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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앤트렌드] 가트너가 제안하는 2018년 신기술 트렌드 5

떠오르는 신기술 위치 알려주는 하이프 사이클

2018-10-10곽예하 기자

가트너가 매년 발표하는 하이프사이클은 앞으로 5~10년 뒤에 일어날 신기술 트렌드를 전망한다.

1980년대 미국 베스트셀러였던 연애개발서 ‘멋진 연애(A Fine Romance)’에서 저자 주디스 실스는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다섯 가지 단계로 표현했다. 선택과 유혹, 전환, 협상, 그리고 약속이다.

새롭게 등장한 기술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처음 기술이 등장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일단 생존하고 나면 기술은 점차 성숙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경제나 윤리, 그리고 법 같은 많은 사회적 요소와 협상을 거쳐 일정의 약속을 이끌어낸다.

미국 정보기술 연구자문회사인 가트너(Gartner)가 매년 발표하는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 보고서’는 신기술이 겪는 이러한 주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1995년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잭키 팬이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이후 몇 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가트너는 본격적으로 매년 하이프 사이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신기술 성장과정 담은 하이프 사이클
하이프 사이클은 신기술 성장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앞으로 5~10년간 시장 변화를 주도할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다. 하이프 사이클에는 총 다섯 단계가 있다. 기술출현, 기대정점, 기술소멸, 기술성숙, 안정단계로 구분한다. 그래프에서 가로축은 시간이고, 세로축은 해당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나타낸다.

처음 신기술이 등장하면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으며 기술출현 단계에 진입하고, 곧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기대정점에 이른다. 이후 기술에 대해 시장성과 실현가능성 같은 다양한 요인에 대해 검증을 받으며 거품이 빠지는 소멸 단계를 거친다. 여기서 살아남은 기술은 점차 기술성숙을 이뤄내고, 이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안정단계에 도달한다.

하이프 사이클은 기술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과 투자자들에게 앞으로 어떤 기술이 유망하고, 투자할만한지 결정하는데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 떠오른 신기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하이프 사이클로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 마이크 J. 워커 책임 연구원은 “하이프 사이클은 투자 결정에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IT 리더들이 향후 신기술이 초래할 기회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가트너는 하이프 사이클 보고서에서 신기술 34가지를 다섯 가지 트렌드로 분류해 발표했다. 바로 인공지능 대중화, 디지털화한 생태계, DIY 바이오 해킹, 초몰입 경험, 유비쿼터스 인프라다.

 

AI 손에 쥐고 사용하는 시대 온다
가트너는 먼저 인공지능(AI)이 대중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오픈소스, 그리고 메이커 커뮤니티가 확산됨에 따라 마침내 모든 사람들이 손에 AI를 쥐고 사용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고, 이는 개발자들이 AI관련 솔루션을 설계할 때 신선한 영감이 될 수 있다고 가트너는 설명한다.

첫 트렌드인 ‘인공지능 대중화’에는 서비스로서의 AI 플랫폼(AI PaaS), 일반 인공지능, 자율주행 레벨 4, 자율주행 레벨 5, 자동화 모바일 로봇, 대화형 인공지능 플랫폼, 심층 신경망, 날아다니는 자율주행 차량, 스마트 로봇, 가상 비서 같은 10가지 기술을 포함했다.

2017년 하이프 사이클에 ‘자율주행 교통수단(Autonomous Vehicle)’이 있었다면 올해는 ‘자율주행 레벨4와 5’가 대신했다. 자율주행 레벨4는 사람 손길이 거의 닿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운전 가능한 교통수단을 의미한다. 가트너는 이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10년 안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자율주행 레벨5는 모든 조종을 스스로 하는 교통수단이다. 즉 운전대나 브레이크, 그리고 페달이 필요 없다. 하이프 사이클에서 자율주행 레벨4는 ‘기술소멸’ 단계에 접어든 반면, 레벨5는 ‘기술출현’ 단계에 위치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짐작해보면 자율주행 레벨5는 상용화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가트너는 하이프 사이클 보고서에서 신기술 34가지를 다섯가지 트렌드로 분류해 발표했다.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로 전환
가트너가 발표한 두 번째 트렌드는 ‘디지털화한 생태계’다. 일반적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은 기존보다 더 역동적인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가트너는 이러한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해선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워커는 “기존 시장은 구역을 나눈 기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움직였다”며 “이제는 점차 플랫폼 기반 생태계로 전환이 이뤄지는 시기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화한 생태계를 이끌 기술로는 블록체인, 데이터 보안을위한 블록체인, 디지털 트윈,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그리고 지식 그래프를 선정했다. 디지털 트윈은 실존하는 사물의 디지털 복사본을 뜻한다. 가트너는 앞으로 5년 안에 수십만 가지의 디지털 트윈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7년과 비교했을 때 사이클에서 블록체인 위치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이에 워커는 “블록체인 거품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는 이미 지났으며, 앞으로 5년에서 10년 안에 성숙기에 접어들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개인의 생물학적 정보도 해킹될 수 있어
세 번째 트렌드는 ‘DIY 바이오 해킹’이다. 가트너는 2018년이 ‘트랜스 휴먼(Trans-human)’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요에따라 개개인의 생물학적 정보가 해킹될 수 있으며, 이로써 인간의 범주를 확장할 수 있는 시기라는 설명이다. 생물학적 해킹은 단순한 진단부터 신경이식과 같은 복잡한 분야까지 다양한 범주에서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윤리적, 법적 문제가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바이오 해킹은 단순한 진단부터 신경이식과 같은 복잡한 분야까지 다양한 범주에서 이뤄질 수 있다.

DIY 바이오 해킹에는 바이오칩과 바이오기술(Bio tech),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증강현실, 혼합현실, 스마트 패브릭 같은 기술을 포함했다. 바이오칩은 천연두부터 암까지 다양한 질병을 환자가 알아차리기 이전에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다. 바이오칩 표면에는 분자크기의 센서가 나열돼 있어 생물학적 요소와 화학적 요소를 분석할 수 있다.

바이오기술은 바이오칩과 더불어 올해 처음으로 하이프 사이클에 등장했다. 바이오기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생물체 정보를 이용해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예로 인공 근육 배양기술이 있다. 가트너는 이를 시작으로 인공 피부나 조직, 나아가 로봇 표면 일부분까지 배양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사람과 사물간의 경계 모호해져
가트너는 네 번째 트렌드로 ‘초몰입 경험’을 제시했다. 이는 기술이 점점 사람 중심으로 진화하면서 스마트 거실이나 업무 공간같은 디지털 공간이 더 확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물 간 경계가 점차 모호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업무 공간에서 전자 화이트보드가 자동으로 회의 내용을 캡처하고, 사무용품 스스로 IT 플랫폼과 소통한다.

이러한 경향성은 업무 공간 뿐 아니라 집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커넥티드홈은 각종 기계와 센서, 기구, 그리고 플랫폼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가트너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기술이 더 진화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는 초몰입 경험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4D프린팅, 커넥티드홈, 엣지 AI, 체적표시, 자가치유 시스템 기술, 실리콘 양극 배터리, 스마트 먼지, 스마트 업무 공간을 포함했다.

하이프 사이클이 제안한 마지막 트렌드는 ‘유비쿼터스 인프라’다.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가트너는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이 인프라 생태계를 뒤바꿀 거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인프라가 한정된 게 아니고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고, 범위가 무한한 것으로 개념이 다시 정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트너는 이 트렌드가 5G, 탄소 나노튜브, 심층 신경망 ASIC, 신경구조와 유사한(Neuromorphic) 하드웨어, 양자컴퓨팅 같은 기술로 구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로 양자컴퓨터가 있다. 양자컴퓨터는 큐빗 시스템과 복잡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다가올 미래에 머신러닝과 암호체계, 그리고 이미지 분석 기술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 평가되고 있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정확한 쓰임새가 아직은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이것이 복잡하고 섬세한 영역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것은 분명하다.

‘신경구조와 유사한 하드웨어’는 하이프 사이클에 올해 처음등장한 기술이다. 이것은 신경생물학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심층신경망(DNN) 분야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어 가트너는 5G기술이 향후 2~5년 안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다시 조명 받는 AR 기술
하이프 사이클 그래프에서 세로축은 해당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나타낸다. 하지만 세로축에서 낮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그 기술이 발전가능성이 없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증강현실(AR) 기술이 대표적이다. 그래프를 보면 AR 기술은 ‘소멸단계’에 위치하고 있다.

AR 기술은 대략 20년 전부터 주목받았으나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고’를 시작으로 다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이후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AR 플랫폼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가트너는 이러한 AR기술에서 거품이 점차 빠지고, 곧 안정적인 성장기에 들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안정기에 접어든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시장을 형성하면서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자동차 같이 몇 년 전부터 하이프 사이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신기술도 있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앞세운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고, 자율주행자동차는 실제 거리 위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실제 빛을 보는 기술도 있지만 등장과 함께 사라지는 기술도 분명 존재한다. 한 기술이 생존하는 데 많은 사회적 요인이 관여하기에 정확하게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은 참고용 지표일 뿐 실제 기술 성장을 예측하고 투자하는 것은 기업이나 개인의 몫임을 잊지 말자.

 

<이 기사는 테크M 제66호(2018년 10월)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