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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클래식 본고장 오스트리아, 첨단 예술의 나라로 뜬 이유

2017-07-26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오스트리아 린츠

[테크M=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위시리스트에 있는 오스트리아는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이다. 특히 빈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뿐 아니라 슈베르트의 탄생지이고 베토벤이 굴곡 많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곳으로 유명하다. 브람스도 이곳에서 태어났고, 하이든과 모차르트도 이곳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는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첨단예술의 나라로도 명성이 높다. 예술과 기술의 접목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고 싶어하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Ars Electronica Festival for Art, Technology and society)’ 때문이다.

빈에서 잘츠부르크 쪽으로 가다보면 도나우 강을 둘러싸고 자리 잡은 오스트리아의 세 번째 도시 린츠가 나온다. 히틀러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자 모차르트가 교향곡 36번 C장조 ‘린츠’(K.425)를 작곡한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매년 9월 융·복합 미디어예술을 주제로 펼쳐지는 페스티벌은 린츠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에 새로운 명성을 더해주고 있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전시회장

 

기술과 예술의 융·복합 잔치

예술과 기술 융합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와 인지도를 지닌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성지이자 전 세계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축제다. 린츠시가 2009년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된 데에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부러운 것은 린츠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 그들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1979년에 처음 시작됐다. 오스트리아 국영방송사의 지부장이었던 레오폴드세더(Hannes Leopoldseder), 작곡가 보그너마이어(Hubert Bognermayr), 물리학자 프랑케(Herbert W. Franke), 그리고 음악프로듀서 뤼첼(Ulrich Rutzel) 등이 의기투합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를 만들고 페스티벌을 열었다.

방송인과 음악인, 물리학자가 함께 한 인적구성도 특이하지만 38년 전에 이미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모토로 한 페스티벌을 만들었던 창의적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처음에는 소박한 규모로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다가 1986년부터 매년 개최로 바꿔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 권위의 행사가 됐다. 단순한 축제에 그치지 않고 관련된 산업과 기업들의 마케팅 각축장이 되면서 축제 및 기관의 권위와 인지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페스티벌을 주관하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 Linz GmbH)는 1987년 시작한 국제 경연대회인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1996년 개관한 전시장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센터, R&D를 담당하는 퓨처랩 등을 거느리고 있는 문화기관이다. 이밖에 각종 전시와 심포지엄 그리고 애니메이션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예술과 기술 그리고 사회를 위한 축제(Festival for Art, Technology, and Society)’를 모토로 매년 다른 주제를 선정하는데 하나같이 흥미로운 것들이다. 지난해는 ‘불변의 원자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연금술사(Radical Atoms.and the alchemists of our time)’였다.

이 축제를 통해 소개되는 기술과 예술의 접목 프로젝트는 단지 전통 의미의 미디어아트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드론, 로봇,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로 보는 360도 다큐멘터리, 무인조종 콘셉트 카를 비롯해 도심원예(Urban Gardening)에 이르기까지 구현하는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위상 다른 한국의 페스티벌

아시아문화전당

 이미 많이 소개된 바 있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을 다시 소개하는 속내는 따로 있다. 우리에게도 유사한 페스티벌과 기관이 있음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바로 아시아문화원(Asia Culture Institute, ACI)과 ACT페스티벌이다.

 아시아문화원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콘텐츠, 그중에서도 기술과 융합된 예술콘텐츠를 개발·생산하고 유통시키는 공공기관이다. 아시아문화의 창의성과 다양성 개발을 통한 문화 관련 홍보·교육·연구 및 아시아 문화 관련 콘텐츠의 제작·유통 활성화를 위해 2015년 10월 설립됐다. 서구적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해 바라보던 동양을 아시아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기조로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을 슬로건으로 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 민주평화교류원 등 총 5개 시설로 이뤄져 있다. 이곳을 아시아문화원은 ‘창·제작센터’를 중심으로 융·복합 콘텐츠의 개발과 생산, 그리고 자체 지식재산권(IP) 확보 및 유통을 담당한다.

창·제작센터의 랩(Lab)은 융·복합콘텐츠 창제작의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국내외 전문가 및 기관과의 공동 연구개발 및 협업을 한다. 랩의 프로그램은 방문창작자 프로그램(Residence), 시드랩(Seed Lab), ACT프로젝트 등 3단계로 구성돼 있다. 레지던시는 6개월 단위로 공모를 통해 선발된 예술가나 단체들에게 작품 제작비, 숙소, 생활비를 지원한다.

 입주자들은 자신들이 제안한 주제에 맞춰 작품을 제작하는데, 현재 약 30여 명의 입주자 중 40%가 외국인이라고 관계자는 전한다. 방문창작자 프로그램에서 제작된 작품은 시드랩의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되고, 선발된 작품은 액트 프로젝트를 통해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하게 된다. 이때 아시아문화원은 자체 IP 확보를 통해 콘텐츠의 유통을 담당한다.

 랩 시스템과 융복합 콘텐츠의 생산과 전시 또는 공연을 위한 최첨단 시설은 아시아문화전당의 자랑거리다. 랩은 포스트다큐멘터리, 인터랙티브사운드, 아시아공예기술연구, 융합미디어, 매체담론연구, 미디어아트 등 기능별로 구분되며, 기계조형 스튜디오, 복합 스튜디오, 디지털AV 스튜디오 등의 시설에서 작품제작이 이뤄진다. 여기서 생산된 작품들은 테스트패턴 이미지, 지각, 빛의 연금술 등을 주제로 전시하는 복합1관을 비롯한 총 6개의 복합관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된다. 세 개의 스튜디오와 복합관의 총면적이 각각 2962㎡와 9352㎡에 이를 정도로 광대한 규모와 첨단시설을 자랑한다.

 그런데 아시아문화전당을 바라보는 광주 지역민을 비롯한 세간의 시선은 아직 그다지 곱지 않은 듯하다. 정체성과 특성화 기능의 부재, 지역사회·문화계와의 소통 부족, 실험 예술과 지역 관객 눈높이의 격차, 현실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극장, 지역 콘텐츠 창·제작 인력 및 시설 등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네트워크 주체의 부재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마디로 아시아문화전당을 둘러싼 환경과 현황, 그리고 지역고유의 문화자본에 대한 파악이 미흡하며 너무 포괄적인 지향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콘텐츠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시아문화원의 창·제작센터와 액트페스티벌을 동양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로 만드는 것이다. 하드웨어는 현재로선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먼저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호응하는 행사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의 호응이 없었다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지금과 같은 명성은 불가능했다는 게 중론이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전 세계 미디어 아트 관계자와 관광객뿐만 아니라 린츠 시민들도 개최일을 손꼽아 기다릴 만큼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흥미롭고 다이내믹한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소리의 구름(Klangwolke),1980

 2012년 린츠의 도심에서 펼쳐진 시민참여형 실외 퍼포먼스 워크숍 ‘소리의 구름(Klangwolke)’을 예로 들어 보자. 참가자들에게 LED가 연결된 종이공을 조립해 전용 라디오수신기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게 하고 도나우 강변에 모이게 했다. 이어 1시간 동안 음악 퍼포먼스에 맞춰 약 4000개의 LED 불빛이 밤하늘을 수놓게 된다. 불빛 하나하나는 모두 참여한 사람들의 수신기로 조정된다. 참여자들은 서로서로 연결이 돼 독특한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

 물론 린츠시민의 호응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아르스는 교육을 통해 시민들로 하여금 처음에는 다소 어색할 수밖에 없는 최첨단의 기술과 실험적 예술형식의 만남을 익숙하게 했고, 그들로 하여금 직접 전시하고 체험하게 하는 등 시민들과의 관계 맺기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아시아문화전당의 예산은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세금으로 꾸려진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형식, 누구도 알 수 없는 예술형태는 지양해야 한다. 지역 주민이 접근 가능한 내용을 선보여야 한다. 과학기술과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예술은 지역주민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해서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양식이다.

 아르스가 ‘인간’이라는 다소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면 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 정신’에 천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광주정신은 보편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보다 구체적일 수 있는 주제다. 아울러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주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전략적인 교류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유럽은 물론 아시아의 관련 산업이 발달한 나라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콘텐츠 수출에 활용하고 있다. 프로그램 수출 부서에는 오스트리아인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큐레이터와 아티스트들이 함께 근무하도록 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인 기획자나 작가가 많이 활동하고 있으며, 향후 한국과 중국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한다.

 아르스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삼성과 현대 등 전 세계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기업을 끌어들여 그들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감을 예술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아시아문화전당도 시장 형성이 가능하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나라와의 전략적 네트워킹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보유한 IP수출의 활성화에 대한 답 또한 여기에 있음은 물론이다.

 셋째,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공신력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세계적 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동인 중 하나는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 경연대회를 도입한 데 있다. 아르스는 공신력 있는 공모제를 통해 세계 각지의 미디어작가들의 참여를 유도해 이름을 높여가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후발주자로서 공신력 확보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뢰도와 권위를 갖춘 경쟁체제를 만드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우선 전 세계, 특히 서양의 권위 있는 예술가, 과학자, 기술자들을 대거 초청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들로 하여금 ‘광주 정신’을 주제로 한 ‘아시아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아시아’를 심사하도록 함으로써 국내외의 공신력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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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전당이 지역 주민과 예술가, 아시아인 그리고 세계인의 기대를 함께 충족시키는 길은

기술과 융합된 예술 콘텐츠에 있다.

 

한국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를 꿈꾸며

 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으로서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지역 주민과 예술가의 요구도 수용해야 하는 이중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시아성과 광주 정신을 함께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선보이려는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대표적 킬러 콘텐츠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정식 출범 2년이 안됐지만 적어도 ‘씨앗’만큼은 ‘실하게’ 준비돼 있는 곳이다. 과학기술과 융합된 예술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아시아문화원의 인프라와 페스티벌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에게 소구하는 콘텐츠, 전략적인 교류, 경쟁을 통한 권위의 부여 등을 통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를 뛰어 넘는 세계적 과학기술 융·복합 축제와 기관으로 성장할 날이 기대된다. 다만 투자와 제작 그리고 명성을 획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이 지역 주민과 예술가, 아시아인 그리고 세계인의 기대를 함께 충족시키는 길은 기술과 융합된 예술 콘텐츠에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1호(2017년 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