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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아시아 최대 테크 콘퍼런스에서 핀테크의 미래를 엿보다

테크 콘퍼런스 RISE 2018 참관기

2018-08-30서일석 모인 대표

[테크M=서일석 모인 대표] RISE 2018이 지난 7월 8일부터 11일까지 홍콩에서 개최됐다. RISE 행사는 2015년부터 아시아에서 매년 진행되는 테크 콘퍼런스로, 세계적인 IT컨퍼런스 웹서밋(Web summit)창시자 패디코스그레이브(Paddy Cosgrave)가 설립했다. 올해는 100여 개 나라에서 약 1만 5000명이 참가했고, 700명이 넘는 글로벌 미디어 기자들이 취재 열기를 더했다.

이번 RISE 2018 전시장에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시스템 같은 블록체인 관련 업체가 중심을 이뤘다. 이 외에도 보험과 환전 관련 서비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주식 트레이딩 시스템 같은 금융 관련 업체들, 전통적인 IT기업인 전자상거래 업체, 그리고 여행과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아시아에서 금융 허브라 부르는 홍콩답게 ‘핫한’ 핀테크 업체들이 다양하게 모여 있었다.

 

콘퍼런스를 비롯해 부스 전시장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기술과 금융(닭과 달걀), 무엇이 먼저인가?
이날 진행된 머니 콘퍼런스에서는 아시아 핀테크 업체의 깊은 고찰을 엿볼 수 있었다. 먼저 에릭슨 찬(Ericson Chan) 핑안테크놀로지(Ping An Technology) 대표가 기술과 금융이 융합할 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논했다.

그는 금융 산업에 영향을 크게 미친 대표적인 기술로 ABC, 즉 인공지능(AI), 블록체인(Blockchain), 클라우드(Cloud)를 꼽았다. 에릭슨은 이 같은 기술이 금융과 만나 일으킬 현상을 네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반복적인 세분화와 통합 과정으로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라 주장했다. 기존 대기업에서 일괄적으로 여러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핀테크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각자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사용자 편의를 도모할 거란 게 핵심이다. 대기업이 전문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통합 과정을 거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업계가 구조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다음으로 배급만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릭슨은 대표적인 예로 음악 시장을 들었다. 소니뮤직은 콘텐츠 생산과 배급을 동시에 한 반면, 스포티파이(Spotify)는 새 기술로 기존 콘텐츠를 배급하는 데 더 집중해 고객을 유치하며 수익을 효과적으로 창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전망했다. 핑안(Ping An)은 금융기관이지만 기술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건강관리와 부동산, 스마트도시, 자동차 등 다양한 영역에 투자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금융과 기술이 융합되면서 금융 서비스 민주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기존 소수 은행이 독점하던 영역에 기술이라는 경쟁력으로 뛰어들어 기존 업계가 가진 권력을 분산화시킬 것이고, 이 과정에서 금융 산업이 한층 더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핀테크 2.0, 기술은 금융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인터넷 플랫폼회사인 디안롱(Dianrong)의 소울 흐타이테 (Soul Htite)대표는 핀테크가 어떻게 변화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기술이 금융업계에 혁신을 일으켰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어떤 가치’를 창출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이 ‘신뢰’라는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소울 흐타이테 디안롱 대표가 핀테크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경제적 거래는 신뢰를 쌓는 방식이 변화했는데, 최근에는 이 역할을 은행 같은 금융 회사가 담당했다. 즉 A가 믿는 은행과 B가 신뢰하는 은행 간 거래를 통해 교환이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 최근 세계화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면서 기존 거래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 그는 이를 해결할 기술이 ‘블록체인’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혁신은 장기적으로 여러 회사들이 함께 이룰 수 있다고 언급했다.

소울 대표는 블록체인이 만들어갈 미래를 핀테크 2.0으로 정의하며 다음 세 가지 현상을 예측했다. 첫째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각각 블록을 형성해 거대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민주적인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다.

다음으로 블록체인으로 인해 고객의 신용정보와 금융 계획 같은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어 돈을 빌려주는 공급자의 역할이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대한 규모의 금융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거래 운영 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하고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각 경제, 금융 전문가들이 모여 아시아 대출 시장의 변화를 논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한 과제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에 대해 필리핀 온라인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마야(PayMaya)의 파알로 아졸라(Paolo Azzola) 최고운영책임자, 스위스 암호화폐회사인 스마트밸러(Smart Valor)의 올가펠드미어(Olga Feldmeier) 대표, 결제 플랫폼 회사인 벤드(Vend)의 바우한로셀(Vaughan Rowsell) 대표, 정치 스타트업 피스컬 노트(Fiscal Note)의 팀황(Tim Hwang) 대표가 패널로 참가해 경험담을 공유했다.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고객 행동 변화 유도’와 ‘정부 규제’를 가장 어려웠던 문제로 꼽았다.

파알로는 필리핀 국민 60%가 여전히 현금으로 결제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결제 개념을 설명하고 행동으로 유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올가 역시 블록체인 개념과 안정성에 대해 확신이 없는 고객들에게 암호화폐 사용을 도모하기 위해 신뢰를 심어 주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팀황은 사용자들이 평소에 하던 소비 습관과 생활 패턴에서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며 행동을 바꾸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며 공감했다.

정부 규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파알로는 사업을 위해 필리핀 중앙은행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고 전자상거래 파트너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올가는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합법적으로 인정받으려고 직접 스위스 정치인을 설득시켰다고 했다. 그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자 성공의 첫걸음임을 강조했다.

 

아시아 대출시장의 변화
‘기술 발전이 아시아 대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징조우(Jing Zhou) 핀텍(PINTEC) 대표와 뷔핀칼라(Vipin Kalra) 뱅크바자르인터네셔널(BankBazaar International) 대표가 패널로 참가했으며, 댄왕(Dan Wang)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 경제학자가 토론을 이끌었다.

뷔핀은 기술이 아시아 대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기술로 달라지는 사용자 행동 변화와 이에 따른 업계 변화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금융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들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는다는 사례를 들며, “은행이 옛날과 달리 고객을 찾으려고 운영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징은 “중국 역시 모바일 기술 발전으로 대출 시장에서 사용자 행동이 많이 변했다”며 뷔핀의 말에 공감했다. 더불어 그는 모바일 데이터를 분석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있는 고객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뷔핀과 징은 공통적으로 ‘데이터 분석’이 아시아 대출 시장변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봤다. 데이터 분석으로 개인별로 정밀한 타겟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징은 데이터에 기반해 정말 대출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의 필요를 만족시켰고, 기업 운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며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게 됐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대출 시장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뷔핀은 “데이터 활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고객 동의’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정부 규제와 기업의 책임감이 중요하다”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징은 핀테크 스타트업의 경험들이 대기업에 비해 짧기 때문에 법 지식에 대한 무지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핀테크라는 용어가 사용된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이미 해외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기존 제도권 금융회사만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던 주식트레이딩과 보험, 해외송금과 환전, 각종 파생상품 설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형금융사와 경쟁하고 있다. 이에 HSBC 같은 대형 글로벌은행조차 혁신을 위해 자체 솔루션 개발과 동시에 핀테크 스타트업과 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핀테크 산업은 아직도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다. 한국 핀테크 시장이 발전하려면 다양한 외국 회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됨과 동시에 국내 제도권 금융사들의 오픈 마인드, 불필요한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

이번 RISE 2018 콘퍼런스를 통해 빠르게 진화하는 글로벌 핀테크 시장을 돌아보며 모인을 비롯한 한국 핀테크 스타트업도 이를 함께 개척할 수 있는 선두주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4호(2018년 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