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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규제는 블록체인 기술개발 막은 것”

[인터뷰]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2018-01-13장윤옥 기자

[인터뷰]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최근 정부의 규제 움직임은 새로운 기술발전에 따른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에 대해 과도하게 규제의 칼을 들이대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중국과 우리밖에 없어요. 이제 막 등장한 신기술을 충분히 경험해 보기도 전에 우리가 규제에 앞장설 필요가 있을까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형중 교수(사진)의 말이다.

김형중 교수는 최근 우리 정부의 규제 조치에 대해 “기술적인 흐름을 제대로 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며 “암호화폐의 부작용만 뿐만 아니라 긍정적 기능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중 교수에게 내년도 암호화폐의 가능성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에서도 규제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일부 언론에서 미국이 암호화폐 공개(ICO)를 금지하려 한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다양한 암호화폐 상품에 대해 하우이(Howey) 테스트를 적용, 증권으로 판별되면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1946년 미국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확립된 이 테스트는 증권으로서의 3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기업공개 수준의 규정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분산자율기구(DAO)의 토큰을 증권이라고 판단했다.

SEC의 7월 발표 이후 미국에서 정식으로 ICO가 이루어지고 있다. 9월 마감된 파일코인(Filecoin) ICO가 좋은 예다.

물론 암호화폐에 따른 부작용이나 문제를 방지하고 사기나 묻지마식 투기를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 개인 등 일정한 자격을 가진 적격투자자를 통해서만 투자를 하게 하는 등 제도권으로 암호화폐를 수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적격투자자를 지정하거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상계좌를 폐쇄하는 식의 성급한 단기처방은 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의 경제 효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암호화폐의 긍정적인 면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떤 가능성을 봐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

“그동안 사람들은 송금하려면 중개기관을 거쳐야 했다. 특히 해외 송금은 더 많은 중개기관을 거쳐야 했다. 이같은 시스템은 머지 않아 더 이상 설 땅이 없게 될 것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거부하고 국내에서만 암호화폐를 막는다면 결국 투자자들은 외국으로 나가게 된다.

암호화폐는 또 그동안 생산적으로 쓰이지 못했던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부적절한 투자로 손해를 본 사람도 있지만 투자로 이익을 챙긴 사람도 많다.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자체를 모두 투기로 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

암호화폐는 결제와 송금, 정산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프로그래밍이 가능해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암호화폐는 화폐 이상의 화폐다.”

 

많은 암호화폐가 새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에게는 너무 전문적이고 기술장벽도 높은 것이 현실이다. 좋은 코인은 어떤 것인가?

“누가 참여하고 누가 만들었는가를 보는 게 중요하다. 뛰어난 엔지니어들과 명망 있는 설계자가 만든 것이 좋은 코인일 가능성이 높다.

또 구글 등 대기업이나 기술이해도가 높은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코인, 기술적으로 기존 코인과 차별화된 혁신성이 있는 코인을 추천한다.

스티밋(steemit), 스택 익스체인지(stackexchange) 같은 암호화폐 콘텐츠 서비스나 우리나라의 땡글닷컴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도 암호화폐와 관련해 제대로 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 많이 생겨야 한다. 이같은 서비스를 정부가 할 수 없으니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암호화폐의 가치를 아예 부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무런 내재가치가 없는 돈이 몰리고 있어 거품이 빠지면 폭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암호화폐라는 용어 때문에 코인을 화폐라는 시각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코인은 상품, 화폐 등 다양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화폐도 결국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유통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가장 안전한 화폐라고 말하는 미국 달러는 어떤 내재가치가 있나?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세컨드라이프의 린든달러는 어떤 가치가 있었나?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판다고 비웃었지만 지금은 물이 석유보다 비싸게 팔린다.

내재가치는 주관적인 가치다. 그 가치는 소비자들이 결정하며 가격도 소비자들이 결정한다. 과도하게 비싼 코인의 가격은 떨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악화를 대체할 대안의 코인은 얼마든지 있다.”

 

암호화폐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도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은 인정하는 사람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공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환상적인 기술이다. 채굴을 통해 생성한 비트코인의 실존을 동료들의 합의로 확정하며, 이중지불(double-spending)이 불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 또 거래의 익명성을 강화했으며 감독기관이 없이도 서로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불필요한 연산을 하게 만들었던 채굴 역시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블록체인은 앞으로 암호화폐 이상의 응용분야를 만들어 낼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여서 한계가 많다.

분산 환경에서 동작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대량의 거래를 감당하기에는 속도의 제약이 있고, 투명한 정보 공유로 인해 프라이버시의 침해 가능성이 높다.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지금 당장 수요가 많은 암호화폐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암호화폐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블록체인 기술에 화폐의 성질을 입힌 것이 암호화폐이다. 분산 원장, 채굴, 합의, 확장성, 보안, 프라이버시 등 핵심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성공적인 응용분야가 암호화폐이며 그 외에 기록공유 등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공학적 기술 외에도 참여자 사이의 인센티브 배분 등 경제학적, 심리학적으로 연구할 대상이 많다. 인센티브에 따라 참여자들의 동기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우리만의 고유한 기술을 적용한 코인을 만들어 영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이 우리의 삶을 바꿀 혁신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구와 개발 투자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

최근에는 단순한 코인에서 의료, 통신,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될 수 있는 자산으로 응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2018년 블록체인 기술은 어떻게 전망하나.

“올해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 기술에 열광했지만 아직 적절한 활용사례가 많지 않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블록체인만이 답인지 갸우뚱하기도 한다.

이더리움의 DAO를 예로 들어보자. 흔히 DAO가 해킹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분산자율기구의 한계를 많이 드러냈다. 예를 들면, 중요한 의사결정 제안을 승인해야 하는데 DAO 멤버들의 참여 부족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분산시스템의 한계를 무시한 채 지나치게 블록체인의 장점만 부각시키려 하면 오히려 블록체인의 장점을 퇴색시킬 수 있다.

성장통을 겪지 않으면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 2017년은 블록체인과 인사를 나눈 해였다고 생각한다. 관심이 큰 만큼 내년에는 쓸 만한 킬러 앱이 나오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분야에서 성공사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7호(2018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