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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급 벤처캐피털, ICO 맞춘 체질개선 행보 가속

COVER STORY ICO로 달라지는 스타트업 투자 환경

2018-05-08황치규 기자

기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활동하던 거물급 플레이어들의 참여가 확산되면서 ‘그들만의 리그’로 통하던 암호화폐공개(ICO) 시장의 판이 커졌다. 

판의 확장을 이끄는 힘은 크게 2가지. 전통적인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본격적으로 실탄을 쏟아붓기 시작했다는 것과 기존 회사들이 분위기 반전 카드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중심으로 서비스 구조를 바꾸는 이른바 ‘리버스 ICO’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벤처캐피털들의 가세와 리버스 ICO라는 거대한 힘이 맞물리면서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에 대한 열기는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다.

ICO의 잠재력 인정해야

특히 기존 벤처캐피털들의 행보는 ICO를 바라보는 극과극의 인식을 상징한다. 정부는 ICO에 따른 위험을 우려해 금지령을 내렸지만 투자 업계는 상대적으로 잠재력을 높게 보고 법제도와 충돌하지 않는 범위안에서 판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블록체인을 향한 벤처캐피털들의 출사표가 쏟아지고 있다. 기술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도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를 전담할 파운데이션엑스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암호화폐 생태계 공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황성재 파운데이션엑스 대표

퓨처플레이가 파운데이션엑스를 설립한 것은 블록체인과 ICO를 활용한 기술 혁신의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운데이션엑스의 황성재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는 변곡점에 이르렀다”면서 “퓨처플레이가 투자했던 회사들이 먼저 블록체인 기반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한 상황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자회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나 ICO나 열에 아홉은 실패할 것이지만, ICO는 기존 디지털 생태계를 지배하는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황 대표는 “현재 인터넷 시장의 헤게모니는 이미 짜여져 있어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해볼만한 틈은 만들어졌다. 이같은 상황이 변화를 시도하는 창업가들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인터넷 시장의 경우 분야별로 선도 업체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큰놈이 더 커지는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위권 회사들 입장에선 분위기 반전을 위한 확실한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인데, 기존의 방식으로 판을 바꾸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블록체인과 ICO는 거대 인터넷 기업들의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 있는 ‘그래도 확률높은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 벤처캐피털 업체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의 매니징 디렉터 헤먼트 타네자(Hemant Taneja)는 테크크런치에 쓴 칼럼을 통해 “ICO는 거대 IT 회사들에 쏠린 힘의 집중을 완화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과 ICO를 향한 기존 업체들의 공세가 두드러지기는 해외도 마찬가지. 블록체인 분야만 놓고보면 ICO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이 전통적인 벤처 투자 방식을 이미 뛰어넘었다. 

크런치베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벤처캐피털들은 12억 달러를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입한 반면 ICO를 통해 스타트업에 흘러들어간 자금은 40억 달러를 넘어섰다.  황성재 파운데이션엑스 대표는 전통적인 벤처캐피털 입장에서 이같은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ICO는 스타트업 투자 패러다임에도 큰 변화를 몰고올 것임을 분명히 했다. 

황 대표에 따르면 ICO는 기존 벤처캐피털들에게 새로운 혁신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승률만 놓고보면 ICO나 지분 투자 방식의 기존 스타트업 투자나 다를 것은 없다. 거기나 여기나 100개 중 살아남는 것은 1개 꼴일 것 이란 게 황 대표 예상이다.

그렇다고 ICO를 기존 스타트업과 같은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ICO에 맞게 벤처캐피털도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성재 대표는 “블록체인으로 인해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벤처캐피털이 ICO가 가진 혁신성을 수용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면서 “이미 글로벌 톱 벤처캐피털들은 암호화폐로만 투자하는 크립토펀드를 내놓고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버스 ICO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벤처캐피털들이 ICO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올초 2억명에 가까운 사용자를 거느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ICO에 나서면서 리버스 ICO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중량급 변수로 급부상했다. 당분간 ICO 시장은 리버스 ICO가 분위기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ICO 시장이 리버스 ICO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될성 싶은 떡잎이 나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ICO에 나선 신생 블록체인 프로젝트 10개 중 9개는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미 기반을 다진 상태에서 출발하는 리버스 ICO는 상대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SNS 시장의 경우 텔레그램과 킥(Kik) 외에도 분위기 반전을 위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반으로 서비스 구조를 바꾸려는 기존 SNS들의 출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황성재 대표도 리버스 ICO의 잠재력은 크다는 입장이다. 스팀잇에서 볼 수 있듯, 콘텐츠 서비스가 리버스 ICO와 결합되면 유망할 것이란게 그의 생각이다.

ICO를 투자의 방법으로만 보지는 말아야

황성재 대표에 따르면 ICO는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확보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돈을 끌어모으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즈니스를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암호화폐가 활용되는 것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서비스와 재화의 교환 수단을 넘어 암호화폐가 그 이상의 활용 가치를 갖게 될때 토큰 경제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면서 “결제가 블록체인이 가진 진정한 의미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 컨트랙트나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사들에게 스팀잇처럼 암호화폐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리코인 오퍼링 방식으로 리버스 ICO를 해보자는 얘기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CO의 확산으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스타일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투자자가 돈을 주고 지분을 받으면, 그만큼 의사 결정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것이 기본이었다. 세상은 바뀌었어도 주식회사를 둘러싼 기본 구조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ICO의 등장으로 보유한 주식만큼의 힘을 갖는다는 원칙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최근 진행되는 ICO를 보면 재단형태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이 많다. 법인을 세우고 ICO에 나서는 곳들도 있지만 다수는 재단 형태의 조직에 기반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입장에서 재단 위주의 ICO에 참여한다는 것은 예전처럼 회사 지분을 갖는게 아니라 커뮤니티 멤버로서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성재 대표는 “재단이 내놓은 백서를 통해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역할과 의미가 정의되고 코인 소유자들도 이같은 정의를 따르게 된다”면서 기존의 투자 환경과는 확실하게 다르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변화가 쉬운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라는게 법률적으로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이런저런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리버스 ICO도 마찬가지다. 기존 투자자들이 리버스 ICO에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변화가 모든 기존 투자자들에게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경우에 따라 배임 이슈가 터질 수도 있다. 황성재 대표는 “기존 투자자들이 재단의 방향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모델링을 실험하고 있다”면서 “여러 사례를 갖고 스터디를 해봤는데, 기존 사업과 재단 모델이 윈윈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이 확산되면 범용재로 자리잡을 수 밖에 없다. 블록체인 한다는 것 만으로는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에 더해 서비스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다”면서 “사용자가 처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누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느냐, 해당 프로젝트에 블록체인 기술이 꼭 필요한지를 따져보고 해당 ICO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들어 블록체인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O2O 서비스도 블록체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블록체인이 기존 중앙집중식 O2O 서비스를 위협할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황성재 대표는 블록체인판 에어비앤비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는 “에어비앤비는 투명성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면서 “블록체인 기반 숙박공유 서비스는 지불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볼만한 시도”라고 말했다. 

[테크M=황치규 기자(delight@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61호(2018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