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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안녕, 양자의 세계!

2018-04-17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IBM 양자컴퓨터 내의 칩(사진하단)들은 15밀리 켈빈까지 냉각된다.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왔다. 그런데 이것으로 뭘 할 수 있을까?

[테크M 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몇 십년 간 꾸준한 발전을 거친 지금에야 연구자들은 기존 컴퓨터가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할 만큼 강력한 양자컴퓨터 개발에 마침내 가까워지고 있다. 이론적으로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이라고 부르는 사건이다. 구글이 이 이정표를 향한 여정을 이끌었고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양자컴퓨터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리게티 컴퓨팅, 이온큐, 퀀텀서킷 등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여러 스타트업들도 있다.

뉴욕시에서 북쪽으로 약 50마일 떨어진 풀이 우거진 시골의 작은 실험실 안 천장에는 정교한 시험관과 전자기기들이 얽혀 있다. 어질러진 장비들이 바로 컴퓨터다. 그냥 컴퓨터가 아니라, 컴퓨터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기록될 경계에 서 있는 것들이다.

양자컴퓨터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컴퓨터보다 빠른 계산을 보장한다. 물질의 성질을 원자수준에서 시뮬레이션 하기 때문에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는데 혁명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혹은 절대 풀 수 없는 암호를 풀어서 암호학과 보안학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 데이터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해 인공지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 분야에서 IBM과 겨룰 경쟁자는 없다. 50년간 이 기업은 컴퓨터혁명의 토대를 닦은 재료공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이 때문에 지난 10월, 나는 IBM의 토마스 J. 왓슨 연구센터에서 찰스바넷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도대체 양자컴퓨터가 어디에 필요할까? 그리고 실용적이고 믿을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정말 만들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양자컴퓨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요크타운 하이츠에 있는 이 연구센터는 1961년 사람들이 상상했던 비행접시처럼 생겼다. 신 미래주의 건축가 에로 사리넨의 작품으로, IBM이 대형 메인프레임 사업으로 전성기를 구가할 때 건축되었다. 당시 IBM은 세계 최대 컴퓨터 기업이었고, 연구 센터 설립 10년만에 포드, GE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건물의 복도는 시골길을 향해 있지만, 사무실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다. 이 격리된 방에서 나는 베넷을 만났다. 일흔이 넘은 베넷은 큰 구레나룻을 기르고, 까만 양말과 샌들에 몇 자루의 펜이 꽂힌 포켓 프로텍터를 찬 모습이었다. 오래된 컴퓨터 모니터와 화학 모형, 그리고 이상하게 작은 디스코볼에 둘러싸여 그는 양자컴퓨팅의 탄생을 마치 어제 일처럼 회상했다.

베넷이 IBM에 입사한 1972년, 양자물리학이 탄생한지 50년이 넘었음에도 컴퓨팅은 아직 고전물리학과 1950년대 클로드 섀넌이 MIT에서 고안한 정보의 수학적 이론에 의존하고 있었다.

섀넌은 정보의 양을 정보 저장에 필요한 ‘비트(bit)’의 수로 정의했다. (이 용어는 섀넌 덕분에 대중화 됐지만 그가 제안한 것은 아니다.) 비트, 즉 이진코드의 0과 1들은 모든 전통적인 컴퓨팅의 기반이다.

요크타운 하이츠에 도착한 후 1년 만에, 베넷은 이 모든 것을 바꿀 양자정보 이론의 기반을 닦는데 기여했다. 이 이론은 원자수준의 물체들이 보이는 특이한 성질에 의존한다. 원자크기에서 입자는 여러 상태에(즉, 여러 다른 위치에) ‘중첩’된 채로 존재 할 수 있다. 두 입자는 ‘얽힘’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한 입자의 상태가 변할 때 동시에 다른 입자도 변한다.

베넷의 연구팀은 기하급수적으로 계산시간이 늘거나 심지어 불가능한 계산을 양자현상의 도움을 받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양자컴퓨터는 양자비트 혹은 ‘큐빗(qubit)’으로 정보를 저장한다. 큐빗은 1과 0의 중첩상태로 존재할 수 있고, 양자간섭과 얽힘 현상을 이용해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상태에서 계산을 할 수있다. 양자컴퓨터와 기존 컴퓨터를 비교하는 일은 성가실 정도로 어렵지만, 대충 말하자면, 몇 백 큐빗으로 이루어진 양자컴퓨터 만으로도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수보다 많은 연산을 동시에 할 수 있다.

1981년 여름, IBM과 MIT는 역사적인 ‘제 1회 컴퓨터 물리학 컨퍼런스’를 만들었다. 이 컨퍼런스는 MIT캠퍼스에서 멀지 않은 프랑스식 맨션인 디콧하우스에서 열렸다.

여기서 베넷이 찍은 사진에서 컴퓨팅과 양자물리학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여러 명이 잔디밭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초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컴퓨터의 개발자 콘라드 주스(Konrad Zuse), 양자이론의 중요한 기여자 리차드 파인만 등이다. 파인만은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양자현상을 이용한 컴퓨팅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IBM 연구소의 찰스 베넷(Charles Bennett)은 양자정보 이론의 창시자 중 한명이다. IBM에서 그의 연구는 양자컴퓨팅의 이론적 기반을 확립하는데 기여했다.

베넷은 “양자정보이론의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를 파인만에게서 얻었다”며 “ 그는 ‘빌어먹을 자연은 양자화 되어있다! 그러니 자연을 표현하려면, 양자컴퓨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유망한 양자컴퓨터인 IBM의 컴퓨터는 베넷의 사무실에서 복도를 따라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나온다. 이 기계는 양자컴퓨터의 가장 핵심요소인 정보를 저장하는 큐빗을 생성하고 조작하도록 설계됐다.

 

현실과 꿈 사이

IBM의 기계는 실리콘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양자현상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실리콘 반도체 내에서 전류는 시계방향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동시에 흐른다. IBM의 컴퓨터는 서로 다른 두 전자기 에너지 상태가 한 큐빗을 이루는 반도체 회로를 이용한다.

반도체적 접근은 중요한 이점이 있다. 이미 정착된 생산방식으로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고, 기존의 컴퓨터로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다. 또 반도체 회로 내에 있는 큐빗 조작이 쉽고 개별 광자 또는 이온 보다 덜 민감하다.

IBM 양자연구소에서, 엔지니어들은 50큐빗 컴퓨터를 만들고 있다. 간단한 양자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일반 컴퓨터에서 실행할 수 있지만, 50큐빗 정도가 되면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는 IBM이 이론적으로 기존 컴퓨터가 못 푸는 문제를 푸는 양자컴퓨터 제작 단계, 즉 ‘양자우월성’의 실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그러나 IBM 연구자들도 말하겠지만 양자우월성은 모호한 개념이다. 50개의 큐빗 모두 완벽하게 작동해야 하는데, 실제 양자컴퓨터는 고쳐야 할 에러가 너무 많다. 일정시간 큐빗을 유지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벼운 공기 흐름만으로도 담배연기의 고리가 끊어지는 것처럼 쉽게 양자적 특성을 잃게 된다. 그리고 큐빗이 많을수록 두가지 어려움 모두 더욱 커진다.

예일대학교 교수 이자퀀텀서킷츠의 창업자인 로버트 쇨코프는 “50~100큐빗이 있고 모두 충분히 잘 작동하며, 오류 정정이 완벽히 이루어진다면, 지금 혹은 미래의 언제라도 전통적인 컴퓨터가 해낼 수 없는 계산들을 해낼 수 있다”면서도 “잘못될 경우의 수도 기하급수로 늘어난다는 게 양자컴퓨터의 이면”이라고 말했다.

주의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완벽하게 작동하는 양자컴퓨터가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실행하는 모든 작업을 더 빨리 수행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많은 계산을 기존 컴퓨터보다 느리게 수행할 것이다. 양자컴퓨터가 더 잘할 수 있는 알고리즘은 지금까지 몇 가지 밖에 고안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마저도 얼마나 오래갈지 모른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알고리즘은 MIT의 피터 쇼어가 개발한 것으로, 한 정수의 소인수를 구하는 알고리즘이다. 많은 일반적인 암호체계가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암호학은 소인수분해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적응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IBM의 연구원들조차 50큐빗이라는 목표를 눈앞에 두고도 소란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푸른 잔디가 보이는 복도 테이블에서, 제이 감베타를 만났다. 큰 키에 느긋한 성격의 호주인인 그는 양자 알고리즘과 IBM의 하드웨어의 잠재적 응용방법을 연구한다. “우리는 전례 없는 단계에 와 있다”며 단어를 신중하게 고른 그는 “전통적인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 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알고리즘을 수행할 정도의 정확성을 갖도록 제어하지 못하는 기계를 만들어냈다” 고 말했다.

IBM에게 희망이 있다면 불완전한 양자컴퓨터라도 쓸모가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감베타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1981년 파인만이 상상했던 응용방식에 목표를 맞추었다. 화학반응과 물질의 성질은 원자와 분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고, 이는 양자현상에 의해 좌우된다. 양자컴퓨터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기존 컴퓨터가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이 현상들을 모델링할 수 있다.

작년 감베타와 IBM의 동료 연구원들은 7큐빗 기계를 이용해 수화 베릴륨의 정확한 구조를 시뮬레이션 했다. 세 원자만으로 이루어진 이 물질은 양자시스템으로 모델링에 성공한 가장 복잡한 분자다. 궁극적으로 연구자들은 더 효율적인 태양전지, 의약품, 태양광을 무공해 연료로 전환하는 촉매 등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것이다.

IBM 연구소는 클라우드에 연결된 양자 기계를 수용하고 있다.

이 목표들을 달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감베타는 오류에 취약한 양자컴퓨터가 고전적인 컴퓨터보다 가치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리학자의 꿈에서 공학자의 악몽으로

마르고 부드러운 말투의 MIT 아이작 추앙 교수는 “흥분을 일으키는 것은 양자컴퓨팅이 정말로 실현 가능하다는 깨달음”이라며 “이것은 더 이상 물리학자의 꿈이 아니고 공학자의 악몽”이라고 말한다.

추앙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캘리포니아 알마덴 IBM에서 초기 양자컴퓨터 몇 개의 개발을 주도했다. 지금은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그는 우리가 뭔가 큰일의 시작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양자컴퓨팅이 결국에는 인공지능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과 해커들이 상용화 된 컴퓨터를 접하기 전까지는 혁명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양자컴퓨터는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사고방식을 필요로 한다. 감베타가 말하듯 “우리는 양자 컴퓨터에서 ‘Hello, world’와 동등한 명령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이제야 우리는 알아가는 중이다. 2016년 IBM은 작은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에 연결했다. QISket이란 프로그래밍 툴킷을 이용하면 여기서 간단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다. 학계 연구원들부터 어린 학생들까지 수천명의 사람들이 간단한 양자 알고리즘을 수행하는 QISket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제 구글 등 다른 기업들도 새 양자컴퓨터들을 온라인에 연결하고 있다. 이 컴퓨터들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첨단연구실 밖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미래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스타트업 커뮤니티도 술렁거리고 있다. IBM의 양자컴퓨터를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캐나다 토론토대학 경영대학에서 양자 스타트업 피치 경연에 참가하게 되었다. 기업가로 이루어진 팀들이 긴장한 채 일어나 교수, 투자자들에게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한 기업은 양자컴퓨터로 금융시장을 모델링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른 기업은 새로운 단백질을 디자인 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기업은 더 진보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방에서 아무도 각 팀이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할 만큼 혁신적인 기술을 이용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춤거리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양자컴퓨터의 실용적인 사용처를 빨리 찾지 못한다면 이러한 열광은 사라질 것이다. 베넷이나 추앙처럼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아는 사람들은 첫 번째 유용한 사용방식을 찾으려면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많은 큐빗 집합을 관리하고 조작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혀질 경우에만 사실이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희망을 쥐고 있다. 마이크로칩으로 컴퓨터 사용법을 배운 추앙에게 내 두 살짜리 아들이 다 컸을 때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물어봤더니, 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마 당신의 아들은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키트를 가질 수도 있겠지요.”

 

<본 기사는 테크M 제60호(2018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