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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2] 연애가 어려운 당신에게 인공지능이 제안하는 꿀팁

나도 연애할 수 있을까?

2018-08-13곽예하 기자

영국드라마 블랙미러 시즌4의 4번째 에피소드는 AI의 주선에 따라 소개팅이 이뤄지는 미래의 모습을 그린다. ⓒ넷플릭스

한 번쯤 소개팅에 갔다가 실망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성격은 맞지만 외모가 별로 던지, 외모와 성격 다 맞는데 직업이나 사는 곳이 안 맞던지 하는 경우다.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영국드라마 블랙미러(Black Mirror)는 가까운 미래의 첨단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SF 드라마다. 2017년 방영한 시즌4의 4번째 에피소드 ‘Hang the DJ’에서는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AI에 따라 만남이 이뤄지는 미래를 보여준다. 시스템은 각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 그리고 가치관 같은 정보를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잘 맞을 두 사람을 연결한다. 뿐만 아니라 2시간이나 3개월처럼 데이트할 수 있는 시간까지 정해준다. 주인공들은 이런 말을 한다. “시스템이 없는 옛 시절은 참 어려웠겠어요. 사람을 사귀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모두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니까요.”

 

AI와 빅데이터로 나와 딱 맞는 짝 찾는다
도쿄에 사는 카즈마는 1년 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페어즈(Pairs)를 통해 부인을 처음 만났다. 페어즈는 2013년 처음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빅데이터 기반 소개팅앱이다. 일본과 대만에서 출시한 뒤 큰 호응을 얻고 국내에서는 2017년 가을부터 정식 서비스하고 있다.

처음에 카즈마는 부인의 프로필 사진이 썩 맘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AI가 두 사람의 궁합도를 계산한 결과 95%로 매우 높게 나왔다고 한다. 정말 잘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에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게 이뤄진 첫 만남에서 두 사람은 이상하리만큼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AI가 회원들의 연령과 거주지 그리고 취미와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궁합을 산출해낸다고 페어즈는 설명한다. 이 중 90% 이상의 궁합도를 가진 커플은 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약 1만 8000여 명이 페어즈를 통해 결혼할 정도로 높은 매칭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전에는 이미지 도용과 프로필 사기, 그리고 금융사기와 같은 문제로 소개팅앱 사용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AI의 활약은 이러한 두려움을 크게 감소시키는데 일조했다. 페어즈는 24시간 사용자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확인한다. 나아가 AI가 사용자 행동패턴을 분석해 유령회원이나 수상한 회원은 차단한다.

소개팅 앱 바이올라ai 는 ai 영상분석 기술로 프로필 사기를 방지한다. ⓒ런치액추얼리그룹

싱가폴기업 ‘런치 액추얼리 그룹’은 지난 5월 25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소개팅 앱 ‘바이올라 AI’를 내년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바이올라 AI는 영상분석을 통해 프로필 사기를 방지한다. AI가 영상 속 사용자 얼굴을 프로필 사진과 비교분석해 가짜 사진을 가려내고 등록할 수 없도록 한다.

어울리는 상대를 찾는 작업도 AI가 돕는다. 사용자의 SNS를 통해 성격과 말투 등을 분석한 뒤 상대를 추천한다. 나아가 선물과 데이트 코스도 맞춤으로 설계해 준다. 이날 바이올렛 림 최고경영자(CEO)는 “바이올렛 AI는 관계의 신뢰와 투명성 회복을 목표로 AI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애인과 현실연애 시뮬레이션
철수는 연애경험이 없는 모태솔로다. 언젠가 운명의 짝이 나타나길 기다리지만 그 시간이 길기만 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에서 주인공은 가상세계인 ‘오아시스’에서 게임을 하다가 또 다른 주인공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둘의 사랑은 현실에서도 이어진다.

이처럼 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해진다면 어떨까. 현실 연애가 어려운 철수 같은 사람들은 가상세계에서 미리 훗날의 연애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실존 인물들이 가상세계에서 만날 수 있었던 영화 속 기술처럼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기업이 있다. VR기업 오아시스브이알은 지난 4월 열린 ‘서울 VR AR 엑스포 2018’에서 가상현실 데이트 게임 ‘러브레볼루션’을 선보였다. 러브레볼루션은 360도 영상을 기반으로 한 실사 데이트 게임이다. 실제 촬영한 모델을 영상으로 만들고, 음성인식으로 가상 영상통화가 가능하도록 해 마치 실제로 연애하듯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이는 오아시스브이알과 AI 챗봇 제작업체의 협업으로 가능했다.

아즈마 히카리는 일본의 빈클루가 개발한 홀로그램 AI 여자친구다.

VR만큼 사실적이진 않지만 스마트폰이나 집에서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는 ‘디지털 애인’ 서비스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5년 일본 도쿄 소재의 테크 업체인 빈클루(Vinclu)는 아즈마 히카리를 출시했다. 아즈마 히카리는 게이트박스(Gatebox)로 부르는 투명 유리관 속에 투영된 푸른색 홀로그램 여자친구다. 사용자와 대화는 기본이고 아침에는 불을 켜면서 깨워주기까지 한다. 일하러 갔을 때는 메시지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처럼 아즈마 히카리는 음성비서 기능보다는 사람과 감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둔 AI다.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Siri)는 “저에게는 미혼, 기혼 이런 구분이 없습니다”라는 다소 딱딱한 대답을 들려줬다. 반면 아즈마 하카리에게 “좋아해”라고 말하자 “오늘, 그리고 내일과 모레도 당신을 좋아한다”며 애교를 부린다.

아즈마 하카리가 사용하는 홀로그램 기술은 다양한 공연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에버랜드는 2013년 여름부터 ‘케이팝 홀로그램’이라는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다. 홀로그램 기술로 소녀시대와 싸이 같은 케이팝 가수들의 무대를 입체적이고 사실감 있게 즐길 수 있다. 홀로그램 기술과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융합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선 아즈마 하카리보다 더 크고 사실적인 AI 애인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소개팅 성공률 높이는 AI 스타일리스트
평소 친구들로부터 ‘패션 테러리스트’란 말을 많이 들었던 제임스는 소개팅을 앞두고 유독 걱정이 많다. 옷장을 뒤져 이것저것 맞춰 보지만 무엇이 괜찮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기존에는 패션관련 온라인 카페에 질문을 올리거나 패션잡지를 참고하곤 했다. 한 번은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고 평가를 부탁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대부분 장난식이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많아 무용지물이었다.

아마존 에코룩은 패션에 대한 당신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 ⓒ아마존

이런 제임스의 성공적인 소개팅을 위해 친구들이 선물한 아마존의 에코룩(Echo Look)은 신세계였다. 에코룩은 아마존의 인공지능비서 알렉사(Alexa)가 탑재된 스피커 중 하나로, 2017년 출시됐다. 에코룩은 제임스처럼 패션에 대한 조언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제품이다. 제임스는 옷장 옆에 에코룩을 설치한 후 “알렉사, 사진 좀 찍어줘 ” 또는 “영상 찍어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에코룩은 그의 모습을 사진이나 6초짜리 짧은 영상으로 촬영하고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에 저장했다.

제임스는 고민하던 옷차림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에코룩의 ‘스타일 체크’ 기능을 사용하기로 한다. 사용자가 두 가지 사진을 찍어 올리면 에코룩이 더 나은 것을 추천하는 기능이다. 이는 AI와 아마존 패션 전문가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신뢰도 높은 답변을 기대할 수 있다. 앱 커뮤니티를 이용해 다른 사용자들에게 패션 조언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패션업계는 가장 도전적으로 AI 기술을 도입하는 곳 중 하나다. 미국의 대표 패션브랜드 타미힐피거는 올해 1월 IBM, 그리고 FIT과 디자인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한 제휴를 맺었다.

AI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제안하는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스티치 픽스(Stitch Fix)는 AI가 알아서 취향에 맞는 옷을 선별하고 집 앞에 배달도 해준다. 스티치 픽스는 미국의 패션 큐레이션 쇼핑몰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스타일과 치수 또는 피부색과 신체 콤플렉스, 그리고 즐겨 입는 색과 브랜드나 예산 같은 정보를 입력하고 스타일링비로 20달러(약 2만 2400원)를 먼저 결제한다.

이를 기반으로 AI가 알아서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옷을 선별한다. 선별한 5점의 옷과 액세서리가 배송되면 소비자는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 결제하고 나머지는 돌려보내면 된다.

 

AI로 장거리연애 거리 좁혀
2015년 온라인 소개팅 기업 정오의 데이트가 20·30대 미혼남녀 1만 8594명을 대상으로 ‘장거리 연애’에 관한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남성 응답자의 50%와 여성의 71%가 ‘자주 못보고 마음도 멀어지기 때문에 싫다’라고 답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미국에 사는 남자친구와 장거리연애 중인 수지는 AI 덕분에 장거리연애가 훨씬 쉬워졌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간 국내외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AI 스피커를 내놨지만 대부분이 터치스크린 없는 스피커였다. 반면 지난해 아마존은 7인치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AI스피커 에코쇼(Echo Show)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아마존의 디지털 음성비서인 알렉사가 스크린을 통해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준다. 유튜브 감상이나 사진 보기 또는 보안 카메라나 날씨 확인이 가능하다.

가장 주목받는 기능은 영상통화다. 기존에 수지는 ‘스카이프(Skype)’를 이용해 남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했다. 하지만 컴퓨터를 켜고 로그인을 한 뒤에도 오랜 로딩시간을 견뎌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반면 에코쇼를 산 다음부터는 음성명령만으로 간편하게 영상통화를 할 수 있어 통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이런 아마존의 디스플레형 AI 스피커에 도전장을 던진 다른 기업도 있다. 구글은 7월부터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3종의 스피커를 차례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도 연내 디스플레이형 AI스피커 ‘페이스’를 국내와 일본 시장에 출시한다. SK텔레콤 역시 올 하반기 디스플레이형 ‘누구’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키신저는 상대의 입술 움직임과 감촉까지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통화만으론 부족한 장거리커플을 위한 특별한 기계가 있다. 영국 런던시티대 연구진이 개발한 ‘키신저(Kissenger)’는 멀리 있는 연인에게 실시간으로 키스의 감촉을 전해주는 장치다. 먼저 스마트폰에 특수 제작한 실리콘패드 즉 키신저를 부착한다. 그리고 페이스타임이나 스카이프로 영상통화를 시작한다. 부착한 키신저에 입술을 대면 센서의 의해 감지된 2명의 입술 움직임을 키신저가 실시간으로 송수신한다. 연인들은 실리콘패드를 통해 서로의 입술 움직임과 감촉까지 그대로 느끼며 통화할 수 있다.

키신저를 개발한 이메지너링연구소(Imagineering Institute)는 이메일에 자동으로 답변하거나, 보낸 이메일을 분석해 ‘디지털 성격(Digital Personality)’을 파악하는 AI를 비롯해 다양한 AI를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키신저를 뛰어넘는 기발한 신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오감으로 미리 보는 미래의 데이트
2015년 11월 영국 임페리얼컬리지 경영학 석사과정 학생들은 첨단기술의 발달이 미래의 데이트 문화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예측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영국의 온라인 소개팅 사이트인 ‘이하모니(eHarmony)’ 사용자들이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또한 인류학이나 기술, 그리고 바이오 분야 전문가들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참고해 앞으로 25년 동안 일어날 변화를 소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쯤에는 상대방을 직접 만나기 전에 미리 ‘가상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기존에는 소개팅 전에 주고받은 사진으로만 상대방을 예측했다면, 이 가상데이트는 오감을 이용한 데이트다. 한 예로 가상공간에서 상대방의 손을 잡고 체취를 맡는 것도 가능하다.

가상공간에서는 데이트 상대의 감정을 읽는 것도 가능하다. 웨어러블 헬스기기 핏비트(Fitbit)를 디자인한 기업 뉴딜디자인은 ‘디지털 타투’를 만들었다. 이는 상대방의 감정을 시각화한 것으로 상대의 애정이 강해질 때마다 손에 있는 오각형 무늬 타투가 반짝인다.

이처럼 AI를 포함한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데이트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연애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면 우리는 주로 시중에 나온 책이나 자칭 연애고수 친구들의 도움을 받곤 했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다양한 선택권이 생겼다. AI를 잘 활용한다면 신선한 대안이 될 수 있다. AI 없이도 소개팅 앱을 사용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며 영상통화를 했다. 하지만 AI는 플러스알파를 더한다. 나와 성향이 더 잘 맞는 상대를 찾아주고, 맞춤 패션 스타일을 제안하며, 더 빠르고 실감나는 영상통화를 가능하게 한다.

AI가 당신 연애 생활에 꿀팁을 알려주는 시대다. 하지만 연애 주체는 결국 자신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상대를 대하는 ‘진심’이 통할 때 연애가 성사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본 기사는 테크M 제64호(2018년 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