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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플랫폼 경쟁 뛰어든 인터넷·게임업계 옥석 가리기

블록체인 플랫폼 경쟁

2018-07-09서정근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지분 83%를 1430억원에 인수한 김정주 넥슨 회장.

블록체인과 이에 기반한 암호화폐 사업에 일제히 뛰어든 국내 인터넷과 게임업계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네이버와 넥슨, 카카오 등 인터넷·게임업계의 대기업들이 오너의 개인적 관심이나 회사의 사업적 필요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하거나 ICO를 직접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견 상장 게임사들도 관련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전후 앞다퉈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당시엔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는 한편 규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던 때였다.

이후 각종 규제로 암호화폐 거래 시장이 위축되며 시장 분위기도 사뭇 바뀌었다. 관련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신사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길 여력이 있으나, 일부 게임사는 암호화폐로 본업의 손실을 메우고 주가 부양을 위해 뛰어들었다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관련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의 사업 현황이 어떠한지, 이 중 실제 유의미한 활동을 이어갈 곳이 얼마나 되는지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인터넷·게임업계 ‘큰손’들의 참전

지난해 9월 넥슨의 지주회사 NXC가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의 지분 83%를 1430억 원에 인수하자 암호화폐 거래 시장이 들썩였다.

당시 비트코인을 필두로 하는 암호화폐는 암호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혁명의 총아’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실체가 모호하고 투기적 요소가 강해 ‘21세기판 튤립버블’로 폄하되기도 했다.

투기적 요소와 이용자 피해를 우려하는 일부 학자들은 ‘바다이야기의 재판’이 될 수 있다며, 강력한 규제 도입 필요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당시 BTC 차이나 같은 중국 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가 중국 정부의 압력으로 비트코인 거래 중개를 중단해 분위기가 냉각될 때였다.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투기상품으로 규정하고 관련 시장 통제에 나섰고,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 도입 가능성이 점쳐지자, 단기 급등으로 인한 시장 과열 우려와 맞물려 투자 심리가 냉각됐다.

NXC는 도쿄거래소에 상장한 넥슨 본사를 자회사로, 넥슨코리아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넥슨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데, 김정주 넥슨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들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정주 회장의 개인 회사와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김 회장이 암호화폐 거래소 인수를 결정하자, 주춤하던 투자 심리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때맞춰 카카오의 투자를 받은 핀테크 업체 두나무가 미국의 유력 거래소 비트플렉스와 제휴해 신규 거래소 업비트를 오픈하자 관련 시장에 호재로 인식됐다.

당시 넥슨과 카카오 모두 “본사 차원에서 암호화폐 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과 연계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며 거리를 뒀다. 관련 사업의 시장성을 인정하고, 이로 인한 수익을 기대한 것일 뿐 이를 주력 사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코빗은 지난해 매출 306억 589만 원, 당기순이익 186억 5491만 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빗은 2016년 매출이 7억원에 불과했고 당기순손실을 낸 적자회사였으나, 지난해 암호화폐 열풍에 힘입어 거래가 급증, 수수료 수익 또한 크게 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김정주 회장의 투자 목록 중 하나가 된 코빗은 우선 성공적인 투자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네이버 vs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경쟁

카카오는 일본에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설립하고 관련 투자를 본격화했다. 연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한다.

조수용 카카오 신임 대표는 최근 취임 직후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자회사 ‘그라운드X’를 설립하며 관련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독자적인 암호화폐를 개발, 출시하고 현지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가 투자를 집행한 관계사 두나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093억 원을 달성, 빗썸을 제치고 국내 업계 1위로 등극한 것을 실감케 했다. 두나무는 최근 “향후 3년 동안 1000억 원을 블록체인 관련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에 관련된 핵심기술, 응용 서비스, 데이터, 인공지능(AI), 핀테크 등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인수합병과 지분 투자 등을 단행한다. 해외 투자를 위해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도 설립했다.

카카오는 한 발 더 나아가 국내에 신설법인 ‘그라운드1’을 설립하고, 블록체인 전문인력 채용에 나섰다. 그라운드1은 앞서 설립한 그라운드X의 한국 자회사다. 그라운드1 설립으로 카카오의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강점인 웹툰, 음악 등 콘텐츠를 블록체인에 접목시킬 전망이다.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겠다”고 강조하는 박의빈 라인플러스 CTO.

네이버도 손자회사 라인플러스를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성한다. 기존 라인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여러 서비스를 내놓는다. 이를 통해 라인에 토큰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서비스 중심의 디앱(dAPP) 서비스를 만든다.

라인플러스는 암호화폐 플랫폼 업체 아이콘과 손잡고 합작법인 언체인을 설립했다. 아이콘의 자체 플랫폼 기술력과 라인의 일본, 동남아 시장 영향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라인플러스의 또 다른 블록체인 자회사 언블락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이용자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게임사, 암호화폐 시장 진출 본격 타진

NHN엔터테인먼트는 투자 전문 자회사인 NHN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중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오케이코인에 투자했다. 오케이코인은 홈페이지에 NHN엔터테인먼트를 투자 파트너로 소개하고 있다. 오케이코인은 한국법인을 통해 4월부터 국내에서 암호화폐 거래 중개업을 공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블록체인 기술자를 포함한 기술부문 경력자 채용을 진행했다.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 개발, 블록체인 사업과 글로벌 사업 전략, 서비스 정책과 기획 등 다방면의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채용 우대 사항에 외국어와 외국 생활 경험 항목을 포함시킨 것을 볼 때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NHN엔터테인먼트는 핀테크업체 페이게이트와 블록체인·클라우드 업무 협력 체계를 갖췄다.

페이게이트가 운영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세이퍼트는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API로, 전자상거래와 O2O(Online to Offline) 기업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전자결제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P2P(Peer to Peer) 대출의 규모가 급격히 커짐에 따라 투자자 자금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로 주목받는 중이다.

페이게이트의 블록체인 사업과 NHN엔터의 클라우드 사업이 다각적인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빛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중 암호화폐 관련 신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한빛소프트의 홍콩법인 브릴라이트가 고안한 암호화폐 브릴라이트 코인(Bryllite Coin, BRC)이 최근 프리세일을 단행, 4일 만에 소프트캡인 1000만 달러(한화 약 108억 원)를 달성했다.

BRC는 한빛소프트가 개발한 게임 연결과 자산 거래 플랫폼 ‘브릴라이트’ 플랫폼에서 통용되는 암호화폐다. 아시아 상장사 중 최초로 홍콩에서 ICO를 진행하고 있다.

브릴라이트는 게임 이용자의 자산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 중개자나 수수료 없이 아이템 이동과 거래를 가능하게 한 개인 자산 통합 플랫폼이다. 게이머들은 브릴라이트 플랫폼에 입점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 BRC를 적립할 수 있고, BRC를 통해 쉽고 안전하게 서로 다른 게임 간 게임 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게임 ‘오디션’을 보유한 한빛소프트와 미탭스플러스, 네시삼십삼분, 아이엠씨게임즈, 나인유, 테크노블러드 등 국내외 20여 개 게임사가 브릴라이트 플랫폼에 참여할 전망이다. 이 플랫폼에 참여하는 게임들이 많을수록, 이 게임들의 인기가 많을수록 시너지가 높아지는 구조다.

BRC 투자자들은 자금세탁방지 인증 후 계약을 할 수 있다. BRC는 여느 암호화폐보다 더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 한빛소프트 측의 설명이다. 브릴라이트는 5월 중 뉴욕, 실리콘밸리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R 로드쇼를 진행한다.

엠게임은 지난해 9월 코인숲, 페이또와 암호화폐 채굴과 거래소 운영에 대한 MOU를 체결하며, 관련 사업에 진출했다. 태안 부지에 채굴기를 마련하고, 이더리움을 채굴하고 있다.

와이디온라인은 최근 ‘미래성장위원회’를 구성하고 블록체인 기술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영입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소셜 게임과 음원 유통 플랫폼 사업에 나섰다. 음원 유통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과 AI를 접목시켜 기존 음원 유통 플랫폼과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 비엔앰홀딩스, 미탭스플러스와 암호화폐 ICO 대행 계약을 체결, 신규 암호화폐 발행을 준비하던 파티게임즈는 최근 코스닥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시장 거래가 정지되며 위기를 맞았다. 파티게임즈는 이의 신청을 제기, 오는 7월 31일까지 약 3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상장 폐지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는 ICO 추진을 당장 이행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국내 블록체인 시장 규모가 오는 2022년 3562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방면에 활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인터넷·게임업계가 어떻게 활용할지, 이를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가 어떠한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