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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소수 전문가들만 주도하는 스마트시티는 실패한다

지속 가능한 스마트시티의 조건①

2018-03-07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위원장)

[테크M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위원장)]지난 1월 29일 세종시 내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 두 지역이 스마트시티 국가시범 도시 후보지로 선정됐다. 국가 시범도시는 4차 산업혁명의 융복합 신기술의 테스트베드로 현재 도시 문제해결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다. 이번에 선정된 2곳은 성과를 조기에 가시화하기 위해 공기업과 지자체가 보유한 토지로 보상을 끝냈거나, 상당히 진행된 곳 중에서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선정됐다. 올 하반기에는 지자체와 민간(기업, 대학) 등의 공모를 받아 후보지를 추가할 계획도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기존 혁신도시의 특성을 살려 나주는 스마트 에너지, 김천은 스마트 교통 등 스마트 혁신도시 선도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2017년 하반기 선정된 68개 도시재생사업지구 중 5개(인천 부평, 조치원, 부산 사하, 포항, 남양주) 지구에는 특별히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사업을 도입할 예정이다.

국가 시범도시 사업은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을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에 투영해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도시는 인류의 최고 발명품이며, 한국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도시에 살고 있지만 세계에서는 50%를 조금 넘는 사람이 도시에 살고 있다. 몇 년 안에 70%의 인구가 도시에 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누군가 먼저 만들어 놓고 사람들한테 들어와 살라는 개념이지만 미래의 도시는 시민들이 살고 싶은 도시의 ‘디테일’을 채워나가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유시티 한계 넘어야 실효성 확보

한국은 2008년부터 유티시(Ubiquitous-city) 사업을 추진해왔다. 2009년 세계 최초로 ‘유비쿼터스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일정 규모가 넘는 택지개발사업에는 유시티 개념을 도입하도록 의무화했다. 제1차 유비쿼터스도시종합계획(2009~2013)과 제2차 유비쿼터스도시종합계획(2014~2018)을 수립해 스마트시티 기술 R&D 및 확산, 산업 활성화, 제도 기반 구축, 인력양성사업 등을 추진했다. 유시티를 스마트시티로 바꾸게 된 것은 세계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며, 이에 기존 법령을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고 2017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유시티 사업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스마트시티 개념의 모호성에 기인한다. 국내외적으로 개념 정립이 되지 못해서 정책 내용과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 특히 기존 도시 기반 시설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도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협의의 스마트시티 개념에 그쳤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도시별 상황과, 지향하는 바가 달랐던데다 건설, 정보통신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어 명쾌하게 스마트시티 개념을 정의하지 못했던게 현실이다.

둘째, 스마트시티 정책 주관부처로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부) 및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등에서 산발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부처간 협력체계가 없었다. 셋째, 도시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솔루션을 적용하려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즉,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 솔루션이 제공되어 시민이 체감하기 어려웠다. 지자체는 기업이 제공한 서비스를 인수해 운영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다.

넷째, 공공에서 주도하는 한정된 서비스 솔루션 보급으로 민간이 사업에 참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대기업들이 공공IT 사업에 참여하는것이 제한되면서 R&D가 진화하지 못했다. 중소기업은 독자적인 R&D 투자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섯째, 신도시 중심의 스마트시티 구축으로 초기 설치 비용을 피분양자가 부담하면서, 새로운 기술 출현과 기존 기술 발전에 따른 업그레이드 또는 업데이트 비용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플랫폼 중심으로 정책의 틀 재편해야

결국 스마트시티 정책의 지속가능성 확보는 이같은 문제를 극복해야 가능하다. 우선, 추진체계가 확실히 자리를 잡아야 한다. 현재는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가 자문기관으로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사업으로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위는 민간위원 20인과 6개 부처 실장이 당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간위원은 산업계가 10명, 학계 5명, 연구계 4명, NGO 1명이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 간사는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고 있으며, 주로 도시경제과가 주축이 되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가 항시 조직될 필요는 없으나 효과적인 사업추진을 위해서 스마트시티만을 전담하는 지원단 구성이 필요하다. 전문가 그룹과 민간기업의 참여도 확대해야 한다. 특위 민간위원들은 1명이 거의 한 분야를 대변하고 있는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이 별도로 구성되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세계적인 석학들과 기업 CEO를 자문단에 참여시켜야 한다.기존의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R&D 예산과 유사 사업예산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둘째, 국가시범도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별도 지원법 제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실험하는데 있어 규제가 너무나 많다. 개별 법령을 하나 하나 수정할 수가 없으니, 새로운 실험을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와 특례규정 도입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련법에는조직과 예산에 관한 사항, 사업시행자에 대한 지원 규정, 입주자 및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각종 세제 감면 및 예산 보조, 융자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시민과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온라인 미래도시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기존 도시들은 대부분 위로부터의 계획(Top-down) 방식으로 설계됐다. 계획단계부터 시민이 참여할 수는 아래로부터의 계획(Bottom-up) 방식의 채택이 요구된다. 최근 싱가포르는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라는 3D 기반 도시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시설물 관리는 물론 각종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계획을 검토하고, 도시관리를 진행한다. 1995년 보잉이 777을 개발할 당시, 3D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해 실물 없이 가상 환경에서 비행기를 설계 제작, 많은 비용을 절감했는데, 최근에는 공장 설계, 도시관리 등에도 3D 플랫폼이 활용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가상의 시민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기업들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하고, 투자자는 투자가치가 있는 기술에 대한 직접 투자를 통해 온라인 상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할 수 있다.

전문가로 구성된 기구(committee)에서 기업이 제안한 기술을 선정해 플랫폼에 구현하고 이를 가상의 시민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진행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을 사고파는 도시의 알리바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건설회사 웹사이트와 연결하여 증강현실(AR)을 이용해 건물 외벽에 붙일 패널을 직접 적용하고, 비용 대비 효과 등을 검증할 수 있다. 교통 흐름이나 바람 방향, 태양의 동선 등을 사전에 각종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계획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도시가 완성될 시점부터는 실제도시와 가상도시의 트윈시티(twin city)가 구축되어 도시 관리 및 운영을 플랫폼 상에서 할 수 있어 획기적으로 관리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 도시는 기존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다. 도시재생지구에 3D 플랫폼을 구축해 계획들을 먼저 실험해보고, 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계획을 선택할 수 있다.

넷째, 스마트시티 기술 관련 혁신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기술은 매우 빠르게 진화한다. 반면 이를 도시에 구현하고 활용하는 것은 매우 더디다. 이런 시간적 차이를 극복하고 항상 최신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국가 시범도시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보통 엑스포나 전시회는 1주일 또는 10여 일간 진행한 후 시설물을 모두 철거한다. 국가시범도시는 국내외 혁신기업들이 참여해 자신이 보유한 기술을 보여주고,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로 계획되고 있다.

365일 24시간 사람이 실제 살면서 최신 기술을 실험하고, 여기서 생성되는 각종 데이터를 공유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인류가 생존하는 한 도시는 진화를 거듭하면서 존재할 것이다. 고급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가 바로 도시에 있다. 새로운 산업은 결국 사람과 도시와 연관되어 있다.

다섯째, 스마트시티를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창출되는 기술을 담는 그릇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많은 자료에서 보면, 헬스케어, AI,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드론 등으로 구분하고 그 중 하나로 스마트시티를 이야기한다. 그것 보다는 스마트시티를 모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담는 그릇, 플랫폼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시티 서비스 분야를 교통, 에너지, 환경, 안전, 방재, 행정, 기타 등으로 구분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렇게 구분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솔루션 외에 새로운 것을 찾기가 어렵다. 도시에서 사람은 주거와 일자리, 쇼핑, 레저 등의 공간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장소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교통이고, 주거나 일자리 등에서 활동을 하는데 에너지가 필요하고, 활동의 결과물로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와 개인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먼저 탐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유경제, 직접 민주주의, 지속가능성 등을 추구하기 위해 도시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이를 달성하는데 4차 산업혁명 기술 등 신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금융이나 교육, 의료 등이 상대적으로 등한시 되는 것도 기술 중심으로 구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월까지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과 스마트도시형 도시재생사업, 스마트 혁신도시 모델 구축, 스마트시티 국가 R&D 등이 추진될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소수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추진되면 실패한다. 미래의 주역들인 학생과 청년, 그리고 민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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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창출되는 기술을 담는 그릇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9호(2018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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