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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기술 수준 높아진 케냐, 정치 발전 없는 이유는?

인터넷이 생기기 훨씬 전에 혐오 발언은 다른 종류의 울림방에서 번성했다.

2018-10-19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음와이 키바키는 2007년 분열을 일으키는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당시 몇몇 지역에서 벌어지던 거리 시위는 민족 간 폭력으로 확대됐고, 2008년 4월 기준 총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10년 뒤에 있었던 또 다른 선거에서도 부정 혐의와 폭력이 난무했다. 2008년과 비교했을 때 사상자 수치는 낮았지만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야당 거점에 있는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2007년 선거 때부터 꾸준히 발생한 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기된 게 ‘기술’이었다. 따라서 케냐에서 기술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2008년 케냐에 설립된 독립검토위원회는 기술이 정치세력 간 갈등을 해결하고 선거와 관련된 조직의 자치권을 보호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 권고에 따라 현재 투표자 등록, 투표자 신원 확인, 그리고 투표자 집계 과정을 모두 전산화했다. 이런 노력으로 2017년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완벽한 디지털 선거를 실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기술이 정치에서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예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특정 집단에게는 열려있으나 다른 사람들을 차단하면서 사회적 분열이 더 깊어지고 혐오 발언이 만연했다. 기술이 정치에 도움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는 이러한 논리는 인터넷 이전 기술에도 적용된다.

25년 전 케냐에는 국가에서 소유하는 라디오방송국과 TV방송국이 존재했다. 반면 2017년에는 조사 결과 케냐에 60개 TV방송국과 178개 라디오방송국이 있다. 케냐는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44개 부족들은 대부분의 외부인이 알아들을 수조차 없는 언어를 사용한다. 1990년 케냐 정부는 민주화 과정의 일부로 각 지역의 언어를 사용하는 라디오방송국 설립을 장려했다. 그들이 각 지역의 문화를 보존하는데 기여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을 국민 담화에 참여하도록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
그러나 각 지역의 언어를 사용하는 라디오방송국은 자칫 혐오 발언을 위한 채널로 변모할 수 있다. 그들은 정부 관리나 정밀 조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 폐쇄적인 소통 통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역 방송국에 내재된 위험요소들이 세상에 드러났을 땐 이미 더 구체화된 상태였다. 정부 규제기관들도 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케냐는 방송에서 혐오 발언 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많은 기관들도 표면상으로는 혐오 발언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7월 케냐 국가통합화합위원회는 키쿠유족 언어를 사용하는 라디오방송국 ‘카미미FM’이 선거와 관련된 혐오 발언을 내보낸 정황이 드러났다고 경고했다.

이런 발견에도 불구하고 방송국은 대중적인 비난을 받지 않았다. 다른 나라들처럼 지난 10년간 케냐 기술이 급진적으로 발전했다. 10명 중 9명은 휴대폰을 갖고 있고,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인터넷을 사용한다. 이는 개발도상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약 4800만명에 달하는 케냐 인구 중 적어도 700만명 정도가 페이스북 계정을 갖고 있고, 1000만명 정도가 왓츠앱을 사용하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수는 100만명 정도로 다른 앱에 비해 뒤쳐지고 있지만, TV와 종이를 대신해 정치적인 평론을 나눌 수 있는 최고의 공간으로 꼽히고 있다.

엠페사는 모바일 송금 서비스 플랫폼으로 2007년 선거 당시에는 만들어진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엠페사에서 국가 GPD 3분의 1과 맞먹는 거래가 발생하고 있고, 케냐는 세계에서 모바일 송금 서비스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더 나은 조종 방법
기술 발전은 케냐 사람들이 정치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법을 바꿔 놓았고, 더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지역 방송국에서 혐오 발언이 계속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사라지지 않았다. 케냐에서 일어나고 있는 몇몇 관행들을 본 서양 분석가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정체성 정치’를 이용하거나, 선거에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돈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러한 관행은 케냐 국민들에게는 익숙한 일이다(미국과 영국에서 페이스북 데이터를 사용해 투표자들을 조종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캠브리지 분석가가 2012년부터 케냐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권력자들은 기술을 이용해 더 효과적으로 유권자들을 조종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과 다른 민족을 ‘타인’으로 표현하는 비인간적 면모를 보였고,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해 폭력을 조장하기도 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보가 검증되거나 수정되지 않고 빠르게 전달되고 있다. 이에 대중들에게 비상상태를 빠르게 알리는 방법으로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 특히 소셜미디어는 부정적이고 혐오스런 의견을 퍼트리는데 효과적이다. 게다가 소셜미디어 정보는 상대적으로 배타적 네트워크에서 맴도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을 만날 확률이 매우 적다.

 

의도적인 계층화
제이넵 투피키 같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플랫폼은 혐오 발언을 부추기는 구조적 특징을 내제하고 있다. 광고주에게 이 플랫폼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플랫폼을 통해 아주 작은 광고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광고는 인터넷 등장과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인터넷 보급 이전에 케냐 라디오 시장도 광고를 팔기 위해 계층화돼 있었다.

대중이 계층화되면 광고주들에게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미디어 역할이 감소한다. 대중이 계층화돼 있으면 여론이 형성되는 시작점도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기관이 여론을 모니터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2007년 케냐 사람들이 폭력 혐의에 대응해 격분했다고 지역 라디오 방송국이 방송했다.

하지만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에는 특정 후보가 당선되면 케냐에서 집단 학살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가 담긴 짧은 영상들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사실 여부 확인와 승인, 플랫폼에 대한 감독 부재, 빠른 확산 속도와 같은 요소들이 선동적인 루머를 널리 확산시키는데 기여했다.모든 기술 혁명에는 이것이 정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케냐 사례를 통해 알게 됐다.

기술은 이것이 구현된 사회 가치를 반영하며, 사회가 스스로 해결할 의지가 없는 문제를 기술이 대신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인터넷은 정치적 담론 속도를 높이고, 이것을 정밀 조사로부터 격리시켰다. 케냐 사람들은 지역 라디오방송국에서 경험했던 정치적 활용을 모방하고 증폭하며 인터넷을 이용했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사회 문제 자체가 매체 특성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기사는 테크M 제66호(2018년 10월)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