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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마이클 잭슨의 ‘위 아더 월드’를 5G 통신에서 재현한다면?

2018-02-25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테크M=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2016년 초 가상합창단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 유타주의 한 교회에서 15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휘자를 따라 헨델(Georg Friedrich Handel, 1732~1809)의 ‘메시아’를 연주하자 300여 명의 합창단이 가세해 ‘할렐루야 코러스’를 부르며 웅장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서곡과 3부 53곡으로 이뤄진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할렐루야 코러스’는 2부의 마지막 곡이다. 생동감 있는 리듬과 장중한 화성으로 최고의 백미로 꼽힌다.

1791년 비엔나 고전파음악의 대표적 거장 하이든은 이 음악을 듣는 순간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He is the master of us all!” 런던의 코벤트 가든 왕립 가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영국 국왕 조지 2세(George II)가 이 곡을 듣고 감동과 환희로 벅차서 벌떡 일어섰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주변에 있던 다른 관객들도 따라서 일어났고, 이후 클래식 음악에서는 이례적으로 연주 중간에 관객 전원이 기립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에릭 휘태커 가상합창단 [출처: 유튜브]

교회에서 진행된 ‘가상합창’

그런데 2016년에는 다른 일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무대 뒤 배경에 화면이 하나둘씩 등장하더니 화면 속의 인물들도 공연장의 합창단과 함께 할렐루야를 부르는 게 아닌가. 코러스는 더욱 웅장해지고 관객들은 화면 속 합창 단원 한 명 한 명을 관찰하는 재미를 더해 합창을 감상했다. 이른바 가상합창단이다. 주최 측은 부활절을 맞아 세계 각국에서 참여를 원하는 사람을 모집했는데 2500명이나 지원했다고 한다. 이 중 오디션을 거쳐 약 1000명의 영상을 선발해 이번 연주에 참여시켰다.

사실 이런 가상합창(Virtual Chorus)은 2010년 줄리아드 음대출신의 작곡가 겸 지휘자 에릭 휘태커(Eric Whitacre)가 처음 고안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는 자신이 작곡한 합창곡을 개별적으로 나눠 수십 개 국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부르게 하고 이를 유튜브 동영상으로 취합해서 합창곡을 만들었다. 당시 연주회에선 대부분 사전에 녹화한 영상을 합성했지만 향후 5G 기술 등 통신기술의 발달로 시간 지연(Time Lag)이 거의 없어지면 실시간 ‘가상합창’도 충분히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른바 네트워크 아트가 합창에 구현되는 것이다.

합창은 예술의 기원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합창 얘기를 하기 전 동굴벽화부터 얘기해 보자. 가장 오래된 그림은 알타미라나 라스코 등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로 알려져 있다. 구석기 시대 원시인들이 동굴 속에 그림을 그린 이유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노동하고 남은 시간에 재미나 흥미를 위해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노동의 수고를 덜기 위해 예술을 하게 됐다고도 한다.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현실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루려는 시도에서 예술이 탄생했다는 주장도 있다. 주술적 수단으로 예술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가상과 현실을 뚜렷하게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림이 현실로 이어져 많은 동물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사냥의 전 과정을 재현함으로써 공포감을 이기고 동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됨으로써 승리감과 자신감에 차서 결과적으로 많은 동물을 포획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유래야 어찌됐든 분명한 것은 예술은 처음에는 한 사람의 예술가가 아니라 여러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원시 벽화가 시각예술의 기원이라면 공연예술의 기원은 합창에있다. 그리스어로 코로스(Choros), 라틴어로 코루스(Chorus)라고 하는 합창은 통상적으로 디오니소스(Dionysos) 신전에서 노래를 부르던 전통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그러나 원시시대에도 수렵과 채집 전후에 여러 형태의 합창이 이뤄졌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어쨌든 디오니소스 신전의 합창은 이후 그리스 비극으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스 비극에서 처음에는 합창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컸다. 대화를 담당하는 연기자(對話隊)는 5분의 2를 차지한 반면 합창대는 전체 인원의 5분의 3을 차지할 정도였다. 이후 극에서 합창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 로마 시대와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와서는 막간에만 잠깐 등장했을 뿐 이야기의 진행에는 별 역할이 없었다. 현대극에 와서 합창이 다시 선호되고 있는데 브레히트의 ‘소외효과’ 연극이 대표적 사례다. 한편 합창은 연극의 일부로서 뿐만 아니라 단독적인 음악으로 발전을 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합창의 역할과 쓰임이 옛날만 못한 것 같아 합창애호가로서 아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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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합창제도 세련되게 진행할 수 있게 될 날이 멀지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굳이 한 곳에 모이기 위해 버스를 대절해 이동하는 수고도 필요 없다. 이제는 실시간으로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다양한 합창단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에 의한 예술’로 회귀하는 합창

고대 벽화나 합창의 경우처럼 예술은 본래 한 사람의 천재적 예술가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이었다. 이후 오랫동안 ‘천재예술가’에 의해 좌지우지됐던 예술은 다시 ‘모두에 의한 예술’로 회귀 하는 조짐이다. 물론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다.

아마추어 합창제를 가보면 보통 10여개 이상의 합창단들이 차례로 무대에 등장해서 두서너 곡씩 연주한다. 그런데 단원수가 수십 명에 이르는 1개 합창단이 무대에 들고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다보니 연주회 시간은 지연되기 일쑤이고,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수백 명에서 천여 명이 넘는 출연자들이 대기하는 공간도 문제다. 그래서 종종 객석이 합창단원들의 대기 장소가 된다. 합창단원이 아무리 신중을 기해 등·퇴장해도 음악 감상의 맥이 깨져버리니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하기 어렵다. 합창제에 다녀오면 음악을 감상했다기 보다는 행사에 참석했던 것 같은 뒷맛을 갖기가 십상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합창제엔 합창단원과 관련된 친인척과 지인들로만 객석이 채워지고, 한 합창단의 연주가가 끝날 때마다 객석엔 비는 곳이 늘어난다. 자신과 관련된 단체가 끝나면 로비에서 사진을 찍거나 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아마추어 합창제도 세련되게 진행할 수 있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굳이 한 곳에 모이기 위해 버스를 대절해 이동하는 수고도 필요 없다. 이제는 실시간으로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다양한 합창단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합창제는 무대에 아무도 없어도 된다. 좀 아쉬우면 지휘자나 반주자, 혹은 솔로를 담당한 몇 명의 연주자들을 무대에 등장시키면 된다. 연주가 여러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다양한 무대연출도 가능하다. 실제 합창이 일어나는 공간은 단순하더라도 상관없다. 가상합창제가 열리는 공간에 미디어 파사드나 가상예술을 덧붙이면 그만이다.

이제 객석은 온전히 음악감상자들의 차지가 될 수 있다. 다양한 합창단의 다양한 음악을 음악감상의 분위기를 흐리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몇 개의 프로 합창단이 등장하는 합창연주회도 물론 마찬가지다.

We Are The World 발매 당시의 앨범커버. 수많은 스타들을 한 곳에 불러모은 작업은 이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됐다.

1985년 3월 7일, 팝의 황제라 불리는 마이클 잭슨이 ‘위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라는 음반을 냈다. 마이클 잭슨이 라이오넬 리치와 함께 곡을 썼고 당시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모여 노래해 화제가 됐다.

1985년 1월 28일, 로스앤젤레스의 A&M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미국의 팝스타 45명이 모여 ‘USA 포 아메리카(USA For Africa)’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합창으로 녹음했다. 대기근 때문에 고통 받던 수십 만 명의 에티오피아 난민을 비롯한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자선기금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였다. 10시간이 넘는 철야 작업 끝에 탄생한 이 음악은 이후 4주간 빌보드 차트 정상을 지켰고 2억 달러를 모금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나님은 돌을 빵으로 바꾸는 것을 보여 주었으니 / 이번에는 우리 모두 구원의 손길을 보냅시다. / 당신이 지치고 외로울 때는 희망이 없어 보이지만 / 그러나 만일 당신이 믿음만 가지면 / 위험한 지경에 빠지지 않아요. / 우리가 하나가 될 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요. / 우리는 세계 / 우리는 어린이 / 우리는 밝은 날을 만들어야 합니다. / 그러니 이제 베푸는 일을 시작합시다.

‘We are the World’ 가사의 일부다. 많은 사람들에 의한 예술이 얼마나 큰 반향을 사회에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사례다. 그런데 수많은 스타들을 한 곳에 불러 모아야 했던 당시의 작업은 상당히 어려웠을 거라고 짐작된다. 만약 마이클 잭슨이라는 불세출의 인물이 아니었으면 쉽게 이뤄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프로젝트들을 쉽게 할 수 있다. 가상합창으로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을 한 곳에 모으는 일이 매우 쉬워졌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예술가들이 모여 합창을 통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좋은 취지를 호소할 수 있다. 나아가 보다 많은 보통의 ‘평범한 예술가’들이 모여 새로운 시대의 따뜻한 합창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

네트워크 기술로 다시 태어나는 예술

합창은 자신을 나타내기보다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배려함으로써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 활동이다. 합창은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기에 합창 단원들의 심성은 기본적으로 따뜻하다. 이제 우리는 세계 어느 지역의 사람과도 합창을 통해 따뜻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시대를 맞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합창을 손쉽게 도입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물리적으로 다른 공간에 있는 사용자들이 마치 한 곳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과 같은 ‘소셜 VR’기술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5G 통신기술이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5G에서 현재 데이터의 지연시간은 100분의 1초, 향후 이론적인 목표는 1000분의 1초다. 5G 네트워크가 상용화 되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통합해 현실 배경 위에 현실과 가상의 정보를 혼합해 동시에 제공하는 융합현실(MR)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트렌드코리아2018). 에릭 휘태커의 말대로 우리가 서로의 경험과 목표를 함께 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네트워크 합창의 시대가 더욱 빨리 앞당겨질 것 같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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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세계 어느 지역의 사람과도 합창을 통해 따뜻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시대를 맞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8호(2018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