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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3년 뒤 핫 트렌드 ‘가짜 정보와의 전쟁’

실리콘밸리 VC가 전망한 10대 기술 트렌드

2018-07-20곽예하 기자

“가짜 정보와의 전쟁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고,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다. 또 자율주행 로봇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모든 곳에 내장된 스마트카메라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그리고 자율주행트럭과 전기스쿠터 같은 모빌리티가 삶에 혁명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먼 미래나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내용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오피니언 리더 모임인 처칠클럽(Churchill Club)이 지난 5월 2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행사 ‘기술 트렌드 톱10’에서 나온 이야기다. 기술 트렌드 톱10은 처칠클럽이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올해로 20번째를 맞았다. 벤처투자가(VC)로 이뤄진 다섯 명의 패널이 ‘3~5년 뒤 주류가 될 혁신 전망 10가지’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토론 한다. 그런 다음 500명의 청중으로부터 투표를 받아 많은 표를 받은 순서대로 순위를 정한다.

올해는 ‘앞으로 약 3년 뒤에 우리가 만날 놀랍고, 뛰어나고, 판을 변화시킬 기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패널에게 제시됐다. 이에 패널들은 ‘자율주행 로봇 골드러시, 가짜 정보와의 전쟁, 주요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미국 추월, 모든 곳에 내장된 카메라, 모빌리티 혁명, 우주 기술 부상, AI봇이 모바일 커머스 대체, 사라지는 온·오프라인 구분, 블록체인을 활용한 데이터 분산화, 음성 우선 세상’ 10가지를 3년 뒤 주류가 될 기술 트렌드로 꼽았다.

가짜 정보와의 전쟁, 인공지능으로 더욱 심화돼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기술 트렌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어 1위를 차지한 ‘가짜 정보와의 전쟁(The Hunt for Authenticity)’이다. 토마즈 텅거즈(Tomasz Tunguz) VC 제안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실제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가짜 음성과 사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것이 온라인에 퍼지기 시작하면 앞으로 ‘가짜 정보’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페이스북과 구글은 ‘가짜 정보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구글은 2016년부터 ‘팩트체크(Fact Check)’ 기능을 검색 결과와 뉴스 섹션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뉴스 중 ‘팩트체크’가 된 뉴스를 따로 표기하는 기능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시범 운영한 뒤 2017년 4월부터 한국에서도 적용하고 있다. 자사의 ‘팩트 체크 표식 기준’을 제시해 기준에 어긋난 형식의 기사로 밝혀지면 구글에서 기사를 삭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과 정치계 데이터 제공 스캔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페이스북은 지난 1월 올해의 기업 목표로 ‘가짜 뉴스나 혐오 발언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것’을 꼽았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6월 6일 페이스북은 CNN과 폭스뉴스, ABC 등과 협력해 제작한 자체 뉴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미국 CNBC를 통해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동영상 플랫폼 ‘워치’를 통해 올 여름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믿을 수 있는 뉴스를 자체적으로 제작해 ‘가짜뉴스의 온상지’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사례도 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6월 8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과 ‘건전한 온라인 선거 문화 조성을 위한 공동협의체’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공동협의체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16개 기관이 포함된다. 이들은 가짜뉴스, 흑색선전 확산을 막고, 가짜뉴스 판별에 필요한 사실 확인 자료 제공 등에 협조한다.

➊ 기술 트렌드 톱10에서 토마즈 텅거즈 레드포인트 VC가 예측한 ‘가짜 정보와의 전쟁’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➋ 마이크 버널 세퀴오이아캐피털 VC는 “3년 안에 미국 실리콘밸리는 중국에게 심각한 위험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3년 뒤 주요 기술에서 미국 앞선다

다음으로 시선은 끈 것은 2위를 차지한 마이크 버널(Mike Vernal) VC가 제시한 ‘3년 뒤 중국이 주요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한다’는 전망이다. 버널은 “3년 안에 미국 실리콘밸리는 중국에게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라며 “현재 중국정부는 자율주행차와 데이터공유, 스마트공장 발전의 방해요소를 없애기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스타트업들은 불필요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패널들도 이에 동의했다. 중국은 10억 명의 인구와 상대적으로 적은 정부 규제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AI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CB 인사이트(CB Insight)’에 따르면 세계 인공지능 관련 투자 중 미국 스타트업이 차치하는 비율은 38%인 반면, 중국 스타트업은 48%를 차지하며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니콜 퀸(Nicole Quinn) VC는 “딥러닝 기술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려면 몇 년 이상이 필요한데, 중국에서는 이미 널리 확산되고 있다”고 버널의 의견에 동의했다.

한편 버널은 초창기 페이스북이 중국의 막무가내 ‘페이스북 모방’에 분개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중국의 유명 메시지 앱으로 성장한 ‘위챗(WeChat)’을 부러워하는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인스턴트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이, 위챗의 규모와 강력한 영향력을 닮고 싶어 한다”며 중국의 잠재력을 재차 강조했다.

➊ 니콜 퀸 라이트스피트 벤처투자가(VC)는 딥러닝 기술이 이미 중국에서 널리 확산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➋ 데이비드 코완 베세머 VC는 AI봇이 모바일 커머스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➌ 사라 구오 그레이록 VC는 스마트카메라의 일상 속 감시를 비판했다.

자율주행 로봇 분야 골드러시로 가격하락 이끌어

버널은 ‘자율주행 로봇이 골드러시(Gold Rush)를 이룰 것’이라 예측했다. 수천 명의 엔지니어와 수십 억 달러(수 조 원)가 자율주행차 로봇 개발에 투입돼, 결국 로봇과 자율주행차의 가격 하락을 이끌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10일, 현대모비스는 경기 용인에 총 14억 원을 들여 400여 명의 연구원들이 소프트웨어 직무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모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구축했다. 자동차 회사가 이처럼 IT 기업에 버금가는 규모로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소프트웨어 비중이 자연적으로 높아지는 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버널은 또 “인간의 위험하고 힘든 일들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사라 구오(Sarah Guo)VC는 “로봇공학에 필요한 기술은 너무 광범위하고 깊기 때문에 인재양성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지적하며 동의하지 않았다. 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유연하고 섬세한 일을 로봇이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퀸도 동의하며 “로봇공학이 새로운 기회의 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엔지니어들이 소비자 요구를 맞출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곳에 내장된 카메라로 혼란스러워질 세상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에는 모든 사람을 감시하는 허구적 독재자 ‘빅브라더’가 나온다. 소설 속 빅브라더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화장실과 같은 사적인 공간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감시사회’는 미래사회에 대한 상상에서 흔히 등장하는 요소다. 하지만 이것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사라 구오는 “저렴한 스마트카메라가 모든 곳에 내장될 것”이라며 “이것이 편리함을 넘어 세상을 감시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마트카메라는 이미 자신이 찍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정도로 진화했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는 우버(Uber)를 예로 들며, 이미 비디오를 통해 소비자를 분석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버널은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이 증가하면서 감시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구오의 의견에 동의했다.

2014년 중국은 사회적 신용등급 제도 ‘톈왕’을 도입했다. 공중에 설치된 인공지능 스마트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등급을 매긴다. 도로에서는 치한 강화라는 목적으로 스마트안경을 쓴 경찰이 사람을 촬영하고 범죄자를 구별해낸다. 스마트안경은 1만 명의 얼굴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 국민에게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이 낮으면 불이익을 받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스마트감시’가 현실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라 구오의 질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런 감시에 준비가 됐나?”

 

인공지능과 블록체인도 주목

이날 행사에서도 블록체인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토마즈 텅거즈는 “현재 클라우드에 중앙집중식으로 저장돼 있는 데이터들이 점점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을 통해 분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AI봇이 모바일 커머스를 대체할 것’이라 예측한 데이비드 코완(David Cowan)은 모바일 앱이 모두 사라지고 AI봇을 통해 음성으로 모바일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테크M은 ‘MIT 선정 10대 혁신 기술’로 3D프린팅, 인공배아, 스마트시티, AI, 천연가스,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프라이버시 등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중 AI와 블록체인은 ‘기술 트렌드 톱10’에서도 중요한 이슈였다.

모바일 플랫폼, 들고 다니는 컴퓨터, 온라인 유통의 개인화 같이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가 놀랍게도 처칠클럽에서는 20년 전쯤인 1998~1999년에 예측됐다. 이번 20번째 ‘기술 트렌드 톱10’에서 나온 10가지 전망이 100% 현실화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미래는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으로 이어질 뿐이다. 그리고 지혜는 실천으로 완성된다. 이번 예측을 바탕으로 좋은 것은 앞당기고, 불가피한 피해는 최대한 늦추는 오늘의 노력을 더하는 지혜를 발휘하면 좋지 않을까.


<본 기사는 테크M 제63호(2018년 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