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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IT판세 흔드는 차세대 투자 패러다임의 탄생

COVER STORY 리버스 ICO의 파괴력

2018-05-29강계일 더루프 커뮤니케이션 팀장

[테크M=강계일 더루프 커뮤니케이션 팀장] 요즘 리버스(Reverse) ICO에 대해 묻는 이들이 늘었다. 리버스 ICO는 이미 각 분야에서 실체가 있고 체계를 갖춘 비즈니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2017년이 ICO 프로젝트가 쏟아지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개념을 많은 이들에게 인식시켜준 해였다면 2018년은 리버스 ICO의 해라고 불릴 만큼,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리버스 ICO를 둘러싼 레이스가 후끈 달아올랐다.

코닥의 경우 사진 저작권 생태계를 위한 코닥원(KodakOne)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하자 회사 주가는 다음날 2배로 뛰어오르는 장면도 연출됐다.

ICO는 이미 기존 산업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던 플레이어가 자금을 확보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인정받고 있다. 텔레그램, 라쿠텐 등 기존 회사들이 암호화폐를 기존산업에 적용하고,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대형 기업의 ICO도 꿈틀대고 있다.

 

리버스 ICO 신호탄, 텔레그램 TON

리버스 ICO 시장에 뛰어든 기업 중 가장 유명한 회사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다. 올해 1월, 텔레그렘이 추진하는 ICO 프로젝트 ‘TON’ 영상이 배포되자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공개된 백서(Whitepaper)를 분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TON은 모든 블록체인의 장점을 모아놓은 블록체인의 끝판왕이란 평가도 나왔다. 토큰을 언제 판매(Token Sale)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쏟아졌다.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TON에 높은 관심을 보인 이유는 텔레그램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2억명 이상이 쓰는 텔레그램은 암호화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메신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텔레그램을 많이 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름 없는 재단이 텔레그램이 제시한 송금시스템, 결제시스템을 소개했다면 지금과 같은 주목을 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텔레그램은 2억명 규모의 사용자 기반을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는 모습이다.

텔레그램 ICO가 갖는 매력은 단순히 사용자가 많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암호 등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답게 텔레그램 TON 백서는 132페이지에 달하며, 현존하는 우수한 블록체인 기술을 한꺼번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텔레그램 TON이 어떤 블록체인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블록체인이 진화하는 단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점점 진화하는 블록체인

2008년 8월 18일 비트코인닷오알지(bitcoin.org)가 생기고 그해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물이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 문서’라는 제목으로 PDF 문서를 올리면서 블록체인 1.0 시대가 시작됐다. 블록체인 1.0은 단순히 코인을 주고받으며 트랜잭션, 즉 거래기능만 가진 것이 특징이다.

6년이 흐른 2014년, 20살의 청년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 재단을 설립하고 ICO를 통해 3만 비트코인을 끌어모았다. 블록체인 2.0 시대의 시작이었다. 블록체인 2.0의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 컨트랙트였다.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통해 보다 복잡한 계약 및 기능을 블록체인상에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더리움은 이더리움과 호환되는 토큰을 생성할 수 있는 ERC 20(Ethereum Request for Comment 20) 기능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보다 쉽게 ICO를 추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더리움 코인 가격이 2017년 100배까지 급등한 배경에는 ERC20 토큰 발행 기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3.0은 2016년 폴카닷(Pol-kaDot)이 깃발을 들었다. 블록체인과 블록체인을 서로 연결하는 개념이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것을 ‘인터체인(Interchain)’이라고 부른다. 인터체인은 블록체인 플랫폼이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호환성이 고려되지 않고 개발됐다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스모스(Cosmos)는 대표적인 인터체인 프로젝트로 지난해 5월 성공적으로 ICO를 마쳤다. 뒤를 이어 아이콘(ICON), 아이온(AION), 완체인(WANCHAIN)과 같은 프로젝트들이 등장하면서 인터체인을 둘러싼 판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블록체인 세대간 시간차를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비트코인이 등장하고 이더리움이 나오기까지는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2세대 블록체인에서 3세대 블록체인까지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3세대 블록체인이 성숙하기도 전에 시장에선 이미 4세대 블록체인이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4.0 시대를 연 텔레그램 TON

블록체인 4.0의 특징은 블록체인 세트, 세상의 모든 블록체인을 집합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텔레그램은 암호화된 분산 데이터를 저장하는 전문성을 활용해 오픈 네트워크인 TON을 만들었다. TON은 빠르고 확장성이 가능한 멀티 블록체인 구조(Multi- blockchain architecture)가 핵심이다.

TON은 크게 마스터체인(Masterchain), 워크체인(Workchain),그리고 샤드체인(Shardchain)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마스터체인은 프로토콜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 검증 노드 등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워크체인은 송금과 스마트 컨트랙트 트랜잭션을 담당하고 마스터체인에서 일으킨 거래로만 블록을 생성한다. 샤드체인은 워크체인을 나누는 단위로 워크체인 자체와 동일한 블록 형식을 유지하지만, 단순 블록이 아니라 작은 블록체인이기에 동적으로 분리되고 합쳐진다.

블록체인을 깊게 파고들면 ‘샤딩(Sharding)’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샤딩은 물리적으로 다른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를 수평분할 방식으로 분산 저장하고 조회하는 방법을 말한다. 텔레그램은 ‘무한 샤딩 패러다임(Infinite Sharding Paradigm)’을 지원하는데, 이를 통해 트랜잭션이 과부하가 걸렸을 때 자동분할 및 병합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결국 많은 사람이 동시에 몰려도 새로운 블록이 신속하게 생성되고, 트랜잭션 비용을 낮게 유지할 수 있기에 빠르게 시장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 주목

기존 ICO는 이더리움, 퀀텀, 이오스(EOS)처럼 플랫폼 블록체인이나 ‘디앱(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리버스 ICO는 기반 기술과 서비스를 최대한 빨리 블록체인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 만큼, 사용자가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리버스 ICO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기존에 운영 중인 시스템에 잘 연동되는 플랫폼 통합 구축이다. 최종 고객이 직접 참여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야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리버스 ICO를 경제적 관점으로 설명할때 가장 큰 혜택은 바로 기존 사업의 토큰화(Tokenization)다. 기존 사업을 토큰화하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작품당 몇백 억에서 몇천 억 원 하는 피카소 작품을 다수의 참여자가 소유하고, 작품을 대여해주고, 벌어들이는 수익을 블록체인으로 투명하게 관리하고 나누는 형태도 곧 등장할 것으로 본다. 게임산업이 리버스 ICO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바로 토큰화 때문이다.

 

성공적인 리버스 ICO를 위한 조건

리버스 ICO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적으로 자금을 끌어모으고 개발 일정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리버스 ICO도 개념만을 논하는 수준을 넘어 현실적인 개발 로드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3가지 포인트가 중요하다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첫 번째는 회사의 전문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ICO는 원대한 꿈과 포부를 가지고 출발하지만, 기술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결국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텔레그램 ICO가 시장에서 인기를 끈 것도 탈중앙 파일저장소, 익명 브라우징, 암호화폐 소액결제와 같은 서비스가 텔레그램이 가진 전문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기업은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도약을 꿈꿀 수 있지만 현재 사업과 너무 떨어져 있으면 팀 구성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프로젝트 기획도 엉성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포인트는 두 발이 땅위에 내딛는 ‘현실성’있는 로드맵을 가져가는 것이다. 풍부한 자금과 우수한 인력이 있다 해도 현실과 멀리 떨어진 계획을 보고 덤벼든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ICO는 비전과 기술력의 비율이 5대 5 정도였다면 요즘은 비전은 3, 기술력은 7을 보여줘야 그래도 통할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로드맵대로 진행되지 않고 개발 일정이 몇달씩 늦어져도 큰 문제는 없었다. 이제는 ICO로 조달한 자금을 보다 투명하게 관리하고 로드맵대로 개발 일정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또 토큰 세일 참여자들 뿐 아니라 안티팬들의 의견도 들어가며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포인트는 블록체인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지 다시 한번 체크하는 것이다. 첫 번째 포인트인 회사 전문 영역을 벗어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리버스 ICO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처럼 무모한 것이 없다.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토큰 세일까지 쏟아부어야할 에너지는 어마어마하다. 비용을 많이 쓰고 인력을 많이 투입한다고 더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속도를 맞춰가기 위해서는 최고의 팀을 구축해야 하기에 우수한 인재를 투입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ICO 광고를 차단해 불특정 다수에게 ICO 광고를 보여주는 것도 만만치 않게 됐다. 그런만큼 기존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리버스 ICO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중간에 동력을 잃고 표류하게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리버스 ICO와 ‘사다리 걷어차기’ 이론

리버스 ICO가 확산되면서 많은 블록체인 산업 관계자, 개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개인의 참여가 배제되는 것이다. 탈중앙화, 즉 특정 기관에 힘과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철학이 미래의 블록체인 산업에 계속 적용되려면 ICO에 대한 개인의 참여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는데, 점점 많은 제약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텔레그램의 경우 당초 계획은 전체 ICO 물량의 50%는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진행하고, 남은 50%는 퍼블릭 세일로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결국 프라이빗 세일만 진행하고 3월에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던 퍼블릭 세일에 관한 소식은 현재까지 무소식이다.

많은 개인을 대상으로 ICO를 진행할 필요없이 이미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기에, 퍼블릭 ICO는 앞으로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통장계좌에 이미 수백 억 원을 보유한 전문 투자가들이 아니라면 개인이 좋은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만큼,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루트를 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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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는 원대한 꿈과 포부를 가지고 출발하지만, 기술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결국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1호(2018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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