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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본 2017년 디지털 생태계는

인공지능-자율주행발 시장 통합 가속

2017-12-27황치규 기자

인공지능-자율주행발 시장 통합 가속

2017년 들어 글로벌 기술 생태계는 몇몇 거대 테크 기업들로 힘이 쏠리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미국은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테크 빅5’가 M&A를 통해 진입 장벽을 더욱 높였고 중국에선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삼총사가 자금력을 기반으로 유망 스타트업들을 쓸어담으며 몸집을 키웠다.

거대 기업들의 공격 행보 속에 독자 노선을 걸으며 기업공개(IPO)까지 가는 스타트업들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적당할 때 큰 기업에 파는 엑시트(EXIT) 코스를 밟는 스타트업들은 늘었다.

거대 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거대 테크 기업으로 힘이 쏠리는 가운데서도 2017년 국내외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트렌드를 보면 몇 가지 흐름이 눈에 띈다.

우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AI)이 M&A 시장에서 강력한 흥행파워를 과시하며 기술 생태계의 전략적 요충지임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거대 테크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와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AI 스타트업 인수에 실탄을 쏟아부었다.

미국 벤처 분석 업체 CB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60여건의 AI 스타트업 M&A가 성사됐다.

하반기 들어서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잇달아 AI 스타트업 인수 소식을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IT 대기업의 M&A는 지난해 수준을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44건, 78건의 M&A가 이뤄졌다.

거대 테크 기업들, AI에 막바지 파상공세
AI 스타트업을 놓고 거대 테크 기업들이 펼친 M&A 레이스는 연초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언어 이해 AI를 주특기로 하는 캐나다의 스타트업 말루바를 인수하며 포문을 열었다. 

말루바는 사람에 가까운 문장 이해 능력을 가진 AI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던 회사다. 인공지능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애플도 2017년 들어 공격 모드로 전환했다.

2월 이스라엘 얼굴 인식 업체 리얼페이스를 인수했고 6월에는 텍스트 및 이미지 분석 AI 업체 래티스를 삼키더니 10월에는 이미지 분석 스타트업 리게인드도 손에 넣었다.

알파고 이후 세계 AI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구글의 파상공세도 계속됐다. 지난 8월 컴퓨터 비전 스타트업 AI매터를 인수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AI매터는 셀카 앱 ‘패비’를 만든 곳으로, AI 기반 이미지 처리 기술이 주특기다. 

앞서 구글은 7월 인도딥러닝 스타트업 할리 랩스(Halli Labs)도 인수했다. 세계 최대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도 AI 영토 확장을 위한 M&A를 계속했다.

7월 대화형 인공지능 스타트업 오즐로를 인수한 것이 눈에 띈다. 오즐로 인수는 페이스북이 사람 간 대화를 넘어 인공지능 기반 메신저 서비스까지 노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기업용 솔루션을 판매하는 엔터프라이즈 기업들 중에서는 시스코가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시스코는 5월 대화형 AI 플랫폼 스타트업 ‘마인드멜드’를 1억2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시스코는 마인드멜드 기술을 기반으로 스파크 어시스턴트를 내놨다. 스파크 어시스턴트는 음성인식, 자연어 이해, 질의 및 응답, 대화 관리를 지원한다. 마인드멜드 기술에 시스코가 협업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녹아들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누가 맹주인가…자율주행차 헤게모니 경쟁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대권 레이스도 올해 글로벌 M&A 시장의 이슈였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부터 거대 IT업체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신 성분의 회사들이 자율주행차 기술 스타트업인수에 적극 나섰다.

자율주행차 생태계에서도 AI는 요충지 중의 요충지였다. 차세대 차량에 필요한 AI 스타트업들을 손에 넣기 위한 거대 회사들의 공세가 뜨거웠다. 특히 GM, 포드, 델피 등 전통적인 자동차 생태계에서 힘 좀 쓰는 회사들의 행보가 두드러졌다. 자율주행차 주도권을 놓고 IT공룡 기업들과 일대일로 붙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포드는 지난 2월 10억 달러를 투입해 자율주행 AI 스타트업 ‘아르고AI’ 경영권을 확보했다. 아르고 AI 투자에 앞서 포드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활동하던 셔틀 서비스 업체 채리어트를 인수한데 이어 3D 지도 기술 개발 업체인 시빌맵스 지분도 확보했다.

2016년 8월에는 이스라엘 머신러닝 및 컴퓨터 비전 기술 업체인 SAIPS를 인수했다. 모두가자율주행차 기술에 관련된 회사들이다.

3월에도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대형 빅딜이 터졌다. 인텔이 이스라엘 자율주행 기술 부품 업체 모빌아이를 150억 달러에 인수한 것. 거대 업체들간 레이스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10월에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체인 델피가 유망 자율주행 플랫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알려진 누토노미를 4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자율주행을 둘러싼 M&A 경쟁은 AI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쪽으로도 확산됐다. 특히 주변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라이다 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하려는 완성차 업체들의 행보가 두드러졌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GM과 포드 모두 M&A를 통해 라이다 기술을 내재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 IT 기업들의 존재감과 온·오프 경계의 파괴
그동안 글로벌 IT 시장에서 생태계의 리더로 불리는 회사들은 대부분 미국에 기반했다. 미국 기업들은 글로벌 IT생태계의 심장부였다. 그러나 올해는 중국 회사들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았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와 기업들은 자율주행차와 AI 같은 차세대 기술 생태계에서 미국 기업들과 일대일로 붙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서기 위해 이들 3인방은 M&A와 전략적 투자 카드를 적극 활용했다. 텐센트는 3월 17억8000만 달러를 투입해 테슬라 지분 5%를 확보한데 이어 최근에는 페이스북 경쟁자로 부상한 스냅챗에도 투자했다.

바이두도 2월 AI 음성비서 플랫폼 기업 ‘레이븐 테크’를 인수한데 이어 4월에는 미국 컴퓨터 비전 전문회사 X퍼셉션을 손에 넣었다.

아마존의 행보도 2017년 글로벌 M&A 시장의 빅뉴스였다. 아마존은 6월 식료품 전문 유통 업체인 홀푸드를 134억 달러에 인수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간 경계의 파괴를 예고했다. 아마존의 전략은 오프라인 유통이 갖는 장점을 살리면서 오프라인도 온라인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마존이 비용 절감 및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오프라인 유통과 기술을 결합하는데 적극 투자해왔던 만큼, 홀푸드 인수 이후 이같은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시범 공개한 계산대와 판매원이 없는 매장인 ‘아마존 고’에서 활용한 노하우를 홀푸드에 대거 투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술 혁신은 비용 절감 측면을 넘어 새로운 유통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아마존 고와 같은 방식으로 인해 유통에 대한 고정관념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아마존의 경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 버튼을 한번 누르면 바로 주문이 이뤄지는 IoT 기반 커머스 기기인 아마존 대시 등을 판매 중이다.

이같은 인프라는 오프라인 유통에도 버무려질 수 있다. 이를통해 매장을 단순히 자동화하는 수준 이상의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계와의 전쟁의 저자인 에릭 브린욜프슨 MIT대 교수는 기술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아마존은 로봇을 매장에 놓거나 결제를 빠르게 한 것이 아니라 서점을 다시 발명했다”면서 아마존 에코에게 필요한 것을 말하면, 매장 직원이 그것을 전달해 주는 시나리오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미디어 시장 통합도 두드러졌다. 특히 12월들어 디즈니가 21세기 폭스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부분을 661억 달러(약 73조원) 규모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미디어 시장이 요동쳤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을 집어삼키며 사세를 키워온 디즈니는 폭스 엔터테인먼트 부문 인수를 통해 거대 전송 인프라와 채널, 콘텐츠 및 캐릭터를 까지 모두 아오르는 미디어 공룡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테크M=황치규 기자(delight@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56호(2017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