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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비콘 품은 예술, 관람객 발걸음 이끌 수 있을까

2017-08-22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테크M=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1. 대한민국 연극의 중심지, ‘대학로’. 150개가 넘는 크고 작은 공연장이 있으며 한 해 동안 700개가 넘는 작품이 상연되는 곳이다. 이곳을 지날 때면 통과의례처럼 의례 낯선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예매 하셨어요?” 호객꾼, 소위 ‘삐끼’다. 매번 당혹스럽기도 하고 여름 무더위와 겨울 칼바람을 견뎌가며 골목길을 서성대는 그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

건전한 대학로 문화를 위해서는 기업화된 호객꾼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공연장 위치를 모르거나 어떤 공연을 봐야 할지 망설여질 때 호객꾼은 반가운 존재이기도 하다.

비콘을 이용해 공연장에서 자동으로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다.#2. 큰 규모의 복합공연장은 수시로 드나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늘 부담스럽다. 넓은 부지에 공연장들이 복잡하게 들어서 있다 보니 공연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전국에는 2015년 기준 1026개의 공연시설과 1290개에 이르는 많은 공연장이 있다.

이 중 좌석수가 1000석이 넘는 대공연장은 114개에 이르며, 2개 이상의 공연장을 보유한 공연장은 199개로 집계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그 많은 공연장의 구조를 어떻게 손바닥 보듯 다 알겠는가.

멀지 않아 이런 풍경과 수고로움은 추억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비콘(Beacon)으로 대표되는 사물인터넷(IoT) 때문이다.

이미 여러 공연장에서 비콘을 통해 좌석 배치도를 비롯해 공연 개요, 진행순서, 출연진 정보를 관객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2015년 국내 최대 공연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가 비콘을 이용해 공연장을 찾는 관객을 위한 ‘스마트가이드’를 출시했고 경기도의 공연장에서도 비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복잡한 공연장 길안내 척척

2013년 미국 애플이 처음 공개한 비콘 서비스는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성장의 원동력으로 모든 사물이 비콘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비콘은 공연장과 미술관 등의 어메너티(Amernity)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실내 내비게이션(Indoor Navigation) 서비스다. 실외로 제한됐던 기존 내비게이션과 달리 비콘은 실내 측위를 통해 정밀한 길 안내를 해 준다.

 

야구팬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입장권과 좌석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장 내 매장에서 가상 포인트카드를 발급 받고 쿠폰도 제공 받는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애플이 2013년 9월, 뉴욕 메츠(METS)의 시티필즈 구장에 처음으로 ‘아이비콘’ 서비스를 도입했다. 아이폰 이용 야구팬들은 스마트폰으로 입장권과 좌석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장 내 매장에서 가상 포인트카드와 쿠폰도 제공 받는다.

이제는 공연장에서도 비콘을 활용하면 길을 헤매거나 잃을 염려도 없고, 좌석을 찾기 위해 안내원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뿐이 아니다. 공연장에 갈 때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시간을 허비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제는 비콘을 통해 안내를 받으면 공연시간에 늦을까 하는 노심초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둘째, 타깃 세분화에 의한 근접 마케팅(Proximity Marketing)이 가능해진다. 또 할인쿠폰 등 각종 프로모션 정보도 제공할 수 있어 공연장은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게다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개인의 취향에 맞는 공연도 추천할 수 있다.

대개는 공연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공연장에 가지만 공연도 ‘충동구매’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그저 대학로 골목길을 산책하듯 돌아다니면 그만이다.

공연장을 지날 때마다 스마트폰에 포스터보다 훨씬 상세한 공연정보가 뜨고 이를 보고 마음에 드는 공연장에 들어가면 된다. 호객꾼이 필요 없는 이유다.

 

영국 히드로 공항의 상위클래스는 승객이 게이트에 접근하면 탑승권이 자동으로 표시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자동 체크인(Automatic Check-in)과 자동결제(Contactless Payment) 기능이다. 비콘은 자동으로 특정 위치에서 체크인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영국 히드로 공항의 상위 클래스에서는 비콘을 활용해 승객이 게이트에 접근하면 탑승권이 자동으로 표시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한다.

이제는 공연장에서도 예매표 또는 초대권을 좌석권과 교환하거나 티켓을 현장에서 구매하기 위해 창구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 비콘이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탐지하고 자동으로 공연장의 네트워크에 로그인하여 좌석을 배정해 주기 때문이다.

동행자가 늦게 온 경우 티켓을 안내데스크에 맡기는 수고도 필요 없다. 물론 검표원의 티켓 검사도 없어질 것이고 티켓을 분실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주차할인을 받기 위해 자동발매기 앞에 오랫동안 서있지 않아도 된다.

 

관람객에 각종 편의 제공

트렌드 분석가 페이스 팝콘(Faith Papcon)은 현대인은 모든 것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시간절약이라고 갈파했다.

좀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1997년 미국 국립예술기금(NEA)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공연관람의 장애요인으로 64%가 시간부족을 꼽았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에서도 35.2%가 시간부족을 제약요인으로 응답해 비용과다(30.9%)를 앞질렀다.

스웨덴의 경제학자 린더(Staffan B. Linder)는 공연소비가 시간집약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소득증가에 따른 소비증대 효과가 상쇄된다는 유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른바 ‘린더효과(Linder Effect)’다. 소득이 증가하면 경제적 여유로 인해 공연장에 많이 갈 것 같지만 시간이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공연시간 자체를 단축하기는 쉽지 않지만(최근에는 공연시간을 줄이자는 움직임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연을 관람에 따르는 시간만 줄여도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더 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비콘을 통해 가져본다.

넷째,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해준다. 공연장에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친교를 위해서다. 비콘은 공연장에 누가 와 있는지 안내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세계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SXSW에서는 2014년부터 비콘을 도입, 누가 주변에 참석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연장의 좌석 업그레이드 서비스는 물론 현장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과 만나면 옆자리로 좌석을 조정할 수 있다.

SXSW에서는 2014년부터 비콘을 도입, 누가 주변에 참석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4년부터 자라섬페스티벌에서 비콘을 활용 중인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 강화기능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한 차원 높은 관객경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비콘을 통해 관람객을 위해 공연장의 백스테이지(Back Stage)를 보여줄 수도 있고, 대기실에 있는 출연자의 상태도 스마트폰으로 중계할 수 있다.

새로운 차원의 개인화된 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배우나 출연자에게는 자신의 스타성을 키워 공연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여섯째, 정보 비대칭을 어느 정도 완화해준다. 일본의 공연장 ‘메이지좌’는 커뮤니케이션 로봇인 ‘로보혼’을 활용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 관광객에게 공연의 내용과 메이지좌의 역사, 메이지좌 내 기념품점 안내 등을 서비스하는데, 문제는 관광객들이 로보혼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 때 비콘이 활용된다.

메이지좌는 곳곳에 음파 비콘(beacon)을 설치해 로보혼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음파 비콘은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특수한 고주파음을 발신해준다. 관광객들은 음향 비콘을 통해 로보혼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로보혼과 함께 이동하면서 해당 위치에 맞는 정보를 들을 수 있다.

로보혼은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이지만 이를 내국인에게도 적용한다면 공연 팸플릿을 보거나 프로그램북을 굳이 사지 않아도 공연개요와 출연자 정보를 편리하게 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 관객 유치에 효과적일 수 있다.

 

이전의 전시회는 가이드 단말기를 따로 들고다녀야 했다.

 

전시의 경우 이응노미술관은 전시 음성 가이드 기능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폰 앱을 선보이면서 ‘테이퍼(TAPIR: Theoretically Audible, but Practically Inaudible Range)’ 기술을 국내 미술관 최초로 도입했다.

테이퍼 기술은 작품 옆의 초소형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작품별 고유 사운드를 스마트폰의 마이크가 감지해 작품에 해당되는 음성 가이드(작품해설)를 자동으로 재생하는 형태로, KAIST 문화기술대학원 AIM 연구실과 협력해서 개발했다.

이응노미술관은 전시 음성 가이드 기능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폰 앱을 선보였다.물론 많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음성안내 서비스를 시행 중이긴 하다.

그러나 단말기를 추가도 들고 다녀야 할 뿐만 아니라 돈을 주고 빌려야 하고 신분증도 맡겨야 하는 등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비콘에 비해 불편함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규모가 큰 전시회장, 박물관 같은 곳에서도 정보 또는 지식의 부족으로 괜한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비콘을 통해 전시물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특정 전시물 앞으로 가기만 하면 그 전시물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자동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빅데이터 등과의 접목을 통한 다양한 도슨트 서비스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비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

소비없는 예술의 생산, 즉 수용되지 못하는 예술의 생산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시대이다. 예술에 있어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IoT 혁명을 예견하고 있고, 그 시기는 생각보다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IoT 연결기기 수가 500억 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중에 공연장과 미술관에 설치된 비콘은 얼마나 될까.

한동안 기술과 멀어지는 듯 했던 예술은 다시 기술을 통해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많은 향유자와 커뮤니케이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공연장과 미술관의 보다 나은 어메너티를 위해 비콘을 비롯한 IoT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2호(2017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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