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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글로벌 기업들, 프라이빗 넘어 퍼블릭 블록체인도 정조준

2018-02-27고덕윤 피노텍 수석연구원

 

[테크M=고덕윤 피노텍 수석연구원]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서 출발했다. 비트코인 이후 ‘스마트 계약’을 강점으로 내건 이더리움에 의해,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기반 전자 계약과 신뢰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발전했다. 이 같은 발전은 블록체인 기술이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로 이어졌고 실제 많은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블록체인을 끌어안으려는 글로벌 IT기업들의 공세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등장 이후 산업계가 주목한 분야는 참여자가 제한된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은 산업 분야에 적용됐을 때 효과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익모델도 모호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제조 넘어 전방위 확대 조짐

초창기 가장 주목 받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R3CEV이다. R3CEV 은행 간 거래를 모두가 공유함으로써, 스위프트로 대변되는 청산소와 같은 중개 역할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청산소는 은행 간 거래 기록을 보관하고 보증하는 중개 기관이므로 은행 관점에선 중개에 따른 비용 부담과 거래기록중앙화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기록을 분산화해 저장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즉 A은행과 B은행의 거래 기록을 다른 은행에도 분산해 저장함으로써 A은행과 B은행의 거래에 신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위해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방크, HSBC 등 거대 글로벌 은행들이 R3CEV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하고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개발했다. R3CEV는 최근 코다(Corda)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소개한데 이어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리눅스재단이 주도하는 블록체인 연구 컨소시엄인 하이퍼레저(hyperledgr)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초창기 하이퍼레저 프로젝트는 IBM, 인텔과 같은 IT기업과 JP모건과 같은 금융사가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화가 눈에 띈다. 에어버스와 다임러 같은 거대 제조기업은 물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같은 물류 업체도 하이퍼레저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 블록체인이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이퍼레저를 활용한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세계최대 소매 유통 업체인 월마트는 중국 칭화대학교와 협력해 중국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 이력을 하이퍼레저 프라이빗 블록체인인 패브릭을 활용해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돼지고기 유통 과정뿐 아니라, 이 돼지가 어떤 농장에서 태어나고, 어떤 사료를 먹었는지, 누가 언제 도축했는지 등 돼지고기 유통 전반 관한 내용을 블록체인에 기록할 예정이다. 이번 시범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되면, 전 세계 월마트에서 유통되는 농, 수, 축산물 유통 이력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회사는 머스크(Maersk)이다. 머스크는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18~20%의 점유율을 가진 세계 최대 해운회사이다. 나라 간 교역에는 많은 회사가 참여한다. 발주자부터 항만까지 육운을 담당하는 회사, 운송된 컨테이너를 보관하는 회사, 컨테이너를 선박에 선적하는 회사, 해상 운송을 담당하는 회사가 각각 다르다. 그러다 보니 해상 교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이 매우 복잡하다. 머스크는 하이퍼레저 패브릭으로 이같은 복잡한 절차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글로벌 제조 업체들도 블록체인 도입에 적극 나섰다. 거대 항공기 업체인 에어버스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생산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에어버스에서 생산하는 부품 설계도를 블록체인에 저장해 설계도 유출을 방지하고 부품 생산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는 하이퍼레저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자체 활용방안도 모색 중이다. 다임러는 블록체인을 통해 대출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와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다임러와 일본 도요타는 자율주행차 기반 차량 공유를 위한 사업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다임러는 공격적인 블록체인 적용을 위해 페이케시유럽도 인수하고 메르세데스페이라는 자체 결제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페이는 다양한 자동차용 서비스에 사용될 뿐 아니라 카투고(car2go)나 마이택시(mytaxi)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에도 활용된다. 도요타는 MIT미디어랩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차량 공유 기술을 연구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블록체인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직접 개발하기 보다는 시장을 주도하는 블록체인을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제공하는, BaaS(Blockchain as a Service)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비즈니스 맞춤형 원장 및 관리도구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블록체인을 기업 환경에 맞춰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클라우드 컴퓨터 플랫폼 애저(Azure)가 제공하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을 블록체인과 결합해 쓸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도 AWS 블록체인이라는 BaaS를 개발 중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넘어서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사업화가 쉽지 않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를 분권화해 관리함으로써 데이터와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얻는 구조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신뢰성이 상승한다. 그러나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R3CEV와 같은 연합 형태가 아니면 데이터나 서비스를 분권화해 처리해 줄 참여자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한 회사에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구축한다고 하면, 데이터를 분산하여 저장해 줄 제3의 업체를 다수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름 있는 회사들이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15년 하반기부터 다양한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암호화폐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2018년 1월 현재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암호화폐 사업을 준비하거나 염두에 두고 있다.

코닥은 최근 사진의 지적 재산권을 위한 코인을 준비 중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코닥코인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코닥은 사진을 구매하는 사람이 사진을 인화하면 사진 원작자에게 저작권료가 지급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코닥코인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코닥은 코닥코인 사업을 통해 경영위기도 극복하려는 모습이다. 코닥이 코닥코인을 발표한 이후 한때 코닥 주가는120%까지 상승했다.

최근 한국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돼 관심을 모은 아이오타(IOTA)에서도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아이오타는 빠른 거래 기록을 지원해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소액 결제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발행된 암호화폐이다. 아이오타는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와도 협력을 맺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지만, 아이오타와의 협력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사물인터넷 제품들은 아이오타에 의해 지급 결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오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간 제휴는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직접 암호화폐를 발행하지 않아도, 그 생태계는 받아들일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 사이버 망명으로 유명했던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도 암호화폐를 준비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올해 3월 사상 최대 규모의 코인 판매(ICO)를 준비 중으로 이를 통해 약 5300억 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텔레그램은 메신저를 이용한 국제송금을 지원, 정부와 은행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사용자는 메신저로 간편하게 송금을 할 수 있게 된다.

텔레그램보다 규모가 훨씬 큰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암호화폐 발행에 나설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CEO는 암호화폐를 활용한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페이스북 메신저의 데이비드 마르쿠스 대표는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이사회에도 참여하기로 눈길을 끌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2009년 비트코인의 등장을 계기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약 5년간의 잠복기를 거쳐 2013년에 두 개의 서비스가 시작되는데, 하나는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퍼블릭 블록체인이고, 다른 하나는 하이퍼레저로 대표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둘은 각자의 영역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경우 참여자 확보에 대한 해결책을 명확하게 찾지 못하여 확산이 다소 늦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대기업들은 수요와 공급의 중개자로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탈중앙화를 위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런 만큼, 프라이빗 블록체인 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올해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ICO를 준비중인 만큼, 다양한 암호화폐가 새로 소개될 예정이다.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기술발전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화폐는 국가단위로 구별됐지만 앞으로는 사용 목적에 맞는 화폐를 갖게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8호(2018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