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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연속기획]아우디 A8이 한국서 자율주행 못하는 까닭은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 점검 ①자율주행

2017-10-11강진규 기자

[연속기획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 점검] ①자율주행

 

지난 9월 7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 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을 확정했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금지하는 것을 정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체계를 전환하기로 했다.

앞서 8월 25일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핵심정책 토의에서 ‘규제 샌드박스(규제 없는 모래밭)’ 제도를 하반기에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이 확산돼 기존 산업들과 융합되면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산업들과 시스템이 보수화 돼 있어 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가 설 자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감하게 규제를 혁파해 새로운 기술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산업계에서는 취지애 공감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왔기 때문.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1월 당선인 시절 전남 대불국가산업단지에 건설된 전봇대가 대형 트레일러의 통행을 방해했다는 민원을 소개했다. 이후 정부 부처들이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2년, 2013년 수시로 정부 규제를 ‘손톱 밑 가시’라며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줄어는 규제를 체감하기는 커녕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제경쟁력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 2014-2015’ 조사에서 한국의 종합 경쟁력은 144개국 중 26위로 집계됐다. 정부가 기업에 주는 부담(burden of government regulation)  부문에서는 96위에 머물렀다.

국제경쟁력지수 2016-2017 조사에서는 한국의 종합 경쟁력이 138개국 중 26위로 앞선 조사와 같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정부가 기업에 주는 부담 부문은 105위로 크게 낮아졌다. 규제 전봇대와 손톱 밑 가시는 구호에 그쳤을 뿐 실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개혁만큼은 과거 정부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격변의 시기에 규제 개혁의 시기를 놓치면 한국 경제의 도약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테크M은 시리즈를 통해 분야별 규제를 집중 점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율주행차는 달리고 싶다

먼 훗날 이야기로 느껴졌던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성큼 다가왔다. 자동차 업계는 내년 아우디가 선보일 ‘아우디 A8’을 주목하고 있다. 아우디 A8은 레벨3의 자율주행차 기술이 탑재된 자동차다. 그동안 연구개발, 시범 운행을 위한 자율주행차는 많았다.

또 일부 자동차의 기능을 자동화한 상용 자동차도 있었다. 하지만 아우디 A8만큼의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상용차는 없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 기준에 따르면 레벨1, 2 자율주행은 운전자 중심의 자율주행으로 일부 기능이 자동화돼 있다. 레벨3인 아우디 A8은 제한된 조건인 고속도로에서 시속 60㎞/h 이하일 때 자동차 중심의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 9월 11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자율주행차 대량생산 준비에 나섰다. 외신들은 GM이 연간 10만대 규모로 자율주행차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말 그대로 자율주행차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미국, 독일 등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에 맞춰 법제도 개선에 돌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법제도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우리나라도 자율주행차 확산에 대비해 법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하지만 미국, 유럽에 비해 늦은 것이 사실”이라며 “아우디 A8이 한국에 들어와도 자율주행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자동차 운행에 중심이 되는 현행 도로교통법상에서는 아우디 A8으로 자율주행을 하면 불법이다.

도로교통법 제48조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야 하며,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운전자가 조향장치(핸들)와 제동장치(브레이크)를 조작하지 않으면 불법인 것이다.

또 제49조는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서 영상장치를 조작하거나 휴대전화를 받는 등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운전에 주의를 집중하고 다른 것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규정은 일반 자동차에서는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스스로 핸들과 브레이크를 조작하고 운전하는 자율주행차에는 적합하지 않다.

현재 정부는 시험용 자율주행차에 대해 허가를 내주고 예외적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지자체들도 자율주행차 운행이 가능한 실증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조치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이제는 실제 운행을 감안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 상황에서 법 개정에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늦어질 경우 2~3년이 걸릴 수 있다.

한국이 법 개정이 안돼서 자율주행차를 운행하지 못하는 동안 미국, 유럽에서는 실제 자율주행차를 수 십 만대 운행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제도를 개선해나갈 수도 있다.

 

총체적 법제도 점검과 개선 필요

자동차 분야 관계자는 “솔직히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고쳐야 할 법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고려해야할 사항도 엄청나게 많다”며 “법제도를 고치는 것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면 도로교통법 뿐 아니라 화물운송, 여객운송, 자동차관리 등 관련 법제도 개편도 고려돼야 한다. 또 운전자 중심의 운전면허 제도 개선과 자동차 보험 제도 등도 손봐야 한다.

자동차 제조와 점검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27조에서 시험·연구 목적의 자율주행차를 국토교통부장관의 임시운행 허가를 통해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제조, 점검 등에 관한 법이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움직이는 스마트폰이라고 할 만큼 IT, 통신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구글, 네이버 같은 IT업체들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법을 고수할 경우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IT업체들에게는 규제가 될 수 있다. 현실에 적합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는 기존 자동차와는 다르게 IT가 적용되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 한다. 개인정보, 보안, 데이터, 네트워크 관점에서도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스마트 자동차, 자율주행차의 기반은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가 있어야 이를 분석해 자동차가 운전을 하고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이 같은 데이터는 자동차들끼리 주고 받으며 도로와 주변 각종 센서에서 수집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대영 KAIST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신호등, 도로정보, 교통안전 정보 등 정부가 갖고 있는 데이터를 개방하는 것을 새로운 자동차 발전과정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로교통공단, 경찰, 지자체 도시 관제센터 등에서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활용하는 추세다. 정부 데이터는 보안 자료로 보는 시각이 많아서 일부만 개방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면 데이터를 어떻게 개방하고 쓸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 인프라뿐 아니라 스마트시티라는 관점에서 도시 운영에 관한 부분에서도 법제도 개편과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각종 정보가 종합되는 스마트시티가 지자체 운영에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교 등에서는 지자체가 자율주행 버스를 시험 운행하고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들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연구를 통해 개인정보보호가 규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도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자율주행차 시대에 교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따지고 보험 처리를 어떻게 할지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자율주행차 전문가는 “부처별로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지자체들도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제도를 개선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 개발업체들도 어떤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분석중”이라며 “이렇게 각각 개선이 진행되면 나중에 법규들이 안 맞거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유관 부처, 개발업체, 지자체 등이 모두 모여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또 “기업 입장에서도 규제 때문에 자율주행차 개발, 운행이 어렵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을 개선해줘야 하는지 정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54호(2017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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