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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리포트] “블록체인 프로젝트, 인문학과 결합 필요”

중개자 없는 세상 만드는 정주형 크립톤 파운더

2018-09-01김태환 기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오해가 지속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이 블록체인 해킹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정주형 크립톤 파운더(벡터스 대표)는 이러한 부정적 인식들이 ‘경험 부재에서 오는 무지’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은 실체가 없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직접 사용해보기 어렵고, 그렇다보니 다양한 오해가 중첩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블록체인을 악용하는 투기세력으로 인해 사기 사례가 더 늘어나면서 가속도가 붙기도 했다.

이에 정주형 파운더는 사람들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사용하며 블록체인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확산시키는 환경을 조성해, 사용자 스스로가 사기를 판단해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코스닥 최연소 CEO…블록체인에 매료

정주형 크립톤 파운더는 대학생 때 창업한 벤처기업인이다. 대학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1996년 웹에이전시 ‘이모션’을 설립한 뒤 2002년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키며 ‘코스닥 최연소 CEO’ 기록을 세웠다. 이후 그는 2006년 디지털마케팅에이전시 ‘이모션 글로벌’을 설립했으며 2010년에는 위치기반 채팅 서비스 앱 ‘1km’를 개발하기도 했다.

정주형 파운더는 최근 블록체인에 대한 매력에 빠져 관련 산업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블록체인 컴퍼니빌더 ‘벡터스’를 설립했으며, 올해는 블록체인 연구소 ‘체인 랩스’를 만들었다. 20년 넘게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온 그가 블록체인에서 주목한 점은 중개자(Middleman) 제거다.

그는 “사람들이 블록체인의 가장 큰 가능성을 ‘탈중앙화’라고 얘기하는데, 이 개념은 중앙화가 나쁘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단어다. 이보다는 중개자 제거가 더 혁신적이라 생각했다”면서 “사람들은 정보기술이 발전해 중개자가 없어도 되는 시대가 왔음에도 중개자 존재를 당연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개자가 없어지면 그 이익이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온다”고 말했다.

중개기관이 사라지면 수수료 부담이 줄고 거래시간도 준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불합리했던 소비자들의 소비활동이 더 간편하고 편리해진다. 다만 그가 우려했던 것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처음 만든 게 암호화폐라는 점이다.

그는 “암호화폐는 실제로 사용되지도 않는 가상의 어떤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거래를 성립시킨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이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하도록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의 이상향은 중개자가 없는 상태에서도 믿을 수 있는 ‘퍼블릭컴퓨터’가 나타나는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만질 수 없는 것을 퍼블릭컴퓨터에 올려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되고 이를 거래할 수 있다. 사실 실체가 없는 서비스나 플랫폼이 나타날 수도 있기에 이를 악용한 사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셈이다.

 

돈 없이도 코인을 쉽게 갖고 활용하는데 초점

“지금 당장 코인을 만들어 상장한다고 하자. 이때 일단 프리세일로 상장가의 10분의 1로 판다면서 투자자를 모집하면 사람들이 해당 코인을 산다”면서 “이러면 상장 이후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발행인과 먼저 산 사람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 파운더는 이런 현 암호화폐 시장의 문제점이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 기술 없이 투기용으로 만들면 문제가 되지만 유익한 코인을 만들어 가치가 상승하고, 이 과정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게 쓰일 수 있다”면서 “투기와의 차이는 욕망을 절제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철학을 가미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왕 날카로운 칼을 만들었다면 강도가 아니라 요리나 수술에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주형 파운더가 크립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블록체인에 인문학적 가치를 결합한다”였다. 블록체인에 대해 사람들이 알게 하려면 결국 블록체인을 직접 경험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최선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로 나와 있는 게 적을뿐더러 일반인들이 무언가를 시도하기에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그는 “중국에 처음 아편이 도입됐을 때도 중독 문제가 발생했지만 진통제로 활용되며 의학발전에도 기여했듯, 모든 신기술은 양면성이 있다”면서 “암호화폐 기술도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일부 기능에 사람들이 중독되는건 무지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이에 사람들이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암호화폐가 소수점 단위로 쪼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지점이라고 정주형 파운더는 설명했다.

“비트코인을 갖고 싶은데 1000만원에 사야 하면 목돈이 없어 못 가지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1000원으로도 일부를 가질 수 있어 소유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킨다”면서 “1000만원어치 비트코인을 줄 수는 없겠지만 1000원어치 비트코인을 무료로 얻게 만드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만일 소비자가 가진 돈이 없어도 소숫점 거래 가능한 툴(Tool)을 만들면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경험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렇게 경험해보면 블록체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정주형 파운더는 “쉬운 툴을 만들자, 돈 없이도 코인을 가지도록 하자는 기획에서 크립톤 프로젝트가 등장했다”면서 “이런 화두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방법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사용자 시간을 코인으로 제공하는 크립톤 프로젝트

그가 고안한 크립톤 프로젝트는 사용자의 시간을 코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도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시간을 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료 모바일 게임을 다운로드해 즐길 경우 보통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무료로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광고를 시청한 대가로 게임을 보상받는 셈이다.

그는 “무료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광고 보기나 광고를 보고 홈쇼핑 쿠폰을 받는다던지, 보험회사 광고를 보고 쿠폰을 받는 것처럼 소비자 시간을 매출로 전환하는 수많은 리워드 서비스가 있다”면서 “이처럼 시간을 제공해 매출을 주고 암호화폐를 보상해주는 서비스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특히 일반인들은 암호화폐를 보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시간을 지불해 보상받은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전자지갑을 같이 제공한다.

또 크립톤 프로젝트는 개인이 본인 스스로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이용해 클릭하는 부정한 방법으로 수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본인검증 시스템도 탑재했다. 신뢰도가 높아지면 사용자가 얻는 혜택도 커진다.

그는 “현재 광고 단가가 낮은 건 사용자들이 제대로 보지 않아서다. 1만 건을 노출해서 광고를 3명이 실제로 보면 광고 단가는 1만분의 3 수준이지만 정말 1만 명이 전부 보면 1만 명 수준의 광고 단가가 책정된다”면서 “블록체인 기술로 신뢰를 확보하면 광고 단가가 올라가고. 이는 결국 소비자의 시간 당 매출도 상승해 더 많은 암호화폐를 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크립톤 프로젝트는 크게 3단계로 발전하도록 설계됐다. 우선 간단한 툴을 제공해 사용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후 단계는 실제 사람이 했는지를 검증해 매출을 끌어올린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블록체인에 등록된 사용자 정보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 질을 높인된다.

정 파운더는 “궁극적으로는 블록체인 서버에 등록된 사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더 알맞은 미션을 제공하고 이벤트 구매기회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사용자가 시간 당 들이는 매출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 이 구조가 나중에 디지털마케팅과 커머스 거래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크립톤 프로젝트는 올해 안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Ad-OS’를 출시할 예정이다. 당장은 복잡한 기능보다 사용자들이 시간으로 암호화폐를 얻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Ad-OS’는 블록체인 서버에 소비자 이용정보를 축적하고, 이 정보를 광고주에게 전달한다. 그냥 전달하는 게 아니라 광고주가 원하는 소비자를 매칭하고, 소비자에게는 정말 필요한 혜택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개인정보 소유권은 광고주에게 이전하지 않고 소비자 본인이 갖는다.

기존 광고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판매하는 광고는 차를 살 수 있는 잠재고객 1만명에게 1억원을 써서 광고하고, 이 중 50명이 차량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1인당 200만원이 투입된 셈인데, 그럼에도 차량을 구입한 50명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Ad-OS는 자동차를 살 예정인 고객 50명을 먼저 찾아내고, 이들에게 200만원 상당의 베네핏을 먼저 제공한다. 이는 소비자가 자신의 계획과 욕망, 정보를 자신의 블록체인에 미리 등록했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정 파운더는 “에이전시들도 크립톤이 제공하는 Ad-OS를 이용함으로써 그동안 하늘에 돌을 던져 새를 맞추듯 낮은 확률의 타게팅 광고에 더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소비자들은 광고주로부터 나와 무관한 메세지로 성가심을 받는 게 아닌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샌드박스 환경 만들어 투자금 유치해야”

그는 한국에서 블록체인을 확산하려면 정부가 샌드박스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면적으로 규제를 풀지 않더라도 일정수준의 규제 안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한국은 전혀 코인을 만들지 않고 외국에서 만든 코인에 대해 거래만 하는데, 국부유출이 일어나는 셈이다”며 “정부가 완전히 금지하거나 제대로 추진해야 하는데, 여론에 막혀 완전 금지가 어렵다면 최선의 기회를 잡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친블록체인 정책을 펼친다는 이유만으로 블록체인 회사들이 모두 싱가포르에 회사를 설립한다. 회사 설립 과정에서 자본금이 들어가고, 법률자문회사의 법률자문 비용이 들어간다. ICO를 시작하면 회사 재단으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암호화폐 자산들이 모인다. 싱가포르 현지법상 법인세는 17%다. 만일 모집한 투자금을 쓰지 않으면 이익으로 보기 때문에 투자금 수백억원의 17%를 세금으로 걷을 수 있다.

정 파운더는 “한국에서도 샌드박스를 만들면 블록체인 업체들이 동료들을 모아서 이 돈이 한국에 남게끔 유도할 수 있으며, ICO로 모집한 돈이 개발자 인건비로 나가 다시 한국으로 돈이 유입된다”면서 “이렇게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샌드박스를 통한 지역특구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테크M 제64호(2018년 9월)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