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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3] 양자컴퓨터 개발, 춘추전국시대

미국 IBM·구글 선도, 중국 알리바바 뒤따라

2018-11-19곽예하 기자

IBM은 내년 1분기 안에 50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상용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82년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처음으로 양자컴퓨터 개념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후 피터 쇼어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과 교수가 큰 수 소인수 분해와 이산 로그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을 발표하면서 양자컴퓨팅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때를 시작으로 미국은 양자컴퓨팅 연구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IBM과 구글, MS 같은 미국 대형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뛰어들면서 다른 나라와 격차가 더 커졌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격차를 줄이려고 적극 나서고 있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양자컴퓨터를 중점 과학 연구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고, 2030년까지 500에서 1000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양자컴퓨터 선두주자 IBM

파인만이 최초로 양자컴퓨터를 언급했던 것은 1981년, IBM과 MIT가 함께 개최한 컴퓨터 물리학 컨퍼런스에서였다. 당시 그는 양자 물리학을 기초로 한 양자컴퓨터가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듬해인 1982년 양자컴퓨터 개념을 정립하면서 IBM은 본격적으로 양자컴퓨터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7년에 첫 양자컴퓨터를 2큐비트 수준으로 개발하고, 2001년 7큐비트 양자컴퓨터로 15를 소인수 분해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IBM은 양자컴퓨터 경주에서 항상 선두를 유지했다.

양자컴퓨터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시간을 ‘상관시간(coherence time)’이라고 한다. 양자는 어느 정도 작동하다가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는 특성이 있는데, 이때 불안정함을 줄이고 안정된 상태인 상관시간을 늘리는 것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매우 중요하다. IBM은 2012년 이러한 상관시간을 나노초(10억분의 1초)에서 밀리초(1000분의 1초) 단위로 늘리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엄경순 한국IBM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세 가지 핵심이 있다”며 “상관시간을 늘리는 것이 하나다”고 말했다. 나머지 두 개는 큐비트 수를 늘리는 것과 에러율을 줄이는 것이다.

이어 그는 ‘IBM 퀀텀 익스피리언스(Q Experience)’를 언급했다. 2016년 IBM은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초 양자컴퓨팅 서비스 제품인 IBM 퀀텀 익스피리언스를 공개했다. 5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한 것이다. 현재 IBM 퀀텀 익스피리언스는 5큐비트와 16큐비트 두 가지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IBM에 따르면 현재 세계 주요 대학과 고교, 사설연구기관이 IBM 퀀텀 익스피리언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 8월 집계된 일반 사용자만 9만 2000명을 넘었다.

올해 3월 IBM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BM 싱크 2018’에서 “JP모건체이스와 다임러, 혼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실제 IBM이 만든 20큐비트 양자컴퓨터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IBM은 “양자컴퓨터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이런 목적으로 이미 ‘IBM Q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BM Q 네트워크는 IBM과 양자컴퓨터 연구를 위해 협력하는 글로벌 커뮤니티로, 국내 기업 중에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속해 있다. IBM은 삼성전자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양자컴퓨터 활용 방법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IBM은 50큐비트 양자칩을 테스트 중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4월 MIT테크놀로지리뷰는 “50큐빗 양자컴퓨터는 일반 컴퓨터에서는 실행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는 IBM이 이론적으로 기존 컴퓨터가 못 푸는 문제를 푸는 양자컴퓨터 단계, 즉 ‘양자우월성’ 실현에 이르렀다는 뜻”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엄경순 CTO는 “IBM과 MIT가 협력해 세계에 포진한 IBM 직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양자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IBM 직원들이 양자컴퓨터 관련 최신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IBM이 내년 1분기 안에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년쯤이면 10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엄경순 CTO는 “50큐비트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더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각국에 글로벌 ‘허브’를 세워 IBM 양자컴퓨터가 활용될 수 있는 범위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구글, 그리고 ‘브리슬콘’

구글은 양자컴퓨터에서 IBM 경쟁상대다. IBM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적극적인 투자로 선두권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3월 구글은 IBM 50큐비트를 넘어서는 72큐비트 양자칩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방식은 크게 아날로그방식과 디지털방식으로 분류된다. 2011년 캐나다 양자컴퓨터 기업 ‘디웨이브 시스템(D-Wave systems)’이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성공한 것이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했던 대표적인 예다.

반면 IBM은 디지털방식을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양자컴퓨터는 보통 디지털방식을 말한다. 아날로그방식과 비교했을 때 활용도가 훨씬 다양해 업계에서는 ‘범용 양자 컴퓨터’라고도 부른다. 구글 양자컴퓨터 개발 방식은 아날로그 방식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디지털 기술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캐나다 양자컴퓨터 업체 디웨이브시스템즈는 아날로그방식인 양자 어닐링 방식을 통해 양자컴퓨터를 구현한다. ⓒ디웨이브

구글은 양자컴퓨터 연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디웨이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2006년 구글은 디웨이브 하드웨어를 구입해 양자컴퓨터 개발을 처음 시작했다. 이후 2013년 디웨이브가 개발한 양자컴퓨터 ‘디웨이브2’를 연구 목적으로 구입했다. 나아가 2014년 구글은 양자컴퓨터를 기계학습이나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하려고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양자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하고, 디웨이브의 새 양자컴퓨터 ‘디웨이브2X’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글과 NASA가 구입한 디웨이브 양자컴퓨터는 논란에 쌓여 있다. 디웨이브 양자컴퓨터가 과연 양자컴퓨터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느냐다. 앞서 언급했듯 디웨이브는 아날로그 방식에 해당되는 ‘양자 어닐링 방식’을 사용해 양자컴퓨터를 구현한다. 디지털 방식인 ‘양자 게이트 방식’으로 개발한 IBM 양자컴퓨터와 달리 디웨이브는 최적화 문제계산 같은 특수 분야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순칠 KAIST 교수는 “디웨이브는 디지털 방식 양자컴퓨터는 아니지만 ‘터널링’이라는 양자현상을 이용한 컴퓨터임에는 틀림없다”며 “문제는 디웨이브가 일반 컴퓨터보다 빨리 계산하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있다”고 말했다. 2014년 마티어스 트로이어 스위스 취리히공과대 교수는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디웨이브2 연산 능력이 기존 컴퓨터와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올해 구글은 72큐비트 양자칩 브리슬콘을 선보였다. ⓒ구글

한편 구글이 올해 발표한 72큐비트 양자칩 ‘브리슬콘(Bristle-cone)’은 양자 게이트 방식을 이용했다. 구글은 검증 결과 브리슬콘이 약 1% 에러율을 실현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존 마티니스 구글 연구팀 박사는 “올해 안에 구글에서 ‘양자 우위’를 실현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양자 우위는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 성능을 뛰어넘는 것을 말한다.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중국 양자컴퓨터

그러나 지난 5월 미국 미디어 와이어드는 구글이 밝힌 ‘양자 우위’ 발언을 반박하는 기사를 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연구결과에 근거했을 때, 구글이 양자우위를 실현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와이어드는 알리바바 양자실험실에서 구글 양자칩 운영 패턴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 연구원들은 약 1만개 서버를 이용해 모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고, 81큐비트 수준으로 양자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야윤 시 알리바바 양자실험실 이사는 “우리 실험 결과는 구글 발언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세르지오 보익소 구글 연구원은 와이어드에 “알리바바 연구는 인상 깊으나 모의실험이 섬세하지 않았고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 연구 결과가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으나, 중국이 양자컴퓨터 연구에서 미국을 따라잡으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중국 양자컴퓨터 연구는 현재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형국이다.

2015년 알리바바는 중국과학원(CAS)과 함께 상하이에 ‘CAS 알리바바 양자컴퓨팅 연구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양자컴퓨터 연구에 뛰어들었다. 올해 2월 알리바바는 CAS와 공동으로 클라우드에서 11큐비트 양자컴퓨팅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사용자들은 이 서비스에 접속해 양자 알고리즘을 실행하고, 양자컴퓨팅 관련 테스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한편 올해 3월 중국 최대 검색엔진기업 바이두도 양자연구소를 설립하고, 5년 내에 세계 최고 연구센터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연구기관과 대학중심인 국내 양자컴퓨터 시장

뒤늦게 양자컴퓨터 시장에 합류한 중국이 빠른 시간 안에 성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5년간 양자컴퓨터 연구에 1000억위안(약 17조원)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IBM과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의 노력으로 양자컴퓨터 경주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8’에서 49큐비트 양자칩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개발자가 양자컴퓨팅을 응용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퀀텀 개발 키트’ 프리뷰 버전을 무료로 배포했다.

미국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스타트업 활동도 활발하다. 2013년 설립된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리제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은 양자 알고리즘 개발 인프라인 ‘포레스트(Forest)’를 클라우드로 공개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대표 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나 KAIST 같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술력은 외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병수 ETRI 박사는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려면 많은 분야 전문가들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전문가들이 자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연다면 국내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IBM과 구글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이를 뒤쫓는 중국 기업들의 행보도 만만치 않다. 한국기업들도 양자컴퓨터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아 선두 경쟁에 합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테크M 제67호(2018년 11월)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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