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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테크M 좌담회] “암호화폐 생태계 키워야 블록체인 혁신 가능"

바람직한 암호화폐 규제 방향과 전망

2018-02-19정리=김태환 기자, 사진= 송은지

왼쪽부터 김진화 대표, 오세현 유닛장, 박성준 교수, 장윤옥 편집장

암호화폐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연초부터 한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암호화폐 논란은 기술과 산업을 넘어 정치권 이슈로까지 번졌다. 규제의 방향을 놓고 신기술 육성론과 투기 억제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테크M은 긴급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암호화폐 관련 핵심쟁점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 날짜: 2018년 1월 15일
  • 대담: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 박성준 동국대학교 교수(블록체인연구센터장)
  • 오세현 SK텔레콤 블록체인사업개발 유닛장
  • 장윤옥 테크M 편집장(사회)

박성준 동국대학교 교수(블록체인연구센터장)

 

    >>>

    제도권에서 먼저 암호화폐와 관련한 규제의 큰 틀을 만들고

    구체적인 규제는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제도 안에서 거래소들이 자율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

                                            규제는 일본처럼 제도화하거나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반면 우리정부는 단기대책만 남발하는 상황인 것같다.

                                            단기대책을 규제로 볼 수는 없다.            

 

 


오세현 SK텔레콤 블록체인사업개발 유닛장

 

     >>>  

     거래소에 올라온 암호화폐가 현재 1400개 정도인데,

     이건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이 그만큼 있다는 뜻이다.

     이중 많은 프로젝트가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프로젝트는 지금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성장할 것이다.         

 

 

 


최근 암호화폐와 관련해 정부가 많은 규제정책을 쏟아냈다. 최근 나온 일련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오세현(이하 오) 정책담당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깊이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암호화폐가 블록체인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살펴보고 의사결정을 했으면 좋겠다. 호주의 경우 블록체인 비즈니스 생태계가 호주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스위스는 크립토밸리를 조성해 전세계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와 반대로 통제만 하려는 것 같다.

 

박성준(이하 박) 현재 상황은 보라는 달은 쳐다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이야기하는 형국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자꾸 분리해 바라보려는 정부의 인식이 문제다. 블록체인은 활성화한다면서 암호화폐는 규제하려 하는데 여기에서부터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진다.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한 쟁점도 더 구체적이고 명쾌하게 정리해야 한다. 지금 규제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어떤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다. 각국 정부는 블록체인 경제가 열리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블록체인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선 암호화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김진화(이하 김) 지금 언급되는 규제들이 ‘규제’인지 ‘단기대책 남발’인지 구분해 봤으면 한다. 규제는 일본처럼 제도화하거나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반면 우리 정부는 단기대책만 남발하는 상황인 것 같다. 단기대책을 규제로 볼 수는 없다. 한국은 정부 정책 담당자들이 신기술을 받아들여 정책화할 준비가 안 돼 있다. 암호화폐 논란은 우리 정부의 이같은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이야기하기 전에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암호화폐, ICO는 블록체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

(범용적으로 쓰이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암호화폐가 없으면 돌아갈 수 없는 구조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채굴자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는 기업에서 주주의 위치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암호화폐를 막는 것은 퍼블릭 블록체인이 가져오는 기회들을 놓치는 것과 같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외면하는 건 인터넷에서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서비스를 안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기업용 솔루션만 만들고 끝내자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구조를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 기업들은 투자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지만 블록체인 생태계에선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이른바 IC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는 지금의 투자와 달리, 불특정 다수가 투자하는 생태계다.

암호화폐 역시 기존 화폐와 다른 개념이다. 포인트로 이해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특정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가진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 바로 암호화폐다. 거래소에 올라온 암호화폐가 현재 1400개 정도인데, 이건 블록체인 비즈니스모델이 그만큼 있다는 뜻이다. 이중 많은 프로젝트가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프로젝트는 지금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성장할 것이다.

 

블록체인 생태계의 잠재력이 크다고 해도,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암호화폐 투자자중 대부분이 블록체인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고 프로젝트 백서를 보고 투자하는 이들도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정부는 일반 투자자들이 입을 피해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하는데, 꼭 그래야 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위험하다고 아무데도 못 가게 하는 게 꼭 맞는 건가. 크게 위험한 게 아니라면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도록 하는 게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ICO를 위해 발행하는 백서는 전문가가 봐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많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제대로 모른 채 투자하다 보니 폰지사기 같은 사고가 터지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규제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조건은 우리나라처럼 규제를 위한 규제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 암호화폐 막으니 우리도 막는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암호화폐 시장도 점점 건전하게 바뀌고 있다. 물론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주식시장에도 투기꾼은 있다. 정부는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

블록체인은 비즈니스 생태계인데 자꾸 기술로만 보려 하는 것 같다. 기존 경제체제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블록체인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막으려고 하면 안된다. 정부는 새로운 팀을 조직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어떻게 적용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규제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럼 이제 각론으로 들어가 보자.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제를 해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면서 사기 등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나.

암호화폐의 불법적인 요소는 정부가 직접 통제하고 ICO나 거래소 역시 IPO나 주식시장에 준하는 정도로 정부가 관리를 해야 한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2016년 말부터 암호화폐 거래소에 문제가 있으니 제도권에서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이제 와 갑자기 폐쇄할 수도 있다고 하니 당혹스럽다. (갑자기 계좌를 해지하겠다고 하는) 암호화폐에 대한 은행들의 행보를 보면 관치 금융도 여전한 것 같다.

 

예전에는 한국을 ‘병영국가’라고 얘기했는데 지금은 일각에서는 ‘유치원국가’라고까지 이야기 한다. 개인의 투자손실은 본인 책임인데, 이를 정부가 일일이 다 챙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먼저 암호화폐거래소들이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 시세조작설은 물론 고의 시스템 다운설까지 실제로 거래소를 못 믿는 소비자들이 많다. 거래소가 투자자들의 의심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거래소가 공공기관에 준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ICO의 경우 프로젝트 코드까지 공개해야 하는 데 지금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ICO임에도 불구하고 백서의 내용이 수준미달이거나 코드 공개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블록체인 기술의 기본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정신을 벗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ICO를 하는 창업자들에게 의무 보호예수 기간을 지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금만 모아놓고 제대로 사업을 하지 않는 ‘먹튀’를 방지할 수 있다.

의무 보호예수 기간을 채택하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보통 창업가는 6년, 기관은 4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있다. 이를 의무화하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또 어떤 암호화폐가 상장 폐지되면 이를 중개한 거래소 역시 10% 정도는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암호화폐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거래소들이 그만큼 권한과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같은 책임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거래소 자율로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의무 보호예수 기간을 정해야 한다는 데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거래소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작용의 소지가 있다. 이더리움도 처음에는 코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한 코인에 처음부터 소스코드를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제도권에서 먼저 암호화폐와 관련한 규제의 큰 틀을 만들고 구체적인 규제는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제도 안에서 거래소들이 자율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 차원의 틀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들의 책임만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금은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먼저 전제로 규제의 큰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ICO 가이드라인 만들고 최소한의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제대로 된 규제방안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니 먼저 막고 보자거나 일단 민간에 맡기자는 식의 접근은 문제가 있다. 시급한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시한과 목표를 가지고 준비하면 실효성 있는 규제와 제도를 만들 수 있다. 당장 시급한 조치는 서둘러 실시해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가 상장 폐지되면 해당 거래소에 일정부분 책임을 지우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 그렇게 되면 거래소가 무분별하게 화폐 거래 수를 늘리지 않게 될 것이다.

 

자율규제는 정부 규제가 나오더라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스위스나 일본도 민간 자율규제와 정부 규제가 공존하고 있다. 머신러닝 같은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정부와 민간 자율규제가 함께 역할을 하는 거버넌스가 마련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나서 블록체인 분야를 활성화하는 것은 반대한다. 정부는 어설프게 지원하려 들기 보다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쓸지, 블록체인으로 공공부문 혁신을 어떻게 추진할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의 시장을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고 영국이 좋은 사례다.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만들지 않고 민간 자율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이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 보자. 지금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비즈니스가 대부분 거래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지속 가능하려면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킬러 서비스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유망한 암호화폐 킬러앱은 무엇이라고 보나.

초기 CPU를 이용했던 암호화폐 채굴은 이후 GPU 기반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채굴 전용 주문형반도체(ASIC)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시장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대만 회사들이 돈을 벌고 있다. 우리가 약한 분야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인데 채굴 시장을 지렛대로 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삼성전자가 러시아 업체에 채굴 전용 ASIC 공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 채굴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렵겠지만 채굴 기계를 직접 돌려보면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테스트 차원에서 다양한 암호화폐를 채굴해 보는 것은 연구개발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앞으로 거래소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투자자들은 다양한 암호화폐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웹기반 통합 전자지갑이 나오고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통합 관리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로 다양한 분야에 접목이 가능하다. 스마트그리드와 결합되거나 자율주행차 인증에도 쓰일 가능성이 있다. 금융 처리용으로도 확산될 것이다.

 

블록체인 관련 킬러 서비스는 너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리플과 같은 국제외환 송금 서비스가 먼저 등장할 것이다. 인증서쪽도 유망하다. 게임머니도 암호화폐가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P2P 에너지 거래에도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려면 우선 암호화폐 진흥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달리 프라이빗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하지 않다. 기존 화폐와 연동되는 안정화폐를 고민할 필요도 있다. 일본 미즈호은행이 엔화와 일대일로 연동되는 J코인을 만들기로 한 것이 좋은 예다. 이 경우 다른 리스크가 있겠지만 암호화폐가 사용자 기반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이퍼 레저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암호화폐가 필요 없다. 하지만 결국 암호화폐가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스텔라와 손을 잡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나 법정 암호화폐 등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8호(2018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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