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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진흥법’ 발의 대토론회, “혁신기술 특성상 기존법 테두리 벗어야”

블록체인 리포트 규제와 혁신

2018-07-11김태환 기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을 육성하려고, 국회에서 ‘블록체인산업진흥기본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기준이 없던 기술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줌으로써,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한다는 목표다. 블록체인의 법적 정의와 더불어 함께 제공되는 디지털서비스 분류와 규제, 산업육성 의무화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탈중앙화 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블록체인이기에 기존 법안의 테두리를 벗어나 제로 베이스에서 완전히 새로운 법안을 고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비즈니스 성격에 따라 적용 법안 달라

5월 2일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블록체인 산업진흥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블록체인기본법’의 대표발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홍 의원실과 한국무역협회, 법무법인 민후가 공동으로 연구해 마련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법적 규정이 없어 생기는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기획했다.

법안은 총 5장으로 제1장 총칙, 제2장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위한 추진체계, 제3장 블록체인 산업 발전의 기반조성, 제4장 블록체인 기술의 이용촉진, 제5장 보칙 등으로 구성됐다.

법안은 블록체인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암호화폐(디지털토큰)와 서비스의 법적 적용범위를 제시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유통과 콘텐츠, 금융, 제조, 정치 등 광범위하고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이 가능하다. 진흥법은 블록체인이 접목되는 각각의 서비스가 원래 적용받던 기본 법안에 적용되도록 구성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BTCjam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P2P대출업체의 경우 비트코인을 빌려주려는 사람과 빌리려는 사람을 연결해 준다. 기존 금융권에서 신용평가로 인해 저신용자의 대출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서비스다.

한국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대부업’으로 분류돼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법정화폐로 인정되지 않아 대부업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 또 전자화폐로도 분류되지 않기에 전자금융거래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해당 서비스가 투자 상품이 아니어서 자본시장법 적용도 안 된다. 이런 이유로 BTCjam 서비스는 한국에서는 통신판매업자로 신고해야 한다.

반면 ‘머니토큰’이라는 서비스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현금을 대출해주는 P2P플랫폼이다. 이 서비스는 현금을 대출해준다는 점이 명확하기에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만일 여행지에서 현지인이 여행객에게 다양한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디지털 토큰을 지급받는 서비스가 있다면 두 가지 쟁점이 생긴다. 여행자가 원화나 달러 같은 법정화폐를 디지털토큰으로 전환해 사용하기 때문에 현행법상 ‘외국환거래법’을 적용받을 수도 있고, 디지털토큰을 사용하기에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을 수도 있다. 이때는 미화 1만 달러 이하 거래는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에 전자금융거래법 적용이 가능하다.

블록체인진흥법은 이처럼 기존에 모호했던 블록체인 서비스 적용규제에 대해 어떤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김경환 민후 대표 변호사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와 디지털토큰은 여러 가지 성격이 있기에 일괄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면서, “블록체인플랫폼이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 분야만 새로 입법해서 규제하고, 나머지는 기존 법령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안은 블록체인 활용 사업의 법적 규제 확정과 함께 사업 진흥에 대한 내용도 포함했다.

주무기관으로는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선정해, 블록체인 산업의 금융과 비금융 두 분야의 부서가 관장한다. 이 두 부서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며, 3년마다 블록체인 산업전략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진흥계획을 수립한다.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효율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하기 위한 권한도 포함했으며, 실태조사에 대해 피조사기관은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실효성 낮아,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 적용 필요

일각에서는 진흥법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디지털토큰의 발행 및 유통과 관련해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존재를 인정하는 선에서만 끝나면 부족한 감이 있다”면서, “몇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ICO에 대해 긍정적으로 허용하면서도 다른 법령과의 관계를 이 법에서 해결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구 변호사는 “법안에 따르면 디지털토큰은 상법을 적용받는데, 이렇게 확인적 규정으로 만들면 해석의 권한을 행정부에 유보하는 꼴이 된다”며, “결국 분쟁 발생 소지가 남는다”고 걱정했다. 행정처분이 예고되는 부분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진흥법이 기존 법에 너무 의지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추진체계를 보면 현 법안과 다를 바 없다”면서,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기술혁신이고, 완전 혁명적인 사상이기 때문에 대륙법적 체계를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생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태언 변호사는 “기존 제도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법안 발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기존 법안을 완전히 배제하진 못해도 포괄적인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해 일정한 행위만 금지되고, 그 이외는 허용한다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현재의 톱다운(Top-down) 방식보다 민간이 주도한 뒤, 이에 맞춰가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법안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홍민 금융위 과장은 “블록체인 관련법은 정부주도보다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민간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나와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