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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블록체인이 난관 부딪힌 전기차의 구원투수로

2018-03-13장윤옥 기자

콩고에서 코발트 공급망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시리도록 푸른색을 표현하는 말로도 쓰이는 코발트는 자연에서 얻기 어려운 청색을 낼 수 있는 광물로 수천 년 전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도자기나 건물 외벽에 푸른빛을 내는 데 사용되던 이 광석의 이름이 코발트가 된 것은 컴컴한 광산에서 푸르게 빛나는 것이 도깨비(코볼트, Kobold)의 눈 같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래 전부터 도자기와 건물 외벽에 푸른빛을 내는데 사용되던이 광물은 니켈과 구리 생산의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전 세계 공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외에 러시아와 중국, 캐나다 등이 주요 생산 국가로 꼽힌다. 매장량 역시 콩고가 가장 많다.

한때 많은 원자재 중 하나에 불과했던 코발트는 최근 친환경 미래차로 떠오르는 전기차 시장을 흔드는 귀한 몸이 됐다. 전기차의 핵심인 2차 전지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코발트이기 때문.

한번 충전으로 수백㎞를 달리는 전기차를 만들려면 대용량 배터리가 필수인데 이 리튬이온 배터리 제작에는 니켈, 망간과 함께 코발트가 꼭 필요하다. 전기차의 보급을 늘리려면 적정한 가격에 코발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문제는 코발트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데다 그마저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2월 1톤당 3만7250달러였던 코발트 가격은 최근 8만500달러로 치솟았다. 공급량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코발트의 이같은 가격 급등과 공급부족은 콩고의 정치적 불안에 국제사회의 규제 조치가 더해진 때문이다. 2013년 미국은 코발트 등을 분쟁광물로 규정, 유통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콩고의 주요 수출품인 코발트는 내전에 휩싸인 반군과 정부군의 중요한 자금줄이다.

전쟁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인 양 측은 코발트 채취를 위해 어린아이들의 노동력 착취도 서슴지 않고 있다. 마스크 같은 간단한 보호 장비나 안전장치 없이 삽이나 곡괭이로 코발트를 채굴하고 있는가 하면 무리한 장시간 노동도 다반사인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발트의 수급과 가격 문제는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콩고의 내부 문제 때문에 전 세계의 미래차 보급에 제동이 걸리게 된 상황인 것.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다름 아닌 블록체인이다.

코발트의 생산과 유통 전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등록, 채굴 과정에서 노동 착취가 이뤄지는지 감시해 막으려는 움직임이 국제기구와 비영리 기구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팀은 올 상반기 중에 콩고내 코발트 광산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콩고의 코발트 광산은 등록되지 않은 곳이 많은 데다 코발트 공급체인 모든 단계의 관계자들이 트래킹에 동의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발트를 채굴하는 콩고는 정부에 등록돼 있지 않은 영세한 광산이 전체의 5분의 1이나 된다. 게다가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법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는 지역인 경우 정확한 데이터를 전달받기도 어렵다.

사실 광석 채굴과 관리에 블록체인을 사용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이아몬드에는 이미 블록체인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다이아몬드 원석의 특징과 채굴현황을 클라우드 기반의 블록체인에 기록함으로써 보석의 원산지 위조를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발트의 공급망을 블록체인으로 구축하는 것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다이아몬드의 경우 채굴에서부터 거래완료까지 5단계에 걸쳐 기록되는데 코발트는 12단계 이상이 필요하다.

코발트의 블록체인 적용을 위해 프로젝트팀은 광부가 코발트 한 포대를 생산해 포장할 때마다 디지털 태그를 붙이고 휴대폰을 이용해 무게와 날짜, 시간 그리고 사진을 블록체인에 등록하도록 했다. 이 코발트 포대가 제련소에 도착할 때까지, 공급망 상의 관계자가 어떤 거래나 처리를 했는지 블록체인에 정보가 고스란히 기록된다. 코발트가 채굴지에서 상품이 될 때까지의 과정이 하나하나 기록되고 구매자는 물론 제3자들까지 이를 열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현지에서 아동 노동착취 여부를 감시하는 검사관들과 가공과정의 기업, 중간거래자들, 구매자들 등 공급망 내의 각 단계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광물 채굴과 가공에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블록체인 처리가 이뤄지는 첫 단계 전에 아동 노동착취를 통해 생산된 코발트가 그렇지 않은 코발트 사이에 섞여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프로젝트팀은 가공 과정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마크를 찍거나 코코아 등의 공정거래 인증에 적용하고 있는 매스밸런스 방식을 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가공업자들이 원석을 공장에서 모니터하기 위해 이용하는 시스템 자체에 블록체인을 결합하는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굴장에서 받은 정보가 정직하고 정확하게 입력 될 것으로 보장할 수는 없지만 관리를 강화하고 상황을 개선하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권기구인 국제엠네스티는 콩고 코발트 채굴에서의 아동노동 착취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 지난해 리포트를 통해 중개인 간의 지불기록을 트래킹 하는 블록체인에 주목한다며 블록체인의 적용에 기대감을 표했다.

투자자와 코발트의 고객 기업들 역시 인권침해가 없는 공급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다. 이미 애플과 삼성은 물론 코발트의 주 고객인 중국의 기업들까지 아동노동 착취문제가 없는 코발트를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기업들도 코발트 공급 장기계약 체결 조건으로 생산과정에서의 아동 노동착취 근절을 요구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 역시 블록체인 도입을 통해 채굴 기업과 코발트 제조자들이 부정비리를 근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제광업연맹(ICMM)의 기업들 역시 블록체인을 통해 채굴사업에 대한 공공 신뢰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연맹의 의장인 톰 버틀러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이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도, 문제의 큰 부분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프로젝트팀은 블록체인이 전 단계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일부라도 기록할 수 있게 된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끊임없는 분쟁이 일어나고 정책조차 불투명한 콩고에서 블록체인 적용 실험이 얼마나 성과를 낼 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접근이 코발트 공급망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코발트 이외에 다양한 광물과 제품들의 공급망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난관에 빠진 전기차 보급에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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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공급망을 블록체인으로 구축하는 것은 대단히 복잡하다. 다이아몬드의 경우 채굴에서 거래완료까지 5단계에 걸쳐 기록되는데 코발트는 12단계 이상이 필요하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9호(2018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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