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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투자와 투기 사이, 암호화폐가 넘어야 할 산

투자관점에서 본 암호화폐

2018-02-26홍진채 펀드매니저

투자와 투기: 무의미한 질문

[테크M=홍승채 펀드매니저]암호화폐를 주제로 대화하다 보면 반드시 마주하는 의견이 있다.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것이 투자인가 투기인가? 투자라는 쪽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금융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버릴 신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투기라는 쪽은 기술이나 실생활과 관련 없는 무가치한 데이터 조각으로 순전히 가격의 변동만을 바라고 도박을 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말을 던지기는 쉽지만,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사실 투자업계에서 굉장히 해묵은 논쟁거리로, 누구도 명확하게 답하기 어려운 주제다. 행위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용어의 정의부터 파고들어야겠지만, 실제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선제적 정의에 충실하기보다 화자의 의도를 내포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내로남불’이라는 표현과 비슷하게,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 혹은 ‘좋게 포장하고 싶으면 투자, 비난하고 싶으면 투기’라는 거다.

조금 더 진지하게, 객관적으로 접근해보려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봐도 대답은 모호하다. 가치 있는 자산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 투자요, 가치 없는 자산을 남에게 더 비싸게 떠넘기기 위한 목적만으로 거래하면 투기라는 거다.

얼핏 그럴싸하지만, 질문을 던져보자. 가치란 무엇인가? 어떤 자산의 가치라는 것은 판단하기가 생각보다 매우 모호하다. 채권처럼 액면가격이 표시돼 있고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현금흐름이 명확한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기타 주식, 부동산, 파생상품, 혹은 그림이나 명품백 등의 가치를 측정하려면 아주 많은 주관적인 가정이 들어간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한다.

어떻게든 가치를 측정했다 해도 문제는 또 남는다. 가치가 존재하고 측정 가능하다면 투자자는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나? 어떤 자산의 가치를 1억 원으로 측정했다면 가격도 1억 원일 것이다. 투자자의 판단이 정확히 들어맞아서 1억 원에 자산을 사서 다시 1억원에 되판다면, 이를 투자행위라 할 수 있는가? ‘가치 있는 자산을 장기적으로 보유한다’는 기준에는 정확히 부합하는데 말이다.

이에 대한 답은 이미 앞에서 언급했다. 대부분의 자산에 대해서, 그 가치를 측정하는 데에는 ‘주관적’인 가정이 들어가며, 이 가정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즉, 자산의 가치평가를 시도하는 시장참여자들의 생각이 모두 다르며, 각각의 생각 또한 시간에따라 달라진다.(가장 가치를 측정하기 쉬운 채권조차, 미래의 금리변동이라는 불확실 요소에 따라 가격이 등락한다.)

시장참여자가 생각하는 가치와 가치가 부딪혀서 거래가 일어나며 그 거래의 최종 결과물이 가격이다. 어떤 자산이 특정 시점에 특정 투자자가 생각하는 가치에 비해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다고하자. 이를 사서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가 옳음을 시장참여자들로부터 인정받아 가격이 오르면 파는 것으로 일련의 투자 행위는 종결된다.

그렇다면 투기는 무엇인가? 가치 없는 자산을 사고파는 행위가 투기라고? 다시 이야기하지만, 가치는 주관적이고, 변동한다. 누군가 에게는 가치 없는 자산이 다른 사람에게는 가치 있는 자산일 수 있다. 거래라는 행위는 그래서 일어나는 것이고, 그 거래를 중개하기 위해 가격이 존재한다.

스스로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자산의 내용을 가치 있는 것처럼 속여서 매도할 수 있지 않냐고? 이 행위는 ‘사기’라고 부른다. 내부자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나 시세조작 행위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미래의 가격 상승을 바라고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 불확실성에 베팅한다’는 측면에서 투자와 투기는 본질적으로 같다. ‘투기꾼’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인 ‘speculator’는 ‘투자자’라는 뜻으로도 흔하게 쓰인다. 그 어원인 라틴어 ‘speculatus’는 ‘정보를 캐내다, 깊이 고민하다, 미래를 예측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 실용적인 관점에서 쓸만한 대답을 찾아내보도록 하자.

행위의 결과부터 되짚어 접근해보자. 일반적인 관념에 비춰볼때, 투자로 돈을 벌었다면 뭔가 깊이 있는 고민과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돈을 잃었다 해도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 투기로 돈을 벌었다면 합리적인 이유보다는 운, 혹은 사기나 협잡 등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투기로 돈을 잃었다면 패가망신이 기다리고 있을것 같다.

위의 관념에서 도출할 수 있는 키워드는 두 가지다. ‘리스크 관리’, 그리고 ‘피드백’이다. 어떤 자산에 대해서 연구하다 보면, 딱 떨어지는 적정 가격을 찾기는 힘들어도 최소한 이만큼, 혹은 최대한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이 정도라는 레인지를 떠올릴 수 있다, 즉 합리적인 가격 변동성을 추정할 수 있고, 본인의 자산 상태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변동성만큼 자산을 배분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해당 자산의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본인의 판단에서 어떤 부분이 맞았고 틀렸는지를 사후적으로 (어느 정도는) 검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재투자 혹은 손절매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지 않은 경우 돈을 벌든 잃든 배우는 게 없고, 돈을 벌면 벌수록 오히려 과도한 자신감에 빠져서 베팅 금액을 늘리다가 높은 확률로 파멸에 이른다.

정리하자면, ‘감당 가능한 손해 범위 내에서 자산을 배분하느냐’ 그리고 ‘결과를 통해서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느냐(즉, 공부를 했느냐)’라는 두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으면 투자고, 아니면 투기다.

동일한 대상이라도 누구에게는 투자이고 누구에게는 투기다. 누구에게는 카지노의 갬블이 투자처가 될 수 있고, 누구에게는 10년 만기 국채를 사는 행위도 투기가 될 수 있다.

암호화폐의 가치: 변동성보다 침투율

이제 암호화폐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암호화폐를 공부하다 보면 ‘이게 무슨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반드시 봉착한다.

긍정론자는 ‘암호화폐는 시대를 바꿀 기술’이라고 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블록체인은 그 자체로 아주 획기적이거나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 아니다. 단지 길게 늘여진 해시테이블을 여러 하드디스크에 복제해서 보관할 뿐이다. 비트코인이 획기적인 이유는 그 블록 안에 ‘거래 내역’을 담음으로써 ‘화폐’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와, 중앙의 발권자가 거래를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 분산된 컴퓨터가 거래를 보증하는 탈중앙화된 ‘시스템’ 때문이다. 즉,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의 적용방식이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고, 따라서 가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와 시스템에 동조해주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고 부정론자의 ‘암호화폐는 아무도 가치를 보증해주지 않는, 의미 없는 데이터 조각일 뿐이며, 이런 무가치한 것에 높은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명백한 버블’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사실상 우리가 가치 있다고 인정하는 여러 자산 중에 진정으로 그 가치를 ‘보증’ 받는 자산은 얼마나 되는가? 금이 안전자산인 이유는 그저 많은 사람이 안전자산이라고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산업용 수요가 있다고는 하지만, 순수한 산업용 광물인 철광석, 구리, 혹은 희토류가 안전자산으로 취급되지는 않는다.) 다이아몬드는? 일부 절삭공구용 수요를 제외하고는 그저 ‘반짝이는 예쁜 석탄 결정체’일 뿐이다. 달러는? 금으로 교환해준다고 약속했다가 그 약속을 파기해버렸다. 부동산? 부동산이 가치를 보증 받는 자산이라면 부동산 투기는 왜 생기는가. 부동산은 심지어 국가가 마음대로 수용해버릴 수도 있는 자산이다.

전세계 컴퓨터(정확히는 채굴에 참여하는)의 과반수가 오염되지 않는 이상은 거래내역을 거의 완전히 보장할 수 있고, 발행량도 미리 결정되어 있는 암호화폐가, 그 가치가 ‘0’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건 그 가치가 무한하다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과격하다.

암호화폐를 ‘투기’이자 ‘도박’이라고 단정짓는 세력은 그 변동성에 주목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 그 가치의 본질은 변동성보다는 침투율에 있다. ‘스마트폰 버블’이라는 말은 지금 아무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수많은 관련 주식들이 급등락을 반복했다. 철도, 석유, 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이 생활에 침투할 때에는 언제나 투기가 있었고, 이는 침투율이 안정된 이후 끝났다.

버블은 꺼지기 전까지는 버블이 아니다. 암호화폐가 실생활에 침투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냥 그대로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 안착해버릴 수 있다. (할인점이 처음 등장하던 무렵의 월마트 주가는 버블 논란을 낳았지만, 지금은 그저 소비지표의 하나일 뿐이다.) 실생활 침투에 실패한다면 그때서야 버블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슨 침투율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그에 따른 가치는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가?

우선 암호화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보자. 암호화폐는 크게 화폐를 지향하는 코인과 앱생태계를 지향하는 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대시 등 화폐를 지향하는 코인은 순수하게 화폐로서 기능하는 것을 목적으로, 가치의 저장과 교환의 매개 기능을 가진다. 앱생태계를 지향하는 코인은 가치의 교환에 각종 기능을 추가해 특정 앱 혹은 산업분야에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리플은 외환거래를 빠르게, 낮은 수수료로 하겠다는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코인이다. 이더리움이 도입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면 확장성 있는 코딩이 가능한데, 이를 이용하면 작게는 사적인 계 모임부터, 크게는 보험/은행/PG/광고/렌트/부동산계약 등 가치가 교환되는 수많은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먼저, 화폐를 지향하는 코인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최대값부터 생각해보자. 전세계 화폐 발행총량은 40조 달러이고, 기축통화인 달러의 시총은 3.8조 달러다. 암호화폐 중에서 기축통화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비트코인이 달러 수준의 지위를 가질 경우 개당 가치는 3.8조 달러 / 2100만개 = 18만 달러, 약 2억 원이다.

꽤나 충격적인 수치이지만, 딱히 흥분할 일은 아니다. 화폐 이외의 기능은 전혀 없으므로, 화폐의 지위를 차지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 가치는 0원이다.

더구나 결국 화폐의 지위를 가진다 하더라도, 거기까지 가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산의 가치 측정에는 ‘할인율’이라는 개념이 따르는데, 미래의 1억 원은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기회비용 등의 이유 때문에 현재의 1억 원보다 훨씬 낮게 평가된다. 할인율을 10%로 가정하면 10년 후의 1억 원의 현재 가치는 3850만 원에 불과하다.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으로부터 시장의 기대치를 역산할 수도 있는데, 현재 (한국 프리미엄을 제외한 가격인) 1BTC당 1만3000달러는 18만 달러를 할인율 10%로 약 27년간 할인하면 나오는 값이다. 즉, (거칠게 표현하자면) 시장참여자들은 비트코인이 27년 후 달러 정도의 지위를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나. 화폐의 기능은 가치의 측정, 저장, 교환이다.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가치의 측정이나 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은 잘 하지 못하고 있다.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는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했다가 변동성이 높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교환기능을 쉽게 하려면 이동성이 좋아야 하고 교환장소가 많아야 한다. 모바일로 얼마든지 가지고 다닐 수 있으니 이동성이 좋지만, 지금은 기술적인 이유로 거래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기존 화폐보다 뛰어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기사(Merchants aren’t accepting bitcoin, 2017. 7. 14)를 보면, 비트코인을 받는 판매자 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소유자들이 비트코인을 소비에 지출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보유하기를 원하고, 판매자는 줄어든 결제 수요 때문에 굳이 인프라를 깔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높은 변동성이 화폐로서의 비트코인 보급을 막고 있는 셈인데, 이는 일종의 순환논리다.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즉, 화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급등(락)하고, 변동성이 커지니까 화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다시 낮아지는 악순환 고리에 빠져있는 것이다. 만약 어느 순간 이 순환고리를 뚫고 비트코인의 가격이 안착해 변동성이 줄어들면 화폐로서의 기능도 강화되는 선순환 고리에 돌입할 수 있다. 앞서 계산한 대로(할인율 10%가 맞다면) 시장에서는 그 기간을 27년이라고 보고 있는데, 여기에 동의하고 말고는 각자가 판단할 영역이다.

후자인 앱생태계 지향 코인의 최대 가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더리움 덕에 사실상 현존하는 모든 판매 가능한 서비스는 ICO를 통해 코인으로 가치를 전환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가수 아이유는 ‘아이유 코인’을 만들어서 아이유의 콘서트나 앨범은 ‘아이유코인’을 통해서만 거래하도록 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BTS 코인’을 만들 수 있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해당 코인의 시가총액이라는 형태로 직접 비교가 가능해진다. 즉, 국가의 화폐 간에 존재하는 ‘환율’이라는 개념을, 사업자들이 정의하는 객체 간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거래의 매개체가 되는 브로커리지/플랫폼/PG 서비스들을 와해시키고, 더 나아가 주식회사의 개념도 붕괴시킬 수 있다.

‘주식회사설립 → 벤처캐피털 → 사모투자펀드(PEF) → 상장’ 이라는 전통적인 자금조달 형태가 아니라, ‘암호화폐공개(ICO) → 코인가치 상승 → 기채굴 코인을 매도하여 사업 영위’라는 형태로서, 단 한 번의 ICO로 추가 자금 조달 없이 수조 원 가치의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가
능해졌다.

자, 그렇다면 아주 낙관적으로, 앱생태계 지향 코인이 완전히 보급되어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보자. 2015년 전세계 모든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67조 달러였다. 전체 암호화폐의 오늘자(1.12) 시가총액 합계는 7000억 달러다. 약 100배의 가격 상승이 가능하다.

코인 개당 가격은 시가총액/발행량인데, 문제는 이쪽 계열의 대표인 이더리움의 발행량이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발행량이 줄어들어 채굴량과 소실량이 평형을 이루는 지점에 도달하겠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퀀텀 등 발행량이 한정된 코인은 계산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이쪽 계열은 ICO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사실상 발행량이 무한대라고 봐야 한다. 코스닥 시장으로 비유하자면, IPO가 엄청나게 일어나서 코스닥의 전체 시총은 늘어나지만 코스닥 지수는 그에 비례해서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앱생태계를 지향하는 코인의 가치는, 각 코인이 지향하는 산업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가져가고 있는지, 혹은 향후의 잠재력이 있는지에 따라 평가해야 하는데, 이는 화폐 지향 코인보다 매우 어렵다. 리플의 경우, 전체 외환거래 시장 수수료x침투율/총발행량을 구하면 개당 적정가격을 산출할 수 있는데, 관련 데이터도 구하기 힘들거니와, 기술적으로 더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스텔라 루멘과의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마저 예측해야 한다.

합리적인 분석이 힘들기 때문에, 난립하는 수많은 알트코인들 사이에서 각종 루머에 따라 ‘펌핑(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일)’이쉽게 일어난다. 여기에 휩쓸리며 거래를 반복하는 행위는 어떤 변명을 갖다 붙이더라도 투기다. 그러나 그 와중에 본인이 남들보다 잘 알고 더 뛰어난 예측을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코인이 발행된다면, 해당 코인을 거래하는 행위는 투자에 조금은 가까울 수 있다.

넘어야 할 산

수많은 낙관적인, 혹은 부정적인 전망과 별도로, 암호화폐들이 당장 눈앞에 직면한 과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암호화폐의 실생활 침투는 큰 애로를 겪을 것이며, 반대로 이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과정들은 재미있는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①보안: 암호화폐가 큰 범주에서 인터넷 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술인 만큼, 이를 이용한 다양한 공격방식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해시파워의 51%를 장악할 경우 모든 거래를 차단시켜버리는 ‘51%공격’이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화폐 지향 코인보다 복잡한 코딩이 가능해 그만큼 위협에도 많이 노출돼 있다. 실제 이더리움의 해킹으로 커뮤니티가 둘로 쪼개지는 일도 일어났다. 비트코인캐시 진영은 주기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데, 최근에는 저가의 거래에 높은 수수료를 매기는 거래를 다수 발생시켜 거래 소요시간을 늘려 화폐로서의 비트코인 기능을 떨어트렸다.

②자원의 희소성: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원장을 모든 마스터 노드에 기록하는 상당히 비효율적인 기술이다. 현재는 HDD가 사양산업으로 취급돼 여분의 스토리지가 많아서, 일종의 공유경제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동작할 수 있지만,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 지 모른다. 며칠 전에 중국에서 전력을 낭비한다며 채굴장 폐쇄 조치를 내린 것 또한 자원의 희소성 관점에서 유의미한 이슈가 될 수 있다.

③탈중앙화: 비트코인은 현실에 발을 디뎌야만 실물경제와 치환되는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많은 코인은 탈 중앙화를 지향하지만, 발을 디뎌야 하는 현실 세계에는 중앙의 권력이 존재한다. 또한 해킹 등의 다양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소수의 위원회의 의사결정으로 하드포크가 일어나거나, 경찰력의 힘을 빌리는 등 중앙화된 현실 세계와의 접점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한계를 보였다.

④구기득권: 현실세계는 대부분 중앙 권력이 있고 중앙 권력은 탈중앙화된 암호화폐의 성장을 권력에 대한 위협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다. 달러의 시뇨리지(화폐발행차익)를 지닌 미국, 너무나 안전자산이라서 자국 통화를 약세로 보내기 힘든 일본, 새로운 기축통화 지위를 노리는 중국 등 강한 권력을 지닌 현실세계의 기득권자들이 암호화폐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들의 의지에 따라 전체 암호화폐 생태계의 존립이 결정될 수 도 있고, 혹은 마일드하게 특정 코인이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상위 1%가 전체의 88%를 보유하고 있는데, 실물경제를 지휘하는 입장에서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여 부의 지형도를 뒤엎어버리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나가며

앞서 비트코인이 달러 정도의 지위를 획득할 것으로 시장참여자들이 예상하는 기간을 27년이라고 계산했는데, 여기에 사용한 ‘할인율 10%’에는 아주 커다란 함정이 숨어있다. 할인율을 선택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한데, 그 중 하나는 최근의 변동성이다.

2016년 말 암호화폐의 시가총액 합계는 161억 달러였다. 1년 만에 7000억 달러로, 약 43배가 커진 셈이다. 상장사 시가총액 67조 달러까지 100배의 상승 여력이 남았다고 했지만, 연간 4300%를 할인율로 적용하고 비트코인과 같은 방식으로 역산하면, 암호화폐가 기존의 모든 비즈니스를 대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년으로 나온다.

현재 암호화폐를 매매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급등락을 기대하고 있을 텐데, 이 기대감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1년여의 기간 내에 모든 상장회사가 ICO를 해 암호화폐 생태계에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동등‘할 수도 있다’는 점을 한 번 고민해보시기 바란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8호(2018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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