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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정부 규제가 암호화폐 혼란 키운다" 비판 확산

2018-01-12김태환 기자

 

법무부가 기획재정부 등 다른 정부 부처와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언급했다가 이를 번복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직접 나서 부처 간 이견이 없다고 했지만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거래소 폐쇄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

규제를 둘러싼 정부 내부 엇박자로 인해 11일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30% 넘게 떨어졌다. 애꿏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는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거래소 폐지 발언에 비트코인 19% 급락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1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크다”며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거래소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이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의 이견이 없어 협의가 끝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 이후 기획재정부는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했다. 기재부의 기존 입장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과세’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사이에서 견해가 틀어진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전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부처 간 조율된 말씀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 와중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경기도 분당구에서 열린 5G 간담회에서 법무부 거래소 폐지 방침이 공유된 내용이냐는 기자 질문에 “오늘 뉴스를 통해 접했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관계 부처간 의견조율이 일어나지 않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이 청와대는 법무부의 방안이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오후 7시경 공식 입장을 다시 전하며 “정부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열어 놓고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추후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부처간 합의가 됐다는 입장을 번복하고, 앞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정정한 셈이다.

문제는 정부의 방침이 오락가락 하는 사이 암호화폐 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11시 2100만 원대에 형성됐지만 박 장관 발언 이후 급락, 오후 3시 1751만 원으로 약 19% 급락했다.

오후 청와대에서 유보적인 발언이 나온 뒤 비트코인은 2000만 원대 가격을 회복한 뒤 소폭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오후 6시30분 기준 비트코인은 1973만 원에 거래됐다. 이더리움, 이오스 등 다른 암호화폐의 경우 10~30%까지 하락했다.

11일 오후 6시30분 기준 암호화폐 시세(출처=빗썸)

 

거래소 “오히려 정부 측 발언에 시장 과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는 11일 오후 6시 기준 ‘가상화폐’ 관련 청원글만 2086개가 쏟아졌다. 찬반 양측 국민들이 팽팽한 의견싸움을 이어갔다.

암호화폐 투자에 찬성하는 국민들은 최흥식 금감원장을 해임해 달라는 극단적인 청원마저 올렸다. 청원 인원은 1만6000여명을 돌파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정부 부처간 혼선이 오히려 시장의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코인원 관계자는 “정부의 방향성이 오락가락 하다 보니 시장변동성이 오히려 더 커지는 것 같다”면서 “주요 거래소들은 자율규제안을 만들어 건강한 시장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오히려 정부에서 이슈가 나올 때마다 노이즈 마케팅식으로 발언을 해 과열되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지속적으로 중‧장기적이고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거듭 요청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당장 골치 아프니 무조건 막고 보자는 식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투기성 세력이 달라붙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보다 정부의 입김으로 요동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호 고려대 교수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완전 폐쇄하는 것은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난다는 이유로 고속도로를 폐쇄하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규제”라며 “사고가 난다고 고속도로를 완전히 폐쇄하는게 아니라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처럼 업계의 자율규제안을 적극 수용하고 그 와중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강제력을 가지고 규제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테크M = 김태환 기자(kimthi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