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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민간 투자 확대해야 공공 IT 생태계 혁신”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2018-04-23강진규 기자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4차 산업혁명 시대, 소프트웨어가 갖는 전략적 가치는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소프트웨어 역량 없이 한국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어렵다. 건전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도 올해 슬로건으로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내걸었다. 인력 양성부터, 정책에 이르기까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초 체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과 올해 협회 주요 활동 계획 및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걸친 이슈를 놓고 얘기를 나눴다.

대담 = 황치규 테크M 부장  
정리 = 강진규 기자
사진 = 송은지 기자 

 

취임한지 벌써 5년이 넘었다.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취임 당시,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사업하기 힘들어하던 시기였다. 사명감으로 한다는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사명감으로는 한계가 있다.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취임과 함께 매출 1000억 원 클럽을 만드는데 신경을 썼다.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 회사는 1000억 원 매출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지금은 한글과컴퓨터, 티맥스소프트 등이 1000억 원 매출을 넘었고, 더존은 2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소프트웨어 매출은 제조업 대비 3~5배 가치를 갖는다. 소프트웨어로 300억 원 이상 매출을 내는 회사는 1000억 원 이상인 제조업과 동급으로 봐야 한다. 이를 감안해 협회는 300억 원 매출 이상 소프트웨어 기업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취임전보다 300억 원 매출 이상인 기업들이 많아졌다. 체질이 나름 개선됐다는 판단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5년전과 비교해 어떤가.

2000년에만 해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가 의대보다 입학 점수가 높았다. 하지만 이후 급반전돼 일부 대학은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것과 무관치 않다. 2000년에만 해도 컴퓨터공학과 나오면 벤처기업 세워 돈도 많이 벌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닷컴버블 이후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월화수목금금금’을 상징하는 직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2014년 들어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입학 점수가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본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몇년전부터 창업도 활발해진 것 같다.

한국에서 창업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 인구수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에서 창업 기업수는 중국에 한참 못미친다. 한국은 벤처기업이 3만8000개 정도인데 중국은 2016년에만 480만개 회사가 창업됐다. 어마어마한 차이다. 창업 유형을 보면 중국 정부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많이 육성하고 있다. 중국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보면 일부는 대학교 수준이다.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심화 과정을 거치니 인재가 나오고, 이들이 창업의 역군이 되는 것이다. 중국은 물이 올랐다는 판단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하드웨어는 중국이 한국을 많이 추격했고, 일부는 앞서기도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그래도 한국이 한수위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중국은 시장이 크기 때문에 인터넷 플랫폼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장 환경 측면에선 한국에 비해 유리하다. 물론 기업용 솔루션은 아직 한국이 중국 기업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이쪽도 판이 바뀔 수 있다. 인공지능은 중국이 한국을 앞선다. 

모바일 결제와 O2O에서 그랬듯, 중국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기업용 솔루션 시장에서도 크게 ‘점프’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것 같다. 한국이 밀리는 이유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인력 양성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자국 전문가들을 많이 불러들였다.  우리돈으로 10억 원씩 연봉을 주면서 유능한 인공지능 인재들이 중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1970년대 한국이 과학기술 인재를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도록 것과 유사하다.

올해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는 등 한국도 인재 양성을 위한 움직임들이 강화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의무 교육이 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교육시간이 너무 적다. 시간을 늘려야 한다. 1년에 17시간 가르쳐서는 턱도 없다. 의무 교육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전방위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아이들은 물론 군대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예전부터 월급 올려줄 예산으로 병사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자고 주장해왔다. 군 복무 기간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면 인재 양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소프트웨어를 의무교육하는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학원이라도 가서 소프트웨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안 할까봐 걱정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 것은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아이들에게 논리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사회에서 많이 안쓰는데, 어려운 수학공부를 하는 것도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학생들이 논리력 공부를 한국보다 두 배로 한다.

한국은 학생들이 국어 시간에 에세이를 쓰지만 미국은 모든 과목에서 에세이를 써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했다. 미국 정부도 코딩 교육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었다. 최근 소프트웨어 열풍이 불면서 한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스크래치를 가르친다는데 그건 코딩과는 다르다. 레고 블록 옮기는 정도를 논리 교육이라고 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차원에서 협회 차원의 계획은?

취임 후 협회 규모가 많이 성장했는데, 교육 기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교육 정규 코스 과정을 만들고 4차 산업혁명 과정도 개설했다. 협회도 인재를 양성하지만 다른 교육기관들과 협력해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고 회원사들도 참여하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올해 주요 목표로 제도

개선을 포함해 생태계 조성을 내걸었다. 제도 관련해 협회 차원에서 강조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시장은 솔루션, 서비스, 시스템통합(SI) 3개 분야로 나눠진다.  이중  힘든 곳이 SI다. SI는 공공 시장이 중요하다. 공공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민간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공공 사업은 가격과 기술평가로 사업자를 정하는데, 예전에 비해 가격 점수 비중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것이 현실이다. 3개 회사가 경쟁할 경우 기술이 비슷하다 보니, 결국 가격으로 승부가 나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기술 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공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식도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가 예산을 갖고 진행하는 수주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 BTO(민간투자사업) 방식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공공 프로젝트는 정부가 소유권을 갖다보니 기업 입장에선 수출도 어렵다. 공공 프로젝트를 BTL, BTO 방식으로 추진하면 소프트웨어 전문가들도 보다 쉽게 키울 수 있다. SI 사업은 사람/개월수(맨/먼스)로 사업대가를 산정하는데 기업 입장에선 유능한 소수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려는 동기를 갖기 어렵다. 사람 많이 투입하는 것이 우선이 될 수 밖에 없다.

BTL, BTO 기반 공공 사업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는지.

행정안전부가 전자정부 기획서에 BTL, BTO 개념을 넣고 시범사업도 한다고 한다. 시범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신호라고 본다. BTL이나 BTO 방식의 공공 사업을 통해 SI회사가 솔루션 회사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순한 SI 방식으로는 기업들은 기술력을 쌓기 어렵다. 프로젝트 단위로 뛰다보니 돈을 벌지 못하는 공백기도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BTL, BTO 방식이 도입되면 프로젝트는 5~7년씩 장기적으로 추진하면서 매달, 매년 단위로 돈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5~7년 동안 같은 일을 집중적으로 하면 전문성을 키우는데 훨씬 유리할 것이다.

중소기업이 BTL, BTO 방식으로 공공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는 신뢰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돈이 없는 작은 회사가 어떻게 중장기 사업을 책임지고 하느냐는 얘기가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들이 많다. 공제조합하고 협력할 수도 있다. 든든한 중견기업도 많은 만큼,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것은) 자유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될 당시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는 대기업 계열 SI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소 기업들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충격이 필요했고, 정부가 내놓은 결과가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였다.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게 되면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공공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제도 개선 관련 현정부가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정책은 어떻게 보나.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아직도 왜’ TF를 만들었는데, 과거에 해야 한다고 했던 것들이 아직도 안 되고 있으니 그러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는 안 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나온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에 이어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화두다.

블록체인을 기술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솔루션 중 하나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나온 것이다. 암호화폐 투기를 놓고  블록체인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투기 광풍은 수그러들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위변조가 불가능한 문서 거래가 대중화되면 한국은 보다 건전한 사회로 갈 수 있다. 서류나 공문서의 경우 위변조를 우려해 공증을 받고 있는데 블록체인을 통해 이런 것이 없어지고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 흐름이 확산될 수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는 헬스케어 특위도 생겼다. 의료 IT 전문가로서 헬스케어 시장은 어떻게 보나.

헬스케어 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일찍 시작했는데, 지금은 중국과 일본이 한참 앞서 있다. 일본의 경우 전제조건이 갖춰지면 의사가 모바일로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안된다는 논리가 너무 많다. 헬스케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도 바뀌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유럽 표준을 따르자는 것이 개인적인 주장이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개인정보보호 수준이 높은 편인데, 일각에선 이마저도 부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지난 5년 간 협회도 많은 성장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더 성장시키고 싶다. 협회는 정회원, 일반회원들로 구성된다. 취임 당시 일반회원은 9200개사, 정회원 1100사개였는데 5년 사이에 정회원이 많이 늘었다. 1600개사 정도다. 정회원  확대에 보다 주력할 계획이다.
멀리가려면 같이 가라는 속담이 있다. 혼자는 빨리 가지만 멀리 못 간다는 뜻이다. 협회에 정회원으로 오고 활동해주는 것 자체가 소프트웨어 시장을 키우는 것이다. 회원이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대표적인 벤처 1세대로 손꼽히고 있다. 조 회장은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2년 의원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해 1983년 비트컴퓨터를 설립했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1985년 비트컴퓨터를 법인전환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 비트컴퓨터를 국내 대표 의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만들었다. 조 회장은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벤처기업협회 창립 멤버로 참여했으며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엮임했다. 또 한국기술거래소 이사장, 코스닥협회 부회장, 한국공학한림원 이사,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13년 2월 14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에 취임한 그는 15대, 16대 회장으로 연임돼 협회를 이끌고 있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60호(2018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