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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도 스위시로 달라"…현금없는 사회 속도내는 스웨덴

2017-08-13강동식 기자

지난 4월 한국은행이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2만 여 개 편의점과 마트에서 거스름돈을 동전이 아닌 앱머니로 받거나 교통카드에 충전할 수 있게 했다.

현금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디딤돌 하나를 놓은 것이다. 우리도 발을 내딛기 시작한 현금 없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한 발 앞서 현금 없는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스웨덴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현금 없는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스웨덴은 2009년에 비해 유통되는 현금이 40% 가량 줄어들었다.

 

스웨덴은 2030년까지 현금 없는 사회로 완전히 이행한다는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현금 사용이 줄고 있어 5년 안에 현금 없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현재 스웨덴은 약국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게가 현금을 거부할 수 있다. 버스 등 대중교통은 아예 현금을 낼 수 없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에서 디지털미디어와 사회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정희나 씨는 “스웨덴은 현금 없는 경제를 목표로 2030년까지 현금 통용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단계별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며 “웁살라에서 생활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버스에서 현금을 받지 않으며, 카드 결제만 가능한 상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는 카드를 사용이 편해서 들고 다녔지만 스웨덴에서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불편해서 카드를 쓰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예 현금을 받지 않는 은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1600여 개 스웨덴 은행 지점 중 900여 개가 현금을 보관하지 않고 있고, 현금을 맡기거나 인출할 수 없다.

현금인출기 역시 숫자가 줄어들고 있으며, 그마저도 현금을 입금할 수 있는 기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정 씨는 “스웨덴의 현금인출기는 대부분 현금 인출만 가능하고, 입금을 할 수 있는 기기는 웁살라에서 가장 큰 쇼핑몰에도 2대 밖에 없을 정도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 정책의 영향 등으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현금이 2009년에 비해 4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웁살라시의 대형 쇼핑몰에 설치된 현금 입금기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 정희나]

 

노숙자도 ‘스위시’로 구걸

현재 스웨덴에서는 소액을 주고받을 때 현금 대신 휴대폰 번호 기반의 모바일 결제 앱 ‘스위시(Swish)’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노디어(Nordea), 한델스방켄(Handelsbanken), 스웨드방크(Swedbank) 등 스웨덴 은행이 공동 개발해 2012년부터 서비스하기 시작한 스위시는 스웨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정 씨는 “스웨덴에서는 휴대폰 번호와 은행계정을 연동한 스위시 앱을 일상적으로 쓰는데, 친구들과 돈을 주고받을 때는 물론 노숙자도 스위시로 돈을 달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스웨덴의 휴대폰 번호 기반 모바일 뱅킹 앱 ‘스위시’. 스웨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스위시를 사용한다.

 

스웨덴의 적극적인 현금 없는 사회 정책은 핀테크 산업을 발전시키는 촉진제가 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연구소 보고서(동전(현금) 없는 사회 논의와 시사점)에 따르면, 소기업 등에 카드결제 앱과 미니 카드리더기 서비스를 하는 아이제틀(iZettle)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덴마크,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 해외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아이제틀은 KPMG와 H2벤처스가 선정한 100대 핀테크 기업 중 9위에 오르기도 했다.

스웨덴은 적극적인 현금 없는 사회 추진에 이어 중앙은행의 가상화폐 도입에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의 세실리아 스킹슬리 부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발행에 따른 문제를 검토해 가능하면 2년 안에 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은행으로 1660년대 세계 최초로 지폐를 발행한 릭스방크가 주요국가의 중앙은행 가운데 최초로 중앙은행이 결제를 보증하는 가상화폐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스웨덴 일각에서 현금 사용에 익숙하고 결제방식의 변화에 적응하기 힘든 노인 등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현금 없는 경제: 의미와 가능성)는 현금 없는 경제로의 이행에서 가장 앞서 있는 스웨덴은 개인의 관습 존중이나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최소화 등이 주요 의제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현금 없는 사회로 이행하려는 나라들에게 중요한 벤치마크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