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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이 필요한 독일의 직업훈련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다른 나라들이 따라야 할 모범 사례로 언급되곤 한다. 그러나 최근의 기술 변화가 이들에게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2018-08-06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테크M 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뮌헨 외곽에 위치한 지멘스 본사 빌딩 10과 30 내부에는 다음 세대의 독일 노동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에 몰두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이 맡은 과제는 제조업 자동화의 시대에도 독일의 기적이 지속되도록 조심스럽게 구성한 것들이다.

한 방에는 자동차 기계전자공학 엔지니어가 될 젊은 이들이 있다. 이들은 지난주에 센서와 컨베이어 벨트, 사람이 조종할 필요가 없는 기계로 구성한 소규모 자동 생산 라인에 대한 프로그래밍을 열성적으로 배운 터였다.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유창한 영어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토의하고 있었다. 단지 이들이 또래의 미국 청년들과 다른 점이라면 이들 중 누구도 대학을 다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 대부분은 16살에 중등교육을 마치자마자 지멘스에 입사했다. 학비를 내는 대신 이들은 일을 배우면서 약간의 월급을 받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기계공학과 기계전자공학 전공 학비는 2만 5000 달러(약 2800만 원)에서 4만 4000 달러(약 4928만 원)에 달한다.

 

지멘스는 뮌헨 외곽에 위치한 이 복합단지에서 다음 세대의 노동자를 훈련시키고 있다.

지멘스 훈련프로그램은 독일에서 잘 알려진 직업훈련 프로그램의 하나로 매년 50만 명의 젊은 이들을 조기에 노동자로 일하게 만든다. 지난해 독일 수출은 1조 2790억 유로(약 1691조 원)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비록 높은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1만 명 당 309대라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업용 로봇의 비율로 나타나는 자동화 기술 덕분이다. 직업훈련은 이러한 빛나는 성과의 핵심 동력이며, 미국의 정치인들은 좌와 우를 막론하고 이를 도입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독일의 직업훈련을 칭송하는 사람들은 다른 선진국에서 발견되는 소위 기술격차를 이야기한다. 이는 기업이 적절한 기술적 전문성을 가진 구직자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차이를 줄이고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도제 훈련 프로그램 규모를 2억 달러(약 2240억 원)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버락 오바마 역시 2015년 유사한 프로그램을 도입한 바 있다.

 

지멘스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이 제조업 자동화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전할수록 독일의 이러한 직업훈련 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 한다. 인공지능이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뤄지는 직업훈련이 다수 노동자에게 곧 쓸모 없게 될 기술을 가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10년 뒤의 직업에는 사람들을 훈련시켜 대비할 수 있음을 보여 왔습니다.” 스탠포드대 경제학자 에릭 하누섹의 말이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훈련시킬 수 있음을 아직 보인 적이 없습니다.”

 

당장을 위한 기술
독일의 도제훈련 또는 아우스빌둥의 기원은 수백 년 전 교역이 강력한 길드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몇몇 독일 목수들은 여전히 장인 목수가 되려고 3년 하고도 하루 동안 전통 복장을 입고 수련을 받는 아우프 데어 발츠 전통을 지키고 있다.

오늘날 어린 독일 학생들은 10세 정도에 대학을 진학할지 직업훈련을 받을지를 결정한다. 직업훈련을 받을 아이들은 16세에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견습생들은 대략 3년 동안 지멘스 같은 기업에서 훈련을 받으며 봉급을 받는다. 훈련은 교실과 작업장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프로그램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며, 기업은 학생 한 명당 매년 1만 8000 유로(약 2380만 원) 정도를 써야 한다.

“굳이 따지자면 손해는 아닙니다.” 지멘스 국제훈련 컨설턴트인 프리드리히 베이저의 말이다. “대부분의 견습생들이 배우는 동안에도 회사에 어느 정도 기여할 뿐 아니라 과정을 마친 뒤에는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견습생들은 자신이 수련을 받은 기업에 들어갑니다.” 베이저의 상사이며 지멘스의 학습과 교육 책임자인 토마스루브너의 말이다. 견습생 제도는 적절한 기술을 가진 훈련된 노동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회사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한다. 이직이 특별히 잦은 아시아에서도 지멘스에서 견습을 받은 직원은 회사를 떠날 확률이 1년에 3%에 불과하다.

견습을 받지 않은 직원은 이 확률이 세 배에 달한다. 견습생 제도의 장점은 더 있다. 하누섹의 연구에 따르면 독일의 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직업훈련을 택한 동년배들보다 12.9% 낮다.

하지만 직업 훈련을 받은 이들은 40대 중반이 되면 실업률이 올라가고 평생 소득이 낮아지기 시작한다. 이제 직업훈련을 받은 이의 기술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고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다. 반면 보편적인 지식과 분석적인 사고, 문제 해결 능력, 조직 능력 등 전문가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더 가치 있어 질 것이라 예측하는 능력을 갖춘 대학 졸업자들이 더 우위에 서게 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더크 크루거와 크리쉬나 쿠마는 지난 수십년 간의 데이터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남을 보였다. 기술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더디었던 1960년대와 1970년대 독일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미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인 1980년대와 1990년대 미국의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독일 기업보다 더 빨리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두 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순위는 바뀌었다.

변화가 크지 않던 시기에는 “평생 한 가지 일만 할 사람에게 그 일만을 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유용한 방법”이었다고 펜실베니아대 경제학자 크루거가 말한다. “하지만 기술이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에는 한 가지 일만 배우는 것보다 문제 해결 능력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더 낫다.” 독일 공장의 노동자들이 제한된 종류의 기술만을 가지고 있을 때 어쩌면 미국인들은 더 효율적인 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독일의 직업훈련 시스템이 어쩌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뮌헨대 경제학자 러드거 웨스만의 말이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직업훈련보다 대학을 택하는 독일 젊은이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한다. 직업훈련이 계속 의미 있으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이나 로봇 같은 기술은 한 사람이 남은 인생동안 취업에 써먹을 수 있는 그런 기술을 갖출 수 없습니다. 직업 훈련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지요.”

 

중간경력자 시한 폭탄
그렇다고 독일이 이 시스템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직업훈련 제도는 지난 수백 년을 “다양한 기술 변화에 적응하며 유지돼왔다”고 독일의 직업훈련에 대한 책을 쓴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정치학자 캐서린 텔렌은 말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능력 있고 운 좋은 소수를 위한 새로운 융합 접근이다. 텔렌은 기존의 견습생 졸업장에 학사나 석사 학위를 추가로 주는 이 제도를 엘리트 복수 학위 과정이라 부른다.

 

지멘스의 프리드리히 베이저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투자되는 비용이 상당하지만, 견습생들의 근무성적이 좋고, 졸업한 뒤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멘스의 기계전자공학 실험실에서 일하는 젊은이인 오렐은 견습생 과정을 마친 뒤 대학으로 진학해 재생에너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래 층의 공작실에서는 스물두 살 여성인 레나가 창의성을 자극하는 개인 프로젝트로 작은 포신을 깎고 있었다. 그녀는 월급을 받으며 견습생 생활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대학 학위를 받는다. “견습 과정은 돈을 벌려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졸업한 뒤에 확실한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있지요.”

대학으로 진학했던 패트릭은 1년의 견습 생활을 추가하면 학비를 내는 대신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지금 새로운 직업훈련을 받는 중이다.

이 젊은이들은 두 교육방식의 장점만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계속 개선할 수 있는 지멘스 같은 대기업에 취업하는 이점도 누릴 수 있다. 베이저는 올해 말에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한 새로운 커리큘럼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더 전통적인 견습생 제도에 들어간 이들의 미래는 그리 밝지 못하다.

“독일의 성인을 위한 직업훈련 제도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텔렌의 말이다. 한 가지 이유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며, 다른 이유는 아직 누구도 기업과 교육이 필요한 성인의 요구를 조화시키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일에서 성인 교육에 대한 예산이 지난 10년간 계속 삭감됐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당신은 16세에 어떤 기술을 배우고 그 분야가 40년 동안 바뀌지 않기를 바라다가 60세에 은퇴를 합니다. 이는 그럴 듯합니다.” 크루거가 말한다. 하지만 은퇴 연령이 70세로 올라가고 인공지능이 여러 산업 분야를 뒤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예상은 통하지 않는다. “직업훈련 제도는 커다란 변화를 필요로 합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4호(2018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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