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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등 북한판 4차 산업혁명 열풍 거세

김정은 시대 북한 IT 현황

2018-07-06강진규 IT칼럼니스트

2013년 8월 북한 스마트폰 제조 생산 공정을 돌아보고 있는 김정은 모습

[테크M=강진규 IT칼럼니스트]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이 사망한 뒤 새롭게 집권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시대부터 이미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IT 기술 개발에 노력해왔다. 이에 따라 북한 연구진들은 리눅스를 기반으로 자체 운영체제(OS)를 비롯해 다양한 SW를 개발하고 있다. 또 북한은 2008년 이집트 ‘오라스콤 텔레콤’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고려링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북한 내 이동통신, 즉 휴대전화 이용자가 38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뒤에 북한은 이전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통신과 SW, 인터넷, 신기술(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산업 정보화 등 다양한 과학기술과 IT 분야에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정은 시대에 IT는 IT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까지 녹아들고 있다. 북한은 정보화를 통해 산업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북한 스마트폰의 변화

북한은 아리랑, 진달래, 평양 등 다양한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3년 8월 11일 북한 스마트폰 아리랑 생산 공장인 ‘5월11일공장’을 방문했다. 김정일이 과거 중국 방문 시 중국 전자업체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북한 최고 지도자가 스마트폰 공장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이 개발한 스마트폰들의 모습

최근 북한이 생산한 스마트폰을 분석해 보면 관련된 기술 현황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 2016년 생산된 ‘아리랑151’은 쿼드코어 1.3Ghz 중앙처리장치(CPU)와 롬(ROM) 32GB, 램(RAM) 2GB의 부품을 장착했다. 운영체제(OS)는 ‘안드로이드 4.4.2 킷캣’이 적용됐고, 무게는 148g이다. 화면은 5인치로 1280x720 해상도를 제공하고, 카메라는 자동초점 기능, 레드플레쉬를 가진 1300만 화소 성능을 제공한다. 배터리는 2500mAh, 통화시간은 7~8시간, 대기시간은 150시간이다.

‘아리랑152’는 쿼드코어 1.3GHz CPU와 ROM 16GB, RAM 1GB 사양의 제품이다. OS는 안드로이드 4.4.2를 적용했으며, 무게는 125g이고 4인치 화면에 800x480 해상도를 제공한다.

아리랑151, 152는 2014년 3월 출시된 삼성 갤럭시S5, 갤럭시S4와 사양이 비슷하다. 갤럭시S4에는 ‘안드로이드 4.2.2 젤리빈’이, 갤럭시S5에는 ‘안드로이드 4.4.2 킷캣’이 적용됐다.

2017년 여름 북한은 ‘아리랑161’을 선보였다. 아리랑161은 지문인식 기능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지문인식 기능은 2013년 9월 아이폰5S에, 2014년 3월 출시된 갤럭시S5에 탑재된 바 있다.

올해 초 북한은 ‘안드로이드 7.1.1 누가’를 탑재한 ‘아리랑171’ 스마트폰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CPU는 대만 기업 미디어텍의 데카(10)코어 프로세서 MT6797(헬리오 X20)을 탑재했다. OS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안드로이드 7.1.1로 북한이 생산한 스마트폰 중 가장 높은 버전이다. RAM은 4기가, ROM은 32기가를 탑재했다. 카메라는 후면이 1300만 화소, 전면이 800만 화소 성능을 제공한다. 화면은 5.5인치이고, 유심은 나노SIM을 적용했다.

안드로이드 7.1.1 버전은 2016년 12월 출시돼 2017년 선보인 국내외 스마트폰들에 적용됐다. 안드로이드 4.4.2은 2013년 12월 발표돼 2014년 출시된 스마트폰에 탑재됐다. 그런데 2016년 북한이 아리랑151에 안드로이드 4.4.2를 적용한 것은 2년 정도 차이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7.1.1는 발표 후 약 1년 만에 북한 스마트폰에 적용됐다.

이는 북한이 그만큼 빠르게 스마트폰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은 중국에서 스마트폰 부품을 들여와서 조립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드로이드 OS를 넣어 자신들에게 적합하도록 최적화하며 모바일 SW를 개발하고 있다.

북한 스마트폰의 특징은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를 사용함에도 철저히 통제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필자가 아리랑151로 실험을 해본 결과 스마트폰을 PC와 연결한 후 안드로이드용 앱을 넣어도 아리랑151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반대로 아리랑151에 탑재된 프로그램과 문서파일 등을 PC에 복사해 사용하려고 할 경우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보안과 통제 기능을 갖춰 북한에서 인가하지 않은 앱을 설치하거나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붉은별 OS와 SW의 발전

북한의 SW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붉은별 운영체제(OS)’다. 북한은 조선콤퓨터쎈터(KCC)를 통해 2001년부터 리눅스 기반의 붉은별 OS를 개발하고 있다. 붉은별 OS는 서버용과 PC용 두 가지로 만들어지고 있다. 붉은별 봉사기용체계 3.0 사용지도서에는 김정일이 “프로그램 개발의 기본은 우리 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식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자체 OS를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2008년 ‘붉은별 1.0’을 선보인 뒤 ‘붉은별 2.0’, ‘붉은별 3.0’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붉은별 4.0’을 개발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사이트 ‘서광’이 28차 전국정보기술성과전시회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붉은별 4.0을 선보였다. 북한 국가과학원은 붉은별 4.0을 토대로 과학행정업무통합망을 구성하고, 행정업무체계와 종업원관리체계, 문건심의체계, 출·퇴근관리체계, 지능형청사감시체계, 영상회의체계를 만들었다. 북한은 보안을 위해 ‘철벽 4.0’과 ‘성돌 1.0’을 적용했다. 철벽 4.0은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으로 추정되며, 성돌 1.0은 서버보안 솔루션으로 보인다. 북한이 2014년 붉은별 3.0을 선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3년 만에 새 버전이 나온 셈이다.

북한 아리랑151 스마트폰에 탑재된 앱 모습.

북한이 자체 OS를 개발하고 있지만, 모든 컴퓨터와 서버에 이를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 유럽의 IT 동향 분석업체 스탯카운터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18년 5월까지 1년 간 북한 데스크톱 OS 사용 추이를 보면 윈도 OS가 95%에 달했다. 이는 북한에서도 붉은별 OS를 일반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토대로 추정하면 북한은 특수 목적용 컴퓨터와 서버 등에서 붉은별 OS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전매체 ‘내나라’에서는 은정첨단기술개발구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서 북한 국가과학원이 제공하는 SW와 IT 기술을 소개했다. 내나라는 국가과학원의 수학연구소, 리과대학 정보연구소, 조종기계연구소, 정보과학기술연구소, 지구환경정보연구소, 과학기술발전문제연구소 등이 SW를 개발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개발해 줄 수 있는 SW는 내장형 OS, 화상식별, 음성처리, 망관리와 보안, 생산공정컴퓨터조종, 위성정보처리, 경영관리, 게임 등이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실제 개발해 제공한 경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한 북한 IT기업 조선엑스포의 사례를 보면 북한이 다양한 SW 개발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엑스포는 2002년 2월에 설립돼 처음에는 사행성 게임 등을 개발했다. 이후 조선엑스포는 종합 IT기업으로 변신했다. 이 회사는 전자책솔루션, 금융솔루션, 화상회의시스템, 모바일응용프로그램 개발, 웹응용프로그램 개발, 게임프로그래밍 개발, SW 주문개발, 검색엔진개발, 3D 화상제작과 가공처리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판 4차 산업혁명 차세대 기술 도입

북한은 새로운 과학기술과 IT 연구와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중에서도 북한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인공지능(AI) 기술이다. 북한은 과거 은별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AI기술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AI 기술을 음성인식, 문자인식, 공정효율화, 게임 같은 다방면에 적용하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학보 2016년 제62권 8호에는 ‘음소음성인식에서 심층신뢰망을 이용한 한 가지 음향모형화 방법’이라는 연구논문이 게재됐다. 이 논문은 머신러닝 기법 중 하나인 ‘딥 빌리프 네트워크(Deep Belief Network, DBN)’를 음성인식에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논문에서 북한 연구진은 딥러닝의 창안자인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음성 인식 솔루션 모습

또 김일성종합대학학보 2017년 제63권 제4호에 ‘조선어련속음성인식을 위한 대규모 재귀 신경망 언어모형 구축의 한 가지 방법’이라는 논문이 수록됐다. 북한 연구원들은 조선어음성인식프로그램인 룡남산에 대규모 순환신경망 언어모델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룡남산은 북한이 자체 개발한 언어번역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영어로 된 과학기술문서들을 한글로 번역하는 AI 프로그램으로 수학, 물리, 화학, 생물학, 정보기술, 지구환경, 의학 등 30여 개의 전문 분야 번역을 지원한다.

김일성종합대학학보 2017년 제63권 제10호에는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알루미늄 박판의 레이저 착공모의’에 관한 논문이 수록됐다. 논문을 보면 북한 연구원들이 알루미늄 박판에 레이저를 이용해 구멍을 내는 것을 연구하면서 AI 기술을 적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공정의 효율성과 정밀도를 높이는 시도를 했지만 이를 더 개선하기 위해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기술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개발한 증강현실(AR) 기반 교육 솔루션 신비경 모습

논문뿐 아니라 실제 적용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서광은 2017년 11월 17일 북한에서 AI 기술이 응용된 여러 가지 식별과 인식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광에 따르면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제28차 전국정보기술성과전시회에 수십여 종의 AI 관련 프로그램들이 출품됐다. 김일성종합대학 정보과학대학은 어휘 음성인식기 ‘룡남산 5.1’를 선보였다. 사용자가 글을 읽으면 문자로 인식해주는 기술이다. 서광은 기술적으로 부분 공간 가우스혼합모형에 기초해 음성인식률을 개선했으며, 음성인식 정확도가 98%, 인식속도는 초당 6자라고 설명했다.

AI 기술뿐만 아니라 북한은 증강현실(AR), 양자암호통신 등에 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9월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은 김일성종합대학 첨단과학연구원 정보기술연구소가 지능유희사판 ‘모래놀이’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기는 모래판에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도 이와 유사한 AR교육, 놀이기구가 소개된 적이 있다.

또 2017년 11월 릉라도정보기술사가 AR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육용 프로그램 신비경을 만든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이 솔루션을 보고 전국 유치원에 보급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은 차세대 통신, 보안 기술로 알려진 양자암호통신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1월 서광은 북한 과학자들이 도청과 해킹을 원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첨단통신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양자암호통신기로 문서와 화상 자료 등을 전송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원들이 선행연구 내용과 달리 한 개의 빛 양자 검출기만을 사용해 제작 원가가 낮으면서 오류를 줄인 방식으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은 양자컴퓨터 개발에 대응해 차세대 암호체계인 격자 기반 암호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학보 2017년 63권 9호에 ‘오유 있는 학습문제에 기초한 한 가지 격자암호체계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이 수록됐다. 논문에서 북한 연구원들은 앞으로 양자컴퓨터가 정보처리에 널리 이용되면 RSA 암호나 타원곡선 암호와 같이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는 암호체계를 더 쓸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역학의 원리에 따라 작동되는 미래형 컴퓨터로, 기존 컴퓨터로 1000년이 걸리는 연산을 양자컴퓨터에서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북한은 격자 기반 암호를 연구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2015년 5월 평양기계종합대학이 3차원인쇄기술, 즉 3D프린터를 선보였다. 북한 연구진들은 컴퓨터지원설계(CAD), 컴퓨터지원제작(CAM), 수자조종기술(CNC), 레이저기술, 재료기술 등을 일체화했다. 2016년 3월에는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원들이 레이저 3D프린터를 개발했다. 그해 10월에는 북한 보건성 치과종합병원 미용외과가 3D프린터를 의료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 같이 북한은 김정은 시대에 IT 기술 발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식경제 발전, 첨단기술산업 육성, 새 세기 산업혁명 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우수한 SW개발자와 IT 영재들을 소개하며 ‘IT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북한 당국의 IT에 대한 관심과 우수한 IT 인재들을 남북 경제협력 시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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