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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M 기획] “어지럽고 울렁거려요”…배린이 발목 잡는 ‘FPS멀미’

1인칭 시점으로 플레이할 때 심해질 수 있어…VR게임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

2019-01-31곽예하 기자

퇴근 후 매일 배그(배틀그라운드)를 하고 있다는 친구 말에 문득 얼마나 재미있으면 매일 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친구와 날을 잡고, 퇴근 후 회사 근처 PC방에서 배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초등학교 때 슈퍼마리오 정도 해 본 것 말고는 게임 경험이 전무한 터라, 헤드셋을 끼고 각자 게임에 빠져있는 PC방 풍경이 신기했다. 친구 말에 따라 자리를 잡고 결제한 다음, 게임 중 헤드셋으로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요즘 핫 메뉴인 소떡소떡도 주문했다. 모든 준비를 갖추고, 드디어 배그 아이디를 만들었다.

캐릭터까지 만들고 진정한 ‘배린이(배틀그라운드+어린이)’가 됐다. 간단하게 조작 방법을 익힌 뒤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3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아까 먹은 소떡소떡이 얹힌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어지럽고 두통도 느껴졌다. 결국 차가운 공기를 쐬러 PC방을 나와야 했다. 배그에 첫발을 디딘지 1시간 만에 포기를 선택했다.

알고 보니 이는 다른 배린이들도 흔히 겪는 증상이었다. ‘3D멀미’ 또는 ‘FPS멀미’라고도 부르는 이 증상은 3D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에게 쉽게 나타난다.

배틀그라운드는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등과 더불어 현재 가장 인기 있는 FPS 게임 중 하나다.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이란 1인칭 슈팅 게임을 말한다. 즉 캐릭터를 1인칭 시점에서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고, 총기류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다.

배그를 해보기 전 친구에게 “그래봤자 게임이지”라고 말했으나 곧 이 말을 후회했다. 실제 배그를 해보니 마치 실제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실감나는 스케일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그에 실제감을 더하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시점’이다. FPS게임인 배그에는 TPP와 FPP라는 두가지 플레이 모드가 존재한다. 쉽게 말하면 TPP는 3인칭 시점이고, FPP는 1인칭 시점이다. 1인칭 시점에서 사용자는 캐릭터를 볼 수 없고, 직접 캐릭터로서 앞을 바라본다.

 

배틀그라운드의 FPP(1인칭 시점) 모드는 시야각 차이로 더 큰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출처:유튜브)

사용자는 두가지 모드를 전환해가며 게임을 할 수 있는데, 확실히 FPP모드에서 현실감과 스릴이 증폭된다. 문제는 어지럼증도 그만큼 커진다는 사실이다. FPP모드로 게임을 하면 3인칭 시점일 때보다 화면 속 시야각, 즉 눈으로 볼 수 있는 각도가 좁아진다. 이때 현실에서 내 시야각과 게임 화면 속 시야각이 맞지 않아 사용자가 멀미 증상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어지럼증이 계속된다면 배그를 시작하기 전 설정에서 시야각을 의미하는 FOV(Field of View) 값을 조절하는 것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FOV값이 커지면 시야각이 넓어져 양옆으로 더 넓게 보이고, 반대로 값을 낮추면 시야 범위가 줄어든다. 만약 1인칭 시점으로 시야각이 좁아져 어지럽다면 FOV 값을 높이면 된다.

화면과 몸의 ‘인지부조화’도 멀미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게임 화면에서는 캐릭터가 빨리 뛰며 움직임을 보이면, 시각과 신체 반응이 달라 뇌에 혼란이 오는 식이다.

이는 배그같은 PC게임 뿐 아니라 가상현실(VR)게임에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FPS 게임은 VR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장르다. 하지만 1인칭으로 진행되는 VR게임 특성상 많은 사용자들이 ‘VR멀미’를 호소하고 있다.

 

VR게임에서도 울렁거림과 어지럼증 등 '멀미현상'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VR멀미 원인도 앞서 언급한 시야각과 인지부조화가 포함된다. 또 VR에서는 디스플레이 화소 수도 중요하다. 화면에서 화소 수가 낮거나, 점멸 속도가 느리면 잔상이 길게 남게 되는데, 이때 사용자가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권도균 에이펀인터렉티브 대표는 VR멀미는 VR기기 문제라기보다 콘텐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VR 게임 중에서도 움직임이 크지 않은 콘텐츠는 멀미가 나지 않는다. 주로 이동이 빠르거나 부자연스러운 콘텐츠에서 멀미가 생긴다”며 “애초에 멀미가 나지 않도록 콘텐츠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개인마다 멀미를 느끼는 감도가 서로 다르다”며 “PC나 VR게임을 더 많이 한 사람이라고 해서 멀미를 덜 느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에는 ‘붙이는 멀미약을 사용해라’, ‘모니터에서 최대한 멀리 앉아라’ 같이 FPS멀미에 대처하는 각종 방법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하는 기술이 개발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하루빨리 해결 기술이 나와 멀미로 괴로워하는 배그 초보들이 ‘배린이’를 탈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테크M=곽예하 기자(yeha179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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