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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철학 있는 게임이 통한다”

2017-08-18김효택 자라나는씨앗 대표

‘오즈의 마법사’를 토대로 지난해 이맘때 만든, 자라나는 씨앗의 첫 게임작 ‘옐로 브릭스’

 

[테크M=김효택 자라나는씨앗 대표]

3년 전, 평범한 수학 교육용 게임을 하나 출시한 후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게임과 학습의 접목이라는 창업 당시의 목표가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정으로 ‘우리 회사가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을 다시 해야 했다.

그리고 약 3개월의 시간이 흐른 후 우리는 ‘MazM(맺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고전 명작을 담은 스토리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는 다소 순진하고 별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생각에 불과했다. 어린 시절 코에이 삼국지 게임을 하다가 이문열 삼국지 전권을 구입한 경험이 게임이 가진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매력을 알게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낵 컬처’가 주도하는 모바일 세상에서, 품격 있는 스토리텔링 콘텐츠는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어른뿐 아니라 우리 자녀들의 콘텐츠로 곧바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문제인식을 느꼈다.

세상에는 가볍고 휘발성이 강한 콘텐츠도 존재의 의미가 있지만 시간을 갖고 곱씹어보며 울림이 있는 콘텐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본의 흐름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들을 이끌고 있지 않았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게임이 ‘투 더 문(To The Moon, 2011 프리버드게임즈)’이었다. 쯔꾸르(일본의 ‘RPG만들기’라는 툴로 제작한 게임) 게임이었는데 ‘스팀’에서 무려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명작이었다.

엔딩을 보며 눈물을 자아내는 스토리텔링의 마력이 우리에게 게임 시장의 전혀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했다. 그리고 이제는 게임도 ‘스토리 콘텐츠’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조금씩 생겨났다.

 

 유저들의 큰 반응을 얻은 ‘하트리스 옐로 브릭스’

 

작년 이맘때쯤 출시한 ‘옐로 브릭스’는 ‘오즈의 마법사’를 토대로 만든 MazM의 첫 작품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험난함을 예상 했음에도 결과는 생각보다 더욱 처참했다. 과연 이 길은 우리에게 맞는 길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멤버들과 나누었다.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아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기 전에 유료 게임이던 옐로 브릭스를 알리기 위해 ‘하트리스 옐로 브릭스’를 무료로 출시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나무꾼의 반 페이지 분량의 이야기에 약간의 해석을 담은 30분 분량의 게임으로 마지막 부분에 링크를 걸고 옐로 브릭스를 홍보했다. 우리가 이것으로 무언가를 기대했다기보다는 단지 유료 게임이 부담스러운 유저들에게 우리 게임을 알리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그런데 이 ‘하트리스’가 갑자기 반응을 만들기 시작했다. 급상승 메뉴에서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유저들의 댓글은 놀라웠다.

‘이렇게 감동적인 게임을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옐로 브릭스를 당장 결제하러 가야겠어요’, ‘이 밤에 왜 저를 울리시나요?’, ‘게임을 하다가 울어보긴 처음이에요’ 등등….

다운로드가 수십만 건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성공적 다운로드와 높은 유저 평점을 얻었다. 옐로 브릭스의 다운로드도 덩달아 상승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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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와 도전만이 소규모 게임 회사의 존재의 이유가 될 것이고 

이런 에너지가 게임 업계 전반을 자극하고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스토리텔링, 그리고 감정 코드

하트리스는 옐로 브릭스의 리소스를 재활용해서 겨우 2주 만에 만들어 낸 게임이다. 미니 게임 2개가 들었을 뿐 사실 스토리도 뻔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 유저에서 시작한 인기 열풍은 점차 20대 유저로 넘어가고 있었다. 특이하게 여성 유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우리는 시간을 들여 이들이 무엇에 반응했는지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우리가 다다른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는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 게임에서 무얼 기대하는가? 제일 중요한 것은 ‘스토리의 매력’이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몰입이 일어나고 다음이 궁금해지고 결제까지도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명확한 감정 코드다. 하트리스는 평범한 러브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지만 ‘슬픔 코드’를 담고 있다. 이 슬픔 코드를 잘 전달한 것이 작은 성공을 하게 된 이유라고 판단했다.

슬픔은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현대인은 분하고, 즐겁고, 우울하고, 긴장감 넘치는 경험은 자주 하지만, 슬픔, 평안, 여유로움 등에 대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어쩌면 최근 인기 인디 게임들 중 힐링 게임 비중이 높은 것도 이런 유저들의 감정 코드를 명확히 읽어낸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적용해 다음 작품으로 ‘지킬 앤 하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MazM의 세 번째 작품이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판단은 고객의 몫이다.

 

‘스토리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자’는 미션 아래 올 가을 출시할 ‘MazM: 지킬 앤 하이드’

 

거대한 산업이 돼 버린 게임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모험이다.

하지만 돈벌이를 위해 같은 패턴을 베끼고 확실한 것만을 반복해 시도하는 자본주의 게임시장에서 유저들은 지쳐가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스팀으로 떠나고,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으며, ‘배틀그라운드’ 같은 새로운 장르의 등장과 큰 성공이 그 증거다.

유저들은 참신하고 새로우며, 개발사의 철학이 담긴 게임을 하길 원한다. 이 물결은 점차 더 강해질 것이다.

이런 물결 속에서 소규모 게임 회사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만이 존재의 이유가 될 것이고 이런 에너지가 게임 업계 전반을 자극하고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이미 시장에서 자리잡은 큰 기업들이 그들만의 과점을 형성하는 데서 벗어나 혁신적 소규모 개발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해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게임 업계가 더욱 건강해지고 이제는 이미 과거가 돼버린 게임 강국 명성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스토리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자’라는 미션을 성취하기 위해 올 가을 ‘MazM: 지킬 앤 하이드’로 또 다시 생존을 걸고 도전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2호(2017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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