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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테크놀로지리뷰] AI가 의사를 대체할 순 없어도 더 나은 의사를 만들 수 있어

기계는 환경 데이터와 유전 데이터, 환자 기록을 나보다 훨씬 더 잘 모아서 분석할 수 있다.

2018-12-21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최근에 저자는 우연하게 의사를 방문한 7살 어린이가 그린 그림을 발견했다. 어린이는 진료 테이블에 있고, 의사는 다른 쪽을 보고 있다.

[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몇 년 전 실리콘밸리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가 “의사와 알고리즘 중 우리에게 필요한 건?”이라는 제목으로 자극적인 기사를 썼다. 코슬라는 의사들이 인공지능(AI)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은 환자와 농담을 주고받고, 증상을 수집하고, 단서를 찾으려고 몸을 탐색하며, 처방전을 주고 환자를 보낸다. 이는 때때로 정확한 치료로 이어진다. 하지만 코슬라는 의사들이 현재
이용 가능한 전체 정보 중에서 일부에만 의존해 행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알고리즘이 의사보다 더 낫게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는 샌프란시스코 소아청소년 의사다. 몇 년 전부터 코슬라 같은 기업가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파일럿 기술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가지고 지역 의사들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코슬라가 ‘자기 분야만 잘 아는’ 이들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들은 헬스케어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맞다. AI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수집해서 제공할 수 있어, 의사들이 다른 요인으로 부정확하게 판단하는 걸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방사선 전문의나 병리학자처럼 진단에 초점을 두고 일하는 전문가들은 AI 등장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 10년 전에 연구원들은 AI가 유방암을 발견하는 데 방사선 전문의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1차 진료에서 1500명에서 2000명까지 환자를 관리하는 나 같은 내과의사들에게 AI는 오히려 기회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려고 의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요즘은 종종 스스로를 과도한 보수를 받는 회계사처럼 느끼곤 한다. 책에서 수집한 정보를 환자에게 뱉어내고, 약을 처방하고, 복용량을 조절하고, 검사를 명령한다. AI 테스트룸은 이런 내게 의학의 미학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AI는 내가 환자 상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같은 질병이 여러 환자에게 어떻게 다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또 더 정확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한다.

AI가 유년기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만성 질환인 천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현재 미국에서는 600만명 아이들이 천식으로 고통 받고 있다. 2013년 천식 아이들이 학교를 결석한 일수를 모아보면 무려 1400만일이나 된다. 이들이 낸 약값과 의사나 응급실 방문 비용, 입원비를 합하면 연간 600억달러(약 67조5000억원)에 달한다.

나는 이전부터 전해오는 경험에 기반해서 만든 규칙으로 천식을 진단한다. 만약 당신이 3번 이상 숨쉬기 힘들었던 경험이 있고, 천식에 도움되는 약을 처방받은 적이 있다면 천식에 걸렸다고 말할 수 있다. 일단 진단을 내리고 나면 아이 부모에게 그동안 얼마나 자주 약을 투여했었는지 떠올리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묻는다. “무엇이 아이에게 천식을 유발했던 것 같나요?” 또는 아이가 집에서 흡연자에게 노출됐는지 묻는다. 그런 다음 환자기록에서 그들이 응급실을 방문한 횟수와 약을 처방 받은 횟수를 확인한다.

그러나 부모와 환자가 매우 정확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정확한 전자 기록이 남아있다고 해도 이것은 단지 과거 기록일 뿐이다. 예방이나 예측 가능한 전략이 아니다. 우리에게 데이터가 부족한 게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채 널려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데이터가 내과의사 사물함 속에서 엉켜 있다. 이 데이터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집된다. 연구실에서 받은 연구결과나 바이탈 사인 같이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는 반면,
환자가 보낸 걱정스런 문자나 이메일 같이 주관적인 데이터도 있다. 모든 데이터가 조각난 채로 있어 의사들은 조각난 데이터를 이해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많은 기술회사나 스타트업에서 각종 ‘소비자 직접 연결 장치’로 수집한 데이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이나 시계, 혈압 측정기, 혈당 측정기가 있다. 이렇게 빠르게 들어오는 데이터 흐름을 따라가려고 의사들은 부단히 노력해왔고, 덕분에 빠르게 지쳐가고 있다. AI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진단 쪽부터 살펴보자. 천식은 임상 증세를 발견하는 게 쉽다. 하지만 질병을 분 자나 세포수준에서 살펴보면 훨씬 더 복잡하다. 환경 요인 외에도 유전자와 단백질, 효소 같이 천식을 유발하는 내적 요인이 매우 다양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천식을 암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한다. 종양 위치나 세포 특성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 암과 비슷한 성격으로 보는 것이다.

런던 임페리얼대 국립심폐연구소에 근무하는 이안 아독은 천식과 환경의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다. 아독과 팀원들은 천식환자로부터 혈액과 소변, 폐 조직에서 생물학적 샘플을 채취한다. 그런 다음 유전적 표지나 분자 표지를 찾아내 천식 아류형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들이 세운 가설에 따르면 이 방식이 환자 각각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찾아줄 수 있다.

AI는 또 갑작스럽게 나빠진 천식 증상을 관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천식 환자 대부분은 공기 오염도가 높아질수록 증상도 심해진다. 실제 지난여름 큰 화재가 북부 캘리포니아를 휩쓸었을 때 이런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때 AI는 우리가 환경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2015년 연구원들은 천식과 관련해 환자들이 달라스-포트 워스 병원 응급실 방문 횟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환자들의 이전 기록과 EPA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 구글이나 트위터에서 “숨쉬기 힘든”, “천식” 같은 키워드로 검색한 기록도 모았다. 구글과 트위터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사용자 위치 데이터와 연결돼 있었다. 만약 이런 데이터가 내게 있다면 “알렉사, 오늘 어떤 천식 환자를 걱정해야 하는지 말해줘”라고 말할 수 있다. 피해 가족에게도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약 내가 아독처럼 유전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면 환자가 숨쉬기 힘든 증상을 세 번이나 경험하기전에 천식으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미리 환자 혈액을 채취해 아독의 분자 표지와 비교해보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을 절약해주는 지능은 내가 환자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 한 연구에서 천식에 걸린 아이들이 실제로는 흡입한 약품 중 절반 정도만 흡수한다고 밝혔다. AI는 의사가 아이들과 개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고, 이로써 모두에게 더 나은 결과를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질문이 우리 앞에 남아있다. 과연 환자들은 자기 개인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할 의향이 있을까? 만약 AI가 제시하는 치료 방식과 환자 본인이나 의사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면 보험회사가 인정할까? 만약 알고리즘이 무언가를 놓쳐 판단을 잘못 내렸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의사인가 아니면 AI 기계를 만든 사람인가?

얼마 전 미국의학협회에서 발행한 논문에서 한 어린이가 색연필로 그린 다채로운 그림을 보았다. 그림 속 소아과 의사는 컴퓨터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고, 아이는 진료 테이블에 홀로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AI가 의사들로 하여금 다시 그 어린 소녀에게 시선을 둘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기사는 테크M 제68호(2018년 12월)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