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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요금제 논쟁을 읽는 3가지 키워드

2017-08-10강동식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큰 관심사 중 하나였던  가계통신비 인하. 하지만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충분한 준비 없이 당위성만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인 모양새의 가계통신비 인하는 결국 보편적 요금제를 골자로 한 대안의 정책 도출로 1라운드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접한 것은 실타래처럼 얽힌 이동통신 시장의 복잡한 구조와 주요 플레이어들의 이해관계였다. 공공성을 가진 민간산업이라는 특수성 속에서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역학관계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이 해외와는 다소 다른 모양새를 가진, 현재의 이동통신판이다.

최근의 쟁점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동통신판을 좀 더 쉽게 읽기 위한 3가지 키워드를 꼽았다.

 

6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에 이동통신사 3사 KT, SK, LG 브랜드 마크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1. 통신요금인가제

보통 민간기업의 상품 가격은 해당 기업이 원가, 마진,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하고 시장의 판단을 기다린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통신요금이다. 이동통신요금제의 경우 통신사업자가 만들지만, 이를 적용할지 여부는 정부가 판단한다. 통신요금제가 인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통신요금 인가의 주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다. 그동안 통신요금인가제도는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추세를 보여왔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통신요금제(SK텔레콤의 이동전화, KT의 유선전화)에 대해서는 기업이 만들지만 정부가 판단하고 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기본 뼈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신요금제처럼 민간기업 상품 가격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통신요금제의 경우 통신망이 국가 인프라 개념이 강한데다 공공에서 사업을 시작해 점차 민간에 개방해온 역사의 산물로 볼 수 있
을 것이다.

통신정책 주관부처가 통신사업자의 요금제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은 이동전화시장의 유효경쟁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주도사업자가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지나치게 가격을 낮춰 시장을 교란하거나 지나치게 가격을 높여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수단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꾸준히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동안의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SK텔레콤의 요금제가 정부의 인가를 받으면 신고대상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가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면서 가격수준은 조금 낮은 요금제를 출시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러한 양상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가격경쟁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부처 내에서도 제기돼왔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요금경쟁을 제한하고 묵시적 담합을 조장한다는 이유를 들어 요금인가제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가제를 유지해온 것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견제 요소 외에도 통신사업자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읽힌다.

그런데 최근 보편적 요금제 등과 맞물려 통신요금인가제 폐지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번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는 뉘앙스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요금 통제권이 필요하다며 요금인가제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요금인가제 논란은 공공과 민간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현재 통신산업을 어느 측면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갖는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통신요금인가제가 신고제로 바뀐다고해서 단기간에 파격적인 요금제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요금제가 없는 상황은 요금제보다는 단말기 구매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성향이 한 몫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통사는 새로운 통신요금제 개발보다는 단말기 보조금 등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단말기 자급제라는 또 다른 이슈와 맞물려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신비 인하 업무보고가 진행 중인 6월 19일 서울 용산의 한 대형 쇼핑몰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스1]

 

2. 단말기 자급제

단말기 자급제는 제조사 유통점, 대형 할인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일반 유통망에서 휴대폰을 사서 원하는 이동통신사에 가입해 사용하는 제도다.

국내 시장은 외국과 달리 이통사가 단말기와 서비스를 결합해 판매하는 이통사 중심의 구조가 특징이다. 단말기 자급제는 단말기 구매와 서비스 가입을 분리, 단말기 보조금보다 통신요금제를 중심으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제조사의 단말기 가격 경쟁과 이통사의 요금제 경쟁을 강화해 통신비 인하를 유도,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미 2012년 5월 단말기 자급제도가 도입돼 5년 이상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동통신 시장에서 자급제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는 점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이통사는 물론 주요 국내 단말기 제조사 역시 단말기 자급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두 진영 모두, 특히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보조금, 판매장려금 등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 시스템이 사업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인데, 단말기 자급제를 시행하면 양측이 가진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는 점이 사업자 입장에서 꺼려지는 대목이다.

여기에 마진의 폭이나 데이터 사용량 등을 고려해 프리미엄급 고가폰 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 부담 등에도 불구, 당장 현재의 시스템을 바꿔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실제로 과거 자체 유통 전략을 시도했던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도 이통사를 통한 고가 단말기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자급제 시장은 화웨이 등 외산과 국내 일부 중저가 단말기 위주로 형성돼 있다. 여기에 단말기 보조금이 요금할인보다 좋은 조건인 경우가 많고 한 번에 단말기 구매와 서비스 가입을 할 수 있어 소비자가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자급제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최근 가계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단말기 자급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지만, 업계와 정부 모두 신중한 입장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청문회에서 김진해 삼성전자 전무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큰 변화이기 때문에 여러 이해당사자가 모여 토론으로 실시 여부를 판단하는게 맞다고 본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또 최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그룹 간부회의에서 이통사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판매하지 않고 서비스 가입만 받는 방안의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고 전해지기도 했지만, SK텔레콤은 회사 차원의 검토와 추진계획이 전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유영민 장관 역시 청문회에서 “(단말기 자급제가)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유통망의 급격한 재편, 이용자의 불편 등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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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 분야는 오랜 기간
정부와 기업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온 역학관계의 산물이다.
이것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을 단 번에 풀기 어렵게
하는 주된 이유다.

 

통신·소비자 시민단체가 6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통신비 인하를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3. 제로레이팅

제로레이팅은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가 제휴해 해당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데이터 사용료를 부담함으로써 콘텐츠의 이용 확대를 유도하는 것.

해외에서는 사안별로 허용하거나 허용하겠다는 입장이 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올해 초 SK텔레콤과 포켓몬고가 제휴를 맺고 한시적으로 포켓몬고 게임시 발생하는 데이터를 무료로 사용하도록 하는 등 사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제로레이팅이 이슈로 부상한 것은 통신비를 ‘디지털 문화비’로 부르기를 희망하는 이통사가 통신요금 인하의 부담을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 등이 나눠져야 한다며 제로레이팅 적용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지난 대선기간에 안철수 후보 등이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으로 제로레이팅을 제시했다.

제로레이팅은 인터넷의 기본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망중립성(망 사업자가 다른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정 서비스 제공업체만 밀어주는 결과를 초래해 인터넷의 공공성을 해친다는 것.

최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제로레이팅에 대해 “많은 콘텐츠 스타트업은 이런 구조를 견뎌낼 수 없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금력을 갖고 있는 네이버는 상관 없지만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동통신비 경감이라는,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축소하는 것이 옳으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리라면 검색 결과의 상단부를 광고비를 집행할 수 있는 곳에서 차지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답을 해야 한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특히 늘어나는 데이터로 설비투자가 늘어나지만 이에 대해 부담을 혼자 져야 한다며 콘텐츠 서비스 사업에 대해 ‘공짜 점심’이라는 다소 격한 표현까지 해온 이통사 입장에서는 해묵은 이슈가 가계통신비와 맞물려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는 ‘반가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로레이팅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은 망중립성 유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절대 불가 입장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제로레이팅에 대해 개별 사안별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소 콘텐츠 사업자나 스타트업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공정경쟁을 저해할 소지가 있지만, 이용자 이익이 증대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다양한 역학관계의 산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이동통신 분야는 오랜 기간 정부와 민간기업(특히 대기업)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온 역학관계의 산물이다.

이것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을 한 번에 풀기 어렵게 하는 주된 이유다. 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개입보다는 공정하고 투명하며,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