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TECH M

얼굴, 지문인식이 모바일 '판' 바꾼다

생체인증 시대 활짝

2017-11-20황치규 기자

한시대를 풍미한 본인 인증 기술인 아이디(ID)와 비밀번호에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그 자리를 생체인증 기술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비밀번호는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됐다. 서비스 업체와 정부가 틈만 나면 바꾸라 하니 불편한데다, 해킹에 점점 더 많이 노출되면서 최소한의 안전도 담보하기 힘들어진 것이 비밀번호가 처한 신세다. 다양한 분야에서 비밀번호의 대안으로 생체인증을 도입하는 흐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등 거물급 IT기업들이 쏟아내는 모바일 기술만 봐도 비밀번호가 파고들 공간은 좁아질 만큼 좁아졌고, 생체인증이 대세로 군림하는 모양새다.

보안성과 사용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생체인증 확산을 가로막았던 장애물은 대부분 제거됐다는 평가. 이를 보여주듯 생체인증으로의 세대 교체는 점점 힘을 받는 양상이다.

단말기 인증을 넘어 지문인증 기반 디지털 뱅킹, 결제 서비스로도 생체인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생체인증 카테고리 안에서도 다양한 기술들 간 경쟁이 뜨겁다. 일반에 꽤 알려진 지문을 넘어 홍채, 안면인식, 음성 등 다양한 기술이 시장에 투입되면서 생체인증은 모바일을 대표하는 본인 인증 기술로 위상을 굳혀 가는 모습이다.

 

지문 시작으로 안면 인식까지 대중화 가속
생체인증은 편리함과 안전함을 동시에 원하는 일반 이용자와 맞춤형 광고를 하고 싶은 기업, 그리고 범죄자를 잡고 싶은 정부의 이익이 충돌하지 않는 기술로 꼽힌다.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으면 바람을 타는데 걸림돌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확산은 이같은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생체인증으로의 세대 교체에 서막이 열린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레노버에 인수된 모토로라는 2011년 스마트폰에 지문 인증을 도입했다.

이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가세하면서 지문인증은 모바일 시장에서 주류로 급부상했다. 애플은 2013년 아이폰5S에 ‘터치ID’를 도입했고, 삼성전자도 2014년 ‘갤럭시S5’에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했다. 모바일과 생체인증의 결합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지문을 뛰어 넘기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노트7’에 채택한 홍채인증 기술을 적용했다. 홍채인증은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 등 현재 삼성전자 주력 제품에 모두 탑재됐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 은행들이 대거 삼성전자 홍채인식을 지원하는 모바일 뱅킹과 계좌이체 본인인증 서비스를 선보였다.

모바일을 겨냥한 생체인증 기술은 진화에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용화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를 받아온 안면 인식 기술까지 스마트폰에 탑재됐다. 포문은 애플이 열었다.

애플은 최근 공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X’에 안면 인식 기반 ‘페이스 ID’ 기술을 투입했다. 페이스ID는 이용자 생체정보를 암호화해 기기 내에 보관한다. 누군가 외부에서 해킹을 하더라도 스마트폰에 저장된 얼굴인식 관련 정보를 도용하는 것이 불가능 하게 설계됐다.

애플 외에 페이스북도 안면 인식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얼굴을 사용해 사용자가 자신의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테스트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바일 시장에서 생체인증 기술의 응용 분야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성과 편의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인증 기술로 현재로선 생체인증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교수는 “생체인증 기술이 지금보다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문처럼 인증자의 의지가 필요한 접촉 또는 인지형 인증방식 보다 (원격에서 사용자 모르게 인증할 수 있는)비인지형 인증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생체인증은 원거리 얼굴인식이나 홍채인식, 또는 걸음걸이와 같은 행태인식 쪽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체 간 헤게모니 좌우하는 요충지 부상 
패러다임이 바뀌고,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시기에는 업계 판세도 요동치게 마련이다.

IT시장도 마찬가지다. 메인프레임에서 PC로, PC에서 모바일로, 클라이언트&서버에서 웹으로 패러다임이 바뀔때마다 IT업계 권력도 교체됐다.

메인프레임 시대에는 IBM이, PC 전성시대에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웹의 세상에선 구글이 시장을 호령했다. 모바일이 뜨자 애플과 구글의 양강 체제가 펼쳐졌다.

인증기술 세대교체도 업계 판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등장했다. 8월 첫 선을 보인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권에 큰 충격을 던진 배경에는 편리한 인증 기술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애플이 페이스ID를 도입한 것도 단순히 보안 강화용으로 보기는 어렵다. 스마트폰 시장 지분 확대라는 큰 그림 아래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X에 적용한 페이스ID 기술을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꾀하려는 모습이다. 

애플의 행보에 정통한 것으로 유명한 KGI증권의 밍치 쿠오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아이폰X에 적용한 3D 센서 기반 페이스ID를 아이폰X를 넘어 다른 아이폰 시리즈에도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얼굴 인식을 가능케 하는 3D 센싱이 내년 아이폰 판매 전략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란 얘기였다.

밍치 쿠오 애널리스트는 아이폰X에 적용된 트루뎁스 카메라와 페이스 ID는 애플이 3D 센싱 디자인과 스마트폰 생산에서 확실한 우위를 활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 외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도 생체인증 기술 투자에 공격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윈도10에 생체인증을 지원하는 윈도헬로 기능을 투입했다. PC용 운영체제 시장을 틀어쥔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세로 생체인증이 모바일을 넘어 PC를 접수할 가능성도 커졌다.

구글의 행보도 주목된다. 구글은 2015년부터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아바커스(Project abacus)’를 준비해왔다.

프로젝트 아바커스는 사람 고유의 얼굴형태, 음성패턴, 걸음걸이, 스마트폰 화면을 스와이프하는 습관, 스마트폰 자판을 치는 습관 등 여러 요소들을 점수로 매겨 일정 점수 이상이 넘을 경우 실제 사용자 본인이 맞다고 판단하는 ‘스코어링(scoring)’ 방식을 활용한다.

꽤 고난도의 인증 기술로 볼 수 있다.

생체인증 표준 단체인 FIDO 얼라이언스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인증이 글로벌 IT업체들 간 격전지가 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FIDO 얼라이언스에선 현재 PC, 노트북에서 쓰이는 모든 웹브라우저에 별도 생체인증용 모듈을 설치하지 않아도 웹사이트나 웹 기반 서비스에 로그인할 때 비밀번호 대신 생체인증을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FIDO2.0’ 기술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힘 꽤나 쓰는 글로벌 기업들이 생체인증 기술 확산에 적극 나섰음을 감안하면 모바일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생체인증으로의 세대교체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체인증과 AI의 결합 등 다른 기술과의 융합도 생체인증의 진화를 이끌 엔진으로 부상하면서 생체인증 중심의 생태계 재편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테크M=황치규 기자(delight@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55호(2017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