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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대화형 컴퓨팅 생태계에 국내 기업 적극 참여해야

COLUMN 미래의 눈

2018-09-05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테크M=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2년이 지난 2018년 대화형 컴퓨팅이 대세가 되고 있다. 2014년처음 등장해 2015년 6월부터 판매한 아마존 에코는 어느덧 연간 2000만대를 넘어서며 아마존 하드웨어 중 최고 히트 상품이 되고 있다. 에코는 알렉사라는 지능형 가상 비서를 기반으로 한다.

이에 놀란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덕에 스마트 스피커는 2018년말까지 총 누적 판매대수로 1억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시장조사회사 컨슈머인텔리전스리서치파트너스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6월말 기준 미국 스마트 스피커는 5000만대에 이른다. 또 업체별로는 아마존 에코시리즈가 70%, 구글 홈시리즈가 24%, 애플의 홈팟이 6%다.

세계 시장은 미국이 46%, 중국이 20%, 한국이 8%를 차지해 중국과 한국 시장의 비중이 의미 있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나스미디어 예측에 따르면 스마트스피커가 올해 30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가구 15%에 달하는 수치다.

물론 대화형 컴퓨팅이 스마트 스피커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챗봇과 대화로 의사 전달과 명령을 처리하는 가정용 동반 로봇, 모바일에서 음성을 이용한 검색과 정보 처리가 여기에 포함된다.

기본은 음성 인식 기술과 자연어 처리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이미 음성 인식과 합성 기술은 인간 수준에 근접하는 단계에 도달했고, 자연어 처리도 번역이나 분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들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며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단지 음성을 통한 정보 처리나 질의 응답에 머물지 않고, 스킬이라는 추가 기능을 외부 개발자들이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알렉사 스킬은 2018년 5월 기준으로 3만3000개를 넘어섰고, 100일마다 5000개의 새로운 스킬이 등장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또 미국 밖인 영국에서 9000개, 독일에서 3000개 이상의 스킬이 추가됐다.

구글은 ‘액션즈 온 구글’이라는 개발 플랫폼으로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을 확장할 수 있게 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는 기기는 스피커를 넘어 스마트폰과 자동차, TV, 시계까지 확장됐으며, 현재 5억 대가 넘는 기기가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구글은 말한다.

아마존은 이 같은 새로운 생태계를 강화하는데 개발자에게 보상금을 주며 독려할 정도로 매우 적극적이다. 1억달러(약 1120억원) 규모의 알렉사 펀드를 통해 투자를 지원하고, 350만달러(약 39억2000만원) 규모의 대학 챌린지 프로그램 ‘알렉사 프라이즈’도 개최하고 있다.

음성 플랫폼은 그동안 스마트 홈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던 ‘허브’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대해 분명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제 다양한 스마트 기기는 스마트폰 앱으로 일일이 제어하는 게 아니라 음성으로 주고받는 스마트 스피커를 허브로 사용하는 것이 정답임을 아마존과 구글이 보여줬다. 구글 홈은 150개 이상의 브랜드에서 나온 5000개 이상의 홈 기기와 연동한다.

아마존은 2017년 11월에는 비즈니스용 알렉사를 선보이며, 음성 플랫폼이 기업에서 회의와 업무 지원, 기존 인프라와 통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가정을 넘어 기업과 차량, 산업 현장에서 음성을 통한 대화형 컴퓨팅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은 아직도 기기 중심의 단순 모델에 머물러 있거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매우 제한적인 기능 확장만 취하고 있다. 유일하게 네이버가 클로바 익스텐션 키트(CEK)를 오픈해 다른 스마트 기기와 연동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건설회사, 통신사, 가전 회사, 쇼핑 사이트와 연계해 하나씩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거 피처폰에서 파트너를 늘리는 방식을 떠오르게 한다. 이러다가 앱스토어 같은 개념이 등장하면서 와해됐던 과거 경험이 다시 반복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음성은 검색에서도 점점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이미 윈도10 사용자가 검색한 자료 중 25%가 음성 검색이다. 또 6000만 명의 미국인이 시리나 코타나,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가상 비서를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용하고 있다. 2020년에는 온라인 질의의 50%가 음성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이라는 젊은 세대의 음성 활용이 현재 36%에서 2019년에 39%로 높아질 전망이다. 10% 수준인 베이비 부머 세대가 활용하는 양에 비하면 4배에 가깝다. 미래 세대는 음성을 이용한 정보 검색이나 활용이 색다른 것이 아니라 매우 자연스러운 방식이 될 것이다.

음성 검색이나 대화형 컴퓨팅이 등장함에 따라 지금까지 진행된 정보 소비 방식에 큰 변화를 일어나고 있다. 기존에는 검색으로 수많은 결과를 찾아보고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더 관심을 갖는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음성이나 챗봇으로 얻는 한두 가지 대답이 사용자에게 바로 전달되면서 그것이 곧 결정으로 이어진다.

이는 어떤 정보가 가장 중요한 정보인지, 어떤 상품을 구매하면 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용자에게 주어지던 선택권이 사라지고, pp서비스 사업자가 제시한 결과를 그대로 수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검색의 정확성과 공정성, 투명한 제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은 단지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스마트폰 생태계를 만들어 냈듯 스마트 스피커와 챗봇 시스템 역시 새 생태계를 만들고, 그 핵심에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3의 개발자들이 이익을 얻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를 충분히 알고 있고, 무엇이 정답인지 아는 국내 대기업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의미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데 시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바탕 없이는 기가지니도 카카오미니도 단지 흥미로운 장난감이 될 뿐이다.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면 좋은 개발자는 모두 구글 홈이나 아마존 에코를 위해 활동할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미 충분하게 경험한 과거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4호(2018년 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