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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사람과 AI, 서로 사랑할 수 있어”

정지원 아크릴 CXO 인터뷰, 공감형 AI 조나단

2018-08-03곽예하 기자

정지원 아크릴 CXO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서 그녀는 ‘사만다’라는 이름의 인공지능(AI)이다. 매혹적인 목소리의 사만다는 주인공의 개인비서 역할을 한다.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주인공의 감정을 위로하는 사만다에게, 주인공은 마치 연인 같은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이처럼 사람과 AI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2011년 설립된 AI 전문기업 아크릴은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는 공감형 AI ‘조나단(Jonathan)’을 세상에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영화 속 사만다처럼 조나단이 사람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다면, 사랑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테크M이 정지원 아크릴 최고경험책임자(CXO)에게 직접 물어봤다.

 

아크릴과 함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디자인을 전공한 뒤 석사 과정으로 ‘인터렉션 멀티미디어 (Interactive Multimedia)’를 전공했다. 우리는 보통 보기에 아름다운 것을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배운 디자인은 설계와 같이 실용적인 것에 더 가깝다.

쉽게 말하면 IT 기술이 적용된 각종 기기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지금껏 여기에는 ‘스크린’이 크게 역할했다. 그동안 사람들은 버튼과 메뉴 같이 눈에 보이는 동작 방식으로 디지털 기기를 이용했다. 그래서 익숙한 스크린을 가진 기기들은 처음부터 매뉴얼을 보지 않고도 잘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나타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인간보다 지능적으로 더 뛰어난 AI와 소통하는 방식은 스크린 없이도 가능하다. 이 트렌드를 포착한 이후 그동안 몸담았던 ‘스크린이 있는 UX’가 더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이때 마침 박외진 아크릴 대표로부터 새로운 회사설립 계획을 들었고, 이것이 블루오션이라고 확신해 합류를 결심했다.

 

실제로도 블루오션인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회사에서 개발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숙지했던 기술과 지금 아크릴의 엔지니어들과 소통하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기술에서 수준차이를 매우 크게 느끼고 있다. AI를 잘만 응용한다면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한다.

 

아크릴의 감성분석 AI 조나단을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AI는 과거부터 있었던 기계학습에서 심화된, 즉 딥러닝이 가능해진 지금의 컴퓨팅 파워로 창출하는 서비스다. AI에는 이미지 판별과 바둑, 소리 감지와 같이 여러 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도 조나단은 사람의 ‘말’을 파악하는 인공지능이다. 사람은 말을 통해 많은 것을 처리한다. 말을 쓰면 문서, 발표하면 프레젠테이션이 된다. 조나단은 말로 할 수 있는 사람의 모든 업무를 배울 준비가 돼 있다.

나아가 조나단은 사람의 말과 함께 표정, 그리고 음성을 통합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감성지능’이다.

 

조나단의 지능은 어느 정도인가.

조나단은 금융이나 의료, 그리고 교육과 같은 전문 분야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사전에 학습을 충분하게 한다. 고객이 금융 분야에서 조나단을 사용하고 싶다고 하면 우리는 금융 전문 지식을 학습시킨다. 금융 지식을 증강학습해서 관련 서비스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다. 의료서비스에 사용한다고 하면 의료 지식을 주입시키는 식이다.

현재 조나단은 주로 언어를 중심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조나단이 점점 높아지는 사람들의 기대치를 맞추려면,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인사이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비로소 슈퍼AI가 되는 것이다.

말만 이해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분야가 있다. 예를 들어 의사가 피부질환을 진단할 때 의사는 환자의 말과 상태를 포괄적으로 관찰한다. 그래서 조나단에게 시각분야 인식 능력을 부여해 진화시키고 있다. 또 음성을 인식하는 귀가 달린 조나단도 연구 중이다.

 

조나단은 ‘공감’하는 AI라고 들었다.

보고, 듣고, 읽고 이해하는 AI는 많다. 하지만 그 안에서 34가지라는 높은 해상도로 세밀한 사람의 감성을 판단하는 AI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지식적인 부분을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 안에서 ‘공감’이라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인지하는 AI로 특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조나단이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 정확도를 보이나.

우리는 정확도가 아닌 ‘만족도’라는 표현을 한다. 실제로 체험한 사람들은 조나단이 보여준 결과값에 대해 90%에 가까운 만족도를 나타냈다. 이 수치는 사람이 사람의 감성을 검출할 때보다 조금 높거나 이에 근접한 수준이다. 사람의 감성을 파악하는 것은, 지적능력과 살면서 얼마나 다채로운 경험을 했는지 같은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조나단도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학습을 해나가는지에 따라 더 나아질 것이다.

 

많은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했을 것 같다. 어떻게 확보했나.

조나단에게 말을 가르칠 때, 이 말 안에서 어떤 메시지를 습득해야 하는지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어 ‘사과는 맛있다’라고 하면 ‘사과’는 단어고 ‘맛있다’는 표현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식이다.

반면 ‘사과는 쿨하다’라고 하면 그 사과는 과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나의 브랜드거나 가수일 수도 있다. 이렇게 같은 단어도 여러 의미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에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AI가 맥락을 이해하려면 많은 데이터를 숙지해야 한다. 책이나 온라인 보고서 또는 정부기관에서 데이터셋을 모은다. 어떻게 숙지했는지보다 어떻게 가르쳤는지가 중요하다. 수집한 정보에서 의미 있는 값을 추출하는 작업은 사람이 한다. 넷플릭스 같은 외국 기업들도 전문 요원을 두고 이 과정을 거친다고 들었다. 아크릴이 자랑할 만한 점은 이 과정에서 쓸모없는 변수들을 잘 골라내는 노하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손을 점차 최소화해 나갈 예정이다.

 

 

AI가 사람의 ‘감성’을 파악할 수 있다면, AI와 사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나.

AI와의 사랑이 아니라 AI를 적용한 서비스 또는 제품과의 사랑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다시 찾아봤다. 어떤 사물이나 대상에 관한 감정으로도 정의되고, 남녀 간 감정으로도 정의되더라. 주변을 보면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통해 사람 간 관계를 뛰어 넘는 애착관계를 가지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로봇청소기를 대상으로 동료애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사랑을 느끼려면 상대방으로부터 인풋이 있어야 한다. 상대의 외모나 목소리 같은 오감 정보가 있어야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하다. AI 자체는 그냥 능력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에 불과하다. 따라서 AI와 사랑에 빠진다기보다는 AI를 실체가 있는 서비스나 제품에 적용했을 때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주인이 울면 멈출 때까지 옆에 있어 준다고 한다. 이럴 때 굉장히 위로가 된다고 한다. 아직은 AI가 외모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나, 늘 옆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적절하게 피드백을 해 준다면 백 마디 말보다 더 의미 있게 느껴질 것이다.

조나단이 이해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어서 조만간 실체를 갖춘 조나단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처음엔 그것이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거나 비슷한 수준은 아닐지 몰라도 언젠가는 가능할 거라고 믿는다.

 

AI가 사랑에 빠진 사람의 감성을 인식하는 것이 가능한가.

인문학적으로나 인지심리학적으로 여러 감성모델들을 보면 사랑이 포함돼 있는 것도 많다. 하지만 사랑에는 호르몬이나 뇌의 활동 같은 다른 화학적 요인이 많이 관여한다. 또 사람은 정황적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사랑에는 둘 사이의 역사가 반영돼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당신이 너무 예뻐요’라고 말했을 때 이것으로 사랑에 빠졌음을 확정할 수 있을까? 사랑할 때 쓸 수 있을 법한 표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이렇듯 AI가 사랑에 빠진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려면 훨씬 복합적인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다.

 

사람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AI를 언제쯤 생활에서 만날 수 있을까.

애플이 스마트폰을 처음 출시했을 땐 기존의 피처폰과 다를 게 없었다. 이후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생태계가 열리고 많은 개발자들이 앱을 쏟아내면서 3년에 걸쳐 지금의 스마트폰 형태를 갖췄다.

AI는 더 어려운 기술이니까 더 오래 걸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AI를 실제 서비스로 체감하는 시간은 과거의 기술들보다 더 앞당겨질 것이다. 초반엔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출시가 되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일반인들도 조나단을 만날 수 있나.

방문객용 체험 서비스를 내부에 갖추고 있다. 외부 체험은 고객에 한해서 제공한다. 아크릴은 우리가 하는 어려운 일을 ‘쿨’하게 풀어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한다. 연말쯤에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체험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아크릴이 서비스와 기술의 우위를 알리는 방법이다. AI에 대한 과대망상이나 과한 상상을 지우고 현실감을 알리는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아크릴의 최종 목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공감하는 AI’ 끝판왕이 되는 것이다. 많은 AI회사들이 전문적인 지식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아크릴은 AI 전문성에 ‘공감’이라는 요소를 더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AI를 기반으로 금융, 의료, 법률 분야에서 사용되는 모든 서비스에 플러스알파를 더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많은 AI기반 서비스에서 고객가치를 추가할 때 우리 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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