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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컴퓨팅의 부상, 포스트 클라우드 시대 열린다

2018-04-05황치규 기자

언제부터인가 엣지컴퓨팅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더니 최근에는 여기저기에서 엣지컴퓨팅, 엣지컴퓨팅하는 얘기가 쏟아진다.

IT인프라 분야에서 대세로 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한계를 보완할 가장 유력한 대안이 엣지컴퓨팅이라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5G, 사물인터넷(IoT) , 스마트시티 등 첨단 기술의 대표적인 키워드들을 지원할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면서 엣지컴퓨팅은 특정 분야를 훌쩍 뛰어넘어 산업 전반에 걸친 대형 이슈가 됐다. 통신, 반도체, 컴퓨팅, 클라우드, 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출신 성분의 회사들이 엣지컴퓨팅 시장에 집결하는 모양새다. 이미 이름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회사들이 엣지컴퓨팅을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파상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다시 주목받는 새로운 분산 컴퓨팅

엣지컴퓨팅의 부상은 디지털 생태계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다.

자율주행차나,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들 중에는 실시간으로 대응해줘야 의미를 갖는 것들이 많다. 이같은 상황을 원격지에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커버하기는 무리가 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가 오가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보니, 센서가 부착된 하드웨어 근처에 실시간 데이터 처리를 위한 엣지컴퓨팅 인프라를 따로 두는 것이 현실적이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우면 클라우드로는 어려운 실시간 대응이 가능해진다.

실시간 대응을 필요로 하는 영역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원격의료나 가상현실(VR) 같은 차세대 기술도 대중화되려면 실시간 데이터 처리 역량이 필수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생태계의 판을 바꿀 신기술들의 효과를 체감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같은 잠재력에 힘입어 엣지컴퓨팅은 글로벌 IT시장 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2018년 10대 기술에도 이름을 올렸다. 클라우드에서 엣지로의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가트너가 강조한 메시지였다.

컴퓨팅 역사 측면에서 보면 엣지컴퓨팅의 부상은 더욱 중량감을 갖는다. 새로운 유형의 분산 컴퓨팅 기술이 틈새 시장을 넘어 시대를 주도할 파워를 갖춘 패러다임으로 등장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컴퓨팅은 통합과 분산 사이의 세대 교체가 반복되는 역사였다.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컴퓨팅 인프라는 통합을 기치로 내건 메인프레임의 시대였다. 기업들은 메인프레임 하나로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했다. 단말기들은 그저 메인프레임에 연결돼야 의미를 갖는 터미널일 뿐이었다. 이 당시 메인프레임을 ‘주특기’로 하던 ‘빅블루’ IBM은 IT업계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IBM의 전성기는 70년대말까지 계속됐다. 거침없는 질주였다.

그러나 권불십년, 달도 차면 기울었다. 1980년대 들어 클라이언트 서버(CS)로 대표되는 새로운 컴퓨팅 환경이 메인프레임의 아성을 허물기 시작했다.

클라이언트 서버는 메인프레임을 여러개로 쪼갠 개념이었다. 메인프레임과 달리 여러 컴퓨팅 인프라를 필요한 곳에 배치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시 기준으로는 통합 보다는 분산에 초점이 맞춰진 컴퓨팅 패러다임이었다. PC로 대표되는 단말기도 단순한 터미널을 넘어 독자적인 컴퓨팅 파워를 갖췄다. 가격과 유연성 측면에서 클라이언트 서버는 메인프레임을 압도했다. 메인프레임이 공룡이면, 클라이언트 서버는 빠른 표유류였다. 클라이언트 서버의 시대가 열리면서 메인프레임에는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클라이언트 서버 전성시대는 2000년대 초반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역시 달은 차면 기울었다.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메인프레임을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은 클라이언트 서버 아키텍처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기에는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휩싸였다. 웹의 등장에 따른 ‘속도의 경제’를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었다. 속도의 경제 시대 클라이언트 서버 아키텍처는 80년대 메인프레임처럼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딱지가 붙기 시작했다.

이틈을 타고 등장한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클라우드는 거대한 중앙집중식 데이터센터가 컴퓨팅에 필요한 많은 역할을 담담하는 구조다. 분산보다는 통합에 가까운 개념이다. 유연성과 효율성을 겸비한 통합 컴퓨팅이라는 것이 예전의 메인프레임에 비해 달라졌을 뿐이다.

2000년 중반 등장한 클라우드 컴퓨팅은 2010년대 들어 빛의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과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산되고 ‘소프트웨어 제국’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IT기업들이 ‘클라우드 퍼스트’를 선언하면서 IT인프라 시장은 올드한 분위기가 풍기는 클라이언트 서버 모델에서 클라우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스타트업을 넘어 대기업들도 메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클라우드를 전진배치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드롭박스, 우버 같은 생태계의 룰을 바꾸는 스타트업들도 쏟아졌다. 클라우드는 혁신의 인프라로 통하기 시작했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컴퓨팅 시장에서 갖는 파워는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메인프레임의 시대는 IBM이, 클라이언트 서버 시대는 HPE나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컴퓨팅 시장을 주도했는데, 클라우드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니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를 주특기로 하는 회사들이 컴퓨팅 흐름을 주도하는 주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달은 차면 기울 수도 있는 판세가 형성됐다. 실시간 데이터처리가 필요한 IT 환경이 확산되면서 클라우드가 갖는 효율성은 한계에 직면한다. 시장은 다시 통합이 아니라 분산 컴퓨팅의 DNA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엣지컴퓨팅은 이같은 흐름속에 등판, 클라우드 중심의 판을 깨고 포스트 클라우드 시대를 열었다. 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60억개의 장치가 엣지컴퓨팅에 연결돼 동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생태계가 터를 잡을만한 충분한 규모다.

포스트 클라우드의 시대, 클라우드와 엣지컴퓨팅은 상호보완적이다. 클라우드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엣지는 실시간 데이터 대응에 초점을 맞춘다.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엣지컴퓨팅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도 클라우드와의 공존이라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공존의 방식을 놓고서는 업체들마다 조금씩 전술이 엇갈린다. 엣지컴퓨팅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느냐, 아니면 엣지를 클라우드 플러스로 바라보느냐를 놓고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여러 회사들간 묘한 신경전의 뉘앙스가 풍긴다.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이언트 서버로, 클라이언트 서버에서 웹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들이 판을 뒤흔들었다. 이로 인해 업체간 역학관계도 크게 바뀌었다.

엣지컴퓨팅의 부상으로 IT생태계의 판이 어떻게 바뀔지는 좀더 두고봐야겠지만 지금과 다른 지형도가 만들어질 것이란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포스트 클라우드 시대를 향한 흥미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0호(2018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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