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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인더스트리 4.0 시대의 일, 노동 4.0

2017-07-31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미래 노동환경의 모습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생산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에 따른 노동 4.0 시대의 특징을 추론해 볼 수 있다.

 

[테크M=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단국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4차 산업혁명이 사회적 화두로 제기되면서 일자리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산업혁명 이후 노동역사를 노동 1.0(Arbeiten 1.0) 노동 2.0, 노동 3.0, 노동 4.0으로 구분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의 노동의 역사를 기술의 도전에 대한 노동의 응전으로 서술하는 것.

이 글에서는 노동 1.0에서 노동3.0의 역사를 기술의 도전에 대한 노동의 응전이라는 관점에서 되돌아보고 인더스트리 4.0시대 기술의 도전에 대한 노동의 응전을 찾아본다.

 

노동의 역사: 노동 1.0에서 4.0까지

 2015년 독일연방내각 노동사회부가 발간한 노동4.0 녹서에 따르면 노동 1.0은 산업사회가 시작되고 최초로 노동조합이 탄생한 시기를 말한다. 산업자본 탄생으로 새로운 설비를 가진 공장이 들어서자 노동자들이 공장 주변에 모이면서 마을이 생기고 가족 모두가 고된 노동을 감수했다.

1848년 독일의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14~16시간, 주당 80~85시간에 달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이후 노동시간 단축 노력이 이뤄졌고 영국에서 1853년 성인 남녀 모두에게 10시간 노동제가 달성됐다.

 노동 2.0 시대는 대량생산과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시기다. 19세기 말 산업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제국은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했다. 의료보험(1883), 산재보험(1884), 노령연금(1889), 실업보험(1927)을 잇따라 도입, 국가를 국민의 복지를 돌보는 조직으로 각인시키고자 했다.

 한편 1913년 헨리 포드는 자동차 생산에 모터로 움직이는 자동화 컨베이어벨트를 도입, 대량생산의 시대를 열었다. 자동차 한 대의 생산시간이 12시간에서 2시간 반으로 줄었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월급을 하루 5달러 수준으로 두 배 올리고 복지수준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덕분에 이들 노동자는 스스로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신 중산층으로 성장했다.

 독일의 노동 3.0 시대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기초 위에 사회국가와 노동자 권리가 결합, 동등한 사회적 파트너로서 협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1980년대부터 기술의 발달로 생산이 자동화됐고 서비스 비중이 급증했으며 시장은 유럽화 글로벌화 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유럽 국가들은 다양한 정책공동체를 통해 노사관계를 선진화했다.

 노동 1.0에서 노동 3.0까지의 발전을 통해서 알 수 있든 기술과 노동은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했다. 혁신적인 기술이 도입되면 노동은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대화와 협상으로 새로운 제도를 도입, 노동을 발전시켰다.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은 사이버 물리시스템(CPS), 로봇,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한 기술융합이 핵심으로 세계의 산업구조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물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미래의 노동세계가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아직 불분명하지만 생산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에 따른 노동 4.0 시대의 특징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 4.0 시대가 네트워크화, 디지털화, 유연화를 특징으로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로봇과 3D프린터로 대체될 수 있는 제조업의 직무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엇갈리는 일자리 수 전망

 노동 4.0시대와 관련된 노동의 문제는 일의 양과 질 두 가지 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양적인 면에서는 부정과 긍정의 전망이 공존한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일자리의 미래’란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2020년까지 전 세계 고용의 65%을 차지하는 선진국과 신흥시장 15개국에서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21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과적으로 50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것.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2016년 12월 발표한 논문 ‘어떻게 전복적 혁신을 할 것인가(How Destructive is Innovation?)’에서 다니엘 가르시아-마시아 등 3인의 저자는 미국의 비농업 기업을 조사한 결과 창조적 파괴의 기술혁신보다 점진적 혁신이 경제 디지털화로 인한 사회기술적 시스템의 변화 성장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파괴적 혁신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효과는 1976년에서 1986년 사이 27%에 달했지만 2003년부터 2013년 사이에는 19%로 줄었다고 보고한다. 이를 고려하면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2013년 옥스퍼드대학 마틴스쿨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번 교수 역시 미국 702개 직업을 대상으로 컴퓨팅화에 따른 직업의 민감도를 측정한 ‘고용의 미래: 컴퓨터화에 일자리는 어떻게 민감할까(The Future Of Employment: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sation?)’란 보고서를 통해 자동화에 따라 47% 정도의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OECD는 ‘차세대 혁명의 실현: 제조와 서비스의 미래(Enabling the Next Production Revolution: the Future of Manufacturing and Services)’란 논문을 통해 한 직업의 모든 직무가 컴퓨터나 로봇으로 대체되지 않는다면 해당 직업이 사라진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를 전제로 옥스퍼드대학의 연구결과를 재해석하면 자동화와 컴퓨터화에 따라 대체될 확률이 70% 이상인 직업은 전체 702개 직업중 9%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즉 직업이 없어진다기 보다 직무가 재조정되고 기계와 사람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일과 직업의 구성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보스턴대학의 제임스 베센 교수도 컴퓨터 자동화가 직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컴퓨터 자동화가 직업에 미치는 영향: 기술, 직업 그리고 스킬(How Computer Automation Affects Occupations: Technology, Jobs, and Skills)’이란 논문을 통해 컴퓨터가 한 직업을 온전히 대체하지 않고 부분적인 자동화를 한다면 실업과 일자리를 통한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직장 아닌 프로젝트 통해 경험 쌓아

 아직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의 총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고 있다. 일자리의 숫자와 관련하여 일치된 견해는 어떤 직종과 기술 수준의 직무가 기계와 기술로 대체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결합된 자동화 프로그램은 먼저 사람과의 소통이 적고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기계로 대체할 것이다. 로봇과 3D프린터로 대체될 수 있는 제조업의 직무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기술에 익숙한 고숙련군이나 기계화나 자동화의 비용효율이 떨어지는 저숙련군이 아니라 자동화가 가능한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중숙련 노동자가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의 질의 문제는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 긱 경제(gig economy)화와 연결된다. 네트워크를 통해 한시적 수요에 대해 한시적으로 공급을 해주는 경제의 우버화가 진전되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해당업무에 적절한 노동자를 찾고 고용하는데 따르는 비용이 제로화 된다.

 이러한 거래비용의 감소는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해야 할 필요성을 현격히 줄인다.

기업은 고용을 대신하여 인터페이스만 제공하면 된다. 기업에 몸통 없이 머리만 존재하게 되어 노사관계는 플랫폼과 플랫폼의 관계로 대체되는 것이다. 그 예로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가 있다. 이 서비스는 이 일감을 가진 수요자와 업무능력이 있는 공급자를 연결해 주는 웹기반 서비스다.

 ‘닥터 온디맨드’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사람과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퀵리걸’, 베이비시터 매칭사이트 ‘어반시터’, 애완견을 대신 봐 주는 ‘로버’, 주차를 대신 해주는 ‘럭스’ 등 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러한 온디맨드 경제의 업무의 방식은 노동의 시간적 공간적 유연성을 극대화한다.

 또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똑같이 무선 컴퓨팅 환경을 이용할 수 있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덕분에 근무형태가 유연해지고 재택근무나 원격근무 제도가 더 활성화된다.

근로의 경험도 기업 내의 근속연수를 통해 축적되기보다 노동시장 전체에서 축적한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형성된다. 기업에 속하지 않은 개인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가 증가할 것이다.

 2016년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전미경제연구소는 “미국내 대안적 일자리 증가와 성격(The Rise and Nature of Alternative Work Arrangements in the United States, 1995-2015)”이라는 논문을 통해 2005년과 2015년 사이 전통적인 고용의 형태가 정체되거나 줄고 시간과 공간에서 유연성을 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단기 노동이 10%에서 16%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인튜이트는 2020년까지 전체 노동의 40%가 정규직이 아닌 독립계약자, 프리랜서와 자영업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제 우리의 젊은이들은 긱 경제화로 월급, 사회보험, 휴가 등 고정 일자리에 기반을 둔 혜택과 결별해야 할지 모른다. 대신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특수요원, 일자리 닌자(忍者)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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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와 1인 기업 근로자들은 실업이 심각할 때는 무한히 스스로를 착취하게 될 수 있다. 

노동 4.0시대 기술의 이러한 도전에 대한 노동의 응전이 필요한 시기다.

 

온디맨드 경제에 맞는 노동시스템 시급

 노동 4.0시대 전체 일자리의 수에 대한 전망은 불확실하지만 중숙련 정규직의 일자리가 기계와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또 고용의 유연화로 노동시장의 재진입이 힘들었던 비경제 활동 인구의 일부가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프리랜서와 1인 기업 근로자들은 실업이 심각할 때는 무한히 스스로를 착취하게 될 수 있다. 노동 4.0시대 기술의 이러한 도전에 대한 노동의 응전이 필요한 시기다.

 로봇과 기계로부터 축출될 위기에 처해있거나 로봇 또는 기계와 일자리를 나눠야하는 중숙련 노동자들의 경영참여권의 확보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양한 비정규 노동, 특히 월급을 받지 않는 특수형태 근로자를 위해 국가가 사회보장보험을 운영하고 전 국민이 그 대상이 되는 과거 북구식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저임금 1만원제 도입도 한몫을 할 것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1호(2017년 7월) 기사입니다>