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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엘사 게이트에 대한 말·말·말

2018-01-11최홍규 EBS 연구위원

[테크M=최홍규 EBS 연구위원]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다. 소아성애(小兒性愛)의 코드를 담아 논란이 된 유튜브의 ’엘사 게이트(Elsagate)’ 이슈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 2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우리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이러저러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는 더 이상 엘사 게이트 논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와 이용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는 그 스토리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웹과 모바일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콘텐츠를 기술적으로, 혹은 원천적으로 막을 길이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진 탓일까.

새해가 시작됐는데 암울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 같아 독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최근 겪은 충격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아 엘사 게이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신경 쓰이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한번은 세세히 적어보라고 권하지 않던가. 또한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아이에 관한 일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민감한가.

신년호에 실리는 글이지만 독자들이 이해해주기 바라면서 엘사 게이트에 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엘사 게이트 콘텐츠에 대한 위험성, 해결 방안, 그리고 현실적인 환경들에 관한 짤막한 정리다.

지속되고 만연한 위험성을 말하다

엘사 게이트는 본래 특정한 콘텐츠를 뜻하는 용어가 아니다.

소아성애 코드를 담은 수많은 유튜브 동영상들이 있고, 이들 동영상 중에는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데,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가 등장한 콘텐츠도 다수 발견된 이유로 엘사 게이트(스캔들)라고 통칭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엘사 게이트 콘텐츠를 영유아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처음에는 어떠한 동영상인지 알지 못한 상태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프리랜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다미르 무제비노비치(Damir Mujezinovic)는 뉴스 칼럼을 통해 엘사 게이트 비디오를 애니메이션 Animated videos)과 실사 동영상(Live action videos)으로 구분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동영상이 보육 프로그램, 프랜차이즈 캐릭터 등으로 구성돼 일부는 꽤 많은 제작비용이 들 것으로 파악했으며, 실사 동영상의 경우에는 누드, 실제 배우, 어린이 등이 포함돼 더욱 적나라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실제 내용상 특징으로는 모순된 줄거리나 줄거리 자체의 부족, 되풀이되는 상징들(바늘, 거미 등), 인기 있는 캐릭터, 누드 및 성적 포즈, 에로틱 페티시즘, 밝은 색, 무작위 소음과 인기 있는 동요, 처벌과 보상으로 이뤄지는 등장인물 간의 역학 관계 등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인기 있는 캐릭터가 밝은 색을 띄고 등장하는 것 이외에는 내용이나 구성 자체가 영유아에게 적합하지 않지만 자극적이기 때문에 위험한 콘텐츠로 분류되기에 충분하다.

이런 엘사 게이트 콘텐츠로 이슈가 된 유튜브 채널로는 대표적으로 ‘웹스 앤 티아라스(Webs & Tiaras)’가 있다. 이 유튜브 채널은 2016년 3월에 첫 동영상을 게시했는데 불과 3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17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임신한 엘사나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의 가학적인 행동, 기괴하게 커져버린 혓바닥 등 이미 인기를 얻은 캐릭터를 토대로 자극적인 내용을 더했고, 이에 중독된 이용자들의 조회수가 무려 17억 건에 달했다.

단기간에 폭증한 조회수 탓에 가디언지는 웹스 앤 티아라스의 채널이 조회수 증가를 위한 기계적 장치인 봇(view bots)에 의한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엘사 게이트 류에 반응하는 이용자가 많다는 것이고 17억 명이라는 숫자에서도 보이듯이 여기에는 영유아 층의 이용자들이 반드시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유튜브 조회수의 80%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전 세계 국가에서 동영상이 확산됐다는 점도 분명히 알 수 있다.

미국의 뉴스 사이트 더 버지(The Verge)는 이런 동영상들을 ‘새롭고 이상하며 엄청나게 인기가 많은 장르(new, strange, and massively popular genre)’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동영상에 포함된 용변 행위, 키스, 임신, 주사 맞기 등은 어린 아이들이 끊임없이 매혹적이고 무섭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프로이드의 관심사와 닮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2017년 2월 20일자).

즉, 엘사 게이트 관련 동영상들은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불건전한 내용으로 구성된 자극성 높은 콘텐츠이며,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떨어지는 영유아들이 관심을 갖고 중독되기도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워낙 선정적이고 폭력적이어서 이것을 보고 따라하고 습관화될 경우 범죄의 우려도 있어 그 심각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시급한 해결 방안을 말하다

미국에서 엘사 게이트는 블로그 매체 미디엄(Medium)의 제임스 브리들(James Bridle)이 ‘인터넷에서 뭔가 이상한 것(Something is wrong on the internet)’이라는 제목의 글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더욱 이슈가 됐다.

그는 아이들이 유튜브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는 생활을 지적하면서 많은 동영상들이 자장가나 만화의 에피소드들을 조합하면서 시청 시간을 늘리고 그로써 결국 광고 수익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한 예로 ‘리틀베이비 붐(LittleBabyBum)’이란 채널이 단지 515편의 동영상만으로 1150만 명의 가입자(2017년 12월 19일 현재 1368만 명)와 130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 예를 들었다. 이렇게 거대한 서비스 산업은 결국 ‘어린 아이들을 많은 동영상들로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라는 것이다. 광고 수익은 늘려주면서 말이다.

이러한 제임스 브리들의 글을 통해 영유아 대상의 유튜브 동영상에 대한 심각성이 다시 부각됐다.

실제로 ‘장난감 장난(Toy Freaks)’이라고 불리는 유튜브 채널은 아이들이 학대되는 상황을 노출해 내용상 문제가 있었음에도 850만이 넘는 가입자를 유지하며 채널 순위 68위까지 오른바 있는데 브리들의 기사가 이슈화되고 나서야 채널이 삭제되기에 이르렀다.

사실 유튜브가 엘사 게이트와 같이 부적절한 내용의 동영상에 대해 인식하는 정도는 ‘건초 더미 속에 있는 극단적인 바늘(the extreme needle in the haystack)’로 설명될 수 있다.

이는 유튜브의 가족 및 학습 콘텐츠 담당 책임자인 매릭 듀카드(Malik Ducard)가 한 말인데, 그는 이렇게 부적절한 동영상의 미미한 부분을 지적하면서도 가족에게 우호적인 앱이 중요하다는 점도 거듭 강조한 바 있다(뉴욕타임즈 11월 4일자).

유튜브의 입장에서는 부적절한 동영상보다, 보기에 적절해 보이는 동영상이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를 전제하면서도 모니터링에는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매릭 듀카드에 의하면 다층적이고 많은 기계학습을 사용해 모니터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다양한 장치들을 고안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기관이나 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상업적으로 자유로운 유년기 캠페인(Commercial-Free Childhood)’ 의 전무인 조쉬 골린(Josh Golin)은 ‘유튜브 키즈’의 부적절한 동영상이 오늘날의 미디어 현실의 위험을 보여준다고 주장했고, 이미 2015년 연방통상위원회에 유튜브 키즈가 부적절한 동영상으로 부모를 속여 마케팅을 했다고 고발한 바 있다.

그는 알고리즘이 인간의 개입을 대신할 수도 없고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가족 온라인 연구소(the Family Online Safety Institute)의 CEO 스테판 밸컴(Stephen Balkam)도 유튜브의 다양한 패러디 채널들이 TV 쇼를 패러디하면서 실제로 어린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불온한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비판의 소리가 커지자 유튜브는 2017년 11월 22일 유튜브 이용자 가족과 자녀들을 보호할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엄격한 아동 보호 정책의 시행, 잠재적 위반 내용을 단속하기 위한 기계학습 기술과 자동화 도구의 적용, 부적절한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광고 제거, 청소년용 동영상에 대한 부적절한 댓글 차단, 가정 친화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들을 위한 안내서 제공 등이 그 방안이다.

그간의 발표에 비해 구체적인 방향을 적시하고 있어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현실을 말하다

그런데 많은 사회의 각계 영역에서 심각성을 인지하고 일사불란하게 조치를 취했다고 해서 웹과 모바일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부적절한 콘텐츠를 원천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이제 그럴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단지 노력해야 할 뿐이다. 안타깝게도.

유튜브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이미 조치를 발표했고 아디다스, 도이치뱅크, 마즈 등 광고주들은 유튜브에서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불온한 콘텐츠가 사라질 때까지 광고하지 않겠다고 한다. 부모들도 반발하고 나섰고 많은 기관이나 단체도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의 구체적인 정책을 제외하고는 엘사 게이트 관련 동영상을 제거할 조치들은 단계적으로 취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엘사 게이트가 정말 이러한 노력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사안일까?

그림에서 보면 유튜브에서 영문으로 ‘elsa gate’를 입력할 때 9만 9000건 정도의 동영상 결과가 나온다고 표시되고 있다(2017년 12월 19일 현재).

엘사 게이트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동영상이 아니라고 해도 이를 설명하거나 자료 화면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아직도 다수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도 눈에 보이고 실현 가능한 조치들을 취한다고는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웹과 모바일을 바라보는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에도 있다. 웹과 모바일에서 확산되는 콘텐츠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단정하고 현상을 바라보는 그 태도 말이다.

이미 십 수 년 전 문제가 됐던 동영상들이 아직도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그 동영상을 구해서 볼 수도 있다. 당시 이슈가 되고 근절을 해야 한다고도 했지만 일시적으로 차단되거나 이용이 불가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문제가 됐던 동영상이 다시 공개된 사이트로 올라오고 그 동영상을 많은 이용자들이 아직도 찾아볼 수 있다.

잊힐 권리가 중요하다고, 디지털 흔적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의해 취급돼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미 이런 상황을 우리는 인터넷이 보편화된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경험하고 목도해왔다. 이렇게 축적된 시간들은 현상을 바라보는 습성도 바꿔버렸다. 바뀌기 힘들 것이라고.

부모가 돼보니 엘사 게이트와 같은 이슈에 대해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크다. 그렇지만 더 이상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2018년 새해가 밝았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제까지 바뀌지 않았던 폐해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특히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엘사 게이트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지성을 모아 끝까지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바뀔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난 시간동안 바뀌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정말 바꿀 수 있다는 그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해보자는 말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7호(2018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