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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본 2017년: 콘텐츠와 플랫폼 융합 가속페달

M&A로 본 정유년 디지털 생태계 뒤집기-한국

2017-12-25강진규 기자

M&A로 본 정유년 디지털 생태계 뒤집기: 한국

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 추세에 맞춰 2017년에는 한국도 M&A와 자본 투자 방식으로 피를 섞는 전략적 제휴가 활발했다.

지난해 말 네이버랩스를 설립하며 기술 기업을 표방했던 네이버는 올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O2O(온·오프라인 연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M&A와 투자를 이어나갔고 삼성전자, 넥슨 등도 음성인식, 가상현실(VR), 블록체인 분야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섰다.

콘텐츠 및 서비스를 플랫폼과 연계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계속됐다. M&A를 기반으로 플랫폼 업체가 콘텐츠까지 직접 챙기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2016년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인먼트을 인수한데 이어 2017년에는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협업에 나섰다.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는 상호 지분 투자를 통해 손을 잡았다.

 

네이버, 거침없는 투자 가속

2017년 네이버의 인수, 투자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올해 3월 사물인터넷(IoT) 제품 개발사 윈클(vinclu)을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윈클은 일본 IoT 전문 기업으로 가상 홈 로봇을 개발해 판매하는 회사다.

같은 달 네이버 기술 부문 자회사 네이버랩스는 3D 매핑 기술 강화를 위해 3D 전문 기술기업인 에피폴라를 인수했다. 에피폴라는 2015년 설립된 후 서울시 3차원 공간정보시스템 고도화 사업에 참여하는 등 3차원 공간정보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이후 네이버는 투자 범위를 유럽으로 확장했다. 6월 유럽 인공지능(AI) 연구소인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해 네이버랩스유럽으로 재편했다. 프랑스에 위치한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은 1993년 설립된 연구기관으로 AI,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등이 주특기다.

네이버는 7월 인공지능 딥러닝 알고리즘 개발 스타트업인 ‘컴퍼니AI’도 인수했다. 컴퍼니AI는 네이버가 지원하는 기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D2 스타트업팩토리(D2SF)’를 통해 발굴된 기업이다. 2016년 설립된 컴퍼니AI는 딥러닝 알고리즘 최적화, 자연어 이해, 대화모델 등을 개발해왔다.

네이버 패밀리의 공격 행보는 계속됐다. 라인은 7월 모바일게임사 넥스트플로어를 인수하고 게임 퍼블리싱(배급)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라인은 게임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 라인게임즈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넥스트플로어 지분 51%를 확보했다. 넥스트플로어는 모바일게임 ‘드래곤 플라이트’, ‘크리스탈 하츠’, ‘데스티니 차일드’ 등 흥행작을 배출했다.

 

네이버랩스 유럽

M&A 뿐 아니라 네이버는 국내외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에도 공을 들였다. 네이버는 9월 마그마 등 글로벌 전장기업들과 함께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인 라이다 개발사인 이스라엘 이노비즈테크놀로지스에 6500만 달러(약 728억 원)를 투자했다.

10월에는 명함관리앱 ‘리멤버’ 개발 업체인 드라마앤컴퍼니에 50억 원을 투자했다. 리멤버는 지난 2014년 출시 이후 2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다.

드라마앤컴퍼니 투자 발표 이후 네이버는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에 35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자본 제휴를 기반으로 두 회사는 AI 등 차세대 기술과 소상공인 지원 관련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자체 개발 중인 AI 프로젝트 ‘배민데이빗’에 네이버 AI 플랫폼 클로바를 활용하기로 했다. 네이버가 출시한 ‘웨이브’와 ‘프렌즈’ 등 스마트 스피커에서 배달의민족 앱을 활용한 음식 주문을 지원하기로 했다.

네이버의 이같은 행보는 2016년부터 예고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열린 IT 개발자 콘퍼런스인 ‘데뷰(DEVIEW) 2017’에서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등 신기술을 개발, 제공하는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기술 개발 전문 자회사 네이버랩스를 설립하며 포털을 넘어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드라마앤컴퍼니,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투자는 네이버가 보유한 기술과 플랫폼을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와 결합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기존 시장진입에 따른 비난을 피하면서도 네이버 생태계와 분야별 경쟁력 있는 서비스 간 효과적인 통합을 도모하는 방법으로 자본 제휴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2018년에도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O2O 등의 분야에서 인수합병과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의 한수, 카카오 멜론 결합

2017년은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전략적인 차원에서 킬러 콘텐츠 확보에 적극 나섰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판을 깔아주는 것을 넘어 콘텐츠와 플랫폼 간 화학적인 결합에 상당한 돈을 쏟아부었다.

카카오톡과 다음 등의 플랫폼을 보유한 카카오가 음악 콘텐츠 기업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플랫폼과 콘텐츠의 결합에 불이 붙었다. 2016년 초 카카오는 1조8700억 원에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대 디지털 음악 서비스인 멜론 외에 음반 기획, 제작, 판매 사업도 하고 있다. 아이유 소속사이기도 하다. 카카오가 로엔 인수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발 빠른 포석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카카오는 11월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 미니에 멜론 서비스를 결합했다. 카카오는 11만9900원인 카카오미니를 멜론 서비스 유료 사용자에게는 59% 할인된 4만9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멜론 사용자는 늘리고 스피커 사용자들에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도 제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마케팅 카드다.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등이 콘텐츠 투자에 적극 나선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서도 콘텐츠와 플랫폼 간 화합적 결합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3월 네이버는 국내 3대 연예기획사 중 한 곳인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를 통해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한류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7월에는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가 상호 지분 투자에 기반한 포괄적인 제휴를 맺었다. SK텔레콤과 SM엔터는 각각 계열사인 아이리버와 SM C&C에 교차 출자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SK텔레콤이 보유한 기술력과 플랫폼에 SM엔터가 보유한 지적재산권과 콘텐츠를 결합하겠다는 뜻이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플랫폼 기업들과 해외 진출 네트워크와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콘텐츠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양자 간 제휴는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2018년에는 콘텐츠와 플랫폼 강자들간 협력에 따른 다양한 융합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괴적인 서비스가 나올 경우 플랫폼과 콘텐츠 회사들 간 합종연횡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VR 음성처리 기업 인수

삼성전자와 넥슨 등도 올해 국내 IT업계 M&A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미국 뉴욕에 있는 가상현실(VR) 전문 스타트업 VRB를 550만 달러(약 62억 원)에 인수했다. VRB는 VRB 홈(VRB Home)과 VRB 포토(VRB Foto) 등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업체로 VR 콘텐츠 제작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툴킷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혼합현실(MR) 헤드셋 ‘삼성 HMD 오디세이’를 11월 출시하는 등 가상현실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VRB 인수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7월 삼성전자는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보유한 그리스 스타트업 ‘이노틱스(Innoetics)’를 인수했다. 이노틱스는 2006년 설립된 텍스트 음성변환 전문기업이다.

아테네연구혁신센터(Athena Research Center)와 협력해 언어 및 음성 처리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노틱스 기술은 권위 있는 국제 기술상도 여러 번 수상했다. 삼성전자는 이노틱스 인수를 통해 해외 시장을 겨냥한 문자인식, 음성인식 기술을 확보하려는 듯 하다.

 

넥슨, 가상화폐 활용 주목

넥슨도 하반기 들어 올해 국내 M&A 시장에서 중량감 있는 회사로 부상했다. 넥슨은 올해 9월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꼽히는 코빗을 인수했다. 코빗은 지난 2013년 7월 설립된 온라인 가상화폐 거래소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넥슨은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가상화폐, 블록체인 등 기술을 게임 분야에 적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넥슨은 또 11월 대화형 스토리텔링 게임 업체인 미국 픽셀베리스튜디오(Pixelberry Studios)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2012년 설립된 픽셀베리 스튜디오는 ‘초이스(Choices: Stories You Play)’, ‘하이스쿨 스토리(High School Story)’ 등 모바일 대화형 스토리텔링 게임 기업이다. 넥슨은 이번 인수로 게임 종류를 다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는 올해 2월 북미 모바일 게임업체 카밤 밴쿠버 스튜디오를 인수 완료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참여도 올해 주목을 받았다. 도시바메모리 매각 과정은 혼전을 거듭했지만 올해 10월 최종 결론이 났다. 도시바는 10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도시바 메모리를 판게아에 매각하는 안건을 가결시켰다.

판게아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하고 있는 한미일 3국 연합으로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 미국의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톤테크놀로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인수 참여에 성공하면서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와 협력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한글과컴퓨터그룹도 M&A를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을 이어갔다. 한컴은 7월 국내 개인안전장비기업 산청을 인수했다. 한컴그룹은 산청이 보유한 안전장비 개발 역량에 관계사들의 다양한 기술을 결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