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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문샷피플] 뇌 신호로 생각 읽는 연구 박차, 메리 루 젭슨

2017-09-14장길수 IT칼럼니스트

메리 루 젭슨 오픈워터 창업자

메리 루 젭슨

 

 [테크M=글 장길수 IT칼럼니스트]

세계적인 컴퓨터 과학자이자 연쇄 창업가인 메리 루 젭슨(Mary Lou Jepson)은 지난해 오픈워터(OpenWater)란 의료영상 분야 스타트업을 설립, 새로운 문샷 프로젝트를 쏘아 올렸다.

기존의 의료영상장치인 MRI 보다 훨씬 높은 해상도의 웨어러블 텔레파시 장치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것. 스키모자 모양의 이 장치는 뇌의 혈류와 활동, 뇌종양 징후는 물론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 출력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송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기술이 성숙되면 돌고래 같은 동물의 뇌 스캔 영상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상호 소통하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메리 루 젭슨은 2008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2013년 CNN 선정 ‘과학기술 분야 세계 10명의 사상가’,비영리 단체인 아니타 보그 인스티튜트가 선정한 ‘역대 여성 컴퓨터 과학자 50인’에 포함된 유명인사다. 이미 10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의 그녀가 웨어러블 텔레파시 장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개인적인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브라운대학 박사과정 시절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그녀는 오랫동안 큰 고통을 겪었다. 하루 20시간이나 잠에 취해 있었고 구토와 극심한 두통 때문에 휠체어에 의존하지 않고는 거동할 수 없었다.

결국 뇌종양 진단을 받고 1995년 수술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호르몬과 신경전달 물질을 관장하는 뇌하수체 이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직접 약물의 배합과 복용량을 조절, 호르몬 치료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물에 따라 생각과 몸의 상태가 달라지는 것에 큰 호기심을 느낀 그녀는 뇌과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여기에 학창 시절부터 연구해온 디스플레이 기술을 결합, 오픈워터라는 새로운 기업을 창업한 것. 2012년 구글X의 ‘Solve for X’ 프로젝트에도 관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TED와 유사한 플랫폼으로 여러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기후 변화 등 지구 차원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메리 루 젭슨은 이 프로젝트의 초기 강연자로 나서  ‘마음의 눈을 상상하라(Imaging the Mind’s Eye)’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강연에서 그녀는 fMRI의 이미지 기술을 이용,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고 이미지 해상도를 지금 보다 100배, 1000배 이상으로 높이면 머지 않아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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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루 젭슨은 오픈워터를 창업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병을 치료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전기술과 뇌과학, 디스플레이 기술을 결합해 저가의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개발하겠다는 문샷 프로젝트를 구체화한 것이다.

모자, 헤어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장치에 플렉서블 LCD와 홀로그램 기술을 적용해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그녀는 UC버클리대 잭 갤런트(Jack Gallant) 교수의 연구에도 영감을 얻었다. 잭 갤런트 교수팀은 피험자들에게 장시간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주고 fMRI로 뇌 안의 혈류와 산소의 흐름, 이미지를 스캔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어 새로운 동영상을 보여준 후 MRI의 이미지만으로 어떤 동영상을 봤는지 해석해냈다.

메리 루 젭슨은 뇌 스캐닝 이미지의 해상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해 8월 페이스북 오큘러스를 그만둔 그녀는 오픈워터를 창업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병을 치료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전기술과 뇌과학, 디스플레이 기술을 결합해 저가의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개발하겠다는 문샷 프로젝트를 구체화한 것.

오픈워터란 회사 이름은 뮤지션인 피터 가브리엘(PeterGabriel)이 기고한 글(Open Water–The Internet Of Visible Thought)에서 가져온  것이다. 피터 가브리엘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영상으로 보고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메리 루 젭슨의 생각과 기술에 크게 공감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오픈워터의 웨어러블 장치는 근적외선(near-infrared)을 활용한다.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MRI의 자석을 크게 만드는 대신 아예 자석 자체를 바꾼 것이다.

이미 적외선을 이용해 혈액내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맥박산소측정기(pulse oximeter) 같은 간단한 의료장비가 있었지만 해상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오픈워터는 고글이나 헤어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장치에 플렉서블LCD와 홀로그램 기술을 적용하고 근적외선을 쏘아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얻는다고 설명한다.

LCD와 광검출기(light-detector)를 저가에 대량 생산할 수 있어 웨어러블 기기를 대량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질병 치료를 위한 뇌과학 열풍이 일고 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는 뇌수술 없이 혈류 안에 신경먼지처럼 아주 작은 전극을 흘려보내 뇌 속에 그물망처럼 펼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브라이언 존슨이 설립한 스타트업 커널 역시 1억 달러를 투자해 뇌 임플란트 기술을 개발,알츠하이머 치매나 뇌졸중 등으로 기억 능력이 저하된 사람에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은 NESD(NeuralEngineering System Design:뉴런 엔지니어링 시스템 설계)란 뇌 임플란트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임플란트를 통해 뉴런을 기록하고, 역으로 뉴런에 음성이나 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 연구와 달리 오픈워터는 뇌 안에 뭔가를 삽입하지 않고 전극을 연결해 뇌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비침습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고가의 fMRI 장비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만들 수 있어 고해상도 의료영상 장비를 집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녀는 “환자가 퇴원하면 집에서 혈압이나 혈당 등을 잰 후 의사와 간호사의 방문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의료영상 이미지는 볼 수 없다”며 “오픈워터의 웨어러블 장치가 개발되면 집에서도 의료 영상 이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해상도 영상을 값싼 장비로 측정할 수 있으면 뇌 질환에 많은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ot just Moonshots-Moon Landings’. 그녀의 홈페이지에는 적혀 있는 문구다.

미래를 꿈꾸는 데 그치지 않고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그녀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그녀의 문샷 프로젝트가 과연 달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리 루 젭슨 오픈워터 CEO가 걸어온 길

모든 이의 기술 추구하는 연쇄창업가

 

메리 루 젭슨은 오픈워터를 포함해 무려 4개의 스타트업을 설립했는데 모두 디스플레이 분야와 관련이 있다. 그녀가 디스플레이 분야 혁신가로 불리는 이유다.  

MIT 미디어랩에서 홀로그래피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녀는 세계 최초로 홀로그래피 비디오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 브라운대학에서 받은 박사학위 연구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HDTV, 프로젝터 등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5년 마이크로디스플레이를 창업, 대표와 CTO를 맡은 그녀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웨어러블· 평면 스크린 HDTV 등의 기술을 개발했다.

2005년 MIT 미디어랩 교수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와 공동으로 OLPC(One Laptopper Child)란 비영리 법인을 창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단체는 저개발 국가 어린이들에게 100달러짜리 컴퓨터를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했는데 당시 메리 루 젭슨은 저전력 기술과 광선에 강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결합해 XO라는 저가 컴퓨터 개발에 핵심 역할을 했다.

OLPC는 AMD· 구글· 이베이 등 글로벌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 저개발 국가 아이들에게 약300만대의 컴퓨터를 보급했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대만에 OLPC에서 스핀오프한  디스플레이 기업 픽셀치(Pixel Qi Corp)를 설립했다. 대만에서 창업한 것은 XO 보급 사업을 하면서 대만 등 아시아 제조업체들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픽셀치는 전력을 적게 쓰면서 직사광선 환경에서도 읽을 수 있는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공급했다. 또 디스플레이의 사용 전력을 낮추고 대안적인 전력생산과 배터리 기술을 이용, 재충전하지 않아도 되는 디스플레이 개발을 목표로 내세웠다.

글로벌 기업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기도 했다.

1998년부터 1999년까지 필립스의 수석 기술자문역으로 LED 디바이스의 효율성 제고, 실리콘 액정표시장치 기술 개발에 기여했고 2004년과 2005년에는 인텔 CTO로 차세대 HDTV 기술 설계와 아키텍처 개발을 주도했다.

이후 구글X 디스플레이 사업부문 책임자(2012~2015년)를 맡아 작은 스크린을 레고처럼 결합해 대형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모듈러 방식 스크린 기술인 구글 레고TV 개발을 이끌었다.

2015년 페이스북 오큘러스에 영입, 가상현실담당 책임자로 가상현실 기술의 경계를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

그녀는 VR기술이 부유층을 위한 니치 기술에 머물러 있다며 “OLPC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컴퓨터 보급 사업을 해 온 것처럼 가상현실 기술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3호(2017년 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