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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미국과 동남아, 한국을 관통하는 운·배송 스타트업

성공 비결은 자국 문화 특성을 활용한 현지화 전략

2018-10-14신다혜 기자

미국에서는 유턴을 할 수 없는 곳에서만 유턴 금지 표지판을 세워둔다. 그래서 운전자들은 별다른 표시가 없는 도로에서 유턴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유턴을 할 수 있는 곳에서만 유턴 표지판을 세워둔다. 미국 네거티브 규제(금지된 것 외에 모든 행위 가능)와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허용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행위 금지)를 비유할 때 종종 드는 사례다.

미국에서 매년 신기술로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이처럼 금지된 사항을 잘 피한 서비스나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우버는 기업가치 680억달러(약 76조1600억원)에 달하는 세계 1위 스타트업이다. 우버는 기술력과 자동차, 그리고 운전자 노동력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었다.

우버의 시작을 이끈 인물은 트래비스 칼라닉이다. 그는 친구 가텟 캠프와 2008년 프랑스 파리에서 정보기술 컨퍼런스에 참석하려고 택시를 타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이때 그는 택시 문제가 유럽에서만 일어난다고 보지 않고, 편하고 쉽게 택시를 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9년 두 사람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승차할 수 있는 럭셔리 카서비스를 시작한 뒤 2010년 6월 공식 출범시켰다. 차량공유서비스가 시장에 등장한 사건이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택시를 이용하려 낭비하는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


빅데이터로 최적 차량 안내하는 우버
우버는 택시와 달리 빅데이터를 활용해 훨씬 간편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목적지를 설정하면 현재 서 있는 위치나 직접 지정한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차가 근처에 몇 대나 있는지, 픽업 시간까지 알려준다. 근처에 우버 차량이 어디에 있고 다른 고객을 어디로 태우고 가는 지도 실시간 데이터로 추적하기 때문에
가능한 서비스다. 운전자와 사용자의 양측 스마트폰 위치데이터로 계산을 실시간으로 해 방향까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우버를 처음 시작한 샌프란시스코는 택시서비스가 열악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우버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기존 택시 시스템에 가지고 있는 불만과 문제점을 해결한 사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우버는 사용자 호평과 함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다른 도시와 국가로 빠르게 확장해 갔다. 2018년 1월 기준 82개 나라 633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다.

우버는 차량공유서비스에서 확보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토대로 이를 확장해 배송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레스토랑 음식을 집에서 편하게 즐기고 싶어하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우버이츠’ 서비스를 2014년 8월에 출시했다. 유명레스토랑과 제휴한 음식배달 서비스다. 2017년 말 200개 도시까지 확장해 10
만개가 넘는 식당을 파트너로 두고 있는 우버이츠는 지난해 8월에 한국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2분기 우버 전체 예약액은 87억달러(약 9조8000억원)로 이 중 10%를 우버이츠가 차지, 최대 8억7000만달러(약 9744억원)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측된다. 우버이츠는 기존에 10년 이상 배달 시장을 키워온 그럽허브(GrubHub)까지 제쳤다.

우버는 기술발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차량 공유 서비스에 이어 자율주행자동차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미래 무인 택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2015년 카네기멜론대 로봇 공학 연구진을 고용해 미국 피츠버그에 자율주행연구소(Advanced Technology Group, ATG)를 설립했으며, 이후 샌프란시스코와 캐나다 토론토에 추가로 연구소를 개설하고 40여명이던 개발 인력을 현재 1500명까지 확충
했다.

2016년부터 자율주행운행 테스트를 시작해 지난해 말까지 322만km를 달렸다. 처음 161만km까지 2.5년이 걸린 반면 두 번째 161만km는 100일만에 완료할 정도로 빠르게 기술을 향상시키고 있다. 우버는 개인용 자율주행차 뿐 아니라 화물 운송용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려고 지난해 자율주행트럭 개발업체 오토(Otto) 를 인수했다.지난 CES 2018에서는 젠슨 황 CEO가 “수송의 미래는 앞으로 모빌리티 서비스에 달려 있다”며 편리하고 저렴한 서비스가 도시와 삶을 혁신적으로 변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세계로 확장해가고 있는 우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지역이 있다. 바로 동남아시아다. 그랩은 우버를 제치고 인도네시아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이용률 1위를 달렸다. 지난해 10월엔 누적 승차횟수 10억 건을 돌파했다.결국 경쟁에서 진 우버는 지난 3월 동남아시아 사업권을 싱가포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그랩(Grab)’에 넘겼다. 대신 우버는 그랩 지분 27.5%를 갖고, 우버 CEO가 그랩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랩은 현재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8개국 225개 도시에서 승용차와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에서 우버를 제치고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시장을 장악했다.

운송 스타트업 새로운 강자 ‘그랩’
그랩 창업자인 앤서니 탄 CEO는 2012년, 서비스 계획 당시 운전사들이 신기술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자 직접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또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와 협의해 택시 운전사들이 스마트폰 구매 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게 했다. 이후 탄 CEO는 2013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태국·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로 본격 진출했다.

그랩이 우버를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성공요인은 현금결제 서비스다. 우버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카드결제를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10건 중 9건을 현금으로 결제할 만큼 카드사용률이 낮았다. 그랩은 이런 인도네시아 특성을 고려해 전격으로 현금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덕분에 인도네시아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그랩의 성공에는 현지 특성과 문화를 적극 공략하는 현지화 전략이 주요했다. 그랩은 지난 3월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700만명이 넘는 드라이버와 거래 업체를 확보했으며, 1억대가 넘는 모바일 기기가 그랩 앱을 다운로드 했다.

한편 이렇게 성장하는 그랩에게도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바로 오토바이를 기반으로 승차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젝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길거리에 있는 오토바이를 잡아타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식으로 대중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여러 가지문제가 있다. 비용이 일정하지 않아 매번 다툼이 발생하고, 원하는 장소에 기사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사고가 나면 보험처리도 할 수 없다. 처음 보는 오토바이 기사에게 자신의 안전을 맡겨야 한다는 불안감도 컸다.

이에 고젝은 기사들에게 유니폼과 위치추적 서비스를 제공해 안전 우려를 불식시켰다. 고젝은 본사가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싱가포르와 태국, 베트남, 필리핀으로 확장을 선언하고 해당지역에 5억달러(약 56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발표한 구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발표한 공동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스타트업 투자금은 2015년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에서 2016~2017년 3분기까지 120억달러 (약13조4400억원)로 급증할 정도로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그랩은 20억달러(약 2조2400억원)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한편 동남아시아에서는 종교와 문화 특성을 감안한 배송서비스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업체 ‘토코피디 아’는 2009년, 희생제(IdulAdha)를 지내고 난 뒤 죽은 양을 사원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희생제는 하지 성지 순례를 끝내고 찾아오는 축제일이다. 이슬람력으로 매년 마지막달 10일째에 있으
며 이슬람교에서 두 번째로 거룩한 날로 여겨진다. 희생제 약 2주 전부터 양이나 염소를 도살해 일부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눠 준다. 부자들이 지저분한 양 우리를 직접 찾아가는 것을 꺼려한다는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서비스를 시작한 토코피디아는 2009년 설립 후 6년만에 거래액이 1조원을 넘을 정도로 고속성장했다. 2014년에는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투자기업들로부터 1억달러(약 1120억원)을 투자받았다.

마켓컬리와 우버이츠는 국내에서 식품, 음식배달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식품 배송 스타트업 성장세
한국에서도 식품 배송 스타트업이 고속성장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시작으로 배달통, 요기요 같은 기존 음식점 배달 서비스를 시작으로 마켓컬리와 더반찬, 수제맥주 같은 제품군으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도 음식 배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3월 카카오는 치킨과 피자 같은 일부 프랜차이즈 14곳을 대상으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어 올해 6월에는 중국집과 분식 등 더 다양한 요식업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배달 서비스가 급성장한 배경에도 문화적인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한국에는 1인 가구와 맞벌이가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식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정기적으로 직접 장을 봐서 요리하기 어려운 맞벌이가구나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는 1인 가구에서 신선식품과 즉석식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는 어쩔 수 없이 밤늦게라도 장을 보거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해결했다면 이제는 배달 서비스 덕분에 신선식품과 즉석식품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2015년 5월 식재료 전문 온라인 서비스를 출시한지 3년 만에 월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마켓컬리는 오후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해주는 ‘샛별배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켓컬리는 자체 기준을 통과한 70여 가지 식재료만 엄선해 판매하며 식품 안전에 신경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차량공유서비스로 한국 시장 진출에 실패한 우버는 음식 배달 서비스 우버이츠(Uber Eats)로 2차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29일 한국을 방문한 바니 하포드 우버 최고운영책임자 (COO)는 “한국에서 우리 사업 방식이 잘못됐다”며 “한국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우버이츠가 국내 배달 스타트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배달기사가 아닌 이도 배달을 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운송자격증 없는 일반인도 서비스 주체가 되며, 공급자와 수요자 간 일대일 방식으로 거래를 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라지 베리 우버이츠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지난 6월 한국과 파트너십을 위해 방문해 “한국은 이미 기존 음식 배달 관련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O2O) 앱이 많지만 우버이츠는 식당 파트너, 배달 파트너, 사용자 중 어디 하나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사는 테크M 제66호(2018년 10월)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