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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블록체인 유니콘 기업 만들겠다”

인호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 소장 인터뷰

2018-08-10대담 = 박응서 기자

지난 5월 25일 서울 안암동에서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 개소식이 열렸다. 대학의 한 연구소로 출범했지만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함께 참여한 블록체인 종합 연구 조직이다. 이날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육성해, 자산 1조 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 등장도 현실화하겠다는 전략도 발표했다. 테크M은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인 인호 컴퓨터학과교수를 만나 그가 꿈꾸며 준비하는 ‘블록체인의 미래’와 블록체인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들어봤다.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2년 지식경제부의 ‘소프트웨어특성화 대학 사업’에 최종 선정돼 2013년부터 소프트웨어특성화 사업을 추진했다. 이때 소프트웨어 융합전공을 만들어 학생들이 기업 인턴을 필수로 이수하게 했다. 어느 날 창업한 선배에게 인턴으로 학생 2명을 보내게 됐는데, 비트코인 거래소였다. 당시 비트코인이 뭔지 모르던 때여서 제자를 보내기가 매우 불안했다. 그래서 비트코인을 알아봤는데, 이게 아주 재미있어서 2014년부터 푹 빠지게 됐다. ‘인사이드블록체인’에 논문도 발표하면서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인생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한국블록체인학회 초대회장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한 일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은 블록체인 아카데미다. 블록체인 인력난이 심각하다. 2018년 6월 현재도 기업에서는 블록체인 인재가 부족하다고 난리다. 작년에는 훨씬 심했다. 이에 블록체인 인력 양성에 학회가 적극 앞장서야 한다는 판단에, 지난해 초에 삼성멀티캠퍼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블록체인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앞으로 학회에서 블록체인 인재 인증사업화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인력 양성 외에도 학회에서 중점해서 추진한 일이 있다면.

블록체인 아카데미를 포함해 총 4가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또 ‘블록체인 분석평가 위원회’를 구성해 분석 평가 기준을 만들었다. 현재 암호화폐공개(ICO)에서 평가기준이 없다. 투자자가 충분한 정보 없이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우리는 정부가 빠져 있어 더 심각하다. 학회에서라도 최소한으로 참고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1년 넘게 준비해서 6월 7일 ‘블록체인 분석평가 가이드’를 발표했다.

아울러 학술대회도 추진했다. 최근까지는 블록체인 기술논문만 발표했는데, 내년부터는 금융과 물류, 의료, 법, 사회철학, 행정까지 블록체인 기술과 연관된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학술대회로 확장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분석평가 가이드’는 어떤 것인가.

블록체인 기업이 등장했을 때,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을 평가하는데 필요한 평가 기준이다.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위한 기초인 셈이다. 평가 기준은 가치평가, 비즈니스모델(BM)평가, 조직평가, 기술평가 등 총 4단계로 구분해, 총 9개 영역 32개 항목에 대해서 기준을 설정했다.

가치평가는 크립토 이코노미에서 내재된 가치 잠재력과 건전성을 평가한다. ICO를 진행할 때 토큰의 설계 단계와 판매, 앞으로의 공급이 안정적일지 여부를 확인한다. 유사 프로젝트와 비교해 토큰 공급량 조절 방식에 대한 상세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프로젝트 투입 필요 자금 대비 총 발행 규모가 적절하고 명확해야 하며, 운영진의 토큰 보유 비중(지분률)을 10% 미만으로 설정해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

BM평가는 기술신용평가(TCB) 기준을 블록체인 생태계에 적용해 시장성과 경쟁우위를 평가한다. 프로젝트가 목표로 하는 시장에 대한 정의와 현실성이 뚜렷하고, 관련산업과 협업이 기대되고, 목표 시장의 성장가능성이 클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조직평가는 원활한 프로젝트 수행 여부를 확인하는 수행 역량과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판별하는 도덕역량을 평가한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가가 많은지, 마케팅경력자가 있는지, 투자자 구성이 다양한지, 재무집행관련 신뢰성 제고 방안이 있는지, 법과 제도에 대한 대응력이 높은지 등을 확인해 항목을 갖출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기술평가는 컨센서스 알고리즘 등 제안한 플랫폼이 프로젝트 도메인에 적합한 성능(Transaction Per Second, TPS)이 나오는지, 시퀴어코딩(Secure Coding) 등 첨단 보안기술을 적용해 안전하고 검증된 플랫폼인지 등을 평가한다. 단 기술구현 전에 진행하는 ICO는 구체적인 실증이 어려워 기술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학회에서 창업지원을 하려고 했다던데.

학회에서 마지막으로 중점해서 추진한 사업이 창업지원이다. 현재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암호화폐에 투자할 뿐이다. 이들이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해야 국가도 더 큰 이익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그래서 창업 플랫폼을 만들어 블록체인 기술로 창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벤처투자와 펀드를 이끌어 내고자 했다. 또 글로벌 암호화폐공개(ICO)와 연계해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도 돕고자 했다. 그런데 창업은 학회 차원에서 추진하기에 한계가 많았다. 그래서 창업을 주도할 수 있는 블록체인연구소 설립으로 방향을 바꿨다.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 구성이 궁금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제대로 성장시키려면 창업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연구소 설립에 나섰다. 다행히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어렵지 않게 연구소를 설립했다. 고대 블록체인 연구소의 핵은 창업센터(지원/보육)다. 이를 위해 경영대 이동원 교수를 비롯해 5명의 교수가 비즈니스 모델 연구에, 법학전문대학원 이대희 교수를 비롯한 6명의 교수가 법과 제도 연구에, 의학전문대학원 이상헌 교수가 의료정보 연구에, 산업공학과 정태수 교수가 물류정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또 컴퓨터학과 주재걸 교수를 비롯한 8명의 교수와 정보대학원 정익래 교수, 스위스 ETH대학, CMU대학 등에서 블록체인기반기술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 방향과 목표가 궁금하다.

현재 블록체인 가진 확장성, 느린 처리속도, 거대한 저장용량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해 널리 쓰일 수 있는 ‘신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퍼블릭 블록체인은 안전한 대신 느리다. 보안을 위해 수많은 노드가 결합하며 합의하는 구조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진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빠른 대신에 노드수가 작아 안전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스위스 ETH대학 아드리안 교수와 이희조 교수가 개발한 차세대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보안성이 뛰어난 차세대 인터넷 기술에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얹으면 안전하고 빠른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신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면 이를 토대로 기업 투자를 받아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블록체인을 결합한 다양한 금융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신한지주, 미래에셋, 대우증권, 교보생명 같은 금융 기업과 힘을 합쳐서 준비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에서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 직거래가 가능하다. 블록체인 크립토밸리를 만들 것이다.

 

고려대 코인’이 등장한다고 봐도 되나?

도메인에 따라서 토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가 허용한다면 고려대 코인 같은 게 가능하다. 고대 동문의 경우 40만 명 중 10만 명이 외국에 있는데, 이들이 기부금을 지불할 경우 그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고려대 코인이 있다면 수수료가 없이 송금을 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블록체인의 단점이 언제쯤 해결될 것으로 보는가?

현재의 블록체인은 40년 정도 쌓인 보안기술이 융합해서 만들어진 기술이다.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블록체인 플랫폼도 기존 기술에서 유용한 기술이 융합해서 등장할 것이다. 기술적으로 볼 때 3~5년 정도, 즉 2020년이면 대략적인 모습이 나오고, 곧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블록체인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다. 새 블록체인 플랫폼이 등장하면 지금과 또 다른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나?

의료분야는 앞으로 정밀의료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의료 서비스가 핵심이 될 예정이다. 그런데 엄격한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개인 의료 정보를 활용한 연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맞춤형의료서비스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 현재는 개인의료정보를 제공해도 개인 기준에서 이익도 없고, 또 어떤 기관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가 없다. 블록체인으로 제공하는 개인의료정보는 스마트계약에 따라 개인이 허용한 기준에 적합한 곳에서 제공할 수 있고, 개인정보를 돈을 주고 사기 때문에 정보를 제공한 개인에게 경제적 혜택도 지원할 수 있다. 또 디앱으로 만들어 서비스화하면 의료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의료 분야는 세계 어디서나 공통으로 이용할 수 있어 글로벌 서비스도 가능하다.

 

다른 대학이나 기관의 창업센터와 차이점은.

학생들의 창업 지원을 7년 정도 진행해봤다. 학생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했다. 하지만 마케팅이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크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유니콘을 목표로 하지만 당장 창업 자체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더욱이 돈 있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채가는 경우도 있다. 경쟁력이 뛰어난 기술창업을 할 수도 있는데, 이건 4~5년이 필요해 시간이 너무 걸리는 단점이 있다.

반면 블록체인은 플랫폼을 갖추면 빠르게 사업화가 가능하다. 특히 디앱은 글로벌 ICO와 연계해서 100억 이상을 지원 받을 수 있고 500억 이상 투자를 받아 빠르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 암호화폐 펀드가 많아서 관련 펀드 활용에 훨씬 유리하다.

 

스타트업에 30억 원 지원, 1조 펀드 조성, 블록체인 유니콘 기업 등 블록체인 창업 생태계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우선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발굴한 뒤 최대 3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이 중 경쟁력 있는 곳을 선정해 최대 30억 원까지 지원하고, 향후 글로벌 ICO까지 지원한다. 현재 100억 원 규모의 스타트업은 종종 나타나도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스타트업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유니콘을 등장시키는 한편, 1조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창업 생태계를 선순환 구조로 이끌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연구소에서 빠른 창업을 지원하고자 개발자와 기획자를 미리 양성해놓을 계획이다. 그런 다음 중소기업과 대기업 등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이들을 연결시켜 빠르게 기업화할 계획이다. 20~30대는 빠르지만 메모리가 없는 중앙처리장치(CPU)에 가깝다. 반면 40~50대는 경험이 풍부한 메모리에 가깝다. 이들을 결합시켜 기업 관점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고, 의사결정을 빨리 해 글로벌 ICO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자 한다. 또 중소기업이나 대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 성장을 도모한다. 특히 대기업펀드, 중소기업퍼드, 크립토펀드, 정부지원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펀드를 연구소가 한데 모아 이를 1조 원 규모로 키워 나갈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의 애매한 태도가 가장 문제다. 정부가 방향을 확실하게 밝히고 있지 않아 학회도 기업도 곤란한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사기를 치기 아주 좋은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만 신경 쓰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정부 방침은 블록체인에 대한 새로운 싹이 날 토양까지 갈아엎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서는 스위스 방식을 추천한다. 스위스는 암호화폐를 3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우선 유틸리티 코인이 있다. 마일리지 개념으로 활용한다. 그 다음으로 지불형 코인으로 송금에 활용한다. 리플 같은 암호화폐다. 마지막으로 에셋 코인이다. 자산형 토큰으로 금을 기반으로 발행하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발행한다.

규제는 자산형 토큰에만 적용하면 된다. 반면 유틸리티는 자유롭게 풀어줘 기술 발전과 산업이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같은 암호화폐라도 쓰임새에 따라서 세분화해서 규제를 하는게 합리적이다.

 

규제 프리존을 만들어 운영했을 때 문제가 생기면.

새로운 기술은 어떤 문제가 어떻게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다 알아보고 규제를 준비한 다음에 기술을 사업화하면 준비하면 이미 세상이 바뀌어 버린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은 규제프리존으로 만들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게 우선이다. 샌드박스와 같이 일정 규모와 일정기간, 일정인원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 실제 진행하면서 정부와 기업, 국민, 투자자 모두 배우면 된다.규모를 정해놓고 진행하면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고, 이렇게 가장 빨리 스마트한 규제를 만들 수 있다.


블록체인에서 한국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국민들의 블록체인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또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적다. 즉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추진하기 좋은 토양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만 해도 한국을 알지도 못하는 많은 기업이 한국에 들러 ICO에 나서며, 세계에서 한국이 ICO를 주도해냈다. 정부가 도와준다면 블록체인 리딩국가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인터넷은 1등 기업이 부와 정보를 모두 독점하는 체계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나라 국부가 외국으로 유출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빨리 적용할수록 좋은 분야는.

금융이 가장 위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형태의 돈이 블록체인으로 디지털 돈으로 바뀌고 있다. 몇 단계를 거쳐서 처리되는 현재의 아날로그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된 디지털로 변환되면, 중간 단계 없이 금융 거래도 직거래가 가능해진다. 우리가 빨리 준비한다면 세계 시장을 선도하며, 세계 자산을 토큰화해서 우리가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사진 김태환 기자, 박응서 기자


인호 교수
고려대에서 전산학 학·석사를, 1998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텍사스주립대(A&M)에서 조교수로 활동하다 2004년부터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014세계지식포럼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발표했으며, 고려대 SW벤처 융합전공 주임교수와 의과대학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현재 한국핀테크협회와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한국블록체인오픈포럼 의원, ISO/ TC307 국제 분산장부와 블록체인 표준기구 국가대표위원, 한국블록체인학회 초대학회장, 신한은행 사외이사,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 소장을 맡아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4호(2018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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