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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IoT 기술 탐한 상상력, 예술 프로슈머 시대 열다

테크 품은 예술 ⑨

2017-11-01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테크M=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프로슈머(prosumer)의 시대다. 생산자(producer)의 역할을 겸하는 소비자(consumer), 혹은 프로페셔널(professional)한 소 비자를 일컫는 프로슈머는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더욱 더 그세를 넓히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가령 문화정책의 경우 ‘문화의 민주화’에서 ‘문화민주주의’로 선회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모든 이를 위한 문화(Culture for All)’를 표방하 는 문화의민주화는 국민의 문화향유와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예술적 수월성(excellence) 혹은 엘리트 예술, 내지는 예술가의 창의적 자율성(creative autonomy)을 전제로 하는 문화의 민주화는 주로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과 같은 기존의 제도적 공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반면 문화민주주의는 ‘모든 이의 한 문화(Culture by All)’를 내세우며 문화다양성을 기반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문화예술의 생산과 향유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을 지향한다.

또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매개자로서의 예술가를 중시하며 기존의 유통공간을 넘어 비제도적 공간을 비롯한 삶의 주변 공간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박신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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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향을 순수예술 분야로 한정한다면 이를테면 ‘예술민주주의’ 혹은 ‘생활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 터인데 이를 추동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기술’이다.

예술 유통과 소비 분야의 대표적 사례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술을 들 수 있다면, 창작에는 3D프린팅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들이 예술민주주의를 견인하고 있다. 모두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할 때 주로 거론되는 기술들이다.

그중에서도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창작’ 혹은 ‘사물 인터넷 예술’은 일반인들이 참여하거나 직접 주체가 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예술 창작의 원동력 된 IoT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라는 말이 있다. 업계를 완전히 재편성하고 시장 대부분을 점유함으로써 인류의 삶을 가장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다른말로 ‘와해성 혁신’이라고도 한다.

사물인터넷은 바로 와해성 기술 중 하나이며(Mckinsey), 향후 5년 내 인류에 변화를 가져올 다섯가지 혁신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IBM). 2020년에는 약 1조 8000 개의 사물 가운데 2.7%인 500억 개의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이라는 예측(Cisco)과 함께, 2024년에는 4조 3000억 달러 규모의 매출에 이르리라는 전망(Machina Research)도 나오는 것을 보면 사물인터넷의 파급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사물인터넷에 기반을 둔 예술, 즉 ‘사물인터넷 예술(IoT Arts)’은 사물인터넷 전문 분석기관인 포스트스케이프(Postscapes)에서 주최하는 ‘사물인터넷 어워드(IoT Awards)’ 아트 부문 같은 국제적인 상이 만들어질 정도로 이미 시각예술 창작에 중요한 영역이 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시각예술계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상은 찾기 힘들지만 머지않아 시각예술 본류에서도 기존 미디어아트 분야 외에 별도의 상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나의 매체가 다른 매체의 힘을 어떻게 하면 이용 또는 방출할 수 있는가를 처음으로 발견해 내는 것은 언제나 각 분야의 예술가다”라는 맥루언(Marshall Mcluhan)의 말처럼 예술은 언제나 미디어 혹은 기술의 끝없는 변화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는 힘을 보여준다.

사물인터넷 예술도 그 중 하나다. 

사물인터넷 예술은 현실세계와 가상현실이 결합된 혼합현실(Mixed Reality),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커뮤니케이션 매체에 의해 어떤 환경 속에 실재하고 있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 물리적 세계의 연결 등을 특징으로 한다(유영재, 2015).

이를 크게 나누면 사물의 움직임을 센서를 통해 포착해 작품화하는 것과 사람의 활동 내지 생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사물의 움직임에 의한 사물인터넷 예술을 살펴보자.

가장 알려진 작품으로 미국 산호세 국제공항에 설치된 ‘eCLOUD’ 가 있다. 2014년에 코블린, 하퍼마스, 굿스(Aaron Koblin, Nik Hafermaas, Dan Goods) 등 3인의 작품으로 미국해양대기청 (NOAA)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전 세계의 날씨를 표현한다.

폴리카보네이드 소재의 타일이 투명한 상태와 색상을 띈 불투명한 상태를 오가며 시시각각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름조각, 비, 바람 등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비와 호수, 파도도 소재가 된다. ‘레인 프린터(Rain Printer)’는 전 세계 강수량 실시간 데이터를 비처럼 수직으로 영수증 용지에 프린팅해 보여주며, 벨기에 코르트리크(Kortrijk)에 있는 ‘언더 워터(Underwater)’는 호수의 수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멀리 떨어진 갤러리에서 로프와 486개의 서보모터(servomotor)를 이용해 표현한다.

유사한 사례로 미디어 아티스트 맷 로버츠(Matt Roberts)의 ‘파도(Waves)’와 데이비드 보웬(David Bowen)의 ‘텔레프레즌트 워터(Tele-Present Water)’도 있다.

바다에 떠있는 부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받아 이를 저주파 음파로 변환시키거나 시각화하는 작품들이다. 파도의 크기와 타이밍에 따라 스피커 위에 놓인 물통이 흔들리기도 하고, 그리드 구조의 설치물이 헤엄치듯 움직인다. 

그런가 하면 가상의 배가 기상 데이터에 따라 인터넷상의 가상 공간을 표류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인 ‘어십어드리프트(A Ship Adrift)’와 ‘언무어드(Unmoored)’ 같은 작품도 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도시 네트워크를 빛으로 시각화하는 ‘위성램프(Satellite Lamps)’는 주변 GPS의 신호 강도에 따라 램프의 밝기가 변한다. ‘이머티어이럴 프로젝트(The Immaterials Project)’라는 작품은 와이파이와 3G 신호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프로젝트다. 


예술가의 상상력과 기술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은 자연을 미메시스(Mimesis)한다’고 했다. 미메시스는 모방(imitation), 재현(representation) 등으로 번역된다(물론 우리말로 쉽게 번역될 수 있는 표현은 아니지만).

그에게 있어 예술이란 미메시스에 의해 보편을 그려내는 것이었고 이는 서양에서 오랫동안 전통으로 지켜졌다.

하지만 근대 이후 미메시스의 전통은 상상력이 개입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예술적 영감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에서 예술가 내부로부터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으로 바뀌었다.

객관주의 미학대신 주관주의 미학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천재’ 개념도 이때 생겨났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상력은 인간 내면의 저 깊숙한 ‘무의식’의 세계에까지 이르게 됐다.

오늘날 예술가들은 이론과 논리가 아닌 자신만의 감각적 표현 방법을 사용한다. 일반인들로서는 그들의 예술세계가 지극히 애매모호하고 불분명 하며 난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물인터넷 예술은 미메시스적 전통과 천재적 추상주의 사이에서 절묘한 문화민주주의적 타협을 시도한다.

표현대상이 예술가의 주관적 내면이 아니라 센서에 의해 감지되는 객관적 외부세 계라는 점에서는 미메시스다.

하지만 외부세계를 그대로 모방 또는 재현하지 않고 작가의 내면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만 추출해 다양한 기법과 기호를 동원한다는 점에서 추상주의다.

무엇보다 사물인터넷 예술은 부르디외(P. Bourdieu)가 말한 기존의 예술 장(artistic field)에 속한 사람들만이 아닌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만들고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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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 예술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만들고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가 참여하는 혹은 만들어가는 사물인터넷 예술 의 사례를 들어보자. 사람들의 감정을 IoT를 매개로 해 예술로 표현하는 유명한 작품으로 미국의 ‘미미(MIMMI)’, 독일의 ‘Stimmungsgasometer’가 있다.

‘미미’는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이 트위터에 작성한 글들을 분석, 여기에서 추출한 감정 상태 를 거대한 LED조명으로 표현하는 프로젝트다.

사람들의 참여에 따라 다이내믹하게 변하는 LED조명은 참여자들의 작품에 대 한 몰입도를 증폭시킬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 또한 강화시킨다.

‘기분을 보여주는 가스탱크’라는 뜻의 ‘Stimmungsgasometer’는 베를린 시민들의 얼굴을 카메라로 관측해 실시간으로 감정 데이터의 평균값을 계산하고 이를 가스탱크 윗부분에 설치된 거대한 화면의 얼굴 표정(Smiley, 이모티콘) 으로 표현한다. 

 

‘시카고 얼굴들(Chicago Faces)’은 거리 카메라의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활용해 일반인의 얼굴을 동의 없이 촬영해 이를 트위터 계정에 업로드한다. 피사체가 되는 당사자와의 합의되지 않은 사진과 이에 대한 유통의 모호한 법적 경계를 탐색하는 ‘게릴라 아트’ 작품이다.

‘오브젝티브 디바이스(Objective Devices)’는 난 해한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 odinger’s Cat)’의 역설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과거의 트위터 게시물에서 랜덤으로 추출한 데이터를 미래의 포천 쿠키 메시지와 연결한다. 

과거 제의(祭儀)에서처럼 관객이 참여하던 예술은 한동안 사람들과 멀어져 천재만의 영역이 됐다.

그런데 이제 다시 기술, 그 중에서도 사물인터넷을 매개로 하여 관객이 주인공이거나 참여 하는 예술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톨스토이(Leo Tolstoy)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참된 예술 이란 모든 이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예술은 예술가가 제공하는 예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를 통해서 그 존재가치가 확인된다. 수요가 없으면 예술의 존재기반도 없어지게 된다. 사물인터넷은 예술을 보다 쉽게 만들 수 있다.

지극히 주관적인 작가의 내면 내지 무의식이 아닌 객관적 외부세계와의 결합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톨스토이에게 있어 예술은 사람과 사람을 결합시킴으로써 동일한 감정을 형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물인터넷 예술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람간의 상호 작용을 이끌어낸다. 상호작용 그 자체가 주제로 파편화된 개인을 보듬는 작품도 많다. 그런점에서 사물인터넷 예술은 톨스토이의 예술론에 보다 가깝게 다가간다고 할 수 있다. 


관객이 참여하는 예술의 시대 
사물인터넷 예술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다.

텔레매틱스(Telematics)와 인터렉티브 미디어 분야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로이 애스콧(Roy Ascott)은 이렇게 말했다. “예술가가 만들어낸 작품을 관조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작품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작품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행위의 결과물을 즉각적으로 체험한다.” 


이런 미디어아트의 상호작용성은 사물인터넷으로 인해 그 폭을 보다 크게 확장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예술이 예술 프로슈머의 시대를 더욱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 이 글의 사례들 중 일부는 유영재(2015)의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예술에  관한 연구』를 참조하였음. 

<본 기사는 테크M 제53호(2017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