연상하고, 수소차라고 하면 수소를 엔진에서 폭발시키는 ‘수소엔진 자동차’를 연상합니다. 수소폭탄은 1억도 이상 초고온, 초고압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전혀 다른 기술이고, 수소 엔진 방식은 BMW가이후 명맥이 끊겼습니다.

 

- 지구를 살리는 둘뿐인 대안 배터리 전기차(BEV)와 수소전기차(FCEV)

수소차는 전기차입니다. 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이 멀리 있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가져다가 배터리에 충전을 해서 동력으로 활용하는 전기차를 배터리 전기차(BEV:Battery Electric Vehicle)라고 합니다. 이와는 달리 전기를 자동차 안에 있는 발전기(연료전지)에서 만들어서 동력으로 활용하는 전기차를 수소전기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라고 합니다.

 

수소전기차 구동원리.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두 가지뿐인 대안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은 배터리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합니다.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과연 내연기관을 밀어내고 자동차의 심장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누가 더 많은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 전 세계가 친환경 자동차 전쟁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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