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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지금 가상현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바로 사람

렉룸의 사례를 통해 본 상호작용에 대한 탐구

2017-09-21독점제휴=MIT테크놀로지리뷰

가상현실은 사용자를 세상과 고립시키는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은 세상 어느 곳에 있는 사람들과도 사귈 수 있게 만드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

[테크M 독점제휴= MIT테크놀로지리뷰]

가상현실(VR) 기술을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된다면 통신 산업의 새로운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나는 VR 헤드셋을 갖고 있다. 내 친구중 VR 헤드셋을 가진 이는 딱 한 명이다. 결국 VR을 즐기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혼자다. 그러니까 디지털 세계의 낙엽이 굴러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VR 기술에는 흥미로운 점이 있다.

머리에 헤드셋을 착용함으로써 세상과 자신을 단절하는 것 같지만, VR은 사실 새로운 이들을 사귀기에 매우 적절한 기술이다.

2014년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가 30억 달러를 들여 VR 헤드셋 기업인 오큘러스를 인수했을 때 그는 이 기술이 가진 사회적 상호작용의 잠재성을 큰 이유로 꼽았다. 저커버그는 옳았다.

다른 이와 같이 있는 느낌 면에서 가상현실과 아이폰의 페이스 타임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가상 현실은 멀리 떨어진 친구, 가족과 훨씬 더 감정적으로 연결된 느낌을 준다.

온라인 수업의 경우도 다른 방법으로는 얻기 힘든, 실제로 수업에 참여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페이스북은 2016년 오큘러스 리프트 헤드셋을 내놓으면서 이런 점을 내세우지 않았다.

여전히 오큘러스 리프트는 게임과 짧은 영화를 위한 도구로 여겨진다.

지난 4월,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친구와 같이 VR을 즐길 수 있는, 스페이스란 오큘러스 리프트용 앱을 내놓았다. 이 앱에 들어있는 기능은 매우 단순하다.  친구와 가상의 셀카를 찍고 페이스북 사진으로 맞춤 아바타를 만들며 360도 영상을 감상하거나 커다란 펜으로 3차원 낙서를 하는 정도.

이것도 상대가 페이스북 친구여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친구 중 VR 헤드셋을 가진 이가 없다면 그저 혼자서 위의 모든 기능을 시도해 볼 수밖에 없다.

친구와 스페이스 앱 안에서 만나더라도, 금방 모든 것이 시시해지고 그저 가상의 테이블 주변에 둘러 서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치 페이스북이 VR 초심자들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단순함을 추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 나는 실제로 즐길 수 있는 가상 현실 프로그램을 찾아냈다.

렉룸(Rec Room)이란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의 바이브를 위한 무료 앱이다. 이 앱의 내부는 3차원 만화로 그려진 고등학교 체육관과 비슷하다.

이 안에서 사용자들은 실제 움직임을 바탕으로 페인트볼 게임이나 피구 등을 즐길 수 있다.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락커룸(가상의 옷을 갈아 입는 곳이 아니라 서로 어울리는곳. 옷은 렉룸 기숙사란 개인 공간에서 갈아입을 수 있다)이란 매우 큰 장소가 있다.

락커룸에서 사람들은 친구와 사람들을 만나고, 농구나 탁구를 즐길 수 있다. 렉룸은 여러 가지 단점이 있지만, 적어도 과거의 가상 세계를 통한 시도(세컨드 라이프 같은)가 절대로 이루지 못한, 진정한 몰입감을 통해 사람들간의 관계를 만들어주는 최신 가상현실 기술을 구현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앱에서 다른 사람들과 가지는 상호작용은 매우 직관적이다. 렉룸에서 친구가 되는 방법은 상대의 손을 잡고 흔드는 것인데 이때 손에 쥔 컨트롤러가 진동한다.

나는 VR 헤드셋을 가진 서부에 사는 친구와 렉룸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렉룸은 내가 아는 한 원래 모르던 사람과 헤드셋을 벗어 던지고 싶은 어색함을 만들지 않으면서 서로 인사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앱이다.

IDC는 지난해 VR 헤드셋 판매량을 1000만개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지난해 15억 개가 생산된 스마트폰 시장을 감안하면 비할 수 없이 작은 숫자다.

가격이 많이 내렸지만 여전히 헤드셋과 VR 연결에 필요한 PC가 최소 800달러에 이른다는 점에서 나는 VR이 사회성을 더 강화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용자를 모으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가상 현실이 혼자서 즐기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머리에 헤드셋을 쓰고 이어폰을 끼는 것 만으로 어딘가의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 경험이 기가 막히다 해도, 이를 같이 즐길 사람이 없다면 이는 하나의 탈출구에 지나지 않는다. 렉룸과 같은 스타일이 인기를 끌게 된다면, VR은 스마트폰 이후 시대의 첫번째 진정한 소셜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구조적 사회화: 게임에 밀어넣기

어게인스트 그래비티가 만든 렉룸의 그래픽은 별로 뛰어나지 않다. 앱 속에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기하학적 형태의 내가 될 수 있다. 달걀 모양의 머리에 직육면체 몸통과 벙어리 장갑 모양의 손,안경과 오토바이 헬멧 모양의 머리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아바타를 통해서도 나는 깃발 뺏기 같은 초대형 게임 안에서 컨테이너에 숨고 상대방을 쏘는 등의 행동을 하며 놀라운 재미를 맛보았다.

최근 이 앱의 락커룸에서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카메론 브라운과 인터뷰했다. 그의 손이 잠깐 바닥에 떨어지자, 그는 이 앱에 네트워크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나를 시끄러운 락커룸에서 나무 바닥에 탁구대와 소파가 있는(사실 우리 아바타는 다리가 없어서 소파에 앉을 수는 없다) 큰 빈 방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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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당신이 락커룸에서 그저 다른 사람의 얼굴에 다트를 던지며 빈둥거리고 있더라도, 어쨌든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는 누구나 다른 사람을 초대하고 사용할 수 있는 렉룸에서는 드문 개인 공간이다. 그는 이 공간을 회의 장소로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한 쪽 구석에는 컨퍼런스 테이블과 화이트 보드가 있었다.

VR 기술은 아직 같이 즐길 친구가 많지 않은 새로운 기술이고 가상 현실에서 모르는 사람과 만나는 것은 현실에서처럼 어색한 경험이다.

이 때문에 렉룸은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게 만들기 위해 기존과는 좀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말 그대로 사용자를 게임으로 밀어넣는 것.

브라운은 이를 ‘구조적 사회화’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피구를 하기 위해 체육관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팀이 정해지고 곧이어 과장되게 활기찬 영국 억양을 가진 여성의 카운트 다운을 듣게 된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하기 전에 일단 게임을 하게 되는 것.

브라운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파티에 가서 먼저 ‘안녕’ 하고 인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라고 말한다. 충분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렉룸의 분위기 해결법은, 3차원 제스처 게임에 커다란 펜을 들고 들어와 있는 나를 갑자기발견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어느 정도 당황스러운 면이 있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나 역시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기 때문이다. 또 전혀 모르는 사람과 어울리게 만드는 것이 렉룸의 목표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물론 따로 방을 만들어 친구들만 초청할 수도 있다.)

어쨌든 ‘나가기 싫으면 어울려라’라는 이 전략은 어느 정도 통해서 나는 멀뚱멀뚱하게 서서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할 지 고민하는 대신 어느새 게임을 즐기게 된다.

브라운은 “설사 당신이 락커룸에서 다른 사람의 얼굴에 다트를 던지며 빈둥거리고 있다 해도 어쨌든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사실을 깨닫기 전에 30분이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큰 재미를 느끼느냐와 무관하게 렉룸은 다른 사람, 내 경우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친구와 한 공간에 있는 느낌을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앱이다. 우리는 새로운 방법으로 함께 즐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할 것이 별로 없는 페이스북의 스페이스 앱보다, 수많은 옵션이 있지만 재미는 별로인 알트스페이스VR보다 훨씬 더 즐거웠다.

 

아바타 문제

가상 현실 안에서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몸이 필요하다. 이 몸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심지어 인간의 형태를 할 필요가 있는지는 맥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아직 진짜 자신과 완벽하게 같은 모습의 아바타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불쾌한 골짜기 문제(인간과 거의 같은 로봇의 모습과 행동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 편집자주)를 해결하는 만화 스타일의 인간 형태는 어느 정도 최선일 수 있다.(내가 본 것 중 가장 현실적인 아바타는 세컨드 라이프의 창작자인 필립 로즈데일이 선보인 VR앱, 하이 피델리티의 아바타지만, 그 경우도 자신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VR 안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얼마나 잘 꾸미느냐와 무관하게, 당신의 성별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현실과 비슷하다.

렉룸과 다른 사교 목적을 가진 알트스페이스VR , 페이스북 스페이스 같은 앱에서 나는 실제의 나와 비슷한 갈색 머리의 여성을 택하며, 옵션이 있다면 얼굴에 안경을 씌운다.

실제내 모습과 비슷한 아바타를 만드는 것은 가상의 내가 진짜라는 느낌을 주지만, 역시 여성 캐릭터이기 때문에 불쾌하거나 더 심한 경우를 겪기도 한다.

나는 아직 그렇게 나쁜 경험을 한 적은 없다. 가장 나빴던 것은 숨을 쌕쌕이고 징징거리는 남자애가 내가 게임을 망쳤다고 불평한 것이다. 나는 화가 났고 마음이 상했다(공정하게 말하자면 내가 게임 몇 판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브라운도 괴롭힘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이 게임을 자주하는 한 사용자의 약혼녀가 락커룸에 들어가자 한 무리의 사용자가 그녀에게 시비를 걸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이런 행동을 막는 도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VR 기술과 마찬가지로 이 앱 역시 아직은 실험 단계에 불과하다.

렉룸과 알트스페이스VR은 공격적인 사람을 차단하거나 아바타 주변을 눈에 보이지 않는 쿠션으로 둘러 괴롭히는 사람이 가까이 오면 그가 사라지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렉룸은 누군가를 게임에서 쫓아낼 수 있는 투표 기능도 있다.

이런 방법들은 더 직관적으로 발전할 것이다.수년 뒤, 헤드셋의 가격이 하락하고 앱의 종류가 다양해져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VR은 TV나 PC, 스마트폰처럼 보통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렉룸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만한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들을 서로 어울리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특정 게임에 집중했다는 면에서, 앞으로 VR에서 어떤 일들이 가능한 지를 알려주는 좋은 모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VR 을 즐기게 될 때까지 렉룸이 계속 발전하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3호(2017년 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