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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공지능 발전하려면 샌드박스 규제 도입해야

한국인공지능협회 ‘인공지능 유저 콘퍼런스’ 전문가 좌담회

2018-08-08김태환 기자

인공지능 유저 컨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관료제식 정책 추진(탑다운, 하향식)보다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바텀업, 상향식)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탑다운 방식은 경직된 원칙주의로 인해 창의적인 기술 개발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머신러닝 기법처럼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한국인공지능협회는 7월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인공지능 유저 콘퍼런스’를 열고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가 함께 인공지능을 어떻게 상용화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박은정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의 주제발표와 더불어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축사가 진행됐다. 또 한동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SW콘텐츠연구소 소장, 이형목 한국천문연구원 원장, 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 원장, 양기대 전광명시장, 문재웅 경기도당 선대위 4차위 위원장이 AI 활용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AI 플랫폼을 개방해 다양한 AI 서비스 상용화 지원

한동원 소장은 공공서비스 차원에서 AI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ETRI는 최근 AI에서 언어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언어지능과 이미지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시각지능을 포함해 ‘보고 듣고 말하는’ 인텔리전스를 만드는 것을 AI기술 발전 목표로 삼았다.

ETRI는 언어지능 기술을 제공하려고 ‘엑소브레인’을, 시각지식 서비스를 위해 ‘딥뷰’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들은 각각 2013년과 2014년에 개발을 시작했다.

퓨처로봇 퓨로가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길안내를 하고 있다.

엑소브레인은 사람들이 평상시에 쓰는 언어인 자연어에서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중에 나온 인공지능스피커처럼 간단한 정보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에게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도움을 주는 단계까지 올라섰다고 ETRI 측은 설명했다.

실제 엑소브레인은 2016년과 지난해, 두 번에 걸쳐 EBS 장학퀴즈에서 왕중왕 학생, 수능만점 학생과 경연을 펼쳐 승리했다.

당시 엑소브레인은 510점을 얻었고, 차석이 360점을 얻었다. 한동원 소장은 “국내 법안을 상정할 때 과거 그런 판례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엑소브레인에게 묻고 답하는 ‘지능형 법률 Q&A 서비스’를 국회도서관과 협의해 개발하고 있다”면서 “또 특허청과 협의해 특허를 출원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비슷한 특허가 있는지, 특허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같이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지능형 특허출원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각지능을 담당하는 ‘딥뷰’는 영상에 있는 사물과 배경이 어떻게 움직이고 행동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인간이 가진 눈과 비슷한 역할을 하며, 사건을 찾아내는데 특화했다고 한 소장은 설명했다.

그는 딥뷰로 CCTV 분석과 방송콘텐츠를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CCTV로 쓰레기 무단 투기행위를 단속한다고 할 때 지자체에서 담당자 1인당 관리 모니터가 124대에 달한다.

특히 무단투기가 벌어지는 상황은 24시간 중 극히 짧은 수 분 사이 나타나, 단속하는 담당자는 무의미한 영상을 하루 종일 보는 셈이다. 하지만 딥뷰를 도입하면 영상 단속 인력을 효율적인 시간대에 배치할 수 있고, 실제 무단투기가 발생하는 시점인 유의미한 구간을 파악해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ETRI는 개발한 플랫폼을 개방형으로 오픈해 AI 기술 상용화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 소장은 “AI 관련 기술을 오픈하고 API데이터 제공 서비스를 ETRI 내에서 운용하고 있다”면서 “언어처리와 음성처리, 기계학습용데이터 같은 실제 상용화에 적용 가능한 학습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분야에 10개 넘는 규제를 적용하는 문제 해결 시급

이형목 천문연구원 원장은 최근 천문학 주요 동향과 더불어 AI를 적용한 천문학 연구에 대해 소개했다. 이형목 원장은 “최근 천문학계는 망원경 대형화와 더불어 고감도 디지털 검출기가 등장해 관측 자료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빠르게 데이터를 측정하고, 한번에 넓은 영역을 감시하는 기술적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나오는 데이터들을 분석해야 하는데 기존 분석 방법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데 있다. 현재 데이터가 늘어나는 속도가 사람의 처리 속도를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천문연구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AI기법 도입과 시민참여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I는 경우의 수를 줄여준다. 확률을 미리 계산하고 처리해 어떤 분야를 어떻게 탐색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다. 시민참여연구는 결과로 도출된 데이터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분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원장은 “현재까지는 데이터 분류는 사람이 했는데 양이 아주 많아지면 전문가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면서 “데이터를 일반 시민들이 접속해서 각자가 분류하는 프로젝트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으며, 이미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 원장은 AI와 문화를 접목한 ‘AI 도슨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박물관 서비스는 정해진 개장 시간에 와야만 볼 수 있고, 안내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언어 문제 등으로 불만이 많다”면서 “한국문화정보원이 ‘큐레이팅 도슨트 로봇’을 1년에 4대를 만들어 중앙박물관에 3대, 나주박물관에 1대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양기대 전 광명시 시장은 재직시절 ‘챗봇 트레이너’ 양성을 통한 취업지원 사업을 소개했다. 챗봇은 AI가 소비자들에게 채팅으로 직접 답변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는 축적된 데이터가 적으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챗봇 트레이너는 사람이 직접 챗봇에게 상황별 대처 방법을 학습시킨다. 이를 통해 챗봇에게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만든다.

문재웅 경기도당 선대위 4차위 위원장은 데이터 사용에 대한 인식 변화와 규제해소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문재웅 경기도당 선대위 4차위 위원장에 따르면 우버 같은 이동(Moving) 분야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관련한 규제가 무선설비규칙, 주파수 분배, IoT 전용요금 인가제,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위치정보법, 자동차 튜닝 규정,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 자동차손해배상법, 자동차 성능기준규칙 등 무려 10개가 넘는다.

문재웅 경기도당 선대위 4차위 위원장은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이를 활용하는 능력 자체를 경제의 한 축으로 봐야 한다”면서 “개인 데이터를 동의 받고 무료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여기에 대해 보상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가 거꾸로 중앙정부에 제안해야”

이후 이어진 좌담회에서는 박은정 인공지능협회 회장을 좌장으로 원동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R&D 투자분석 단장, 조경호 4차산업혁명위원회 사회제도 혁신위원, 최수만 전 한국전파진흥원 원장, 조풍연 SW-ICT총연합회 상임의장 등이 참여했다.

원동규 단장은 현재 정부의 정책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혁신성장은 관련 기술을 얼마나 개발해 시장을 창출하느냐로 보는 공급중심의 문제해결방식이고, 소득주도성장은 소비 수요를 어떻게 만드느냐를 고민하는 수요중심의 생각”이라며 “정부에서 제대로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4차산업혁명을 누군가가 앞에서 이끌어줘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방향성을 쥐고 움직여야 하는데, 정부조차도 방향을 모르는 상황에서 민간주도로 움직이라고 규제만 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풍연 의장은 “현업에서 활동하는 기업 관점에서 정부조직과 민간의 사고방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술 발달에 발맞춰 새로운 방식의 업무와 규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과거 방식만을 고집한다는 지적이다.

조 의장은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발주할 때 보면 제품을 만드는 방법이나 접근하는 방법, RFP에 나와 있는 사안들이 하나도 바뀐게 없다”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성장과 대립되는 분야에 신기술을 적용하도록 해야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전문화와 소형화가 이뤄진다. 금융산업에 AI가 도입될 때 금융산업이 붕괴한다고 예상했지만 최근 사람과 로보어드바이저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산업으로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중심의 개혁 정책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특히 정부가 지역자치단체의 창의적인 정책을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기대 전 광명시장은 “중앙부처의 권한이 지방으로 옮겨갔는데도 불구하고 중앙 사무관 한 명이 지침을 내리고, 기초 광역단체 공무원들도 중앙부처에 물어보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규제개혁을 아무리 외쳐도 지침이 사라지면 책임회피만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관 주도로 하는 개혁은 상당히 어렵다”면서 “일선기업 연구기관 협회 전문과 관련기관들이 모여 규제개혁과 규제에 대해 목록을 만들고, 이걸 제대로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재웅 경기도당 선대위 4차위 위원장은 “AI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샌드박스 규제를 도입해 민간 주도로 활동하게 하며 제약을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면서 “두렵다고 안하면 일자리뿐만 아니라 경제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은정 인공지능협회 회장은 “조경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가 제시한 규제해소 안건이 있는데, 베버관료제 같은 관료적 공무원 생태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면서 “지방정부 공무원이 앞장서서 창의적인 기술 토대를 마련하고, 거꾸로 중앙정부에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4호(2018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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