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TECH M

"맛보기 코딩보단 컴퓨터 기반 수학교육 해야"

SW교육 성공 키워드-2

2017-11-23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

SW교육 성공 키워드는(2)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

2016년 다보스포럼과 알파고를 계기로 각 분야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준비에 대한 논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교육에 대한 담론도 분출 중인데, 창의성과 상상력의 중요함에 누가 토를 달까마는, 무엇을 어떻게 고칠지는 백가쟁명 중이다.

서술식 평가 확대와 코딩(coding) 교육이 나오더니, 입시에서도 수시의 확대인지 수능으로의 회기인지 주장이 엇갈리고, 얼마 전에 예정됐던 입시개혁안 발표는 1년 유보됐다.

어린 시절 조립식 장난감을 완성하거나 음악 또는 미술 작품을 만들어 본 사람은 자신의 손으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낸 경험의 특별함을 기억한다.

자신의 의도대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본아이에게는 프로그래밍이 자기 머릿속 상상을 세상에 구현하는 새로운 통로가 된다.

‘코딩’이라는 단어를 넓은 의미로는 알고리즘 설계까지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는 좁은 의미인 ‘컴퓨터용 명령어와 문법으로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문서를 만드는 작업’으로 제한하기로 하자.

지난 2015년 여름 정부가 발표한 대로, SW교육의 의무화가 내년부터 시작된다. 중학교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초등학교까지 확대되는 일정에 따라 교육 현장은 막바지 준비로 부산하다.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이지만, 입시 관련성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예측이나 또 다른 사교육 문제에 대한 우려는 벌써 시작됐다.

1990년에 우리나라 컴퓨터 정규교육이 시작되었다가 2008년 에 완전히 폐지되는 곡절을 겪은 탓에 중고 교육과정에서 선택과정으로 운영되던 정보교육의 이수율은 2006년 38.1%에서 2012년 6.9%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아이폰 충격을 겼었고, 영화 아바타를 보며 가상현실 기술의 힘을 남의 일로 구경해야 했다. 

하드웨어의 경쟁력에서는 세계 최고를 다투던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는 이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걱정이 현실이된 것이다.

 

알고리즘 설계에 집중해야
게다가 한국 컴퓨터 교육의 후퇴 시기는 이스라엘이나 에스토니아처럼 전통적인 산업이 아닌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루어내는 국가들이 코딩교육의 획기적 강화를 추진하고 있던 시기였다.

2014년을 기점으로 해서는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도 코딩교육 확대에 나섰고, 미국에서도 시카고와 뉴욕을 중심으로 같은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니 2015년의 SW교육 의무화 발표는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난해 여름 세계적인 온라인 코딩 교육 기관인 코드카데미(Codecademy)의 자크 심즈 창업자가 방한했다. 뜻밖에도, 전 세계에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둔 코딩 교육 사업가인 그가 강조한 것은 컴퓨팅 문맹(computational illiteracy) 해소였다.

컴퓨팅 문해력(computational literacy)은 계산을 잘하는 능력을 뜻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과정인 알고리즘 설계 능력이 대부분이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코딩능력이 나머지라는 주장이었다.

서로 다른 방식 중에서 최적인 것을 찾아내고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이는 통상의 수학 교육이 지향하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능력과 다르지 않다.

심즈에 이어 강연한 프라딥 두베이 인텔 병렬컴퓨팅랩 소장도 이 견해에 동의를 표했다. 프로그래밍 기술을 통해 원래 프로그램의 속도를 수십 퍼센트 올릴 수 있겠지만, 수십 배 또는 수백 배의 속도향상은 알고리즘의 개선에서 온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주장을 요약한다면, 코딩 교육은 단순히 프로그래밍 기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구현하는 최적의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능력에 집중해야 하며, 수학적 문맹을 벗어나야 이런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코딩 기법도 알아야 하겠지만 프로그래밍은 알고리즘을 기계가 이해할 수 있도록 통역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 과정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화된 방식이 상당 부분 대치할 수 있다.

올해 9월 방한했던 세계적인 컴퓨터과학자, 미국 워싱턴대 전산학과 페드로 도밍고스 교수는 더 직설적이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코딩은 컴퓨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논리적 사고와 귀납법, 수학적 소양 등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수학’ 또는 ‘수학적’이라는 표현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로서의 수학이나 ‘수’를 다루는 학문은 아니다. ‘논리적’ 또는 ‘합리적’ 사유의 방식을 수학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이다.

원래 수학의 어원인 그리스어 마테마(mathema)는 ‘배운다’는 뜻이고 ‘수’라는 의미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자연과 우주의 질서를 학습하는 모든 행위를 마테마로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

그래서 고대 그리스 이후에 ‘수학적 mathematical’이라는 형용사는 공리(기본 데이터) 로부터 논리적 합리적 사유의 과정을 거쳐 결론을 끄집어내는 법을 뜻하는 말로 쓰여 왔다.

이런 사유체계를 시스템화한 게 유클리드의 원론이고 스피노자의 윤리학 등이 유클리드 원론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예로 든다면, 도입부의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처럼 반박하기 힘든 명제가 바로 공리인 것이다.

그리고 영국 식민 지배하에서 차별이 지속되는 사실들을 열거한 뒤 최종적으로 ‘그러므로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즉,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만한 공리가 만족될 수 없으니 독립의 당위성에 다다르는 논리 전개인데, 유클리드적 사유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도밍고스 교수는, 일찍부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의무적으로 가르치기보다 기본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해 결론에 이르는 기술을 가르치는 게 나중에 최적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프로그래밍으로 구현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내년부터 SW교육이 정식 교과목으로 도입되지만, 촘촘히 짜인 교과과정에서 수업시간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

이렇다 보니 초등학교의 경우 연 17시간에 불과하다. 격주로 1시간이 배정되는 건데, 기존 코어 과목들(수학, 과학, 사회 등)과 연계해 녹여내지 않으면 불편한 과목이 하나 더 생기는 것에 그칠 수도 있다.

2014년 5~14세의 아동을 대상으로 만들어져 매주 1시간 이상 을 교육하는 영국의 컴퓨팅 과목은 4단계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1~2단계에서는 논리적 생각 방식을 가르치고, 3~4단계에서 그런 생각의 표현(프로그래밍 언어)을 가르치는 단계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런 단계론에 반기를 드는 새로운 시각도 있다. 에스토니아는 컴퓨터 기반 수학(CBM, computer-based mathematics) 교과과정을 시험 도입했는데, 기존의 수학교육과 코딩교육을 통합하는 교육 실험이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인 에스토니아는 구 소련에서 독립한 인구 130만의 작은 나라지만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구축했고, 유럽에서 창업이 가장 많은 나라로 유명하다. 영상통화 앱을 개발해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 스카이프가 이 국가에 있다.

2014년 1인당 GDP는 독립하던 91년에 비해 9배 이상 증가한 1만8478달러였고, 교육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투자로 OECD가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최상위다. 2015년 수학,과학, 읽기의 모든 분야에서 톱10에 들었고 과학에서는 11위를 한 한국을 크게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에스토니아의 컴퓨팅적 사고 교육 주목
7세 이상의 학생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친 세계 최초의 국가인 에스토니아는 2013년에 새로운 교육 실험인 CBM을 시작했다.

이를 설계한 콘래드 울프람(Conrad Wolfram) 박사는, 독립된 코딩 과목 대신 기존의 코어 과목과 긴밀하게 연결해 컴퓨팅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는 4단계로 나누어진다.

‘이 자전거 헬멧은 조금 불편한데 어떻게 개선하지?’와 같이 애매하게 표현된 문제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명료한 문제로 정리하는 게 1단계다. 지금보다 나아지는 게 뭔지 정량화하고 수치화하는 과정이다.

2단계는 이를 수식이나 알고리즘 또는 코딩으로 전환, 즉 번역하는 것이다.

3단계에서는 인간의 계산력 또는 기계의 계산력에 의지해서 수식을 풀거나 알고리즘을 수행한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이 결과를 원래의 상황에 맞추어 해석해서, 향상된 헬멧 설계로 가시화한다. 

그는 이러한 CBM이 수학교육뿐 아니라 과학교육이나 역사교육 등과도 결합하여 컴퓨팅적 사고의 향상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주 다른 코딩교육 사례로 자유 방임형의 우루과이를 들 수 있다. 
남미의 빈국인 우루과이는 2007년 전국의 모든 공립학교 학생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무상 지급하는 교육 실험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할 때 MIT 네그로폰테 교수의 저가 디자인에 기반을 둔 리눅스 노트북을 받아 함께 6년을 보낸다.

초기의 가장 큰 문제는 코딩 교육을 이끌 교사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컴퓨터를 들고 나타나는 제자들을 맞으며 당혹스러워하는 기계치 교사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런데도 10년이 안 된 이 프로그램의 효과는 선명하다.

아이들이 컴퓨터로 일상을 기록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수준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구글의 소프트웨어 대회인 구글 코드-인에서 우루과이 학생들이 약진하고 있다.

우루과이의 새로운 교육환경을 수학교육에 활용하는 실험도 시도되고 있다. 수학 개념의 시각화 및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매지너리(IMAGINARY) 프로그램을 아이들의 노트북에 깔았는데, 그림으로 방정식을 표현해서 해를 구하는 과정을 눈으로 이해시키고, 기하학적 모양을 소리로 표현해 노래를 만들게 한다.

말 그대로 ‘보고 듣는’ 수학인데, 새로운 수학 교육 방식이 상당수의 아이의 흥미를 유지하게 하는 효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접근은, 코딩 교육이 역으로 수학을 흥미롭게 가르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즉 CBM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영국과 미국의 코딩 교육보다 오히려 진일보한 이런 방식은, 신규 과목으로 인한 수업시간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며 컴퓨팅적 사고를 훈련하는 코딩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글 =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

<본 기사는 테크M 제55호(2017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